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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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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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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8,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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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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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2)

DUMMY

찌리리리릿.

마치 전기가 내 몸에 통하는 듯.

아니면 뭔가가 내 몸 전체를 구석구석 훑고 지나가는 느낌.


이곳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차원문을 통과할 때의 느낌이었다.

미묘하게 불쾌한, 그리고 불편한 느낌.


문을 통과한 후에 내가 별로 좋지 않은 표정으로 서있자 마법사가 내게 물었다.


“왜 그래요?”

“예? 아니, 그······, 좀 기분이 이상해서.”


그러자 미묘한 웃음을 짓는 마법사.

마치 내가 겪은 이 느낌을 알기라도 하는 얼굴이다.

아, 그러고 보니 나는 이 마법사의 이름을 묻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어차피 바깥에서의 이름은 알려주지도 않을 건데.


어쨌든 우리는 차원문을 넘어 순식간에 던전 앞 입구까지 도착했다.


쇠락한 옛 성터. 그리고 부서진 벽들 사이로 보이는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

이 안에 내가 찾아야 할 사람이 있다 이 말이지.

대체 내가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마법사가 나를 손짓으로 부른다.


“예?”

“여기로 와 봐요.”


그녀가 나를 부른 뒤에 가리킨 곳. 아직 남아있는 벽 한 쪽을 보니, 무슨 거미줄이 마구 얽혀있는 것 같은 부조 장식 가운데 작은 동그라미 하나가 있다.

뭐 어쩌라고.

그런데 나더러 그걸 누르란다.


“왜요? 여기가 입구면 그냥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닌가요?”

“인스턴스를 열어야 해서.”

“예?”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인스턴스라니.

인스턴스 던전.

일반적인 게임에는 당연히 존재하는 개념이다.

던전 바깥의 세계와 이어지는, 연결된 세상이 아니라 별도의 공간 취급을 받는 개념.

말하자면 이 세상 안의 또 다른 세상, 그러나 잠시동안 열리는 세상 정도로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이 게임의 특징은 그 인스턴스 던전이라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개인이나 파티장에 귀속된 인스턴스 던전을 따로 열어서, 개인 별로 혹은 파티 별로 동시에 들어가도 겹치지 않고 각자의 공간에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들어가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나중에 들어가도 그들과 똑같은 던전 안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앞선 사람이나 파티가 몬스터를 잡았다면, 뒤에 들어온 사람이나 파티는 그 잡은 몬스터의 비어있는 시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게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또한 적응 훈련 기간에 받았던 교육 그리고 안내 책자에도 인스턴스 던전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그건······, 처음 듣는 말인데요? 인스턴스 던전이라니. 그게 이 게임이 있다고요?”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그럼 왜 교육 때 그걸 말해주지 않나요? 그리고······, 뭐 제가 많은 사람들을 만난 건 아니지만 인스턴스······.”


아, 애초에 그런 걸 내가 묻지도 않았었지.

그러나 마녀는 내 의혹을 이해하고 그 이유를 바로 말해줬다.


“전부다 이 인스턴스를 열 수 있는 건 아니라서요.”

“네?”

“경험해본 사람만이 열 수 있죠.”

“경험이라니요?”

“인스턴스에 대한 경험.”

“아니, 저는 애초에 던전이라고는 그······.”

“한스라는 사람과 같이 가지 않았나요?”

“네. 그러니까요. 그럼 그때가 인스턴스 상태였다고요? 하지만 던전 자체가 아예 무너졌는데······.”

“아니, 그건 아니었고.”

“그러면요?”

“그 다음 어디로 가지 않았어요?”

“아니오. 저는 던전이라고는 거기 말고는······.”

“아, 다른 던전 말고. 그러니까 다른 공간.”

“다른 공간······. 아!”


그래. 하데스의 화신인지 뭔지를 상대했을 때의,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남자를 만났던 그 공간.

젠장. 맞는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들어왔던 그 공간을 인스턴스라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내가 만약 인스턴스를 열 수 있다고 쳐도, 그건 나로 인해 만들어진, 나에게 귀속된 공간이 아닌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간단했다.

편의상 인스턴스라 부르고는 있지만, 일반적인 그 인스턴스 던전이라는 느낌보다는 굳이 말하자면 다른 모드이고, 별도의 공간일 뿐이라는 말이었다.


“다른······, 모드? 다른 모드라니요? 혹시 뭐 상시 하드코······.”

“네. 맞아요. 상시 하드코어.”

“예?”


씨발. 이건 또 무슨 말이야.


“간단해요. 게임 내의 스토리 설정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소식씨가 들어갔던 그 다른 공간은 하데스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죠. 제 생각에는, 애초에 복구 시스템이 갖추어져있지 않다에 가깝겠지만. 뭐, 어쨌든.”


이 안에서 내 본명을 들으니 좀 신선하면서도 이상하다.

그리고 복구 시스템이라.

하긴. 죽어도 온전한 신체를 돌려받게 되니 그걸 복구라면 복구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 이 안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뭐, 하데스 주간. 그러니까 하드코어 모드 때 죽은 것과 마찬가지 취급을 받겠죠.”

“모든 스킬 포인트의 하락 및 디버프?”

“네.”


하지만 마법사는 받는다고 하지 않고 받겠다고 했다.

그 말에서 나는 마법사 역시 모든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몇 번 경험해 보셨나요? 이······, 인스턴스라는 거?”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죽은 사람도 보셨나요?”


이번에는 고개를 젓는 마법사.


뭐야. 별로 위험한 게 아닌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그저 내 눈앞의 마법사가 마법 50레벨의 쩌는 마법을 익히고 있고, 자기 수준보다 낮은 레벨 대의 던전에 들어갔다면 노말이든 하드코어든 순식간에 학살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나는 지도를 펼쳤다. 아, 정보가 뜨지 않는다.

그래. 망할. 여기는 RP서버 기반의 세상. 그러니 내가 이 던전의 적정 레벨에 대해서도 마을, 도시를 돌아다니며 탐문 후 직접 알아내야 하는 곳이다.


“하하. 혹시 적정 레벨을 확인하려고?”

“······, 네.”

“걱정하지 말아요. 기본적으로 이곳은 보통전투 스킬 하나가 30만 되도 혼자서도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곳이니까.”

“아······.”


그렇다면 문제없겠지. 도시 내부의 특정된, 마법사 길드 지부 따위의 지정 장소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곳에 차원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40 이상의 마법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니까.


그제야 나는 대강 납득하고 그녀가 시킨 대로 벽에 새겨진 그 동그란 것에 손을 댔다.

그러자 손 아래에서 희뿌연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입구로 날아가 그곳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것들은 마치 기상도에서 보는 태풍의 모습처럼 가운데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게······, 입구인가요?”

“네. 들어가시죠.”


나 먼저 들어가라고 한다.

아니, 이걸 여는 것도 나고, 먼저 들어가는 것도 나네. 왜?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반쯤 내 등을 떠미는 바람에 그대로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다행이 마법사가 열었던 차원문을 통과할 때 같은 그런 불쾌함은 없이 그대로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라서 그런지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내 뒤를 바로 따라 들어온 마법사가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기자 그곳에서 작은 불빛이 나오더니 우리 앞에서 더 환해졌다.

그제야 앞의 통로가 제법 잘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내가 앞장서야 하나?

그건 아닌 것 같다.

마법사가 내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앞장을 섰으니까.


“참. 이 던전 이름 알아요?”

“구매한 지도로는······, 알 수가 없는 위치였군요.”

“최상급 지도에만 나오는 곳이니까.”

“아······. 잠깐만요. 최상급? 그럼 여기는 보물이 있다는 거네요?”

“그렇죠. 왜요. 욕심나요?”

“예? 아니, 뭐. 일하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게 있다면 나쁜 건 아니니까.”


그때 저만치 앞에서 우어어,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나 뻔하게 이런 지하 던전에는 언데드가 있을 테지.


순간 마법사는 아이템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작은 고리와 날개가 겹쳐진 뚜껑을 가지고 있는 플라스크 모양의 아이콘.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봤다.


“어? 성수 폭탄?”


성수 폭탄.

말 그대로 특수한 병 안에 성수가 들어있는 병이다.

최종적으로는 사제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결코 싼 물건이 아니다.

왜냐하면 재료부터가 고급 유황이라는, 채광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가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기초 재료에, 또 그걸 가지고 연금술사가 다른 재료를 추가해 불도마뱀 가루라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불도마뱀 가루를 가지고 사제가 만들 수 있는 축성받은 작은 장식이라는 제작 재료를 섞은 뒤에 만들 수 있는 물건.

어지간한 강화 포션 이상의 가격이다.

그런데 그걸 한 두 개도 아니고 20개로 이루어진 묶음을, 그것도 네 묶음이나 내게 건넸다.


“이 안에서 앞으로 마주치는 언데드는 이걸로 처리해요.”

“예?”

“경험치를 받아야 하잖아요.”


아, 경험치.

고맙게도 마법사는 자신이 직접 손을 쓰지 않고 일단은 내게 경험치를 좀 더 양보하려 한다.

아무리 같은 파티원이라도, 일방적으로 데미지를 줘 몬스터를 잡는다면 그것은 몬스터를 잡은 플레이어에게 경험치 대다수가 돌아간다.

그것은 고렙 던전을 고레벨 유저가 저레벨 유저를 데려와서 경험치를 먹이려는, 이른바 버스를 막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때 마법사의 불빛을 보고 우어어 거리는 언데드 세 녀석이 어기적 어기적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가운데 놈을 노리고 성수폭탄 하나를 던졌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몸에 푸른 불길이 화르륵 타올랐다.

직격당한 녀석은 그대로 사지가 푸석푸석한 먼지처럼 무너져 내렸고, 양 옆의 두 놈에게도 불길이 옮겨 붙었다.

놈들은 조금 더 저항했지만 불길은 거세게 놈들의 다리를 태워 바스러지게 만들었다.

상반신만 남았음에도 양 팔을 이용해 기어오는 놈들.


나는 그런 놈들에게까지 성수 폭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내 활을 꺼내들었다.


“오, 그게 용을 잡고 얻은 활?”

“네.”


화살도 없는 빈 활 시위를 당겼는데도 불꽃의 화살이 생기는 것을 마법사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한 번에 한 놈씩, 정확히 놈들의 머리에 화살을 날렸고 놈들의 머리는 그대로 터져나갔다.

그리고 화살로 인한 붉은 불길과 성수의 푸른 불길이 만나 갑자기 확! 소리를 내며 더 커지더니 순식간에 사그라 들었다.

나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움찔 하며 뒤로 물러섰고, 마법사도 이건 처음 본다는 표정이었다.


“신성한 불길에 용의 불길이 만나니······, 반작용으로 순간 더 위력이 증폭된건가?”


그렇게 말하는 마법사에게 내가 대꾸했다.


“뭐, 그런 거 아니겠어요. 불길은 지속 피해를 입히는데, 지속 시간을 줄이는 대신에 지속 시간동안 받는 피해를 한 번에 받게 바뀌는 거.”

“오, 그거 말 되네요. 참, 이 게임은 정말 숨겨진 시스템이 아직도 너무 많단 말이죠.”


숨겨진 시스템.

그 말을 연구원이라고 하는 작자에게서 들으니 좀 우습다.


“연구원 아니셨어요?”

“네? 아, 네. 맞죠.”

“그리고 꽤 오랫동안 연구를 하셨을 거고. 그런데도 모르신다는 건······. 뭐, 패치마다 잠수함 패치를 잔뜩 만들어 놓나보네요.”

“하하. 그렇죠. 그걸 알아내는 게 우리 일이고.”


너희들의 일? 겨우 숨겨진 데미지 합산 공식을 찾아내는 게?

그건 아니겠지.

역시, 너희들은 뭔가를 찾고 있어. 이 시스템 안에서.

나는 어쩐지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쨌든 제법 긴 지하 통로를 그렇게 마주치는 언데드 무리마다 성수폭탄에 내 활의 힘을 더한 것으로 쉽게쉽게 처치하며 빠르게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맞이하는 이 던전의 첫 번째 중간 보스.

죽은 시체들의 머리를 엮어 만든 골렘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토가 나올 정도로 끔찍하고, 그리고 더 끔찍한 것은 놈에게서 맡을 수 있는 썩은 냄새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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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뜻밖의 유품(1) 24.03.04 43 3 13쪽
50 여왕의 재판장에서 (3) 24.03.03 48 2 12쪽
49 여왕의 재판장에서 (2) 24.03.02 47 2 12쪽
48 여왕의 재판장에서 (1) 24.03.02 50 2 12쪽
47 매드 티 파티(3) 24.03.02 66 2 12쪽
46 매드 티 파티(2) 24.03.02 50 2 12쪽
45 매드 티 파티(1) 24.03.02 52 2 12쪽
44 3월 토끼 (2) +1 24.02.26 59 2 13쪽
43 3월 토끼 (1) 24.02.25 68 3 12쪽
42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3) +1 24.02.24 74 4 12쪽
»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2) +1 24.02.24 65 2 13쪽
40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1) 24.02.23 81 3 14쪽
39 실종 24.02.23 76 4 12쪽
38 채식주의자의 정체 (3) +1 24.02.20 90 5 14쪽
37 채식주의자의 정체 (2) 24.02.19 82 4 13쪽
36 채식주의자의 정체 (1) 24.02.18 87 3 13쪽
35 재건되는 마을 (3) 24.02.18 83 4 12쪽
34 재건되는 마을 (2) 24.02.17 105 3 14쪽
33 재건되는 마을 (1) 24.02.16 112 2 12쪽
32 다시 마을로 (3) 24.02.15 108 3 12쪽
31 다시 마을로 (2) 24.02.15 104 3 11쪽
30 다시 마을로 (1) 24.02.15 110 3 13쪽
29 맥도날드 경의 탄생 24.02.05 121 5 13쪽
28 캐슬맨 (2) +1 24.02.04 127 4 14쪽
27 캐슬맨 (1) 24.02.03 123 5 12쪽
26 사연들 24.02.03 15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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