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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조회수 :
362,876
추천수 :
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8.11.28 20:42
조회
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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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0쪽

즐거운 무림대회 -116

DUMMY

겨우 십오 세의 소년이다. 사황은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이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네가 한다고?”


“예, 제가 하겠다고요.”


결연한 의지 속에 두려움이 깃들어 있지만, 녀석은 물러서지 않는다. 보다 못한 소년의 어미가 나선다.


“운아, 네가 어찌 나서느냐. 어서 이리 오너라.”


소년은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머니, 형님은 이제 만독림이 림주십니다. 제가 하는 게 맞아요.”


“그래도 이 녀석아. 네 나이가 몇인데 이런 일을...”


여인은 소년의 어깨를 부여잡은 채 울음을 터트렸다. 소년이 밝게 웃는다.


“괜찮아요. 전 오히려 기뻐요. 만독림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만 있다면 더한 일도 하겠어요.”


“운아, 흑흑...”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떨리는 눈망울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사황은 그런 녀석의 눈앞에 단검을 내밀었다.


“받아라. 이 칼로 천무를 죽여. 실패하면 알지?”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단검을 받아든다.


“놈이 보는 앞에서 자결하겠어요.”


“좋아.”




대전에 고요가 찾아온다. 귀수신마는 잠시 머뭇거리다 사황에게 물었다.


“저, 사황님. 과연 천무를 제거할 수 있을까요?”


푹신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던 사황이 조소를 머금는다.


“글쎄,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음, 애초에 천무가 대회에 나올는지도 불확실한 상태 아닙니까. 게다가 참가해도 제일 마지막에나 나올 겁니다.”


천무는 무림을 쩌렁하게 울리는 대단한 고수다. 제일 마지막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고, 그리되면 소년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물론 소년이 때맞춰 출전할 수도 있으나 그러면 보는 눈이 많아진다. 동시에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테고 말이다.


“아니, 그렇게는 되지 않아. 누구보다도 순수한 아이니까.”


“예?”


사황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창밖을 응시했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그런 아이들은 말이야. 속으로 계산을 하지 않아.”


“······.”


“초반에 한번은 나올 거다. 반 친구들과 손속을 겨뤄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겠지. 게다가 중복출전도 가능하고 상처를 입힐 필요도 없으니까, 나오지 않을 리 없어.”


귀수신마가 감탄 어린 표정을 짓는다.


“흐흐, 그 황당한 대회 규칙이 우릴 도왔군요.”


“그렇지.”


만약 이번 대회 규칙이 저번과 같았다면, 천무는 맨 후반에 나올 것이다. 대련은커녕 근처도 못 갈 터였다.


“그런데 자결을 명하신 건 조금...”


“왜, 너무 가혹한가?”


“그 뜻이 아니오라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겠나 싶어서...”


사황은 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크큭, 자네도 들었겠지. 이 황당한 규칙을 정한 사람이 녀석이란 걸 말이야.”


“예, 그렇게 전해 들었습니다.”


“만독림의 그 당찬 아이는 연무장 위에서 죽게 될 거야. 자신의 목에 칼을 꽂으면서 말이지.”


귀수신마는 흠칫 몸을 떨었다. 사황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황량하고 차갑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혀를 날름대는 독사의 눈빛 같아 등골마저 오싹해진다.


“붉은 선혈이 연무장 바닥을 가득 적시겠지. 어쩌면 놈의 하얀 옷에도 튈지 몰라. 사람들이 비명을 지를 테고 장내는 아비규환에 빠지겠지. 그때 그 착하고 순진한 아이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자신에게 패한 상대가 비참하게 자결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말이야.”


“······.”


“궁금해 죽겠어. 그 표정을 빨리 보고 싶군.”




이튿날, 대회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날과는 다르게 참가자의 수준이 제법 높아졌다. 인근은 물론 다른 지방에서 날고 긴다는 고수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구경거리가 한가득이다.


“안 보여, 안 보인다고!”


연무장 주위로 구경꾼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으니. 두윤이가 까치발을 서며 방정을 떨어댄다. 곁에 있던 금소령이 녀석의 몸을 번쩍 안아 든다.


“자, 이러면 잘 보이지?”


“우와! 진짜 그래. 한눈에 다 보여.”


좋아라 웃는 두윤이.


“너 그러고 있으니까 꼭 엄마 품에 안긴 아기 같아.”


주상이가 한마디 하자 녀석이 바동댄다.


“이건 싫어. 내려줘, 날 내려놓으란 말이야!”


“으이그 변덕하고는. 그냥 봐요. 안 보인다면서!”


은경이의 구박에 녀석이 양 볼을 부풀린다. 소령이는 분홍빛으로 물든 얼굴로 두윤이의 몸을 꼬옥 안았다.


“이야! 저 낭자는 누구인가? 정말 예쁘구나.”


관중들이 탄성을 내지른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바라보니, 연무장 위에 웬 젊은 남녀가 대치하고 섰다. 서로 검을 움켜쥔 채 금방이라도 살수를 날릴 것만 같았는데.


“연 사매! 이렇게 다시 만나는구려.”


“아아, 사 오라버니. 우리의 운명은 돌고 돌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군요. 마치 신의 장난 같아요.”


여인이 검을 내려다본다.


“이 검으로 오라버니를 베어야 한다니, 차라리 죽음의 신과 입맞춤을 하겠어요.”


“사매! 그런 말 마오. 그 누구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소. 운명이 방해한다면, 내 이 검으로 베어버리리다.”


관중들이 웅성댄다.


“야! 그만 떠들고 좀 싸워라!”


“맞아. 왜 이렇게 수다가 심해.”


‘챙!’


검과 검이 부딪치며 맑은 소성이 인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움직임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이런 걸 약속 대련이라고 부르는데.


그 순간, 여자의 발이 살짝 꼬인다. 힘없이 털썩 주저앉는 여인, 아직 패배는 아니다. 관중들이 흥분해 한다.


“기회다. 목을 따 버려!”


“저세상으로 보내!”


여자는 비틀거리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아, 어지러워요!”


“연 사매!”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남자가 득달같이 달려가 여자를 부축한다. 그러더니만, 하늘에 대고 버럭 고함을 내지르는데.


“하늘이시여! 어찌 연 사매에게 고통을 주시나이까.”


“소녀, 이제 세상과 이별인가 봅니다.”


“연 사매! 사매가 행여 몹쓸 병에 걸린다 해도 난 그대 곁에 있을 것이오. 영원히...”


“아아... 오라버니, 사랑해요!”


두 사람이 서로를 부둥켜안자 관중들이 행패를 부린다.


“아니, 뭐 하는 짓들이야. 애들도 보는 대련에서!”


“아주 이불을 깔아라!”


“눈꼴셔서 더는 못 보겠네. 심판은 뭐 하고 있는 거냐고!”


얼굴이 빨개진 금소령이 얼른 두윤이를 내려놓는다.


“뭐야? 나 보고 싶어. 더 보고 싶단 말이야!”


“안 돼! 넌 아직 그런 거 볼 나이가 아니야.”


“우이씨... 별로 나이 차이도 안 나면서. 이럴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니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씩씩대는 두윤이. 그 모습을 유심히 살피는 시선이 있었으니. 곧 빠른 속도로 어디론가 사라진다.




점심 무렵, 갑작스레 회의가 소집됐다. 구천마련이 정식으로 무림맹에 항의를 해 온 것이다. 대회 규칙을 가지고 걸고넘어졌는데 예상은 했지만, 반발이 무척 거세다.


양측의 수뇌부가 모인 자리에서 귀수신마가 목소리를 높인다.


“상처를 입히면 패배라니, 이런 황당한 규칙이 어디 있소?”


제갈진현은 달래듯이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자자, 흥분하지 마시고 우리 서로 합의점을 찾아봅시다.”


양 측 누군가는 양보해야 끝나는 회의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끝날 공산이 컸는데.


“누구 마음대로 그런 규칙을 정한 거요. 우리 마련과 단 한마디라도 상의한 적 있소?”


“대회 규칙을 정하는 데 있어서 충분한 시일을 두었소이다. 그땐 가만히 계시다가 지금 와서 이리 반대를 하고 나서니, 모양새가 좀 그렇습니다.”


무당파 장문인 도진진인의 말에 귀수신마가 눈살을 찌푸린다.


“무림맹이 천하의 주인이라도 되는 거요? 반대의 목소리를 전부 묵살해버린 채 무슨 권리로 고금제일인을 뽑는다는 거요?”


제갈진현은 슬쩍 옆에 앉은 금소령을 돌아본 후 조용히 말을 이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 무림맹은 단독으로 이 사안을 결정하지 않았소이다. 천존령패의 권위를 빌어 만천하에 공표한 것이오.”


“우리 마련은 인정할 수 없소.”


“허면, 귀수신마께서는 천존령패의 권위를 무시하겠다는 것이오?”


천존령패는 천존 사마광의 상징이다. 작금에 이르러 그 실권은 사라졌다지만, 대놓고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결국, 천존령패의 권위와 독고진천의 실권이 정면충돌한 셈이었는데.


귀수신마가 입을 닫자, 사황은 무표정한 얼굴로 맞은편을 응시했다. 단연 미모가 돋보이는 두 소녀, 금소령과 제갈은경이다.


“그대가 천존궁의 궁주시오?”


사황의 물음에 금소령은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음?”


다짜고짜 반말이 날아오니, 사황은 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궁주께 실례가 될지 모르겠으나 어디 패를 한번 봅시다. 아, 오해는 하지 마시오.”


금소령이 와락 입술을 깨문다.


“내가 의심병이 있어서 말이오.”


잠시 머뭇거리던 금소령이 목에 걸고 있던 패를 보여준다. 사황은 지그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가짜요, 진짜요. 육안으로는 구분이 안 되는데?”


“무엄하다!”


꼴을 지켜보던 마존자가 거세게 탁자를 내려친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네놈은 우릴 보고도 천존령패를 의심하는 것이냐?”


천존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구대존자가 격노한 얼굴로 쳐다본다.


“크크큭, 아니면 말고.”


사황은 팔짱을 끼며 등을 기댔다. 전혀 급할 것이 없다는 표정인데.


“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임사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손짓을 하자 기찰영주가 따라붙는다.


“하명하십시오.”


“시간을 끌고 있어. 뭔가 다른 속셈이 있군. 현재 상황은 어떤가?”


기찰영주가 공손히 고개를 숙인다.


“천마군림대가 근거리에서 대기 중입니다. 한시도 눈을 떼지 말라 일렀습니다.”


“상황을 경계에서 보호 단계로 올리게. 되도록 연무장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


“알겠습니다.”


임사군은 지그시 미간을 찌푸리며 서원 쪽을 돌아봤다.


‘느낌이 좋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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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목격자는 싫어요 -118 18.12.01 1,606 14 11쪽
117 즐거운 무림대회 -117 18.11.30 1,588 19 10쪽
» 즐거운 무림대회 -116 18.11.28 1,673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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