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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님의 서재입니다.

두윤이의 무림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김영남
작품등록일 :
2018.05.20 22:25
최근연재일 :
2019.01.11 21:06
연재수 :
144 회
조회수 :
361,720
추천수 :
3,806
글자수 :
842,547

작성
18.11.30 21:05
조회
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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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0쪽

즐거운 무림대회 -117

DUMMY

그런데 그 시각.


두윤이는 연무장에 딱 붙어 있었다. 초급반 아이들이 모두 누군가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옥기린은 그동안 수련한 무예를 마음껏 펼치고 있었다. 양손에 들린 쌍 비수가 번뜩일 때마다 상대가 정신없이 물러난다.


처음에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몸이 풀렸는지 여유롭게 상대를 압박해 나간다.


“차압!”


공중에서 팽이처럼 회전하는 기린이, 두 개의 비수가 목과 심장을 겨눈다. 흠칫 물러나던 중년인이 결국 발을 헛디뎌 연무장 밖으로 나동그라지고.


“와! 대단한 연환공격이다. 몰아치는 기세가 마치 폭풍 같구나.”


관중들의 감탄이 이어지자 기린이는 늠름한 자세로 예를 올렸다.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저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두윤이는 다급한 심정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언제나 옆을 지키던 주상이가 보이지 않는다. 아까부터 배가 아프다며 징징대더니 딱 맞췄다. 게다가 모두 무림맹에 가 있으니 기회는 지금뿐이다.





“옥기린 승! 대련을 이어가시겠소?”


심판에 물음에 기린이는 잠시 주저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연무장으로 올라온다. 기린이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내가 상대해 주마!”


“형이 여길 왜 올라와?!”


두윤이는 목검을 겨누며 사납게 외쳤다.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운명이 우릴 갈라놓아도 날 막을 수 없어. 덤벼라!”


관중들이 쑥덕인다.


“저게 뭔 소리야, 운명이 뭘 어쨌다고?”


“글쎄, 근데 저 아이는 누구지? 분명 낯이 익은데...”


“이, 이럴 수가! 저 아이가 바로 천무다. 무림을 구한 대 영웅 천무 말이야.”


“뻥까고 있네.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진짜라니까!”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심판이 목소리를 높인다.


“자자! 조용히들 해 주시오. 아직 대련이 끝나지 않았소이다.”


심판들의 외침에도 술렁임이 멈추질 않는다.




그 모습을 연무장 아래에서 지켜보던 동백운은 거친 숨을 가다듬었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가슴 한편에 품은 단검에서 시리도록 차가운 냉기가 느껴진다.


사람들을 헤치며 천천히 연무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 길이 너무나 멀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눈물이 앞을 가려 고개조차 들 수가 없지만,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어머니, 건강하세요. 소자 이만...’


동백운은 어머니가 계신 곳을 향해 공손히 예를 올렸다. 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천무는 위대한 영웅이다. 성공해도 죽고 실패해도 죽게 될 것이다.


‘하늘이 참 맑구나...’


이제 저 연무장 위로 오르면 다시는 내려오지 못할 터, 주어진 잠시의 시간을 감사히 음미했다.




연무장 위에서 심판이 크게 외친다.


“더 이상 소란을 피우면 대회를 중지시키겠소!”


그 말에 관중들이 입을 닫고. 심판은 기린이 쪽을 쳐다봤다.


“다시 묻겠소. 대련을 이어가시겠소?”


“아니요. 여기서 그만두겠어요.”


“좋소. 내려가시오.”


기린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도망을 친다. 두윤이는 펄쩍 뛰었다.


“야! 너 나랑 안 싸우고 어디가?”


“승자는 대련을 이어갈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소. 중복 출전의 규칙을 설마 모르시는 게요?”


“아,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두윤이가 어깨를 움츠리자 심판이 관중들 쪽으로 몸을 돌린다.


“다음 대련자 앞으로 나오시오.”


“잠깐만요. 저도 관둘래요. 모르는 사람하고 싸우기 싫다고요.”


“그럴 수 없소. 한번 연무장에 오르면 반드시 대련을 해야 하오.”


심판의 말에 화가 잔뜩 난 두윤이.


“왜 자꾸 이랬다저랬다 하세요. 언제는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메요!”


“승자에 한해서 그렇다는 것이오, 승자에 한해서!”


“흥! 어쨌든 전 관두겠어요.”


“그럼 패배요. 이름을 말해주시오. 기록해야 하니까.”


심판이 기록원 쪽을 쳐다본다. 연무장 옆에는 다른 심판들이 종이에 뭔가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한번 패한 사람은 다시는 대련에 참여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이다.


“자, 잠깐만요!”


냉혹하게 등을 돌려버리는 심판.


“한 번만 봐주세요. 아직 대련도 하지 않았잖아요.”


“이미 포기를 선언했으니 패배로...”


두윤이가 심판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는다.


“제발요. 저 진짜 혼난단 말이에요!”



실랑이가 벌어지고 또다시 대련이 중단된다. 연무장 밑에서 그 모습을 올려다보던 동백운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저 어린아이가 천무라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심판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떼를 쓰는 아이. 해맑은 눈빛을 하고서 이젠 아예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그 작은 가슴에 칼을 꽂아야 한다니.


‘난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동백운은 와락 입술을 깨물었다. 입안으로 비릿한 향이 풍긴다.


‘그래도 해야 해. 어머니와 형님들을 위해서라면...’


스르르 눈이 감긴다. 그때, 심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좋소! 그럼 이번 한 번은 봐 드리겠소. 다음 대련 상대는 앞으로 나오시오!”


동백운은 번쩍 눈을 떴다. 이제 세상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극독이 묻은 단검을 움켜쥐고 연무장에 오르려던 찰나,


“덤벼라! 내가 상대해 주마.”


짤랑거리는 외침이 들려온다. 흠칫 고개를 들었더니, 천무보다 더 어려 보이는 아이가 연무장 위에 떡하니 버티고 섰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마군림대의 대주 기천인은 푸념을 해대고 있었다.


“대체 어쩌자고 저러는 걸까. 난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잠깐, 저 흑의 소년 말입니다. 뭔가 수상합니다.”


조심성이 많은 사마운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런가? 무공은 형편없는 것 같은데.”


“저 소년, 아까부터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잔뜩 긴장한 채로 말입니다.”


“그렇군. 일단 나서는 게 좋겠어.”


천마군림대는 연무장 앞으로 몸을 날렸다.




상황이 묘하게 돼 버렸다. 두 소년이 동시에 연무장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심판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는데.


“어쩔 수 없소. 두 사람이 동시에 올라왔으니 한 명은 양보를 해주시오.”


흑의 무복을 입은 소년이 외친다.


“제가 먼저 올라왔습니다. 이대로 양보할 수 없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먼저라고요.”


백의를 입은 아이가 목소리를 높인다. 바로 막내 녀석, 동이였는데.


“허어, 이 일을 어쩐다.”


심판이 결정을 못 내리자, 두윤이 왈.


“막내야! 넌 좀 빠져. 여기가 어디라고 올라와?”


“왜, 날 상대하기가 두려운 거야?”


“그게 아니라 넌 아직 어린아이잖아. 너무 이르다고.”


“뭐가 어려! 전날 말했을 텐데. 난 백 살이라고!”


관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문득, 목소리 큰 사람이 나선다.


“내가 봤소. 백의 소년이 더 빨랐소이다.”


“그런가? 먼저 연무장에 오른 건 흑의 소년이었던 것 같은데...”


‘퍽!’


가공할 주먹질에 말을 꺼낸 남자가 고꾸라진다. 모두들 겁에 질리고.


“백의 소년이 더 빨랐단 말이오.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소!”


몇몇 사람들까지 가세해 백의 소년이 빨랐다고 외친다. 그게 결정에 도움이 되었고 심판이 나선다.


“좋소. 여러분의 눈을 믿겠소이다. 대회를 속개할 것이니 조용히 해주시오.”


결국, 흑의 소년은 다시 연무장을 내려가야 했다.




대련이 시작되자 막내가 목검을 움켜쥔다.


“나의 오랜 친구야! 오늘 대결을 위해 삼십 년을 기다렸다.”


두윤이는 손에 쥔 목검을 빙글빙글 돌렸다.


“어쩌라고?”


“오너라.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떠오를 수 없어!”


“그래, 잘 가라.”


아무렇게나 휘두른 목검, 순간 돌풍이 불어와 막내의 몸을 날려버린다. 훨훨 연무장 밖으로 날아가는 막내, 곧 비명 성이 울려 퍼진다.


“아야! 내 다리.”


“응? 또 뭐야.”


두윤이는 얼른 연무장 끝으로 달려갔다.


“으아앙! 다리가 부러졌나 봐요. 아파 죽겠어요!”


막내가 다리를 부여잡은 채 울음을 터트린다. 일부 관중이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연무장이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그렇지만, 심판의 결정은 칼처럼 정확했으니.


“승자는...”


“잠깐만요!”


뒹굴뒹굴하던 막내가 벌떡 일어나 외친다.


“저 다쳤다고요! 제가 이긴 거예요.”


“허나 연무장 밖으로 나갔으니 장외 패다.”


“말도 안 돼요. 검풍에 몸이 날린 순간 다쳤다니까요.”


좀 그럴듯한 항변이다. 장외 패를 당하기 전에 다쳤다면 말이다.


“아니, 어디가 어떻게 다쳤는데. 다리가 부러졌다며 왜 이렇게 멀쩡해?”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던 막내가 이번에는 종아리를 깐다.


“여기 보세요. 이렇게 까졌잖아요. 상처가 났으니 제가 승리한 거예요.”


그걸 지켜보던 관중들, 크게 한숨을 내쉬는데.


“아니 오늘 대련 수준이 왜 이래.”


“그러게 말이야. 아주 대회 운영이 개판이구만.”


심판들이 당황해하며 막내의 종아리 상처를 살핀다. 아주 미세하게 까진 상처가 있긴 있는데. 과연 이걸 상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파 죽겠다고요! 으아앙...”


울음까지 터트리는 막내! 꼴을 지켜보던 두윤이도 지지 않는다.


“크윽, 저도 가슴이...”


난데없이 가슴을 움켜쥐며 무릎을 꿇자, 관중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쟤는 또 왜 저래?”


“전 동이를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아껴주고 보듬어 안아주고 싶다고요.”


“그런데?”


“그런 동이에게 검을 휘두르려니 마음이 너무나 아파요.”


“아니, 그래서 어쩌라고?!”


관중들의 외침에 두윤이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자랑스럽게 외쳤다.


“어쩌긴 뭘 어째요. 당연히 제 승리죠. 마음의 상처도 상처 아니겠어요?”


심판은 물론 아까 목청을 높였던 천마군림대 대원들, 그리고 수많은 관중이 헤벌레 입을 벌린다. 막내가 난장을 까댄다.


“말도 안 돼!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나도 마음의 상처를 입었어. 아니, 형보다 먼저 상처를 입었단 말이야!”


결국, 대회는 관중들의 항의로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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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생일잔치가 기대돼요 -126 18.12.15 1,492 14 12쪽
125 선물을 사러가요 -125 18.12.14 1,385 16 12쪽
124 선물을 사러가요 -124 18.12.12 1,441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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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목격자는 싫어요 -118 18.12.01 1,59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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