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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전능하신 당신들의 적대자가 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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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24.01.11 06:45
최근연재일 :
2024.03.07 07:00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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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5
추천수 :
249
글자수 :
298,498

작성
24.02.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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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캐슬맨 (1)

DUMMY

“저기군.”


나는 한 밤 중, 으슥한 산의 좁은 바위 틈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보이는, 불이 환하게 밝혀진 곳이 보인다.

삭쑴이다.


듣기로 밤에는 통행을 금한다고 했다.

그러니 일단 여기서 날이 밝을 때까지 야영을 해야 한다.


텐트를 설치하고 불을 피운다.


불 앞에 앉아 여러 생각을 했다.

이 시스템의 관리인이자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집단의 한 명일 지도 모르는 알 수 없는 남자.

그리고 한스.

아니, 한나 크루거.

웃기지도 않지. 한스도 평범하게 뻔한 이름이었는데 본명이 한나였을 줄이야.


사망 당시, 그러니까······, 갇혔을 당시 22세.

대학생. 독일 하이델베르크 출신 하이델베르크 대학 재학 중. 정확히는 휴학생.

증언에 의하면 거의 1년 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함.

극심한 대인기피 증세를 보였다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남자 거지꼴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

하지만 그는, 혹은 그녀는 적어도 이곳에서는 사람들을 피하지 않았다.

그게 나 같은 진짜······, 사람이거나 NPC이거나.


어쩌면 여기가 더 좋은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녀석에게는.

하긴. 따지고 보면 나에게도 여기가 차라리 더 나으려나?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날이 밝았다.

야영지를 정리하는 와중에 또 캠핑 스킬이 올랐다는 알림이 뜬다.

젠장할.

하지만 나는 아직 남은 여유 포인트가 두 포인트가 있다.

겨우 2 포인트.

그걸 어디에 투자하기도 애매하다. 일단 궁술에 다 넣어야 하나.

10까지만 올리면, 그래도 약간의 사격 속도 상승과 더불어 약간이라도 치명타 배율 상승의 효과는 누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계속 이렇게 되고 보니, 차라리 캠핑 50도 나쁘지 않겠다는 망할 생각마저 든다.

뭐, 우연하게 얻은 그런 엄청난 마법 부여를 얻을 수만 있다면 말이지.

아니, 그냥 잠행을 올릴까?

아니면 최소한의 통찰?


고민이다.

어느 것도 무기나 마법 부여 없이 주력으로 전투 스킬을 올릴 수는 없는 지경에 이미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직도 2 스킬 포인트를 가진 채로 나는 삭쑴을 향해 산을 내려갔다.


살벌한 언데드 풍 장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삭쑴은 마치 여긴 만만한 곳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내 평판 확인 스킬(일단 나 혼자서는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따로 상태창에도 없는 기술이 되어버렸으니까.) 로 둘러보니 역시나 전부 노란색이다.

주황색도, 연녹색도 볼 수가 없다.

하긴. 나는 그저 이방인 1일 뿐이니까.


한스에게 팁을 들었다.

정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은 NPC니까,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꺼내서 바로 보여주면 데우스의 챔피언이라는 것을 알고 쉽게 들여보내줄 것이라는 것.


그래서 녀석의 조언에 따라 나는 일부러 슬쩍 그들 앞에서 작은 음식 하나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소환하니 역시 녀석들의 표정이 바뀐다.


그리고 문 앞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쉽게 패스.

그렇게 삭쑴에 들어섰다.


과거 언데드 성채였던 곳을 점령한 것이라 건물 양식은 괴기스러운 곳이 많았지만, 새로 지은 곳들은 정상적인 생김새도 많았다.


“그러니까 이 건물 전부를 그 캐슬맨이라는 녀석이 만들었다는 거지? 그러니까 녀석을 찾아서······, 데리고 가면 적어도 이 일대에서의 일은 끝이라는 거고. 그 뒤는······, 김지은이 내게 일임한다고 했어. 이곳 시간으로 한 달 정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일단 나는 지도 따위의 잡화를 파는 상점을 찾았다.

자세한 보물지도는 필요 없다.

그저 이 일대 주변의 주요 지점과 마을 위치 따위만 알면 된다.


마침내 지도 및 감정서 같은 것을 파는 잡화점을 찾았고 일단 지도를 구매했다. 그러자 곧바로 지도가 업데이트 되었다는 알림이 뜬다.

그러나 감정서는 역시나 최대 희귀 등급의 아이템을 감정할 수 있는 것들 밖에는 없었다.

하긴 뭐. 어디서나 유물 등급을 감정할 수 있는 감정서를 구할 수는 없겠지.


그리고 그 길을 따라 늘어선 상점을 보는데 속으로는 제법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사꾼들은 모두 NPC들이다.

성채를 점령하고 나서 경계의 안정을 선포하자 NPC가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고 했다.


이곳을 하드코어 기간에 점령을 했다고?

나는 그게 조금 의문이었다.

나와 한스는 하드코어 기간이 아님에도 지하 묘실의 부활을 완전히 막았다.

그것은 어쩌면 부활해야할 몹으로 배정된 드라우그라는 껍질이, 모두 NPC 주민들의 것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그곳은 이제 용도가 사라졌고, 새로운 나무가 자라나며 던전이라는 기능을 완벽히 상실하게 된 것이다.


만약 그런 이벤트가 없다면, 여전히 어떤 던전을 완전히 점령하려면 그 하드코어 기간을 이용해야 할 거라는 생각도 하면서 여기 저기 구경을 다녔다.


약간의 돈으로 질 좋은 가죽 부츠도 사고, 그 앞에 부착할 정강이 보호대도 갑옷 상점에서 구매했다.

일반 품질의 물건이지만, 당장 없는 것보다는 낫다.

또한 적당한 크기의 대용량 여행자의 가방과 튼튼한 벨트, 그리고 그곳에 부착할 사소한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주머니도 샀다.

말하자면 일단 인벤토리 크기를 늘린 셈이다.

그래도 돈이 엄청 남는다. 그것은 거의 한스가 준 돈이다.


그때 한쪽에서 갑자기 소매치기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NPC가 외치는 소리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인벤토리는 소매치기가 먹히지 않으니까.

누가 기술 수련하다가 걸린 모양이다.

찾아도 소용없을 거다.

소매치기를 올리는 녀석이라면 반드시 잠행도 올렸을 테니까.

다만 이 안에서 범죄를 저질러서 경보가 떴으니, 남은 것은 녀석의 은신 기술 레벨에 달렸을 것이다.

경비병에게 들키면 안 되고, 그리고 점령지의 주인인 플레이어에게 들키면 안 된다.

특정 점령지 혹은 지배지 안에서 범죄 발각 디버프가 걸린 대상은 유일하게 pvp가 가능하다. 그 경계 안에서만.

뭐, 물론 이곳을 지배하고 있는 길드의 인원이 소매치기를 저지르다 걸렸다면 당연히 pvp는 없다.

그저 이 지역 주변 세력이 가지고 있는 길드 전체의 평판이 좀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평판 감지 스킬이 은신한 대상도 볼 수 있다면?

이건 버그라고 해야 하나?


일단 시도해봤다. 약간 높은 2층 건물에 올라가 거리 전체를 둘러본다.

온통 노란 빛이라 내가 황달이라도 걸린 것 같다.

이래서는 뭘 알아보기도 힘들다.


“아, 역시 안 되나.”


어. 그런데. 반대편 지붕 위. 지붕 위에 테두리만 보인다. 노란색 테두리. 마치 거기다 노란색 펜으로 윤곽선만 그려놓은 것처럼.

미친. 이게 되나!


그 소매치기는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반대편으로 휙 사라졌다.

나는 그 순간 통찰을 찍어야 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어차피 통찰로 약점 포착이나 상대의 능력치 파악 따위의 일이 가능하려면 20 이상은 찍어야 하지만 나는 그게 불가능하니까.

그저 한스의 은신이 당시에 조금 거슬려서 잠깐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인데, 이게 정말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조금 기분 좋게 다시 거리로 내려왔다. 그런데 어느새 뒤에서 다가온 누군가 내게 말했다.


“너. 통찰이냐?”


슬쩍 몸을 돌려 대상을 확인 했다.

작은 체구의 소녀 형상.

내가 형상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모습을 했다고 그 안이 소녀일 거라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바깥세상에서는 배 불룩 튀어나온 대머리 중년남일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이놈은 분명 아까 그 소매치기임이 분명했다.

벌써 모습을 드러내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소매치기 스킬의 패시브가 발동되었다는 것이다.

일정 확률로 지역의 경계도를 떨어뜨리는 것.


“통찰이고 뭐고, 범죄 디버프 지워졌으면 그냥 가지. 뭐하러 내 뒤에 섰냐?”


그렇게 묻자 녀석은 씩 웃는다.


“아, 역시 은신 스킬은 통찰 앞에 쓸모가 없다니까.”


내 생각에 녀석은 잠행과 다른 전투 능력을 찍고, 그저 남은 포인트로 한 10 정도를 소매치기에 투자한 어설픈 소매치기처럼 보였다.


“겨우 10포인트 찍은 거면 여기 말고 작은 마을에 가.”


내 예상이 맞았나보다. 이놈은 내가 통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아예 확신하고 있다.


“하. 뭐. 그 말도 맞네. 그런데 너 여기 처음이야? 난 처음 보는데?”

“그래.”

“뭐, 적당히 놀다 가. 우리 길드가 관리하는 곳이니까 하하.”

“우리 길드? 아, 너희가 바로 여기를 점령했다는······.”

“그래. 처음에는 길드가 아니었는데, 여기를 점령하고 나서는 그 자리에서 길드를 창설했지.”

“그렇군. 아, 그런데 혹시.”

“왜?”

“캐슬맨이라는 사람을 아나?”


캐슬맨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살짝 눈을 치켜뜨는 녀석.


“그 사람은 왜?”

“일을 맡길 것이 있어서.”

“일? 무슨 일? 너 혹시 해방단이나 에이온에서 나온 녀석이야? 공성병기라도 사려고?”

“아니. 그냥 벽을 보수할 건데.”

“벽? 겨우 벽을 보수하는데 캐슬맨 그 작자가 필요해?”

“캐슬맨은 너희 길드 사람이 아닌가?”

“어? 아, 그게 뭐······.”

“뭐, 나는 너희들 사정에 관심없어. 관여할 자격도 없고. 그저 난 캐슬맨을 만나 일을 부탁하고 싶을 뿐이야.”

“어디에서 왔는데?”

“타르민.”

“뭐?”


깜짝 놀라는 녀석. 녀석은 그곳에는 마을이 없다고 말했다.


“있었잖아.”

“있었지. 있었다고. 다만 드라우그 놈들의 침공에 마을이 쓸려나간 거지.”

“너도 알아? 그 일을?”

“당연하지. 그것 때문에······. 아니 됐다.”

“뭐 어쨌든 그곳에서 왔어.”

“아니, 그곳에는 마을이 없······. 뭐야. 그럼 너 그 폐허 중에서 그냥 좀 멀쩡한 집 하나를 점유한 거야?”


집 점유? 이제 그런 것도 되는 구나.


“내 집은 아니고.”


나는 녀석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다시 마을이 생길 거거든.”

“그게 무슨······.”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지만, 뭐 내가 전부 다 말해줄 필요는 없다.


“하여간 그래서 캐슬맨을 만났으면 좋겠는데.”

“음······. 따라와. 내가 안내해줄 게.”

“뭐? 방금 전에는 너 그 사람하고 딱히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이던데.”

“그런 건 네가 상관할 게 아니잖아.”

“하긴. 그렇지.”


그렇게 나는 녀석의 뒤를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캐슬맨이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다르게 작은 소형 집이었다.

가장 기초적인 건축물.


“이게 캐슬맨 집이라고?”

“어.”

“이름하고는 딴판이네.”

“뭐 모든 재료들을 공성장비 제조에 쏟아 부었으니까. 원래는 이 집보다 훨씬 컸거든.”

“아, 그래서······.”

“어쨌든 안에 있을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다. 한 번 더 두드린다. 그러자 반쯤 취한 것 같은 걸걸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소매치기를 보고 말했다.


“캐슬맨이 여자였어?”

“어.”


이런 망할 선입견.

어쨌든 나는 다시 문을 두드리고 물었다.


“저. 일을 맡기고 싶어 왔는데.”


그러져 병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나며 안에서 캐슬맨이 소리쳤다.


“꺼져! 네가 살 공성장비는 없어!”

“아니, 그건 필요 없고. 그저 벽 수리와······, 건설을 좀 부탁하려고.”

“뭐야! 너 해방단 놈이냐? 아니면 에이온 놈이냐!”

“둘 다 아닌데.”

“뭐? 그럼 어디서 굴러먹던 놈이야!”


그러자 소매치기가 외쳤다.


“타르민에서 왔답니다!”


순간 뚝 끊어지는 소리. 잠깐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다시 큰 소리로 문전박대를 하기 시작한다.


“그 망한 마을에 뭐가 있다고! 이 미친 자식이! 뭐, 거기서 어디 다 무너져 가는 집이라도 고쳐서 쓰려는 거냐! 어? 확 드라우그에 죽어버려라!”

“그게······, 한스 소개로 왔는데.”


내 말에 다시 조용해지는 집안. 그리고 소매치기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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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여왕의 재판장에서 (3) 24.03.03 5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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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여왕의 재판장에서 (1) 24.03.02 5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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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매드 티 파티(2) 24.03.02 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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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채식주의자의 정체 (1) 24.02.18 89 3 13쪽
35 재건되는 마을 (3) 24.02.18 85 4 12쪽
34 재건되는 마을 (2) 24.02.17 107 3 14쪽
33 재건되는 마을 (1) 24.02.16 114 2 12쪽
32 다시 마을로 (3) 24.02.15 111 3 12쪽
31 다시 마을로 (2) 24.02.15 106 3 11쪽
30 다시 마을로 (1) 24.02.15 112 3 13쪽
29 맥도날드 경의 탄생 24.02.05 124 5 13쪽
28 캐슬맨 (2) +1 24.02.04 129 4 14쪽
» 캐슬맨 (1) 24.02.03 126 5 12쪽
26 사연들 24.02.03 15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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