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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8,379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2.19 07:00
조회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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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채식주의자의 정체 (2)

DUMMY

당황하는 성녀.

아이고, 어설퍼라.

뭐 이렇게 쉽게 들키게 설계를 했냐.


“아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부정하지만, 확실하다.

이 여자는 용이다.

용이 변신을 해서 인간 사이에 숨어든 것이다.


나는 짐짓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망토와 활만 보여줬지. 그런데 그쪽은 느낄 수 있을 것 아냐. 더 있다는 거.”


노려볼 뿐 대답은 하지 못하는 성녀.


“성기사단이 떠받드는 성녀가 용이라. 웃기는 일이군. 원칙적으로는 토벌대상 아닌가?”

“말을 삼가세요. 감히······.”

“감히고 뭐고. 내가 거짓말을 한 게 있는데.”

“역시······, 어미니 새끼니 하는 말은······.”

“아니. 그건 사실이야. 정말로. 거짓말은 내가 그들을 도와 싸웠다는 거지.”

“뭐?”

“도와 싸운 게 아니야. 내가 한 방에 죽인 거지.”

“거짓말! 감히 인간 따위가 어떻게 용을······.”

“할 수 있으니까. 나는 데우스의 챔피언이야. 아, 하긴. 너희 용은 데우스를 아주 싫어하지? 그런데 웃기네? 용이 데우스를 섬기는 법왕청의 성녀라고? 이게 무슨······.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는 무슨······.”

“그리고 또 하나. 이건 너도 느끼지 못한 건가?”

“뭐?”

“지금 네가 나에게 공격당할 수 있다는 것 말이야.”

“고, 공격이라니.”

“설명하기는 복잡하고. 너는 나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어. 그럼? 뭐, 성녀의 모습으로 죽고 싶은 건가? 아니겠지? 용으로, 원래 모습으로 변하겠지. 해보자고. 대리자 셋에, 그리고 기사단원들까지. 서른 셋이야. 서른 셋. 충분히 용 한 마리를 상대할 수 있는 인원. 아니, 뭐 사실 저들까지도 필요 없어. 나 혼자로도 충분하겠지.”


완전한 허풍이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운이 아주 좋지 않은 이상.

그러나 내게 용의 무구가 있는 이상, 이 허풍 백퍼센트의 협박은 어쩌면 먹혀들 것이다.

그리고, 이 성녀의 표정을 보니 먹혀든 것 같다.


성녀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나는 일부러 비웃었다.


“거 참. 처음 봤을 때부터 그렇게 티를 팍팍 내니.”

“내가? 그럴 리가!”

“이것 봐, 이것 봐! 지금도 티를 내잖아.”

“그, 그런······.”

“그래서 어쩔 거야? 싸우고 싶나?”


대답이 없다. 사실 나도 싸우기 싫다.


“나도 딱히 싸우고 싶지는 않아. 분명히 용을 잡았지만, 내가 용을 일부러 잡기 위해서 찾아간 것은 아니니까. 우연이고 운이 좋았다는 것은 사실이지. 대신 이 방법은 어때? 내가 그쪽 비밀을 숨겨주는 대신 말이야.”

“무례하군! 무슨 비밀!”

“잡아떼도 소용없다니까. 여기서 인페르날 스킨의 힘을 쓰면 불길이 일어날 거야. 그럼 그쪽 정체는 단번에 드러나겠지.”

“인페르노? 검은 용을 잡은 건가?”

“그래. 이름이······, 아수스? 그래. 아수스라고 했어.”

“아수스?”


아주 놀라는 성녀. 그 모습마저 웃기다. 뭐 이렇게 허술해.

더구나 방금까지만 해도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 같던 시뻘건 테두리의 색이 약간은 연해졌다는 것이 보였다.


“정말로 아수스가 죽었다고?”

“그래.”

“누구와 싸웠지? 이름은?”

“어? 이름? 아, 그러고 보니 이름을 안 물어봤네.”

“흥! 역시 거짓말이구나. 새끼와 어미를 도왔다는 말은.”


나는 살짝 짜증을 내면서 그녀가 사람 형태로 변했을 때의 모습을 말했다.

푸른 기운과 같은 색의 은은하고 빛나는 색, 황금 장식이 화려하게 달린 드레스.


“스노우 드래곤이겠지.”


그런데 내가 하는 묘사를 듣더니 색이 더 옅어진다.

뭐야. 아는 사이였냐.


“그들이 정말······, 살았나?”

“몰라.”

“뭐?”

“지금은 모르지. 그때 헤어졌으니까. 내가 아직까지 살아있는지 어떻게 알아?”

“네가 죽인 것은 아니고?”

“네가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직접 확인해보지? 뭐, 인간 사이에 숨어사느라 만나기가 힘드나?”

“음······. 그런데 내가 용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지? 다른 데우스의 족속들도 알고 있나?”

“그렇지는 않을 걸?”

“그런데 너는 어떻게?”


병신인가. 아예 티를 팍팍 내는데 어떻게 몰라. 한스와 캐슬맨이야 사정을 모른다고 해도. 아니, 그 녀석들도 어느 정도 눈치 채지 않았을까? 용의 활을 꺼내자마자 아주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는데?


“눈에 뻔히 보이는데 그걸 모르는 게 멍청한 거지. 용의 활을 꺼내니 아주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보던데.”

“뭐? 그럴 리가 없는데.”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다니.”


그런데 성녀는 그럴 리가 없다는 말만 중얼거린다.

그럴 리가 없기는 왜 없어.


“아, 어쨌든. 난 당장 그쪽하고 싸우고 싶은 생각도 없고, 특별하게 날, 그리고 이 마을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어.”

“뭐? 그럼 네가 원하는 것은 뭐지?”

“조금 있다가······, 내가 성기사단장 우두머리에게 뭔가 부탁을 할 거야. 그러면 그때, 그냥 내 편을 들어주면 돼.”

“뭔가 부탁을? 편을? 뭘 하려는 거지?”

“날 위한 게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이 마을을 위한 거지. 그럼, 갈까?”


성녀는 여전히 의심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정말······, 다른 족속들은 내 정체를 모르는 것이냐?”

“알 수도 있을 걸? 하지만 걱정마라.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본 바로는······. 오히려 내가 말한 대로 네가 우리 쪽 편만 좀 들어준다면 입 닫고 있을 녀석들이니까. 그리고 그······, 티 좀 내지 말고. 뭔 용의 피부에 용뼈 활을 봤다고 대놓고 그렇게 티를 내니······.”

“아니, 나는······.”

“아, 됐어.”


그리고 장막 쪽으로 다시 향하는데 심각한 얼굴로 한스와 캐슬맨이 나왔다.

성녀는 우리를 또 한 번 노려보다가 장막으로 먼저 들어갔다.


“야, 무슨 말을 한 거야?”


캐슬맨의 물음에 나는 되물었다.


“너희들도 다 눈치챈 거 아냐?”

“뭐?”


오히려 되묻는 캐슬맨. 이것들도 눈깔이 쓸모가 없네.


“야. 용의 활 꺼냈을 때 아주 죽일 듯이 노려보던 거 못 봤어?”


그런데 캐슬맨은 도리어 엉뚱한 소리를 한다.


“뭘 노려봐. 처음부터 끝까지 살짝 웃고만 있었는데.”

“웃어?”

“그래.”

“뭔 소리야. 누가 웃어?”

“누가 웃기는. 성녀가 웃었지.”

“아니, 뜬금없이 요리에 살생이니 뭐니 하는 말을 듣고 황당하지 않았어?”

“음? 아니, 그거야 뭐 아주 지독한 채식주의자이자 동물애호가 설정인가 싶었지.”

“뭐?”

“충분히 있을 수 있지. 고결하고 자애로운 성녀님 설정이라면.”

“고결하고 자애롭기는 씨발. 진짜 너희들 눈도 어디 검사를 해봐야 돼.”

“풉. 우리 눈이 눈이냐? 어차피 폴리곤 그래픽인데.”

“어?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아니, 정말로 날 노려보는 것을 못 봤다고?”

“검사할 눈이 있다면 너부터 해야겠는데? 처음부터 나갈 때까지 웃고 있었다니까?”


캐슬맨의 말을 듣고 한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스럽다. 그럼 내가 본 것은 뭐란 말인가. 이 안에서 헛것을 본다고?

그럴 리는 없다.

그럼 뭐지?


캐슬맨이 조금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이. 어이? 왜 갑자기 네가 넋이 나가고 그래?”


머리가 아프다.

한스가 다시 괜찮냐고 물었다.

씨발. 내 표정은 제대로 보이는 거냐.


“음. 아니, 아니. 일단······.”

“성녀하고는 그래서 무슨 말을 했는데. 네가 갑자기 살벌하게 용 이야기를 마구 꺼내서 우리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뭐, 기사 놈들이야 워낙에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잘 넘어갔지만.”

“어······. 일단. 나중에 이야기하자.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으니까.”

“급한 일?”

“그래. 급한 일.”

나는 그 둘과 함께 장막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성녀는 나를 보고 긴장한 표정이다. 그리고 나는 조용하게 캐슬맨에게 물었다.


“지금 성녀 표정은 어떤데?”

“웃고 있는데?”


웃어? 저게 웃는 얼굴이라고?

뭔가 잘못됐다.

크게 잘못됐다.


설마. 나한테만 저렇게 보이는 건가?

마치 속마음을 표정으로 읽는 것처럼?


그때 성기사단 대장이 내게 말했다.


“아, 방금 들었습니다. 성녀님께서 약간의 오해를 하셨다고······.”

“예? 아. 예. 뭐······. 그렇게 됐습니다. 오해는 잘······, 풀린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리고 그······, 부탁하실 일이라는 것은······.”

“아, 네. 지금 장막에 걸려있는 깃발처럼. 두 기사단의 깃발을 이 마을 성벽의 정문 위에 걸게 해 주십시오.”

“예?”

“여기 한스가 이 마을의 야를이라고 하더라도, 이 전체 지역의 정당한 지배자는 토라나 공이십니다. 토라나 공의 은혜가 미치는 곳이라는 말이지요.”


내 말에 토라나 쪽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은 이해를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성기사단 깃발은 어째서······.”


나는 조금 인상을 무겁게 하고 물었다.


“과거 이 마을이 한 번······, 몰락했을 때 말입니다. 그때 성기사단은 무얼 했습니까?”

“예?”

“그리고 야를 한스가 혼자서 저주받은 지하 석실의 드라우그들과 싸우고, 그 주술사를 물리치고 마침내 주민들을 구하기 전에, 역시 성기사단은 무얼 했습니까?”

“음······.”

“원래 이 땅의 사람들을, 그런 괴물과 잡귀들의 손에서 보호하고 구하는 것이 성기사단의 사명 아닙니까?”


그들은 대답대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과거의 일을 다시 따져 물어 무슨 대단한 보상을 받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새로운 약속을 바랄 뿐입니다. 그것은 작게는 이 마을에 대한 약속이고, 크게는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성기사단의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약속입니다.”

“약속이라면······.”

“두 번은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


그들은 내 지적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시적으로 군대를 주둔시켜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깃발을 내세워, 언제라도 이 마을을 위해 성기사단이 오겠다는 뜻을 알리게 하라는 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물론 원망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누가 법왕청의, 그리고 그 예하 기사단의 힘을 우습게보겠습니까?”

“음······.”

“그리고 이곳에 처음 오실 때 이 신성한 나무에 그 어떤 부정함도 없다는 것을 아셨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새로운 신전 혹은 수도원이 세워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신의 기적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말입니다. 이 나무가, 신의 축복이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자라나겠습니까?”

“아······.”

“다만 어느 한쪽의 영역이라고 확실하게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법왕청이나 토라나 공쪽으로. 말하자면 두 쪽의 은혜를 모두 입은 곳으로, 그리고 이곳에 내린 신의 축복을 기념하는 마을로 만드는 것이······.”

“두 깃발은 그것을 공언하는 의미로 필요한 것이겠군요.”

“그렇습니다.”


기사단원들은 성녀의 눈치를 살폈다.

성녀는 여전히 나를 째려보면서도 내 요구가 조금 의외라는 듯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나는 다시 캐슬맨에게 물었다.


“지금도 웃고 있냐?”

“야, 너 진짜 뭔 디버프라도 걸렸냐?”

“아, 됐어.”


그때 성녀가 조용히 성기사단 대장에게 뭔가를 말했다.

그리고 대장이 말했다.


“좋습니다. 허나 저희가 임시로 깃발을 빌려드릴 수는 있으나, 정확히는 법왕청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만약 허가가 떨어진다면, 깃발뿐만 아니라 더 훌륭하고 고귀한 상징도 이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희의 방관에 대한 사죄의 의미라면 더욱 필요하겠지요.”


나는 토라나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 역시 입장이 같았다.


“좋은 일입니다.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역시 저희 쪽도 절차라는 게 있으니······.”


한스가 그에게 물었다.


“그럼 제가 직접 찾아가야 할까요?”


그러자 토라나의 기사단 우두머리는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마을을 재건하고 있으시니 야를께서는 바쁘시겠지요. 그저 대리인을 보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대리인······.”

“여기······, 훌륭한 요리와 더불어 용까지 잡으신 위대한 용사분이 대리인으로 딱 적합한 것 같은데요.”


순간 나를 쳐다보는 한스와 캐슬맨.

그리고 나는.

이 엿 같은 대머리새끼가 진짜······. 하는 심정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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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토라나의 연회(2) 24.03.07 29 3 12쪽
53 토라나의 연회(1) 24.03.06 35 2 12쪽
52 뜻밖의 유품(2) 24.03.05 48 2 12쪽
51 뜻밖의 유품(1) 24.03.04 46 3 13쪽
50 여왕의 재판장에서 (3) 24.03.03 50 2 12쪽
49 여왕의 재판장에서 (2) 24.03.02 49 2 12쪽
48 여왕의 재판장에서 (1) 24.03.02 52 2 12쪽
47 매드 티 파티(3) 24.03.02 68 2 12쪽
46 매드 티 파티(2) 24.03.02 53 2 12쪽
45 매드 티 파티(1) 24.03.02 54 2 12쪽
44 3월 토끼 (2) +1 24.02.26 62 2 13쪽
43 3월 토끼 (1) 24.02.25 70 3 12쪽
42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3) +1 24.02.24 76 4 12쪽
41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2) +1 24.02.24 67 2 13쪽
40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1) 24.02.23 83 3 14쪽
39 실종 24.02.23 78 4 12쪽
38 채식주의자의 정체 (3) +1 24.02.20 92 5 14쪽
» 채식주의자의 정체 (2) 24.02.19 85 4 13쪽
36 채식주의자의 정체 (1) 24.02.18 89 3 13쪽
35 재건되는 마을 (3) 24.02.18 85 4 12쪽
34 재건되는 마을 (2) 24.02.17 107 3 14쪽
33 재건되는 마을 (1) 24.02.16 114 2 12쪽
32 다시 마을로 (3) 24.02.15 110 3 12쪽
31 다시 마을로 (2) 24.02.15 106 3 11쪽
30 다시 마을로 (1) 24.02.15 112 3 13쪽
29 맥도날드 경의 탄생 24.02.05 123 5 13쪽
28 캐슬맨 (2) +1 24.02.04 129 4 14쪽
27 캐슬맨 (1) 24.02.03 125 5 12쪽
26 사연들 24.02.03 153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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