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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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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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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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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8,498

작성
24.02.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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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다시 마을로 (2)

DUMMY

“잠깐. 너 지금 너는 독일어로 말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래. 왜?”

“방금 무슨 욕을 한 거야? 철자를 말해봐.”

“너한테는 어떻게 들렸는데?”

“아주 고급스럽게.”

“그게 무슨······.”

“아, 어쨌든 철자가 어떻게 되냐고.”

“H.U.R.E.”

“아, 그게 독일어로······.”

“영어도 말해줘? 비, 아이, 티······.”

“아, 알겠어. 알겠다고.”

“그건 왜 물어본 거야?”

“아니.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적당한 번역이 되는가 싶어서.”

“번역?”


나는 캐슬맨의 말을 들으면서 문득 거지 녀석이 궁극기를 썼을 때가 떠올랐다.

분명 드래곤 팜이라고, 영어로 들렸던 것이다.

이들이 독일인이었다면, 그리고 독일어를 쓰는 것이 나에게는 한국어로 번역되는 것이라면 관용적으로 쓰는 영단어 표현도 아니고 그게 영어로 들렸을까 하는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대충 얼버무렸다.


“그냥. 지금까지 있으면서 여러 패치들 말이야. 패치 내역에서 번역 관련은 없지 않았나? 동시 통역 말이야. 있었어? 기억이 잘 안 나네.”

“흠. 그러고 보니. 패치 내역은 1년이 지나면 지워지니까 뭐 지금 다시 확인해볼 수도 없고.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렇네. 옛날에는 약간, 아주 약간 어색할 때가 있었는데.”


아, 패치 내역 기록은 1년이 지나면 지워지는 거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그런데 녀석이 나를 조금 이상하게 볼 것 같아서 일단 급한 대로 둘러댔다.


“그렇지? 맨 처음에는 그리 완벽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 진짜, 갑자기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어쨌든 그 쌍년이 뭘 어쨌는데?”

“쌍년? 지 멋대로 그냥 귀속시켜버린 거지 뭐.”

“어?”

“그 년이 지금 대장질 하고 있는 놈하고 붙어먹고 있거든. 굳이 말하자면 그 칼의 소유권은 일단 그 쌍년한테 있어. 다만, 거래를 할 수 없는 귀속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 달랐지. 하지만 어쨌든 소유자는 그년이니까, 그년의 양도 없이는 칼을 소유할 수가 없는 거야.”

“아······. 그래서 한스는 열 받아서 나간 거고?”

“처음에는 그 년놈들에게 부탁도 많이 했지. 하지만 그것들이 듣겠어?”

“음······.”

“그런데 너희들이 싸울 때는 정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누가 잡았냐?”

“내가.”

“오. 그런데도 순순히 한스를 도왔다는 거네.”

“구렸으니까.”

“어?”

“아이템이 구렸으니까.”

“하하하. 그래도······. 내 생각에는 거기에도 같은 효과가 있었을 거 같은데. 맞지?”

“음. 뭐, 그런 것 같아. 나는 그걸 적대적 몹이 아니라 일반 NPC한테도 쓸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지만.”

“하하하. 그걸 NPC에게 거는 게 아니야.”

“그럼?”

“하데스 주간에. 자신들에게 거는 거지.”

“어떻게?”

“아까 내가 뭐라고 했어? 강령술이 필요하다고 했지?”

“그래.”

“자, 일단 놈을 부활시킬 거야. 그리고 놈 주위에 시체들을 가져다 놓으면?”

“놈이 언데드 군대를 일으킨다? 놈의 고유 능력이니까?”

“그렇지. 그 다음에? 저주받은 검의 마법을 쓰는 거야.”

“왜?”

“피아식별을 못하게 만들어야지.”

“아. 그럼 지배권에 상관없이 강령술사를 공격할 수도 있겠군.”

“그렇게 놈들에게 공격받는 상태로 마을로 간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음······. 마을 사람을 먼저 치지는 않지만, 이미 어그로가 끌린 대상을 따라 마을로 들어가고, 그 와중에 마을사람들이 휩쓸린다는 말이겠군.”

“바로 그거야.”

“이상한데.”

“뭐가?”


그럼 꼭 하드코어 모드 기간일 필요가 있나?

노멀 상태 시기에도 그 방법은 가능한 것 아닌가? 어차피 NPC는 그거 가리지 않고 일단 죽으면 끝이니까.

그래서 그걸 물었더니 캐슬맨은 지배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지배권. 마을의 지배권 말이야. 말하자면 영토 소유 선포. 그건 하드코어 모드 기간밖에 활성화가 안 되거든. 그 전에 마을을 청소한다고? 그래봤자 다른 NPC들이 생성 되서 마을로 기어들어 올 거야. 재수 없으면 다른 이벤트가 생길 지도 모르지.”

“이벤트라면······.”

“이 일대의 가장 큰 서쪽 도시에서 성기사단원들을 보낸다. 그리고 주둔하며 방어한다. 그게 노멀한 시기에 마을을 쓸었을 때 일어나는 일.”

“음? 그런데 왜······.”

“잠깐.”

“어?”


캐슬맨이 갑자기 품 안에서 작은 펜던트를 꺼냈다. 그런데 그것의 표면에서 희미한 붉은 빛이 점멸하고 있었다.


“뭐냐?”

“아, 귀찮게.”

“뭐? 뭐가 귀찮은데?”

“뭐긴 뭐야, 적이지.”

“적? 무슨 적?”


나는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만날 거고, 붉은 색이면 귀찮지.”

“왜?”

“뭐, 무작위로 생성되는 야외 몬스터 아니겠어?”

“아니, 그걸······.”


어떻게 아냐고 다 묻기도 전에 녀석은 손에 든 펜던트를 내 눈 바로 앞에 들이밀었다.

그 뜻은, 그게 일종의 경보기라는 뜻이다.


그리고 캐슬맨은 갑자기 자기 자리 옆에 있는 뭔가를 조작했다. 그러더니 들리는, 마차의 덜컹거림과는 다른 덜컹거리는 소리.

그리고 말 등을 겨우 가릴 정도의 금속 재질의 보호구가 갑자기 부채가 펴지듯 착착 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는 두 말의 머리와 앞을 가렸다.


“뭐, 뭐하는 거야?”


내가 조금 놀라 물으니 캐슬맨이 약간 가소롭다는 듯 나를 보며 웃었다.


“뭐야. 너 처음이야?”

“어?”

“마스터 등급의 기계공학자 마차에 타는 거.”

“어.”

“촌놈. 잘 보기나 해. 보자······, 좌표가······.”

“좌표라니.”


녀석은 허공에서 손가락을 세우고 휘젓고 있다. 그것은 녀석의 상태창 혹은 스킬창이나 맵을 열어 뭔가를 조작하고 있다는 뜻.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계음이 뒤섞인 말의 울음소리. 이어 놀랍게도 말의 울음과 함께 녀석의 입에서 뿜어져나간 입김이 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가더니 그곳에서 불꽃을 내며 펑, 소리와 함께 멈췄다.


나는 곧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벌레구멍.

웜홀이었다.

마법사들만 차원문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기계공학자들도 웜홀 생성 장치를 만들 수가 있었다.


그게 마차와 연결되어 있었을 줄은 몰랐지만.


빠르게 달려가는 마차는 웜홀을 통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우리가 도착한 곳은, 우리가 도착해야 할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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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따끔함 같은 희한한 느낌을 떨쳐내고 우리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았다.

분홍색의 세계수.

심지어 내가 떠나왔을 때보다 훨씬 크게 자라 있었다.


캐슬맨 녀석도 놀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마차를 멈춘 후에, 저 멀리 있음에도 하늘을 가릴 듯 자라나 있는 거대한 나무를 보고 한동안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서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사이 우리가 도착한 곳의 주위를 살폈다.

다 무너진 성벽과 성터.

예전에도 이런 곳이 있었었나?


“이봐. 여긴 어디야? 어이. 정신 차리고.”

“어. 어? 아, 여기. 옛날에 있었던 감시탑 기지 자리.”

“감시탑 기지?”

“어. 내가 만들었던 곳.”

“네가?”

“그래. 뭐, 지금은 다 무너진 채로 있지만. 어쨌든 내가 만든 곳. 그래서 여기 좌표를 보관할 수 있는 거지.”

“보관이라······. 그건 귀환석과는 다른 건가?”

“비슷해. 하지만 내 벌레구멍의 좌표는 내가 직접 지은 건물, 혹은 건물을 지었던 곳만 저장할 수가 있지. 원래부터 있던 마을이나 도시는 안 되고.”

“음.”

“아무데나 저장이 가능했으면 마법사놈들이 아주 난리였을 거다. 따지고 보면 차원문 여는 게 요즘 그 놈들의 주요 밥줄 중 하나인데. 그런데 어쨌든······. 생각보다 더 놀라운데? 그리고 심각하고.”

“심각해?”

“저 정도의 나무가 갑자기 생겨났는데, 그냥 보통 나무겠어? 그리고 가만히 넘어갈 놈들이 있겠어?”

“음······. 뭐 어차피 여기 오기 전에 녀석들이······.”

“이 정도의 나무면 그 놈들만 오겠냐는 거지. 아, 일단 여기 있어봐.”


그러더니 캐슬맨은 마차에서 내려 가죽 커버가 씌워진 가방을 마차 칸에서 꺼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 주위의 성벽과 감시탑 폐허의 잔해로 보이는 것들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캐슬맨이 그 가방을 열자 모두가 아이콘화 되면서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뭐 한 거야?”

“당연하잖아. 건축 재료 수급. 재료가 있어야 집을 만들고 벽을 만들지.”

“아니, 그런 식으로?”

“처음 보나?”

“이런 식의 재료 수급은 처음 보는데. 네가 지었다면 그냥 철거를 하면 바로 재료로 환원되지 않나? 소지품 안으로.”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방금 했던 건, 내가 쓴 재료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이 만든 것까지 다 가져온 거다.”

“다른 녀석.”

“뭐, 여기도 예전에는 제법 적당한 규모의 기지였으니까.”

“기지······.”


캐슬맨은 나를 마차에 내버려둔 채 열린 가방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기 시작했다. 녀석이 다가갈 때마다, 그저 덤불로만 보였던, 썩은 나뭇가지 정도로 보였던 것들이 모두 아이콘으로 변해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 주위를 청소한 캐슬맨이 다시 마차로 돌아왔다.


“다 했나?”

“일단은.”

“그거 꼭 플레이어가 만든 구조물만 가능한 거야?”

“뭐?”

“회수 스킬. 재료 회수 말이야.”

“아. 보통은.”

“보통은?”

“어. 하지만 NPC마을이나 그······, 점령한 던전 같은 경우에는 지배자의 권한을 받으면 전체회수도 가능하지.”

“그럼 거기는 네가 다시 다 지은 건가?”

“아니. 망가져있던 몇몇 탑과 외벽만 손댔을 뿐이야. 내부의 건물은 거의 건드리지 않았지.”

“음. 그래서. 재료는 충분해?”

“솔직히······, 한참 부족하겠는데? 일단 지금 내가 가진 정도로는. 나무가 저렇게 클 줄은 몰랐어.”

“나도 마찬가지야.”

“뭐?”

“내가 떠나오기 전만 해도 저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거든.”

“그 사이에 더 자랐다는 건가?”

“둘레는 비슷한 것 같은데, 일단 윗부분은 확실히.”

“흠······. 뭐, 일단 가보자. 벌레구멍을 쓰기를 잘했네. 그냥 왔으면 그 사이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르니까.”

“일단 내가 떠나서 너를 찾아갔을 때까지의 그 기간도 나는 좀 걱정스러운데 말이지.”

“뭐, 그래도 거지 녀석이 그렇게 약한 녀석은 아니니까.”



캐슬맨은 손잡이를 휘둘러 다시 말을 달렸다.

마차는 나무를 향해 달렸고, 어느 정도까지 오자 나뭇잎과 가지로 만들어진 밤 같은 그늘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리고 캐슬맨은 어느 정도 다가가자 말을 다시 멈췄다.


“왜 멈춰?”

“땅을 봐.”


녀석의 말에 땅을 쳐다보니 과연 희미한 빛가루 같은 것이 땅에 어른거렸다.


“이건 없었는데?”


그때, 저 멀리서 우리를 반갑게 부르는 소리. 거지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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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거지 한스(1) 24.01.25 215 6 12쪽
15 첫 복귀 (2) 24.01.24 221 7 12쪽
14 첫 복귀 (1) 24.01.24 21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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