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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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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3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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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토라나의 연회(2)

DUMMY

그렇게 말코빅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영주가 머무는 성채까지 왔다.

몇 번의 굽이 길을 지나 성 한 가운데 우뚝 선 첨탑같은 곳이었다.


문 앞을 지켜선 경계병들이 말코빅을 보고 바로 인사했다.


“수고하네. 아, 그리고 여기 이분께서는 아주 중요한 손님이시네.”

“네. 들어가시지요. 영주님께서는 지금 무라네 경, 아일란 경과 함께 다음 작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뭐? 벌써?”


말코빅이 먼저 문 안으로 들어가고 내가 그 뒤를 따랐다. 계단으로 한 층을 올라가자 벌써부터 걸걸한 목소리의 남자가 호통을 치는 것이 들린다.


“이봐! 지금 당장이라도 저 숲 앞을 먼저 태워야 한다는 말이야!”


그 외침에 차분한 목소리의 남자가 대꾸했다.


“영주님. 바람이 좋지 않습니다. 숲을 다 태우지도 못하고, 오히려 숲을 태운 연기가 그대로 성에 날아들 것입니다.”


그를 이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라네의 말이 맞습니다. 물론 화공으로 저들을 숨겨주고 있는 숲을 태우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나······. 지금의 바람이라면 숲으로 번져나가지도 않을 것이고 매캐한 연기만 우리 병사들이 마시게 될 겁니다. 더구나 우리의 시야도 가릴 수도 있지요.”

“젠장!”

“그리고 영주님. 저는 화공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숲에는······.”

“흥! 수호신? 사람들이 도마뱀 먹잇감이 되는데, 수호신은 무슨 수호신이야!”

“그것뿐만이 아니라 녀석들은 늪의 진흙으로 잘 숨어듭니다. 불의 열기는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겁니다.”

“녀석들의 근거지를 박살을 내면 돼! 그러면 제깟 놈들이 도망을 치거나, 마지막 발악으로 이 성으로 몰려들겠지. 그때 놈들을 몰살시키는 거다!”


그때, 말코빅이 가볍게 헛기침을 두어번 한 후에 영주 앞으로 나아갔다.


“음? 아. 말코빅. 그래. 그 기적인지 뭔지가 사실이던가?”

“예, 영주님. 그토록 장엄하고 거대한 나무는 처음 봤습니다.”

“그런 나무가 갑자기 땅을 뚫고 자라나? 무슨 불길한 징조는 아닌가?”

“아닙니다. 동행한 성기사단이 확인했습니다.”

“음······. 그렇다면야.”

“여기.”


막코빅이 손에 들고 있던 양피지 두루마리를 영주에게 건넸다.

영주는 글로 된 보고서는 대충 읽는 둥 마는 둥 했지만, 그림을 보고는 잠깐 시선이 그곳에 멈췄다.


“그냥 나무가······, 아니라고? 이렇게 크다고? 정말로?”

“예, 영주님.”

“음······. 잠깐. 그런데 뒤에 같이 온 저 남자는······.”

“아, 네. 이번에 찾아간 마을의 요리사입니다.”

“뭐? 요리사? 아, 오늘의 연회 때문에 특별히 데려온 건가. 하지만 말코빅. 이곳까지 요리사를 들이는 것은······.”

“단순한 요리사가 아닙니다.”

“그럼?”

“데우스의 대리인입니다.”

“뭐? 요리사가? 어째서?”


데우스의 대리인. 데우스의 챔피언이 요리사라는 말에 영주는 어이없어 했고 그 옆의 두 남녀도 마찬가지였다.

말코빅이 슬쩍 눈치를 줬다. 그래서 나는 한 발 앞에 나가 인사했다.


“요리사 맥도날드. 영주님을 뵙습니다.”


나도 모르게 꾸벅 허리를 숙였더니 영주가 말했다.


“무릎은 뻣뻣한데 허리를 그렇게······. 흠. 이 지역 사람은 아니로군.”

“아, 네. 그렇습니다.”

“뭐, 걱정하지 말게. 아니······, 마시오. 내가 그런 딱딱한 예법 따위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런 건 전쟁에, 전투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 뭐······, 말코빅에게 이미 말을 들었겠지만, 오늘 제법 성대한 연회가 있을 거요. 말코빅이 직접 이렇게 데려왔다면······, 요리가 뛰어나겠지? 거기다 신의 대리인이시라니 오늘은 내가 여태껏 맛보지 못한 음식을 맛볼 수도 있겠군.”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나가보시오. 이곳은 요리하는 곳도, 연회장도 아니니까.”


그때 조금 난처해하던 말코빅이 황급히 끼어들었다.


“영주님. 보고서를 다시 읽어보시면, 이번에 새롭게 생긴 마을에 저희 기사단의······.”

“깃발을 걸겠다? 성기사단의 깃발과 함께? 흠. 마음대로 하라고 해. 단, 마을이 안정되면 그곳의 야를?”

“예. 야를 한스입니다. 야를도 데우스의 대리인입니다.”

“그래. 그것도 원래 이 지방의 관리 이름은 아니지만. 뭐 어쨌든 그 야를더러 내게 찾아오라고 하고.”


영주는 마을의 새 지도자마저 데우스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자기 영지 아래 있는 마을의 지도자라고 할지라도 데우스의 대리인이라면 자신이 함부로 부릴 수는 없는 존재니까.

그의 표정을 보고 내가 물었다.


“실례지만 영주님. 깃발을 내건다는 것의 뜻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영주의 억세고 굵은 눈썹이 순간 꿈틀거렸다.


“우리 위세를 이용한다는 것은 잘 알겠소만.”

“이용이라기보다, 사실 영주님의 영지 안에 있는 마을이니, 그 마을을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맞는 말이오. 하지만, 그 전에 서로 오고 가는 것이 있지. 바로 세금. 내 말이 틀렸나?”

“맞는 말씀입니다. 마을이 안정이 되면 조세를 거둘 수 있겠지요.”

“안정되면?”

“이제 갑자기 막 일어난 도시입니다. 할 것이 많지 않겠습니까?”

“흥.”

“그리고······, 그곳은 이전에 마을이 있었지요.”

“그랬······, 지.”

“그때······, 토라나의 기사단은, 병사들은, 귀족들은 뭘 하고 있었습니까?”

“그곳은 작······.”

“예. 작은 마을이었지요. 하지만 어쨌든 영주님의 도시에 세금을 내지 않았답니까?”

“그건······.”


영주의 말이 막히자 무라네라는 남자가 대신 나섰다.


“한낱 요리사임에도 데우스의 대리인이라기에 이 정도의 대우를 해주는 것이오. 그 이상은 바라지 마시오. 하지도 말고. 우리가 최대한 존중할 때, 그 존중에 감사함을 알고 물러나시오.”

“존중이라.”

“그렇소.”

“그 존중은 이전에 그 마을이 파괴되기 전에 보여주셨으면 참 좋았을 것 같습니다만.”

“뭣이!”


칼자루에 저절로 손이 가는 무라네. 당황하는 것은 말코빅이었다.


“무라네! 그만해라! 맥도날드 경. 자중하시지요. 부탁드립니다.”

“말코빅. 뭐 얼마나 뛰어난 요리사인지는 몰라도, 지금 여기서 하는 말들은 영주님께 무례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그건······.”


이쯤에서 한 번 충격을 더 먹여야겠지?


“아, 제 태도가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흥!”

“사죄의 의미로 연회의 음식을 준비하게 전에 네 분께 먼저 간단한 음식을 드리고 싶군요. 아무래도 회의가 길어질수록 시장하실 테니까요.”

“됐소. 나가보기나 하시오. 주방은 하인의 안내를 받으시고.”

“그럼 코카트리스 고기는 연회에 같이 내야겠군요.”

“코카트리스 고기 정도야 뭐······. 뭐? 뭐요? 코카트리스 고기?”


방금까지의 그 날선 얼굴은 사라지고 얼빠진 얼굴로 되묻는 무라네.

영주와 아일란도 놀란 기색이다.


마침 말코빅이 나를 거들었다.


“아, 이곳으로 돌아오기 전에 코카트리스 한 놈이 마을을 습격하려 했습니다.”

“코카트리스가? 정말로?”

“예.”


무라네는 여전히 믿지 못하는 듯 입만 붕어처럼 뻐끔거렸고, 아일란이 말코빅에게 물었다.


“그럼 그걸 누가 죽인 거지?”

“여기 맥도날드 경께서.”

“뭐? 요리사가?”

“단순한 요리사가 아니시네. 용의 활을 가지고 용의 불을 다루시지.”

“요, 용 뭐? 용이라고? 말코빅!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말코빅이 그런 아일란을 보고 고개를 젓다가 내게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맥도날드 경. 그 활을 한 번만 보여주시면······.”

“뭐, 어려울 건 없죠.”


가방에서 활을 꺼낸 다음 벽을 향해 겨누고 시위를 당겼다. 불의 화살을 보고 세 사람의 눈이 커진다.


활을 다시 가방에 넣자, 영주가 헛기침을 하며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 좀 더 정중한, 그리고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음······. 참으로 귀한 것을 봤군요. 고맙소. 그런데······, 그것은 어디서 얻게 된 거요?”

“용을 잡아서 얻었지요.”

“요, 용을 잡아요? 아니, 이 무슨······.”

“아, 정확히 말하자면, 두 용이 싸우고 있는데 거기서 제가 거든 것 뿐입니다. 한 용을 도와줬지요. 그래서······, 그들이 선물로 준 것입니다.”

“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리인들이 도왔습니까?”

“저 혼자서.”


얼굴을 보아하니 충격을 아주 최대치로 먹었군.


“아, 하지만 그것은 제 운이 좋았던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요리사입니다. 이 불의 화살은 활의 힘이지 제 마법이 아닙니다.”

“그, 그래도······.”

“다시 용과 싸워 이기라고 하면, 절대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네. 하지만 코카트리스 정도는······. 아, 어쨌든. 드셔보시겠습니까? 코카트리스 고기 요리.”


네 사람은 서로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주방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문을 나서 밖에 있는 하인에게 주방을 안내해달라고 했다.

이제 내가 주방으로 가서 요리를 하는 사이, 저들은 나와, 그리고 한스의 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내가 일부러 그들을 도발하고 코카트리스니 용이니 하는 말을 꺼낸 것은, 그들이 마지못해 지켜주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생각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연회장에서 또 어떻게 마을을 재건했는지 물어보겠지. 그 이야기는 내가 하지 않아도 말코빅이 알아서 할 것이다. 한스가 잘 말했을 테니까.

그렇게 되면 더욱 저들은 한스의 마을을 신경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저들이 임하고 있는 늪도마뱀과의 전투. 이 일에 나의 도움을 바라는 경우였다.

그럼 나는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용을 잡은 거야 운이 좋다고 말했지만, 어쨌든 코카트리스를 잡은 것은 말코빅이 직접 목격한 것이다.

분명히 저들은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예 그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다. 적어도 약간의 도움이라도 줘야 그들에게 마을에 대한 빚을 지우는 것이니까.

다만 중요한 것은 적당한 선.

그것을 찾아야 한다.

어차피 나 혼자서 도마뱀들을 전부 처리해달라는 미친 소리는 하지 않을 테니까.


주방에 도착했지만, 사실 뭐 딱히 식기 재료를 쓸 필요는 없다. 정말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해야 하는, 그런 최고급 등급의 요리를 할 것도 아니고. 그저 간단한 요리.


코카트리스를 잡고 나서 얻은 레시피를 자세하게 살폈다.

역시나 구이와 수프. 두 가지다.

구이는 체력 재생력을 올려주고 수프는······. 오. 이거 좋은데.

등급에 따라 독성 저항 8에서 10까지 올려주는 훌륭한 음식이다.

빠르게 만들어도 최소 8. 최고급으로 만들면 10.

그리고 늪도마뱀. 바이퍼리언의 주무기는 역시나 이름대로 독이다.


독성 저항을 올려주는 수프를 먹고, 체력 재생을 올리는 구이를 같이 먹으면 중독으로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음. 어쩌면 이게 이들을 돕는 좋은, 그리고 나한테는 가장 편한 방법일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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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라나의 연회(2) 24.03.07 28 3 12쪽
53 토라나의 연회(1) 24.03.06 34 2 12쪽
52 뜻밖의 유품(2) 24.03.05 45 2 12쪽
51 뜻밖의 유품(1) 24.03.04 44 3 13쪽
50 여왕의 재판장에서 (3) 24.03.03 48 2 12쪽
49 여왕의 재판장에서 (2) 24.03.02 47 2 12쪽
48 여왕의 재판장에서 (1) 24.03.02 50 2 12쪽
47 매드 티 파티(3) 24.03.02 66 2 12쪽
46 매드 티 파티(2) 24.03.02 50 2 12쪽
45 매드 티 파티(1) 24.03.02 52 2 12쪽
44 3월 토끼 (2) +1 24.02.26 60 2 13쪽
43 3월 토끼 (1) 24.02.25 68 3 12쪽
42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3) +1 24.02.24 74 4 12쪽
41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2) +1 24.02.24 65 2 13쪽
40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1) 24.02.23 81 3 14쪽
39 실종 24.02.23 76 4 12쪽
38 채식주의자의 정체 (3) +1 24.02.20 90 5 14쪽
37 채식주의자의 정체 (2) 24.02.19 82 4 13쪽
36 채식주의자의 정체 (1) 24.02.18 87 3 13쪽
35 재건되는 마을 (3) 24.02.18 83 4 12쪽
34 재건되는 마을 (2) 24.02.17 105 3 14쪽
33 재건되는 마을 (1) 24.02.16 112 2 12쪽
32 다시 마을로 (3) 24.02.15 108 3 12쪽
31 다시 마을로 (2) 24.02.15 104 3 11쪽
30 다시 마을로 (1) 24.02.15 110 3 13쪽
29 맥도날드 경의 탄생 24.02.05 121 5 13쪽
28 캐슬맨 (2) +1 24.02.04 127 4 14쪽
27 캐슬맨 (1) 24.02.03 123 5 12쪽
26 사연들 24.02.03 15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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