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현 공지의 문제점을 그것의 장황성에 있다고 보시는 듯 하지만 저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그 개념의 불명확성에 있다고 봅니다.
소크라테스는 정의, 지혜, 용기, 경건, 그리고 절제를 인간적 훌륭함의 모범으로 삼고 객관적으로 그 개념적 정의를 내리는 일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습니다. 어떤 개념을 명확히 정의 내리는 것이야말로 오해없이 의사소통하는 출발점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제를 철학적 문제로 치부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런 철학적 문제에 대한 숙고가 사실은 현실적 문제를 풀어나가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추천과 관련한 공지에서 지인의 지속적인 추천은 금지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명확히 해야 할 개념이 두 개나 나옵니다. "지인"과 "지속적"이라는 개념입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지인"의 개념만 간단히 살펴보지요. 도대체 지인이 뭡니까? 동아 국어사전에는 "알고 있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모호한 개념입니다. 공지에서 말하는 지인의 범위가 단순히 이름을 들었다거나 그 작가의 글을 읽었다가 아니라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뜻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친분은 또 어떻게 규정합니까? 작가들끼리는 서로 알고 서로 친한 경우도 많은 데 작가들이 다른 작가들 추천하는 경우도 지인의 추천에 해당하지 않겠습니까? 또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경우에만 추천이 가능하다면 어떤 모르는 작가의 글이 마음에 들어 추천한 것은 허용되지만 그 작가와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차라도 한 잔 한 후에는 더 이상 그 작가의 글을 추천할 수도 없고 추천 글에 댓글을 달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물론 문피아 공지에서 지인 추천을 금지시키는 취지는 이해합니다. 그것은 지인들을 동원하여 자신을 추천하여 자기 작품의 인지도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것은 지인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어려움에 비하면 지엽적인 문제 아닐까요? 나쁜 작품은 아무리 추천을 조작하더라도 인정받기 어렵고 좋은 작품은 약간의 추천 조작이 있었다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피카소가 초창기에 거금을 들여 자기 작품들을 사들여서 자기 가치를 높이는 상술을 발휘한 것을 부도덕하다고 욕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공지를 개선하는 작업에서는 단순히 장황한 것을 간단 명료하게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정작 지인 추천 금지 조항과 같은 것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숙고도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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