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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조회수 :
362,853
추천수 :
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9.01.0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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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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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0쪽

귀동이가 부러워요 -136

DUMMY

유독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아침, 하늘을 올려보던 노인이 어깨를 툭툭 친다.


“오후에는 비가 올 모양이로군.”


대회 마지막 날,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팽배하다. 역사의 산증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까. 오늘은 모두의 마음에 전설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피와 땀으로 얼룩진 대연무장. 문파들의 깃발이 수없이 나부끼고, 맨 끝 좌대에 둥근 패가 모셔졌다.


고금제일인의 상징인 천존령패다. 고귀함과 기품, 위엄을 뽐내며 그 어떤 태양보다도 찬란하게 빛나는 패. 군중들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저게 그 대단하다는 천존령패야?”


“생각보다 작구만.”


“저 패를 지닌 자가 고금제일인이다!”


일부 사람들은 좀 더 가까이서 패를 구경하려 했지만, 무사들의 제지에 물러나고 만다.


“대단하구나. 과연 천마가 저 패를 차지할 수 있을까?”


“두고 봐야지. 아무리 천하제일이어도 쉽지는 않을 거야.”


“맞아, 상대는 천존궁이라고. 고금제일의 제자가 모인 곳 말일세.”


“그런데 천무도 대회에 나올까? 실종됐다는 소문이 있던데.”


“당연히 헛소문이지. 그 누가 천무를 해할 수 있으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군. 무림을 구한 대 영웅을 이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니.”


사람들의 기대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커져만 갔다.



대회 시작을 알리는 깃발이 오르자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림맹 인사들과 정파 쪽 고수들은 동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반면, 서쪽에는 구천마련의 고수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중앙은 황실 사람들 몫이다. 황실의 종친과 고관대작들, 군부에서 온 장수들도 눈에 띈다. 이쯤 되면 당금 천하를 지배하는 관과 무림의 영웅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었으니.



처음 연무장에 오른 사람은 금빛 갑주를 걸친 장수다. 황실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등장했는데, 검을 다루는 능력이 대단하다.


“와아!”


김이 샌 모양으로 지켜보던 관중들이 흥분해 한다. 은경이는 고개를 내밀어 옆을 돌아봤다. 금소령이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그 곁을 천존궁의 불존자와 혜존자가 철통처럼 지키고 있다. 사존자의 배반으로 그쪽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황실 제일 고수라더니 제법 하는군.”


임사군의 중얼거림에, 은경이는 다시 연무장 쪽을 돌아봤다.


군부의 장수는 놀라운 검법을 선보이며 연신 소림 장로를 몰아붙였다. 사실, 소림 장로가 많이 봐주고 있는 거다. 아무리 관과 무림이 서로 불가침이라 해도 상대는 자금성 금군의 대장군이다. 황실과 연이 깊은 소림에서 체면치레를 하는 모양새다.


한 끗 차이로 소림 장로가 패배하자, 이번에는 암청색 관복을 입은 사람이 나선다. 황실 제일 권력기관인 동창(東廠)의 고수다.


“이쯤 되면 사황도 막 나가지는 못할 거다. 보는 눈이 많으니 잔수를 쓰기도 여의치 않겠지.”


은경이는 팔짱을 끼며 차갑게 대꾸했다.


“또 모르죠. 독사 같은 작자가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아직 구천마련 쪽 상석은 텅 비어 있다.




그렇게 오전 대련이 끝났지만, 군중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후에 있을 대련이 그만큼 치열하리란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점심시간 내내 연무장은 텅 비어 있었지만, 커다란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사람들의 함성과 함께 대련이 속개된다. 오전에 놀라운 신위를 뽐내며 연전연승을 한 장수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만났다.


허공을 밟으며 천천히 내려서는 신선풍의 노인, 무림쌍성의 일인 검성 자천진인이다. 지켜보던 관중들이 경악한 표정을 짓고.


“하하. 이제 물러날 때가 되었구려.”


장수가 공손히 예를 올리고는 연무장에서 내려간다. 검성은 기다렸다는 듯 소매를 떨쳤다. 새파란 빛을 뿌리는 장검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끝이 구천마련의 상석을 가리킨다.


“나와라. 시간 끌지 말고.”


제일 끝 상석에 느긋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사황이 비릿한 조소를 머금는다. 건방지게 한 손을 내젓자, 곁에 있던 노인이 몸을 날린다. 금빛 장포가 나부끼는 가슴에는 예의 천(天)이라는 붉은 글씨가 수놓아져 있다.


“나는 삼 원로다.”


감정조차 없는 메마른 눈동자가 희번덕거린다.


“이제 죽어...”


말을 잇던 삼 원로가 급히 얼굴 쪽을 방어한다. ‘쩡’하는 굉음과 함께 몸이 주르륵 밀려나고, 어리둥절해 하던 관중들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삼 원로의 얼굴을 직격해버린 검이 빙그르르 돌아 검성의 손아귀로 빨려든다.


“그럼, 어디 그 잘난 천존궁의 실력을 구경해볼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 끝에서 눈부신 자색 광채가 피어난다. 검기도 아니고 검강은 더더욱 아니다. 전날 보여준 기검보다도 더욱 화려한 빛을 뽐내는 그것.


“저건 기검강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관중석이 일제히 소란스러워진다. 무형의 뜻이 유형의 강기로 승화된 경지, 혹자들은 이를 극초절정의 초입이라 일컫는다.


‘콰콰쾅!’


크게 휘둘리는 검 끝에서 모두 세 발의 기검강이 날아가 꽂힌다. 시선이 따라갈 수 없을 엄청난 빠르기, 공기 중에는 희뿌연 궤적만이 남는다.


“끔찍하군. 대체 저런 공격을 어떻게 피한단 말인가.”


관중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삼 원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궤적을 피해냈다. 동시에 소매를 떨치자 바닥의 먼지가 붕 떠오른다. 검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목을 한 바퀴 휘돌렸다.


반투명한 막이 형성되자 뭔가가 부딪치며 불꽃이 피어난다. 일부는 막을 꿰뚫고 들어와 귀밑을 스쳐 지났다.



뭔가 싶어 내려다보니 청석 바닥에 미세한 침이 떨어져 있다. 솜털처럼 얇고 가늘어서 눈에 띄지도 않지만, 강력하고 치명적이다.


잠시 틈이 생기자 삼 원로가 거리를 좁혀온다. 동시에 붉게 이글거리는 화살 다섯 대가 빠른 속도로 쏘아진다.



검성은 오른발을 박차 미끄러지듯 옆으로 물러났다. 허공을 가른 화살이 활공하며 방향을 튼다. 검성의 검이 잔상을 일으키자, 다섯 발의 기검강이 쏘아져 각각의 화살과 충돌한다.


‘퍼퍼펑!’


소름 끼치는 쇳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져 나간다. 검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검을 쥔 손아귀를 주물렀다. 욱신욱신 아파오는 손목은 상대가 절대 만만치 않음을 일깨워준다.


“돌팔매질은 그만하고 좀 제대로 싸워!”


관중석에서 수라도제가 성질을 긁었지만, 검성은 쉬이 공격에 나설 수 없었다. 삼 원로의 소매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수십 종류의 암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각각의 암기들은 예상할 수 없을 궤적을 그렸는데, 진짜 위협은 따로 있다.


꽃을 찾아 나풀거리는 나비를 형상화한 암기. 무림팔대금제의 하나, 작은 미풍에도 궤적이 마음대로 바뀌는 화접비(花蝶飛)다. 바로 코앞으로 달려드는 화접비를 검으로 막아내니 불꽃이 튄다.


“음...”


검성은 이를 악물었다. 검날을 빗겨나간 화접비가 어깨를 스친 것이다. 핏물이 배어 나오는데 중상은 아니다. 허공을 한 바퀴 선회한 화접비가 나비처럼 삼 원로의 손에 내려앉는다.




정오가 한참 지났을 무렵,


대련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기진맥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연무장에서 단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이다.


기검강과 암기의 맞대결, 화려하지는 않지만 예민하고 치명적인 공격이 이어진다. 한순간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됨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오랜 격전으로 검성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암기들은 옷 이곳저곳을 갈가리 찢어 놓았다. 더는 기검강을 펼치기도 무리다. 내공이 급격하게 고갈되는데, 상대는 여유롭기만 하다.


검성은 검을 움켜쥐고 상대를 쏘아봤다. 삼 원로 역시 뭔가 눈치를 챈 듯 소매를 팽팽하게 부풀린다. 땅을 박찬 검성은 온 힘을 기울여 검을 휘둘렀다. 자색으로 빛나는 기검강이 창처럼 튀어나와 상대의 가슴을 노린다.


‘슈슈슉!’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이 들려온다. 검성은 이를 악물며 호신강기를 최대로 끌어 올렸다.


‘콰쾅!’


‘크윽!’


어깨에서 강렬한 통증이 밀려온다. 검성은 신음성을 삼키며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어 버렸다. 화접비가 어깨를 반쯤 관통한 채 박혀 있다. 핏물이 뚝뚝 흘러내려 청석 바닥을 붉게 채색한다.


‘휘리릭’하고 옷자락을 나부끼며 삼 원로가 내려선다. 가슴 앞섬이 길게 잘려나가 있는데 그것뿐이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소매를 부풀리는 삼 원로.


“그만!”


매화선인이 몸을 날려 두 사람을 떼어 놓는다.


“그대의 패배다.”


관중들은 놀란 얼굴로 삼 원로 쪽을 바라봤다. 삼 원로 역시 무표정하게 자신의 발밑을 내려 봤다. 현재 위치는 연무장 끝, 그가 딛고 선 곳은 다름 아닌 장외였다.


“죽어!”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삼 원로가 소매를 부풀린다. 금방이라도 암기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매화선인은 눈 하나 꿈쩍 안 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작자로군. 천존궁이란 이름이 아깝구나.”


마지막 말은 상석에 앉은 사황에게로 향해 있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 사황이 이내 손을 내젓는다. 기다렸다는 듯이 삼 원로가 물러나고, 매화선인은 검성을 부축했다.


“더 이상의 대련은 불가하오. 어서 상처를 치료하시오.”


검성은 슬쩍 고개를 끄덕인 후 연무장에서 내려왔다. 관중석에서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온다.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라도제가 한소리 해댄다.


“그래도 이기긴 이겼군. 이 도제의 친구다워.”


“조심하게. 그자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


진심이 담긴 한마디에 수라도제는 도를 움켜잡았다.


“술상이나 봐놓게. 금방 끝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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