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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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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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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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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8,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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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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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다시 마을로 (3)

DUMMY

캐슬맨과 한스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어색해하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그래서 내가 녀석들의 그 분위기를 깰 겸 물었다.


“어이, 거지. 별 일은 없었어? 뭐, 다른 도적놈들이 왔다던가.”

“다행스럽게도. 아무 일도 없었어.”


나는 나무를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한스가 갑자기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뭔데? 뭔 일이 있었구만.”

“아, 그게······. 미,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해.”

“뭐가? 심부름을 시켜서? 그런 거라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 이 마을의······.”


도중에 말을 가로채는 캐슬맨.


“마을의 지배권을 거지 네가 가졌구나.”

“어. 굴라 네가 마을을 나간 뒤에 갑자기 퀘스트가 뜨는 바람에······.”


굴라라는 옛 이름을 들은 캐슬맨이 한바탕 웃더니 내 대신 내 새 이름을 말했다.


“앞으로 맥도날드라고 불러라.”

“뭐?”


한스가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그 이름이 나은 것 같아서.”


새 이름을 듣고 피식 웃던 한스가 다시 난처한 얼굴이 되었지만, 솔직히 나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마을의 지배자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으니까.

어쩌면 되어서는 안 될지도 모르고.


“어쨌든 결국 주술사는 네가 잡은 건데······.”


그 말을 듣고 캐슬맨이 약간 놀라며 다시 물었다.


“한스. 정말로 주술사를 여기 이 녀석이 잡았다고?”

“그래. 아, 물론 주술사와 싸울 때 나도 싸웠지만. 결국은 굴라, 아니, 맥도날드가 잡은 것이나 다름없지.”

“난 반쯤 허풍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뭔가 다시 보는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보는 캐슬맨.

하지만 나는 지금 마을의 변화가 더 궁금했다.


한스의 말로는 나무의 높이가 좀 더 자라고, 하늘을 덮는 무수히 많은 가지와 잎이 많아졌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했다.


“녀석들은? 여기 나가기 전에 우리가 잡았던 녀석들 말이야.”

“아, 그 녀석들. 이제는 든든한 경비병이 되었지.”


우리 대화 중에 경비병? 하며 되묻는 캐슬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었다.

그러자 한 번 더 놀라는 캐슬맨.


“아니, 기껏 음식으로 적대적 몹의 평판이나 우호도까지 돌릴 수 있다는 거야?”


너 이 새끼. 아까 마차 탔을 때 은근히 나를 무시했겠다.

나는 짐짓 코웃음을 치며 녀석에게 말했다.


“뭐야. 몰랐어? 처음이냐?”

“으음······.”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캐슬맨을 보니 약간은 속이 시원했다.

그런 캐슬맨을 뒤로 하고 나는 지금도 땅에서 빛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물었고 한스는 손을 들어 위를 가리켰다.


“뭐?”

“나뭇잎으로부터 떨어진 것들.”

“위에서?”

“어. 그리고······, 너희들 상태창을 한번 확인해봐.”

“상태창? 그건 왜?”

“일단 확인해봐.”


나와 캐슬맨은 한스의 말에 따라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본 스탯이 모두 상승한 상태였다.


“이건······. 이 안에서?”

“아마 적대적이지 않은 대상에는 무조건 버프를 주는 모양이야. 이 가루들이. 특히 체력 관련 수치에 대해서.”

“아, 확실히.”


한스의 말대로 나무의 힘은 우리의 체력 자체와 체력 재생 수치를 가장 많이 올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가 자란 건 네가 떠난 후 하루 정도야. 그 다음에는 자라지 않았으니까.”

“그렇군. 아, 그런데······.”


나는 캐슬맨을 데려오면 생겼던 작은 소동에 대해 말했다.

그러자 한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지금 걱정만 해서 뭘 할 거야. 일단 대비부터 해야지.”


나서는 캐슬맨. 캐슬맨은 한스에게 마차에 타라고 했다.


“자, 성벽을 어떻게 둘러야 할지 일단 주위를 돌아봐야지.”


캐슬맨의 말에 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마차를 타고 천천히 주위를 돌았다. 특히 캐슬맨은 매우 느린 속도로 마차를 몰면서 땅에서 반짝이는 것들의 경계를 유심히 살폈다.


“반짝이는 곳 안이 버프의 범위겠지?”


내 물음에 캐슬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가 그럼 이곳을 경계로 할 것이냐고 물었다.

나와 캐슬맨은 동시에 한스를 조금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아, 아니. 왜.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캐슬맨이 말했다.


“야 이 멍청아. 전투가 일어나면 성벽 위에서만 일어날 것 같냐?”

“성벽 밖에서도 싸울 일이 있을 텐데 우리 편이라면 안팎으로 버프를 받을 수 있으면 받아야 할 것 아냐.”


나도 그렇게 덧붙였고.

그러자 캐슬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넌 좀 뭘 아네. 진지는 그런 방식으로 접근해야지.”

“편하게 사회생활 하던 너희 독일 놈들하고 그래도 군대에 끌려간 나하고 같냐.”

“군대? 아, 한국인.”

“그러니까. 거기다가······. 아니, 됐다. 어쨌든 한······. 저 정도 안에서부터 벽을 지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한참 안쪽, 그러니까 옛 마을의 무너진 담벼락 약간 앞을 가리키며 말했고 캐슬맨도 내 말에 동의했다.


“야, 거지. 나한테 마을 건축 권한 넘겨.”

“아, 참. 그렇지.”


권한을 받은 캐슬맨은 마을의 폐허는 어느 정도로 남아있냐고 물었고, 한스는 지금 옛 도적, 현 경비병들이 머무는 집을 제외하고는 모두 빈집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음······, 그 정도 잔해로는······.”


나는 그들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나무 때문에 무너진 지하 석실을 떠올렸다.


“지하 석실의 벽돌이나 구조물은 안 되나?”

“뭐?”

“아니, 어차피 지금은 빈 석실일 뿐이잖아. 언데드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곳도 제법 큰 규모던데.”


캐슬맨은 손뼉을 짝, 소리나게 마주친 후에 외쳤다.


“아, 그래. 거기도 있네. 더구나 무너진 지하 석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동굴이니, 곡괭이 주고 주민들한테 돌 좀 캐라고 하면 재료로 변환시킬 수 있는 석재도 나올 거야.”

“인위적인 동굴? 뭐야, 그게.”

“생성되어 있는 동굴에 곡괭이질을 해봤자 돌이 캐지겠냐?”

“어?”

“어휴, 촌놈.”


이 새끼가 진짜.


“석실을 파괴한 뒤에 생긴 굴은 인위적으로 만든 것으로 취급해서, 거기서 재료 석재를 캘 수 있다고. 뭐, 분명히 어느 정도 한계는 있겠지만.”


캐슬맨의 말을 듣던 한스는 약간 곤란해 했다.


“왜?”

“곡괭이가 없는데, 지금. 이곳에부터 사러 가려면······.”

“됐어, 멍청아. 나한테 있어.”

“어?”

“준비된 설계자. 준비된 건축가! 그게 바로 나, 캐슬맨이라 이 말이지. 새끼들이 성 지을 때마다 곡괭이나 망치 없다고 지랄하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라서.”


한스는 기뻐했고,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집에서 술 냄새 풀풀 풍기던 때와는 좀 다른데?”

“흥! 내가 이래 뵈도 길드들이 나 하나 모셔가려고 안달이다 이 말이야.”

“아, 예, 예. 이봐, 한스. 나는 거······, 경비병 두 녀석만 나에게 딸려 보내줘.”

“왜?”

“안 먹을 거야? 밥.”

“아! 그렇지, 밥! 안 그래도 주민들이 네 요리를 무척 기다리고 있어!”


캐슬맨의 마차는 마침내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 캐슬맨은 처음 보는 집들에 다시 한 번 놀라는 표정이었다.


“샤이어······.”

“뭐?”

“아니, 나무 아래 집들. 저게 그냥 만들어진 거라고? 완전 호빗들 집처럼 생겼잖아!”

“되게 신나하네.”

“이곳에서는 처음 보는 양식이니까.”

“처음?”

“그래!”


마침 마을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다가온다. 모두 반가워하는 얼굴로.

묘한 기분이었다.

나를 반겨주니 기분은 좋은데, 저게 저들의 감정이 아니라 프로그램화된 것일 테니까. 또 약간의 알 수 없는 씁쓸함도 느껴졌다.

그것은 한스 때문이었다.


그래. 한스가 정말로 인간의 정신이 갇힌 녀석이라면, 아무리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것들이라고 해도 이곳에서 몇 년을 갇혀 살면 저들에게 어떤 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어색한 미소와 인사를 한 나는 마차에서 내렸다.

마침 한스가 경비병 두 녀석을 불렀다. 그들은 나를 반가워하면서도 아직도 약간은 무서워하는 눈치다.


“이봐. 캐슬맨. 지금부터 바로 일을 시작할 거냐?”

“그래야겠지. 조금이라도 빠를수록 좋아.”

“흠. 그럼 캐슬맨씨, 열심히 노가다 하시고.”

“돌아와서 만든 음식이 햄버거면 너 죽는다.”

“안타깝게도 감자가 없네.”

“뭐?”

“햄버거에는 감자튀김이 같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숲에서 사슴과 멧돼지를 잡아 마을 사람들이 며칠은 먹을 수 있는 충분한 고기 재료를 확보했다.

내가 딱히 힘을 쓰지 않아도 데려온 두 경비병 녀석들의 궁술 솜씨가 꽤 놀라워 쉽게 쉽게 사냥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멋지게 꺼내든 용의 활을 써먹을 기회가 없었다.

한 번은 그저 녀석들이 내 활을 힐끗 힐끗 쳐다보는 것을 보고 불의 화살을 쏴서 사냥물을 아예 통구이로 만들어버렸지만 그 이외에는 모두 녀석들이 잡은 것이었다.


대신 나는 숲 여기저기에 나 있는, 향신료로 쓸 만한 재료들을 채집해서 모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충분히 훌륭한 사냥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는 데, 놀랍게도 벌써 마을 입구라 할 수 있는 곳에 멋들어진 성벽과 문이 만들어져 있었다.


한 녀석이 놀라며 말했다.


“와. 낮에 같이 오신 분도 역시 용사시군요. 챔피언!”

“어? 아, 뭐, 그렇지.”


아니, 어차피 건축이라는 것이 이 세계에서는 다 같은 방식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놀라는 반응은 역시 입력된 것인가.

하지만 이런 소소한 이벤트까지 적용될 정도라니.

새삼 NPC의 행동과 대사 스크립트가 얼마나 많은 양일지 궁금했다.


나와 두 경비병이 성문 앞에 도착하자 한스가 먼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런데 열리는 성문 저 너머로, 다시 하나의 벽이 보인다.


“뭐야? 이중 성벽으로 만들고 있는 거야?”


내 물음에 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캐슬맨은 기존의 마을 사람들이 사는, 그러니까 호빗의 샤이어 마을처럼 된 나무 아래의 마을을 중심으로 먼저 성벽을 두르고, 그 바깥으로 외성을 다시 두른다는 것이다.


“왜?”

“중심에 내 거처를 새로 짓는다나? 하하. 야를의 성채 말이야.”

“야를?”

“아, 지금 내 호칭이 이곳의 야를이 되었거든. 아, 그리고 나만을 위한 거처도 아니야. 일종의······, 관공서 비슷한 것이 되겠지.”

“흠.”

“그리고 바깥에는 또 새롭게 올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거고.”

“새롭게 올 사람들······.”


누가 새로 오냐고 되물으려다가 여전히 옆에 있는 두 경비병 녀석들을 쳐다보았다.

하긴, 이런 녀석들이 또 올 수도 있고. 아니면 평범한 NPC가 생성되어 이곳에 정착을 시도할 수도 있다.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이 마을은 그 정도의 규모가 된다.

그리고······. 이 거지 녀석이 사랑하는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지키려면 지금의 숫자로는 확실히 부족할 것이다.


“뭐,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그럼 내성과 외성 사이에도 건물들을 짓겠다는 건가.”

“그렇지. 하지만 당장은 아니고. 먼저 성벽을 다 두른 뒤에, 야를의 성채와 바깥의 집들도 짓게 될 거야. 아직 그 정도의 재료는 없으니까. 재료를 새로 모으거나 사야겠지.”

“그러면 시간이 좀 걸리지 않나?”


그렇게 묻자 한스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캐슬맨이······, 계속 이 마을에 있겠다고 했어.”

“아, 잘됐네. 정말로.”

“어?”

“너희들 바깥에서도 친구였다며.”

“그걸 어떻게······.”

“캐슬맨이 말했어.”

“아, 그래······.”

“NP······,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좋지만, 진짜 친구가 있으면 더 좋지.”


그 말은 정말로 내 진심이었다.


작가의말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올해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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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뜻밖의 유품(2) 24.03.05 48 2 12쪽
51 뜻밖의 유품(1) 24.03.04 46 3 13쪽
50 여왕의 재판장에서 (3) 24.03.03 50 2 12쪽
49 여왕의 재판장에서 (2) 24.03.02 49 2 12쪽
48 여왕의 재판장에서 (1) 24.03.02 52 2 12쪽
47 매드 티 파티(3) 24.03.02 68 2 12쪽
46 매드 티 파티(2) 24.03.02 54 2 12쪽
45 매드 티 파티(1) 24.03.02 54 2 12쪽
44 3월 토끼 (2) +1 24.02.26 62 2 13쪽
43 3월 토끼 (1) 24.02.25 70 3 12쪽
42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3) +1 24.02.24 76 4 12쪽
41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2) +1 24.02.24 68 2 13쪽
40 인스턴스 안의 인스턴스 (1) 24.02.23 83 3 14쪽
39 실종 24.02.23 78 4 12쪽
38 채식주의자의 정체 (3) +1 24.02.20 92 5 14쪽
37 채식주의자의 정체 (2) 24.02.19 85 4 13쪽
36 채식주의자의 정체 (1) 24.02.18 89 3 13쪽
35 재건되는 마을 (3) 24.02.18 85 4 12쪽
34 재건되는 마을 (2) 24.02.17 107 3 14쪽
33 재건되는 마을 (1) 24.02.16 114 2 12쪽
» 다시 마을로 (3) 24.02.15 111 3 12쪽
31 다시 마을로 (2) 24.02.15 106 3 11쪽
30 다시 마을로 (1) 24.02.15 112 3 13쪽
29 맥도날드 경의 탄생 24.02.05 123 5 13쪽
28 캐슬맨 (2) +1 24.02.04 129 4 14쪽
27 캐슬맨 (1) 24.02.03 125 5 12쪽
26 사연들 24.02.03 153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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