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 쟁탈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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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한창인 조조의 본진 앞.
전투에 참여한 유비의 병사는 이제 2천여 명 남짓. 처음에 출발한 3천 5백의 병사 절반 가까이가 죽거나 다쳐서 전투에 참여할 수 없다. 반면, 그들을 협공하고 있는 조조의 병사는 7천여 명. 그들 역시 유비 형제의 활약으로 2천 명 이상의 병사들이 죽었다. 또한, 태사자가 이끄는 5백 여기의 기병이 조조의 우군 일부를 공격한 탓에 우군은 발이 묶여있다. 태사자 부대와 전투를 치르고 있는 조조군은 3천여 명.
남은 3천의 부대는 중앙군과 조조 호위부대 사이를 지키고 있던 후군. 그들은 현민과 현랑이 지나가는 동안 형제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 채 오로지 중앙군과의 전투에 투입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휘이익 퍽!
크악!
“조조 이놈 어디 숨어있는 것이야! 연인 장비가 왔다! 모습을 드러내라!”
휘이익! 푹!
윽!
장비가 장팔사모로 조조군 병사들을 도륙하고 있다. 조조군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장비를 바라보고만 있는 상황. 장비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조조를 찾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다닌다.
“장비 이놈아! 그렇게 소리쳐봤자 조조는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괜히 힘 빼지 말고 그럴 시간에 하나라도 더 죽이거라.”
유비가 소리치며 눈앞의 병사 하나를 벤다.
“놔두세요. 형님. 장비 놈이 저렇게 소리를 치니 조조의 병사들이 겁을 먹지 않겠습니까. 덕분에 아군의 사기가 더 오르고 있습니다.”
후우욱
카가각!
관우의 청룡언월도에 병사 두 명이 갑옷을 입은 채 베어진다. 관우의 말대로 장비의 천지를 뒤흔드는 호통에 조조의 병사들이 겁을 먹고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고 있다. 반면, 아군은 장비의 활약에 사기가 높아져 기세등등하게 적진을 뚫는다.
“형님! 조조 놈에게 가려면 얼마나 남은 거유?”
“아직 멀었다. 이 뒤에 있는 후군까지 돌파하고 나면 조조의 호위대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우리 목표는 조조가 아니라니까”
유비의 목표는 적진에 화공을 펼치는 것. 하지만 적들의 막사가 있는 곳까지는 꽤 거리가 있다. 눈앞에 있는 적 중앙군을 돌파하고 나면 나무 울타리와 막사가 조금 있을 것이다. 어서 빨리 그곳까지 돌파해서 불을 붙여야 한다.
“뭐 별거 아니구만!”
휘이익 푸욱!
장비의 장팔사모에 또 한 명의 병사가 생을 마감한다.
“형님! 하현민 장군은 어찌 되었을까요?”
관우가 수염을 휘날리며 묻는다.
“생사를 알 길이 없구나. 내 예상이 맞다면 그분은 조조의 목을 치러 갔을 것이다. 불을 피우는 대로 하현민 장군을 구하러 가자.”
“예 형님! 슬슬 막사가 보입니다.”
유비군의 앞에 띄엄띄엄 조조군이 머물던 막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유비군을 끌어들이기 위한 위장용으로 쳐놓은 막사. 오히려 하비성에 연락을 취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불씨를 가진 궁수들을 보호하며 막사에 불을 붙여라!”
유비의 외침에 병사들이 불씨를 보호하며 막사로 전진한다. 그리고 불씨를 들고 있던 궁수들이 화살 끝에 불을 붙여 막사를 겨눈다.
휘이익 파바바박!
빨간 불빛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잠시 후 조조군 막사에 떨어지는 불화살. 급조한 불화살이라 불이 제대로 옮겨붙지 않는다. 몇 개의 불화살이 막사에 옮겨붙지만, 그마저도 조조군에 의해서 금방 진화된다. 몇 번 더 불화살을 쏴 보지만 역시나 역부족이다.
“쉽지 않습니다. 형님! 이제 어찌할까요?”
“어쩔 수 없구나. 지금부터는 하현민 장군을 구하러 간다! 전군 전투에 집중하라!”
유비가 한쪽 검을 들어 전방을 가리킨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요 형님!”
장비가 웃으며 눈앞의 적병을 벤다.
한편, 조조군 진영은 바쁘다. 유비군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포위하랴, 불이 다른 곳으로 붙지 않도록 진화하랴, 그러면서도 저 무지막지한 삼 형제를 상대해야 한다.
“불이 번지지 않도록 하라! 포위를 풀지 마라!”
조조의 장수인 우금의 발 빠른 대처로 유비의 부대는 작전 수행에 난항을 겪는다. 다른 무장들과 달리 우금은 유비 삼 형제와의 일기토를 피하며 그들의 군세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병사수나 전략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조조군. 최대한 변수를 만들지 않고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작전이다.
[우금]
통솔: 83
무력: 78
지력: 74
조순과 이통이 죽고, 악진까지 관우와의 일기토에서 져서 패퇴하였다. 조인은 군을 이끌고 전선을 이탈해 있는 상황. 지휘관으로서 유일하게 전투에 참여 중인 우금은 무리한 전투를 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적중하여 조조군에게 승기를 가져다주는 듯했다.
하지만, 눈앞에 저 삼 형제는 대체 뭐란 말인가. 병법이고 전술이고 그런 건 깡그리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무쌍만으로 전황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가히 만인지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두 괴물과 그 괴물들을 이끄는 한 사내. 그들은 조금씩 전진하며 아군의 방어선을 돌파하고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방어선이 뚫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안 되겠다! 후군을 부르는 기를 올려라!”
우금은 결국 뒤에 대기하고 있던 3천 명의 후군에게 합류를 요청한다.
* * *
“꺼지라고 이 새끼야.”
현민은 조조의 앞에서 쌍철극을 휘두르던 전위에게 말한다.
“이···. 이게 무슨?”
조조의 호위 무장 전위는 눈앞에서 갑자기 나타난 형제를 보고 놀라 그 자리에서 얼음처럼 굳어있다.
“어···. 어···.”
비단 전위뿐만이 아니다. 다른 호위 무장들과 작전 참모들은 물론이고 조조 본인마저도 현민과 현랑 형제의 기이한 등장에 놀라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린다.
그 사이 현랑은 현민이 가리키는 사람 쪽으로 빠르게 달려간다. 현민이 가리킨 사람은 조조. 떨어트린 찻잔은 신경도 쓰지 못한 채 입을 벌리고 앉아있다.
현민은 그가 조조인지 어떻게 알았을까? 모두가 조조를 중심으로 모여있다. 그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고 조조가 누구인지 정확히 찾아낸 것이다. 게임에서 보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지만 날카로운 눈, 얇고 긴 수염을 가진 모습이 그가 조조라는 것에 확신을 준다.
“저 새끼 빨리 죽여!”
모두가 상황파악을 못 하고 어리둥절한 상태. 그럴 만도 한 게 분명 그들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위가 쌍철극을 이리저리 휘두르자 2m 25cm의 거구 현랑이 나타난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전위가 만들어낸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한다.
바로 이때다. 모두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퀘스트를 완료해야 한다. 물론 현민 스스로가 만들어낸 퀘스트이지만.
현랑이 클레이모어를 들고 조조에게 달려든다. 무고한 서주 백성들을 살육한 악당 조조. 드디어 그의 목을 벤다. 후에 황제를 옹립하여 위세를 떨치고, 위나라의 기틀을 마련하는 조조. 이제 역사는 달라질 것이다.
“서주 백성들의 복수다!”
“우오오!”
현랑의 거대한 클레이모어가 유난히 반짝이며 의자에 앉아있는 조조의 목을 향해 움직인다. 그리고 검이 조조의 목에 다다르기 직전.
카강!
“히익!”
조조의 옆에 있던 순욱이 현랑의 팔을 잡고 늘어진다. 그는 빠르게 상황파악을 하고 조조에게 다가가는 현랑을 제지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로 인해 현랑의 클레이모어가 살짝 빗겨나갔다. 덕분에 조조는 간신히 고개를 숙여 피할 수 있었다. 대신 조조가 앉아있던 의자의 등받이가 쪼개져 버린다.
“에잇!”
현랑이 팔을 휘둘러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순욱을 날려 버린다.
“커헉!”
순욱은 내팽개쳐지며 바닥에 뒹군다. 조조는 아직 의자에서 완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상황.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다. 그리고 현랑이 다시 한번 클레이모어를 휘두르려 한다.
휘이익!
그때 불길한 기운을 느낀 현랑이 재빨리 뒤로 돌며 검으로 방어한다.
카앙! 퍽!
“크윽...”
정신을 차린 전위가 온 힘을 담아 현랑에게 쌍철극을 휘두른 것이다. 현랑은 재빨리 돌며 그의 공격을 막았지만, 몸이 밀리다 못해 넘어져 바닥에 뒹군다. 덕분에 현랑의 등에 매달려 있던 현민도 덩달아 바닥에 뒹군다. 이곳으로 넘어와서 처음으로 내팽개쳐진 현랑. 무기를 맞댈 때의 충격으로 인한 진동이 아직 팔에 남아있다.
매우 강한 상대임이 분명하다.
현랑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주군 피하십시오!”
전위가 현랑과 조조의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한다. 그의 손에도 역시 현랑이 느낀 것과 같은 크기의 진동이 느껴진다. 좀 전까지 장난스럽게 조조와 대화하던 전위의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어서 주군을 모셔라!”
희지재의 외침에 호위 무장들이 조조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든다.
“으윽... 현랑! 조조를 죽여야 해!”
바닥에 넘어져 있던 현민은 다시 한번 조조를 가리킨다. 조조에게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직 전위 한 명.
“우오오!”
현랑이 빠르게 몸을 일으켜 세우며 전위와 조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커창! 캉! 카강!
순식간에 세 합을 맞대는 현랑과 전위. 막상막하의 실력이다. 하지만, 힘에서 현랑이 우위인 것이 느껴진다. 합을 맞댈 때마다 전위의 몸이 조금씩 밀려난다.
“데몬부스터!”
현랑의 몸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현랑은 이미 두 발의 화살 데미지를 받은 상태.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은 없다. 하지만 이미 조조의 호위 무장들이 조조에게 다가와 그를 피신시키기 시작한다. 조조는 호위 무장들 사이로 숨어버린다.
카앙! 캉! 카앙!
현랑의 급격히 빨라진 공격속도에 전위가 조금 밀리는가 싶더니.
퍽!
현랑의 킥이 전위의 복부에 꽂힌다.
“흐윽!”
짱그랑!
전위가 복부의 충격으로 움츠러들면서 들고 있던 쌍철극 하나를 놓친다. 현랑은 그 틈을 타서 재빨리 조조와 그의 호위 무장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퍼억! 뎅강!
순식간에 호위 무장 하나를 날려버리고 다른 하나는 베어버리는 현랑.
조조가 보인다.
조조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또다시 현랑을 보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현랑이 다시 한번 클레이모어를 휘두르기 위한 준비를 한다.
“안돼!”
현랑의 귀에 현민의 외침이 들린다.
“이놈!”
잠시 움츠러들었던 전위가 빠르게 다가와 현랑의 뒤에서 쌍철극을 휘두른 것이다.
퍼억!
데몬부스터로 향상된 회피속도. 고개를 숙이며 간신히 공격을 피해내는 현랑. 쌍철극은 현랑의 투구 끝을 가격한다. 그리고 현랑의 투구가 벗겨지며 그의 은빛 머리가 바람에 나부낀다.
카앙! 캉!
다시 한번 현랑과 전위가 무기를 맞댄다. 그 사이 조조의 호위 무장들이 다시 조조를 감싸기 시작한다. 옆에서는 희지재가 고함을 치며 주변의 병사들을 부른다.
‘어서 빨리 처리해야 해!’
현민이 바닥에 엎드린 채 이를 꽉 문다. 하지만 더는 현랑에게 해줄 것이 없다. 현랑이 전위와 조조의 호위 무장들을 제압하고 조조를 죽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지!’
현민은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좀 전에 현랑과 전위가 검을 맞댔던 곳으로 간다. 그곳에는 전위가 떨어트린 쌍철극이 하나 있다.
“으윽!”
현민이 쌍철극을 든다. 무게가 꽤 나간다. 두 손으로 들어야 간신히 휘두를 수 있을 것 같다.
카앙! 창!
현랑과 전위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조조의 호위 무장들이 둘의 싸움을 주시하며 조조를 뒤로 대피시키고 있다.
“주군을 보호하라! 전 병력은 주군을 호위하라!”
그 옆에서 희지재가 계속 병사들을 부르고 있다.
‘조조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
마침 호위 무장들이 현랑을 제압하러 가기 위해 조조에게서 떨어진다. 현민이 작아서 신경쓰이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현랑의 등장이 대단했다. 모든 이의 시선이 현랑에게 가 있다.현민이 조조을 향해 뛰어간다.
헉 헉 헉
쌍철극을 들고 뛰려니 몸의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 몇 걸음 비틀거리고 나서야 제대로 무게 중심이 잡힌다.
‘조조를 이대로 보낼 수 없어!’
현민이 쌍철극을 들어 올려본다. 들고 있는 상태에서 뛰는 게 꽤 힘들다. 날 끝부분을 앞으로 향하게 하고 찌르기 공격을 하기로 한다.
‘조조를 찌르고 재빨리 도망가자.’
현민의 눈앞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조조의 얼굴만 보인다.
터덕 터덕 터덕 터덕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달려본 적이 있나 싶다. 심지어 이 무거운 무기를 들고.
현민이 든 쌍철극의 뾰족한 날 끝이 조조를 향한다. 그리고 잠시 후.
푸욱!
“크허억!”
“이런 젠장!”
현민의 무기는 조조가 아닌 희지재의 가슴팍을 관통한다. 유일하게 현민을 신경 쓰고 있던 희지재가 몸을 날려 조조 대신 현민의 공격을 맞는다.
“희지재!!”
호위 무장들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며 도망치던 조조가 외친다.
- 작가의말
조조를... 죽이지 못해 죄송합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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