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어느날...
텔레비젼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상여에 실려가는 현직 대통령의 장례식을 보게 된 것이었다.
울부짓는 사람들의 시선과 연신 욕설을 섞어가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시던 아버님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때는 그랬다.
국민의 생활을 초 울트라 캡숑 로보트 태권브이 정도의 수준으로 끌여 올려주신 민족의 영도자 박정희 대통령님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 했다.
어느날 몽고병사의 사생아란 이유만으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아오던 호견과 호구 형제는 뜻밖의 기연을 만난다.
군자의 품격을 지닌 사부를 만나서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우고 의원과 의종이라는 사람의 이름까지 얻게 된다.
명장 밑에 약졸이 없듯이 훌륭한 사부 아래에는 그 가르침을 충실히 받아 들인 좋은 사형제들까지 있었으니 그야말로 몽고형제에게는 천국이 따로 존재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사는 곳에 어찌 좋은 일만 가득하겠는가.
세상의 용이 되고자 하는 흑룡방의 무리들이 사부와 첫째 사형을 죽이고 사형제들은 십년 뒤 복수를 다짐하며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그 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을 거치며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어느새 청년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군사정권의 감시아래 그동안 숨쉬지도 못햇던 언론이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씩 알게 된다.
그렇게 훌륭한 고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5.16쿠테타, 친일파, 유신독재의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는 사실을 말이다.
열혈청년 이었던 나는 그 사실들을 알게 되자 박정희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 했다.
사형제들과 헤어진 의원과 의종은 흑룡방의 세상아래서 버티고 버티다 결국 굴복하고 호견과 호구라는 이름으로 돌아가 사람의 지위를 버리고 예전의 짐승같은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거치고 어느덧 중년이 되버린 나는
사춘기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우 혼란스럽다.
어렸을때는 훌륭하다고 믿었고 청년기에는 독재자라 욕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이제는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위치에 서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심중이다.
십년이라는 시간이 유수같이 흐르고 복수를 다짐햇던 사형제와 흑룡방의 세상아래에서 사부의 복수를 잊어버리고 사는 사형제들의 사이에서 호견과 호구는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어떤것이 바른것인지, 어떤것이 그른것인지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 하였는가?
그러나 십년이 유수와 같다고는 하지만 각자의 삶이란게 있는 법이다.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그것을 절대적인 선과악으로 나누기에는 내가 가진 역량이 너무나 부족하다.
어떠한 결말을 보여줄지 작가를 그저 따라갈 뿐이다.
일독을 권한만할 가치가 이 작품에는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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