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믿으시겠지만 전 여성의 성적 상품화나 소위 '섹시'코드란 대중문화를 엄청 싫어합니다.
아무튼 그런 맥락에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만화 등등 어떠한 매체에서도 이유없이 성을 상품화하는 모습을 싫어합니다. 만화로 치자면 소위 '판치라'라던가 '가슴노출'같은 서비스 씬, 혹은 공중파에서 베드씬이 나온다거나, 육체적인 쾌락과 성적인 은어가 남발하는 가요와 줄창나게 허벅지와 엉덩이만 흔들어대는 춤 모두를 말입니다.
그런데 소설을 쓰다보면 이게 사람이 간사해지더군요. "그래,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고 이왕 소설 쓰는데 선남선녀로 채우면 좋잖아?"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수위가 올라가다보니 소위 '미소녀'로 채워진 캐릭터 구성은 둘째 치고, 이젠 급기야 '30대 초반이 40대 후반을 위로해주겠다며 원나잇으로 유혹하는' 대목까지 나왔습니다.
물론 한담에서 음담수위의 단골 대상인 무협에 비하면 매우 소소한 수준이겠지만-게다가 그것도 40대 중년이 가정을 언급하며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도덕적인(?) 결말이지만- 옛날에 은근슬쩍 조연 여캐의 아랫도리를 노출시킨 전력에 비추어볼때 이런 식으로 점차 수위가 올라간다면 과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집니다.
여담으로 그 '아랫도리 노출씬' 캐릭터도 저 여캐였습니다. 색기 담당이라서 말이지요. 하긴 '색기담당'이란 캐릭터가 있는 것 자체가 이미 글러먹은 노릇이겠지요.
게다가 이게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은근한 성적인 느낌을 넣어주는게 독자의 시선을 끌건 못끌건간에 쓰는 입장에서는 묘한 흥분감을 맛보게 해주더군요. 단순히 남자들이 모여서 음담패설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느낌을 말입니다. -심지어 주연 히로인이 먼저 가버린 옛날 첫 테스트 파일럿과 "아마도 손만 잡고 잤을거다."는 식의 언급까지도 나왔었죠. 이정도면 진짜 문제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뭐 요즘 세상에 어떻게 보면 흉은 아니긴 하지만요.
계속 이런 식으로 여성 캐릭터의 수위 문제를 확고하게 잡지 않고 은근슬쩍 "요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자꾸 깔짝대다가는 진짜 베드씬 찍을 기세입니다. 아니 사실 예전에 한번 나올 뻔 했는데 그땐 간신히 이성 차리고 그 아이디어를 잘라버렸습니다.
여러분은 소설을 쓰실때 우아하게 말해 '성적 도덕률', 대놓고 말해 '야한 정도'를 선을 긋거나 나름의 철학을 세우고 조절하거나 금하시나요. 아니면 주 독자층인 남성들을 타겟으로 한 '톡 쏘는 향신료같은 눈요기와 즐거움' 정도로 생각하시면서 즐기고 계신가요. 궁금합니다.
"어이 이봐요 거기 당신은 어떻게 생각…"
"꺼져 변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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