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조회수 :
361,722
추천수 :
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8.12.05 20:58
조회
1,503
추천
17
글자
12쪽

목격자는 싫어요 -120

DUMMY

백운이는 이를 악물고 녀석들에게 달려갔다.


와락 움켜쥔 주먹이 얼굴로 달려들자 무사가 급히 허리를 숙인다. 허공을 가로지른 주먹이 확 펴지자 순간, 하얀 분말이 폭발한다.


“크윽!”


매캐한 연기와 함께 두 무사가 얼굴을 움켜쥐고 쓰러지니 주먹이 꽂힌다. 무사들이 기절해버리고, 두윤이가 코를 쥐며 다가온다.


“아유 매워. 그건 뭐야?”


“연막탄이에요. 혹시나 해서 챙겨왔어요.”


“우와 이런 게 있었구나. 나도 몇 개 빌려줘. 대련 때 써먹어야지.”


기린이가 한숨을 내쉰다.


“그런 거 쓰면 실격이라고요.”


“진짜? 그런 말은 규칙에 없던데.”


그걸 꼭 규칙으로 써놔야 하나. 연막탄은 물론 화약이나 기타 독극물도 사용이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으니, 상식 아닌가.


“빨리 어머니를 구해야 해요!”


백운이는 얼른 감옥 문 쪽으로 달려갔다. 문이 굳게 잠겨 있는데 열쇠는 보이지 않고.


“분명 여기 어딘가 있을 거예요.”


일행은 열쇠를 찾아 나섰다.


“됐어요. 찾았어요.”


쓰러진 무사 허리춤에 열쇠 꾸러미가 보인다. 백운이는 급히 열쇠를 움켜쥐고 문 앞에 섰다.


‘끼익’


육중한 철문이 열리자 지하로 계단이 이어진다. 일행은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갔다. 환한 횃불이 타오르는 감옥 내부. 무사 두 명이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백운이는 검지를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목격자를 제거한다!”


‘와장창!’


꽥 소리도 못 내고 감옥 저편으로 날아가는 무사들.


“아유 제발 좀!”


백운이는 화들짝 놀라며 무사들에게 달려갔다.


“왜 저래. 목격자만 없으면 되는 것 아녔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기린이가 어깨를 으쓱하고.


“너, 너는 운이가 아니냐?”


감옥 어딘가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사의 품을 뒤적거리던 백운이가 벌떡 일어나 소리가 난 감옥 문을 부여잡는다.


“예, 어머니! 소자 백운이에요.”


“흑흑, 살아있었구나. 우리 아들이 살아 있었어.”


갇혀 있던 만독림 사람들이 울음을 터트린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얼른 구해 드릴게요.”


백운이가 무사들 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낸다. 그런데 열쇠가 좀 많다. 수십 개의 열쇠 중, 감옥 문 열쇠를 찾으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듯한데.


“그냥 부숴버릴까?”


두윤이가 막대기를 움켜쥐자 기린이가 막아선다.


“안돼요. 그럼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어요.”


문만 부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만독림 사람들의 손목과 발목에는 두꺼운 수갑까지 채워져 있다. 결국, 열쇠를 찾아야 했는데.


“좋아. 그럼 난 밖에 나가서 망을 보고 있을게. 얼른 나와야 해.”




한편, 그 시각.


침입자가 발견되었다는 보고에 혈랑대주는 대원들을 이끌고 전각으로 달려갔다. 이미 흑아루 무사들이 건물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다.


“침입자는 모두 몇 명인가?”


흑아루 무사가 급히 예를 올린다.


“정확한 인원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소수인 것은 확실합니다.”


“아직 안에 있겠지?”


“그렇습니다. 출구는 하나뿐이니 도주할 길은 없습니다.”


지원군이 도착하자, 흑아루 무사들이 건물로 진입하려 한다.


“대기하라. 어차피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어. 본대에는 연락했는가?”


“이미 연락했습니다.”


“좋아.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주변을 철통같이 지킨다. 쥐새끼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채채챙!’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검을 뽑아 든다. 혈랑대주는 느긋한 표정으로 건물을 쏘아봤다. 사황부 최정예 병력인 혈랑대가 총출동했다. 거기에 흑아루 무사들도 만만치 않은 전력이었으니. 능히 거대 문파도 초토화시킬 대단한 병력이 모인 건데.


“앗!”


난데없이 입구에 나타난 복면인이 호들갑을 떤다. 체구가 작아서 어린아이처럼 보였는데.


“뭐야! 아저씨들 누구예요?”


“······.”


누구냐니? 선뜻 대답을 못 하는 대원들. 흑아루 무사 중 한 명이 소리친다.


“그러는 네 놈은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싫어요. 목격자가 있으면 곤란하다고요.”


당연히 곤란하겠지. 문득 녀석이 막대기를 움켜쥔다.


“어쩔 수 없네요.”


붕하고 몸을 띄우는 녀석, 입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터져 나온다.


“목격자를 제거한다!”


‘슈우욱!’


허공을 격하고 막대기가 수평으로 휘둘러진다. 뭔가 싶어 바라보던 흑아루 무사들이 볏단처럼 와르르 쓰러지고.


“바... 방금 뭐야?”


미처 쓰러지지 않은 무사들의 어깨를 타넘어 하늘로 치솟는 녀석, 이번에는 땅바닥을 향해 막대기를 꽂아 넣는다.


‘콰콰쾅!’


대폭발이 일어나며 무사들의 몸이 이리저리 튀어 나가고.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른 무사들은 움직일 줄을 모르니, 이 가공할 위력 앞에 대원들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쳐라! 놈을 막아!”


혈랑대주는 검을 뽑아 들며 달려갔다. 순간, 녀석의 막대기가 이쪽을 향해 찔러 넣어진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 황급히 왼쪽으로 몸을 굴렸더니.


‘슈아앙!’


바로 옆으로 섬뜩한 기운이 지나쳐 간다. 혈랑대주는 고개를 돌려 대원들 쪽을 쳐다봤다. 먼지 사이로 언뜻 비치는 투명한 막이 대원들을 날려버리고 있다.


저 멀리 휩쓸려간 대원의 몸이 건물 벽과 부딪쳐 사방팔방으로 나동그라지고. 스무 명의 대원 중 몸을 일으키는 사람은 없다.


“이, 이놈이!”


혈랑대주는 이를 악문 채 검을 움켜잡았다.


“감히 우리 대원들을...”


장내를 바라보던 그는 뒷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무려 팔십이 넘는 무사들이 전부 바닥에 쓰러져 있다. 차가운 침묵이 흐르고, 펄럭이는 옷자락 소리와 함께 녀석이 땅 위로 내려선다.


“아직 한 명 남았네?”


그 한마디 말이 얼마나 무섭게 느껴지던지, 혈랑대주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너, 너는...”


녀석이 막대기를 들어 올린다. 세상이 끝장나는 기분은 이런 걸까?


“멈춰라, 이놈!”


거대한 장소성과 함께 누군가가 경공을 펼치며 날아온다. 귀수신마와 흑아루 루주인 흑아신군이다. 세상을 벌벌 떨게 할 대 마두님의 출현! 혈랑대주는 살았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뭐야? 목격자가 또 있다니. 제거한다.”


‘콰콰쾅!’


난데없이 거센 회오리바람이 생성되더니 두 사람의 몸을 하늘 높이 날려 버린다.


‘끄아아아!’


실 끊어진 연처럼 허공으로 치솟는 두 사람, 소식이 없다. 혈랑대주는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사, 살려줘!”


“목격자를...”


천천히 막대기가 들어 올려지고, 그게 혈랑대주가 본 복면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다음 날, 정오.


사황을 필두로 구천마련의 수장들이 무림맹에 또 모였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흥분한 마련 측 인사들, 제갈진현은 인자한 미소로 환대해 주었는데.


“규칙에 대한 회의는 어제 끝난 것으로 아는데요?”


잔혼신마가 부르르 몸을 떤다.


“군사께서는 우리가 왜 여기 왔는지를 설마 모르시는 게요!”


“아, 그 일 말입니까. 저도 오늘 아침에 보고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이건 우리 구천마련에 대한 도전으로...”


“잠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마침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잔혼신마가 슬쩍 고개를 돌린다. 사황은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범인이 어디 도망갈 것도 아닐진대.”




드넓은 식탁에 간단한 요깃거리가 나오고, 무림맹과 구천마련 사람들은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전날과는 다르게 마왕도 참석했는데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군사께서도 아시다시피 어제 흑아루가 습격을 당했소. 이로 인해 마련은 큰 피해를 보았소이다.”


“이런, 이런! 심려가 크시겠소이다. 헌데, 범인은 잡았소이까?”


잔혼신마가 흠칫 몸을 떨더니 씹어뱉듯 말을 잇는다.


“한두 명의 소행이 아니었소. 적어도 한 문파가 움직였을 것이오.”


“허어, 대회 기간 중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다니...”


고기를 들고 씹던 마왕이 혀를 끌끌 찬다.


“하긴 뭐, 좋은 일에는 마가 끼는 법이지.”


한쪽에서 차를 음미하던 임사군은 빙그레 웃었다. 이번 일로 구천마련이 입은 피해는 실로 막대했으니.


흑아루가 통째로 박살 났으며, 사황부의 정예 병력인 혈랑대가 공중분해 됐다. 그도 모자라, 마련의 첩보를 담당하는 귀수신마와 흑아루 루주는 아직도 행방불명이다.


잔혼신마 옆에 앉은 무적신마가 목소리를 높인다.


“범인은 아직 서원 내부에 있소. 여러 증거를 종합해 볼 때 범인은...”


“거기 소금 좀 주시오. 왜 이렇게 싱거워?”


제갈진현이 손을 내밀자 부군사 제갈문익이 소금 병을 건넨다.


“그러니까 범인은...”


“아니, 이건 설탕이잖소. 소금 달라고, 소금.”


“하하, 죄송합니다.”


머리를 긁적이는 제갈문익. 탕에다가 소금을 팍팍 치던 제갈진현이 힐끔 고개를 든다.


“그래서요. 범인이 누구랍니까?”


무적신마가 새빨개진 얼굴로 헛기침을 해댄다.


“험험, 우리 대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범인은 독사출동이란 검법을 쓰고 체구가 작았다 하오. 목소리도 여려서 십 대 중반의 소년인 것으로...”


제갈진현의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본 무적신마는 뒷말을 흐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십 대 중반의 독사출동을 쓰는 소년에게 혈랑대와 흑아루가 당한 것이로군요.”


“그, 그렇긴 한데...”


“으하하하, 독사출동에 당하다니!”


젓가락질을 하던 마왕이 폭소를 터트린다.


“팔방풍우까지 나왔으면 아주 오금이 저렸겠구먼.”


임사군은 질끈 눈을 감았다. 여기서 웃으면 산통 다 깨지는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이유! 대원들의 상태가 멀쩡한 반면, 내공만 사라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상상이 안 됐는데.


무적신마가 부르르 몸을 떤다.


“일반적인 독사출동이 아니었소이다.”


“그럼 특별한 독사출동은 대체 뭔가? 크흐흑!”


마왕이 자꾸 비웃자, 무적신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제갈진현은 답답하다는 얼굴로 탕을 휘휘 저었다.


“우리 무관 학생들은 십 대 소년이 대부분일뿐더러, 독사출동이란 초식은 가르치지 않소이다. 그런 건 배우고 들어와야지, 안 그런가?”


부군사 제갈문익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요. 본 무관은 장차 무림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입니다. 학생 선별에 있어서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요.”


“말장난은 그만하시게.”


사황이 나선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되지만, 제갈진현의 얼굴에는 능글능글한 미소가 여전하다.


“범인은 우리가 잡아둔 죄인들까지 탈옥시켰소. 그들은 천존궁을 배반하고 반란을 모의한 수괴들이오. 이건 문제가 커질 수도 있소이다.”


무림맹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면 재미없을 거라는 협박이다. 제갈진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한다.


“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죄인들은 누굽니까?”


“기밀 사항이니 알려드릴 수 없소이다.”


“허허, 그렇습니까?”


사황이 스산한 미소를 짓는다.


“천무를 데려오시오. 그에게 직접 물을 말이 있소이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소이다. 증거도 없는데 그런 높으신 분을 함부로 오라 가라 할 수는 없지요. 제 권한 밖입니다.”


사황이 팔짱을 끼며 의자에 등을 기댄다.


“그러면 뭐, 우리는 범인이 천무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소. 여러 정황증거가 확실하니 직접 알아낼 수밖에······.”


마련이 실력행사에 들어가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자칫 전면전의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었는데. 제갈진현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임사군은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허면, 천무를 불러오겠습니다. 잠시 쉬고 계시지요.”


“아니, 여기 앉아서 기다리지. 남는 게 시간이거든.”


사황이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임사군은 지그시 미간을 좁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두윤이의 무림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습작을 읽기 전에 (연재 시간) +1 18.05.20 3,752 0 -
144 완전 행복해요! -144(완결) +5 19.01.11 1,811 25 22쪽
143 이별이란 슬퍼요 -143 19.01.10 1,411 17 12쪽
142 이별이란 슬퍼요 -142 19.01.09 1,380 17 16쪽
141 행복해요 -141 19.01.08 1,387 18 13쪽
140 행복해요 -140 19.01.07 1,338 13 11쪽
139 행복해요 -139 19.01.06 1,382 15 12쪽
138 완전 신나! -138 19.01.05 1,353 14 11쪽
137 완전 신나! -137 19.01.04 1,346 15 12쪽
136 귀동이가 부러워요 -136 19.01.02 1,361 13 10쪽
135 귀동이가 부러워요 -135 18.12.31 1,355 15 14쪽
134 귀동이가 부러워요 -134 18.12.30 1,358 15 14쪽
133 짜증나! -133 18.12.28 1,361 18 11쪽
132 짜증나! -132 18.12.26 1,348 17 13쪽
131 짜증나! -131 18.12.24 1,422 15 12쪽
130 빨리 사과하세요! -130 18.12.22 1,450 13 12쪽
129 빨리 사과하세요! -129 18.12.21 1,434 15 12쪽
128 빨리 사과하세요! -128 18.12.19 1,429 15 11쪽
127 생일잔치가 기대돼요 -127 18.12.17 1,445 15 10쪽
126 생일잔치가 기대돼요 -126 18.12.15 1,492 14 12쪽
125 선물을 사러가요 -125 18.12.14 1,385 16 12쪽
124 선물을 사러가요 -124 18.12.12 1,441 13 11쪽
123 선물을 사러가요 -123 18.12.10 1,494 13 15쪽
122 목격자는 싫어요 -122 18.12.08 1,533 14 13쪽
121 목격자는 싫어요 -121 18.12.07 1,498 15 12쪽
» 목격자는 싫어요 -120 18.12.05 1,504 17 12쪽
119 목격자는 싫어요 -119 18.12.03 1,493 17 11쪽
118 목격자는 싫어요 -118 18.12.01 1,593 14 11쪽
117 즐거운 무림대회 -117 18.11.30 1,582 19 10쪽
116 즐거운 무림대회 -116 18.11.28 1,666 1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