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8,440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3.04 07:00
조회
46
추천
3
글자
13쪽

뜻밖의 유품(1)

DUMMY

공중으로 뛰어오른 나는 우두머리 놈부터 살폈다. 놈은 날개를 활짝 폈지만, 녀석 역시 내가 이렇게 위로 뛰어오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미처 날아올라 공중에서 나를 공격하지는 못했다.

몸을 돌려 병사들 위를 뛰어 그들의 뒤에 마침내 착지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나를 포위하던 놈들이 날개를 퍼덕이려 위로 날아오르려 한다.

나는 제일 먼저 보인 놈의 날개에 활을 쏘았고, 화살은 정확히 명중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맞은 부위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불의 화살에 맞은 그리핀 놈은 다시 땅에 떨어지며 괴롭다는 울음소리를 질렀다.


두 번째 놈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화살을 쏘아 보냈다. 역시나 명중!

녀석은 아예 병사들 위에 떨어졌다.

몇 명의 병사들이 녀석 아래에 깔려 비명소리를 냈다.

나는 나도 모를 미안함에 살짝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병사들은 자신들의 동료를 어떻게든 구하려고 그들을 잡아당기면서, 동시에 그 위를 덮고 있는 그리핀을 향해 칼, 창, 방패의 뾰족한 끝부분 등,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내려찍고 베고 찌르기 시작했다.

병사들 사이에서 한 녀석이 난도질을 당하자 남은 녀석이 병사들을 헤치고 갈지 나에게 날아올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잭이 다시 한 번 휘파람 소리를 낸다. 그 명령은 아마 나를 공격하라는 신호였던 것 같다.

세 번째 놈이 결국 나를 향해 날갯짓을 하며 날아왔으니까.

심지어 이번 놈은 똑같은 수에 당하지 않겠다는 듯, 내 화살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데 성공한 다음 더 높이 오른 뒤에 급강하하는 식으로 나를 공격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대로라면 녀석을 맞춰도 떨어지는 놈의 몸에 깔릴 것이 분명하다.


결국 나는 재빨리 한 발을 대충 쏘는 것과 동시에 최대한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운 좋게 내가 쏜 화살이 놈의 부리 끝에 맞았다.

눈앞에서 터진 화염이 시야를 가렸는지, 놈은 일단 바닥으로 빠르게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곳에는 내가 없었다.


놈의 목덜미에 한 방!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휙 들려버린 녀석의 머리.

그런데 그때. 내 옆구리가 간질간질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계속해서 울리는 어떤 진동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 진동의 근원으로 눈을 돌렸다. 그 진동은 바로 낡은 칼자루가 떨리며 발생하는 진동이었다.


나는 무심코 허리에 찼던 그 칼자루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희미한 어떤 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칼날이 있어야 할 자리의 윤곽선을 그리는 것처럼, 아주 얇은 실 같은 빛의 선이었고 그것이 조금씩 떨리며 흔들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자란다는 것이 이 의미였나. 하지만 제대로 된 칼날이 아니다. 그저 빛이 나는 실금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드 해터의 말과 잭의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가벼운 혹은 빛의 무기. 그리고 어댑터.

어댑터가 뭘 의미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녀석은 이것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 답은 오답이 아니었다.


나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그리핀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별다른 기교 없이, 어차피 기교도 없으니 그저 실금으로 이루어진 칼날 모양의 그것을 녀석에게 겨누고 그냥 찌를 뿐이었다.


무슨 테이저건에 맞은 것마냥 갑자기 부르르 몸을 떠는 그리핀. 이거 무슨 전기나 번개 속성 무기인 거냐?

하지만 그 정도의 무기라고 하기에는 그 어떤 강렬한 뇌전 효과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녀석이 떠는 이후에 내 몸도 같이 떨리는 것이 더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더구나 당황스러운 것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내 몸의 떨림이 끝나고 나서, 칼의 금박이 서서히 돌아오며 찬란한 금빛을 내더니 그 금빛이 다시 바깥으로 흘러나와 작은 창을 만들었고, 그 안내창 안에는 이런 글이 나타났다.


Analysis.

분석이라니.

뭘?


그러나 Analysis라는 단어가 몇 번 점멸을 반복하더니, 마침내 Completion, 완료라는 것을 한 번 알려준 뒤에 사라졌다.


분석완료? 그리핀을? 무엇을 위해?


어쨌든 다시 칼을 뽑으니 칼날 모양의 실선은 사라졌다.

공격이 통한 건지 아무 것도 아니었는지 알 수가 없기에, 다시 활을 꺼내 녀석을 공격했다.

그런데 한눈에 봐도 공격 효과가 다르다.

맞은 곳의 불길이 더 크게 빛을 내며 타올랐고, 그리핀은 더욱 거세게 발버둥 쳤다.

마치 엄청난 치명타를 맞은 것처럼.


설마 분석이라는 게 무슨 약점 포착, 혹은 데미지를 더 크게 받게 만드는 디버프라도 거는 아이템이었던 건가.

맨 처음 맞았던 녀석이 이내 일어나 다시 날개를 퍼덕이며 나를 공격하려 한다. 이번에도 활을 쐈는데,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방금 전의 경우와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첫 번째 공격과는 다른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는 녀석.

녀석 역시 병사들 사이로 떨어졌고, 이번에도 병사들은 녀석을 향해 온갖 무기를 사용해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는 도중 갈라져버린 병사들의 진형. 그 틈으로 얼굴이 잔뜩 구겨진 잭과 분노한 우두머리 그리핀이 보였다.


잭은 마치 이를 가는 것처럼 입을 씰룩이며 나를 노려보다가 이내 우두머리 그리핀 위에 탔다.

여왕을 죽이지 않고 떠나려는 모양이다.

어떻게 할까. 녀석을 공격해야 하나?

역시 우두머리 그리핀은 그 힘이 대단했다. 그저 날개를 퍼덕이는 것인데도 바닥과 만나 강한 바람이 일어나 가까이 있는 병사들이 비틀거리고 또 쓰러지며 나뒹굴기도 했다.

나도 녀석에게 활을 쏘아보았지만, 화살은 도중에 녀석의 날갯짓 바람에 그냥 불길이 약해지며 녀석을 맞추지도 못하고 아래로 떨어지다가 도중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이제 남은 기술. 내 궁극기.

손을 뻗어 막 도망가려는 그리핀을 가리켰다.

순간 확률이 보인다.


뭐? 50%?

절반의 확률이라고? 아니, 왜?

결코 약해보이지 않는 몹이다.

그런데 첫 시도에서 갑자기 50%라니?


일단 기술을 쓴다. 만약 통한다면 잭은 저 공중에서 그대로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제길. 내 손이 번쩍인 다음에 보이는 것은 잠깐 움찔 했다가 그대로 하늘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멀어지는 그리핀과 그 위의 잭이었다.


그렇게 잭은 사라졌고, 병사들에게 응징을 당하던 세 마리 그리핀도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다.

저렇게 많은 공격을 받고도 아직 숨이 붙어있는 놈들인데, 녀석들이 약한 몹일 리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잭이 어댑터라고 한, 이제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칼날 없는 칼자루를 다시 살펴보았다.

어댑터라고?

이건 마치 분석기 같잖아. 아니면 해석 장치?

어쨌든 내 생각으로는, 이걸로 그리핀이라는 개체의 정보를 분석했고, 혹은 분석이라는 명목으로 피격, 피치명 확률을 높이는 디버프를 부여했다.

이게 그나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였다.

더 엄청난 것은 이게 궁극기의 확률까지 올려준다는 거겠지.

망할 50%에서 실패해버렸지만.


아, 이제야 이름이 뭔가 그럴 듯 하다.

먼 기억의 검이라고?

기억. 메모리. 혹은 정보.

직접적 공격효과가 없으니 그렇게 ????로만 표시가 되었던 걸까.

나는 칼의 상태창을 열었다.


과연 ????로 숨겨져 있던 곳이 열렸다.

공격력, 내구도, 아니면 추가 스탯. 이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한 문구만이 적혀 있었다.


- 험프티 덤프티가 깨지기 직전에 남긴 유품입니다. 그의 주인처럼, 칼날은 무참히 깨져버려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험프티 덤프티.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그는 재버워키에 관한 시를 해석했다. 또한 마치 나와 매드 해터의 수수께끼 문답 때처럼, 그는 소설에서 단어의 의미를 멋대로 변형해 사용한다.

재버워키라는 괴물에 관한 시를 해석했다.

그것을 재버워키라는 괴물 자체를 해석했다로 바꾸고, 그것처럼 이 세계의 몹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도구.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새 세 그리핀은 죽었고, 녀석들의 시체는 연기로 변하면서 그 아래에 몇 가지 아이템을 떨어뜨렸다.

물론 첫 번째로 공격한 것도, 그리고 가장 큰 치명타를 입힌 것도 나이기에 그 아이템들은 내 것이다.


아쉽게도 대단히 좋은 장비 아이템은 없었다. 마치 핵심 몹에 링크된 잡몹처럼 재료 아이템을 드랍했을 뿐이다.

무기나 방어구는 없고 다수의 마법 깃털과 결정화된 그리핀 눈알, 그리고 당연하게도 녀석들의 고기와 요리 레시피였다.

일단 그것들을 챙긴 나는 여왕에게 말했다.


“잭을 처형하지는 못했지만, 녀석의 그리핀들을 없앴습니다. 어······, 그리고 제가 쫒아가서 녀석을 처형하도록 힘써보겠습니다.”


그러자 여왕이 외쳤다.


“당장 가라! 당장! 당장 놈을 찾아 처형해라! 당장!”


오, 혹시 저게 내가 가도 된다는 신호인가?

일단 나는 인사를 하고 병사들의 환호를 뒤로하며 문이 열릴 곳으로 왔다.

과연.

하트 모양의 문이 생겨났다.

문이 열리고, 나는 팔을 슬그머니 밀어 넣어보았다.

팔이 들어간다.

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문 안으로 내 몸을 밀어 넣었고, 눈앞에 티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매드해터, 그리고 어느새 작게 줄어든 도마우스와 덩치 큰 앨리스······,를 보았다.

그리고 당연히 나를 데리고 온 마법사도.


내가 문을 완전히 넘어서자 여섯 번의 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들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법사가 내게 말했다.


“나는 기억은 당연히 안 나지만, 앨리스가 여기 있는 것을 보니 당신이 성공했다는 말이겠군요. 잘했어요. 정말.”


아, 그렇게 추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군. 기억은 없어도.


그때 매드 해터가 끼어들었다.


“비숍? 여기 이 분은 오늘 초대를 받은 손님인가? 그렇다면 수수께끼를 내야겠는데. 자격을 검증해야지.”

“이미 맞췄을 걸? 앨리스가 여기 있잖아.”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가 어딜 갔었나?”


어휴. 저 미친 새끼. 진짜.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언젠가는 여기 다시 돌아와, 그 모자를 억지로 씌워서라도 내 아버지의 이름을 말한 녀석과 대면할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작아진 도마우스는 매드 해터의 팔에 깔려 팔걸이 신세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귀여운 얼굴로, 작은 팔을 겨우 들어 나를 보고 흔든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살짝 손을 들어 흔들었다.


이내 앨리스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돌아왔군요.”

“그······, 아까는 딱히 원하지는 않았다고 들었는데.”


그 물음에 앨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 계속 앨리스라 불러야 합니까? 도저히 적응이 안 돼서. 지금 그 옷도. 하다못해 어디 긴 가죽 코트라도 구해서 좀 입으시지. 무슨 복장 도착자 같잖아요.”

“복장 도착? 내가 이걸 입고 싶어 입는 줄 알아요?”

“아니, 그러니까.”


그때 도마우스가 물었다.


“처형인. 아니, 요리사! 여왕은 어떻게 됐어? 잭은?”

“음. 그리핀 셋을 죽였고, 잭은 도망쳤어.”


깜짝 놀라는 도마우스.


“뭐? 네가 죽였어?”

“어······. 반 정도는?”

“반 정도는?”

“병사들도 싸웠으니까.”

“병사들? 그 게으름뱅이들이?


잭이 도망쳤다는 말에 마법사가 반응했다. 그녀도 잭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잭과 싸웠다고요?”

“아, 아니요. 그냥······, 그리핀 셋을 족치니까 가던걸요.”

“예?”

“이걸 사용해서.”

“이게 뭐죠?”


나는 매드 해터를 가리키며 우리가 푼 수수께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우리가?”

“뭐, 어쨌든 우리가, 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으니까.”


매드 해터가 비숍을 가리키며 낄낄 웃으며 말했다.


“저런 목 위에 대충 걸쳐진 돌이 그걸 풀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 말에 발끈하는 마법사. 매드 해터는 더 신나서 웃었다.


“봤지? 봤지? 모르잖아! 하하하하하하!”


마법사는 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었고 나는 잠깐 생각했다.


“돌. stone. 그걸 순서를 좀 바꾸고 나눠요.”

“예?”

“그럼 set on을 만들 수 있죠.”

“아······.”

“그런 식이었어요. 이곳을 떠나기 직전에 풀었던 수수께끼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24.01.24 106 0 -
54 토라나의 연회(2) 24.03.07 30 3 12쪽
53 토라나의 연회(1) 24.03.06 35 2 12쪽
52 뜻밖의 유품(2) 24.03.05 49 2 12쪽
» 뜻밖의 유품(1) 24.03.04 47 3 13쪽
50 여왕의 재판장에서 (3) 24.03.03 50 2 12쪽
49 여왕의 재판장에서 (2) 24.03.02 49 2 12쪽
48 여왕의 재판장에서 (1) 24.03.02 52 2 12쪽
47 매드 티 파티(3) 24.03.02 68 2 12쪽
46 매드 티 파티(2) 24.03.02 54 2 12쪽
45 매드 티 파티(1) 24.03.02 54 2 12쪽
44 3월 토끼 (2) +1 24.02.26 62 2 13쪽
43 3월 토끼 (1) 24.02.25 71 3 12쪽
42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3) +1 24.02.24 76 4 12쪽
41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2) +1 24.02.24 68 2 13쪽
40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1) 24.02.23 85 3 14쪽
39 실종 24.02.23 78 4 12쪽
38 채식주의자의 정체 (3) +1 24.02.20 93 5 14쪽
37 채식주의자의 정체 (2) 24.02.19 87 4 13쪽
36 채식주의자의 정체 (1) 24.02.18 89 3 13쪽
35 재건되는 마을 (3) 24.02.18 85 4 12쪽
34 재건되는 마을 (2) 24.02.17 107 3 14쪽
33 재건되는 마을 (1) 24.02.16 114 2 12쪽
32 다시 마을로 (3) 24.02.15 111 3 12쪽
31 다시 마을로 (2) 24.02.15 106 3 11쪽
30 다시 마을로 (1) 24.02.15 112 3 13쪽
29 맥도날드 경의 탄생 24.02.05 124 5 13쪽
28 캐슬맨 (2) +1 24.02.04 130 4 14쪽
27 캐슬맨 (1) 24.02.03 126 5 12쪽
26 사연들 24.02.03 155 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