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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8,244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3.05 07:00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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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뜻밖의 유품(2)

DUMMY

그리고 나는 황금으로 빛나는 칼자루를 보여주었다.


“이게 뭐죠?”

“험프티 덤프티의 유품.”

“그게 무슨······.”

“일종의 분석기? 그런 역할을 하던데.”


나는 어떻게 그리핀과 싸웠는지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중간중간, 매드 해터가 짜증나게 끼어들었지만 원작대로 그런 매드 해터를 비꼬며 그의 입을 닫게 만드는 것은 도마우스의 역할이었다.


“저기, 그걸 가져갈 수 있을까요?”


아깝긴 하지만, 저들이 원하면 줄 수밖에 없지.

그런데 마침 매드 해터가 이번만큼은 나에게 도움을 줬다.


“비숍. 너는 자격이 없으니까 못 가져. 네 손에 잡히지도 않을 거야. 하하하하하.”


마법사는 매드 해터의 조롱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 귀속상태냐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귀속해제 도구를 사용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나는 그러라고 했다.

하지만 매드 해터의 말대로, 귀속해제 도구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이런. 정말로······.”


아쉬워하는 마법사.


“어쩔 수 없네요. 이건 완전히 그쪽에게 넘어간 물건이라 손댈 방법이 없군요.”


속으로 나는 쾌재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밖으로 나가나요?”


내 물음에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라? 이 파티는? 차는 안 마실 거야? 맛있는 쿠키도 줄 수 있어.”


매드 해터의 말에 마법사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너나 먹어.”


어쩐지 나는 이제 저들의 저런 티격태격한 관계도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 마법사는 연구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전의 개발진과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매드 해터. 녀석의 모자에 몇 개의 인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중 하나가 어쩌면 이 마법사 캐릭터의 주인과 과거에 어떤 관계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가죠. 다시 6시가 오기 전에.”


마법사의 말에 우리는 그녀 뒤에 섰다. 그녀가 선 지점까지 따라가자 내가 있는 곳 옆에 수은처럼 생긴 그 차원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일 나중에 오셔야 해요. 이 문의 주인이니까.”

“아, 네.”


마법사가 제일 먼저 건너가고, 그 다음이 앨리스, 마지막으로 내가 나갈 차례였다.

나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팔걸이로 쓰이던 도마우스가 어느새 테이블 위로 올라왔고, 매드 해터는 그런 도마우스의 등에 가볍게 손을 얹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꼭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를 쥔 사람처럼 보였다.


“이봐, 모자장수. 다음에는 그 떠벌이를 내가 반드시 만날 거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내 말에 매드 해터는 그저 싱긋, 가볍게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새끼. 사실은 다 알고 있고 미친 게 아니라 미친 척 하는 놈인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당장 뭘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나는 결국 문을 넘어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리고 그곳은 3월 토끼와 싸웠던 곳이었다.


“어? 3월 토끼가 없네요.”


내 물음에 마법사가 어깨를 한 번 으쓱이며 부활할 거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그런데 잭······, 하고는 무슨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어요?”

“흠. 했죠.”

“무슨?”

“전 개발자라는. 뭐, 그런 정체?”


마법사의 얼굴에 살짝 동요가 보인다.


“뭐하던 인간인지 물어도, 가르쳐주지 않겠죠?”

“예? 아, 그게······.”

“역시 기밀이라서?”

“네. 그렇습니다.”


역시 이들은 나에게 아무 것도 제대로,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떠벌이의 말대로, 내가 이 세계의 정점에 선다면 정말 진실을 알 수 있는 것일까.

체스 판의 안. 그리고 그것을 너머?


아직은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정말로 그것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나는 무심코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앨리스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외모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이제는 그 소녀 옷이 아니라 거구에 어울리는 가죽과 뼈, 강철로 이루어진 야만적이고 위협적인 갑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매드 해터의 말대로, 이 세계에서 보이는 겉모습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하겠지.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이들에게 물을 수 있다.

이들은 내 신상정보를 알 테니까.


“그쪽은 내 신상 정보를 다 알죠? 이름도 알았으니까.”

“어······. 네. 일단 기본적인 신상 정보는······.”

“아니, 그런 것 말고요.”

“그럼?”


흠.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건가. 아니면 내 아버지라는 사람은 이런 연구원도 접근하지 못하는 기밀과 관련이 있는 사람인가.


“왜 그러시죠?”


나는 고민했다. 그대로 밝힐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지켜볼 것인가.

하지만 나는 이들이 내가 이 실험에 지원했을 때, 내 아버지에 대한 것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큰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인 나에게 숨겨야 할 정도로.

그러니까, 내가 알고 있다는 걸 굳이 확실하게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직은.


“아니요. 그냥. 지금부터는 이름을 부르시면 안 될 거 아닙니까.”

“그렇죠.”

“그런데 지금 여기 앨리스라는 분과는 제법 오래 아신 것 같은데. 혹시라도 제 이름이나 정보를 밝히실까봐.”

“아, 하하. 절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 절대를 강조하니 더 못 믿겠다.

하지만 알려진다고 나에게 앨리스가 당장 뭔가를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저는 당분간 계속 이 일대에 머무를 것 같은데. 앨리스 이분은 어디로 가시나요? 설마 여기 계속 계시는 건 아니죠?”

“아, 당연히 아니죠. 일단 제 차원문으로 같이 갈 겁니다.”

“거 이왕 데려다 주는 김에 내가 가는 곳도 좀 데려다주지.”

“네? 아······. 네, 뭐. 그러죠. 대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 안에서 여는 것은 대기 시간이 바깥과 공유되지 않으니까.”

“아, 참. 그랬지. 그런데 인스턴스 안에서도 열 수 있어요?”

“네. 가능해요.”

“편리하네.”

“어차피 원래 돌아가야 할 마을 귀환석은 미리 설정 되있는 것 아닌가요?”

“아, 뭐.”

“하루 한 번이라서 그렇지, 사실 그쪽이 편하기는 제일 편하죠. 차원문은 열 수 있는 위치가 대도시가 아니면 그저 이런 특별한 표식이 있는 던전이니까.”

“일장일단이 있겠죠.”

“그럼 나가실까요?”


마법사는 바로 앞에서 차원문을 열었다. 그곳은 내가 원래 가고자 했던 성 부근에 있는 다른 던전의 입구와 통하는 길이라고 했다.


차원문을 타고 넘어오자, 과연 몇 명이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을 플레이어들이라고 확신한 건, 차원문을 타고 갑자기 나타난 우리를 보고 딱히 놀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갖추고 있는 장비 수준도 좋아 보이기도 했다.


“여기서 좀 더 걸으셔야 할 겁니다. 한······, 20분 정도?”

“뭐, 그 정도면 괜찮네요. 두 사람은 어디로 가려고요?”

“아, 저희는 뭐 이 근처에서 대기 시간을 기다리죠.”

“네. 그럼.”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는 아닌데요.”

“예?”

“어려운 임무들 같아서.”

“아, 하하······. 네. 이해합니다. 어쨌든, 수고하셨어요.”

“네.”


앨리스도 나를 보고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나도 같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 마침내 그들과 떨어져 다시 내 길을 걷기 시작했다.





******





“동기화 수치 200! 190! 180! 150! 바이탈 사인도 완전히 정상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연구원이 호들갑을 떨며 수치를 외치는 사이, 뒤에서 지켜보던 김지은이 다시 한 번 힘이 다 빠진 것 같은 모습으로 털썩 주저앉을 뻔했다.

그런 그녀의 팔을 잡아 간신히 버티게 해준 것은, 바로 소식에게 이번 임무를 줬던 여교수였다.

여교수는 침착한 목소리로 연구원들에게 지시했다.


“앞으로 30분간 더 지켜보고, 이상이 없으면 생명유지 시퀀스를 해제합니다. 그리고 정상 시퀀스 가동하세요.”


그때 3호실 안으로 허겁지겁 들어오는 중년의 남성. 김지은과 여교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침을 꿀꺽 삼키며 떨떠름한 얼굴로 그들에게 인사했다.


“차, 차영원 교수님. 그리고 기, 김박사.”


노년의 여교수, 차영원은 지금 막 들어온 3호실의 원래 담당자 유교수 앞에 섰다.

그리고 뾰족한 구두 앞굽으로 힘껏 그의 정강이뼈를 찍어버리듯 차버렸다.


“으악!”


유교수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구두에 맞은 다리를 펄쩍 들며 깽깽이 뜀을 하다가 이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다시 다리를 제자리에 놓았다.


“이봐, 유재국이.”

“예, 예. 교, 교, 교수님.”

“너 계속 자리를 비우고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아, 그, 그, 그게······. 저기 이원장님 지시로······.”

“이원장?”

“예. 그······, 미국에서 이번에 파견팀이 나오는 관계로······.”

“그건 알고 있어. 그런데 네가 뭘 한다고?”

“예? 아, 저야 물론 지금까지의 성과와 뭐······.”

“성과? 네가 담당하고 있는 호실의 대원이 저 지경이 되는 게 그 성과인가?”

“그, 그건······.”

“네가 없을 때, 생명유지 시퀀스 작동이 조금만 늦었어도 이쪽의 아이는 죽었어. 알아?”

“죄, 죄송합니다.”

“똑바로 해.”

“예. 알겠습니다.”

“이원장은? 지금 자기 방에 있나?”

“예? 아, 아닙니다. 저도 잘······.”

“흠. 일단 나가봐.”

“예. 예? 아니, 제가 여기 담······.”

“담당이라는 소리 입에서 나오면, 이번에는 정강이가 아니라 네 입이다. 알았어?”

“예······.”


유재국은 여전히 통증 때문에 찌푸린 인상을 펴지 못하고 절뚝이며 차영원 앞에서 물러났다. 김지은의 따가운 눈총은 그냥 넘길 수 있겠지만, 차영원의 눈길은 그렇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었기에 재빨리 다시 3호실을 나갔다.


“어쨌든 다행이야. 다행.”


차영원의 위로에 김지은은 고개를 숙이고 감사를 표했다.


“자, 지은아. 이제 여기는 내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네 담당에게 가봐.”

“네? 아, 네. 알겠습니다.”


김지은은 차영원과 그 안에 있는 동료 연구원들에게 다시 감사 인사를 하고 3호실을 나갔다.


김지은이 나간 뒤, 차영원은 김지은의 동생의 바이탈 사인과 동기화율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 커피 한 잔 마시고 올 테니까, 혹시 약간이라도 여기서 변화가 생기면 바로 연락해. 알았어?”

“네, 교수님.”


차영원은 손수건을 꺼내 어느새 이마에 맺혀있던 땀을 살짝 닦아내며 3호실을 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 한잔을 뽑아내며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그녀가 일을 맡겼던 남자, 이소식에 대해 떠올렸다.


‘보통 사람은 아닐 거라 생각했지. 아니, 당연히 아니겠지. 누구 아들인데.’


아들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가 그녀는 곧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뽑아낸 커피 맛이 이상해서가 아니었다.

과연 아들이라는 단어가 적합한지, 자신도 그것이 사실 확실하지 않아서였다.


‘아들인지 아니면 작품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그릇인지. 뭐,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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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여왕의 재판장에서 (2) 24.03.02 47 2 12쪽
48 여왕의 재판장에서 (1) 24.03.02 50 2 12쪽
47 매드 티 파티(3) 24.03.02 66 2 12쪽
46 매드 티 파티(2) 24.03.02 5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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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3월 토끼 (2) +1 24.02.26 6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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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3) +1 24.02.24 74 4 12쪽
41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2) +1 24.02.24 6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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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채식주의자의 정체 (2) 24.02.19 82 4 13쪽
36 채식주의자의 정체 (1) 24.02.18 87 3 13쪽
35 재건되는 마을 (3) 24.02.18 83 4 12쪽
34 재건되는 마을 (2) 24.02.17 10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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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다시 마을로 (3) 24.02.15 108 3 12쪽
31 다시 마을로 (2) 24.02.15 104 3 11쪽
30 다시 마을로 (1) 24.02.15 110 3 13쪽
29 맥도날드 경의 탄생 24.02.05 121 5 13쪽
28 캐슬맨 (2) +1 24.02.04 127 4 14쪽
27 캐슬맨 (1) 24.02.03 123 5 12쪽
26 사연들 24.02.03 15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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