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전 설덕후지만 이건 압니다
소설이 어떤 길을 산책한다 생각하면, 딱 그 산책로에서 보이는 풍경만이 그 세계의 전부입니다.
바깥 세상은 있어도 없고, 없어도 있는 존재에요.
글은 일방적인 길이라 독자가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반지의 제왕 배경인 중간계 설정으로도 양판소를 쓸 수 있어요.
‘그는 누아노르와 엘프의 핏줄을 이었고 나즈굴과 마짱떠서 아홉 개의 힘의 반지를 모두 얻은 뒤 그걸 정신력으로 카바쳤다. 그래서 그가 검을 휘두르자 오크 1만마리가 주것다. 그는 졸라 쎗다.’ 아니면 톰 봄바딜을 주인공으로 써도 되겠군요. 아니, 생각해보니 절대반지 자체가... 그는 사우론을 정신력으로 흡수했다(!)
투명드래곤 배경으로도 대작을 쓸 수 있습니다.
(일본 만화 원펀맨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발상 자체는 비슷합니다. 꿀밤 먹이듯 펀치 한 번만 때리면 다 이겨버리는 최강의 히어로가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밌죠.) (아, 물론 투드는 고도로 계산된 최고의 풍자문학이지만요...)
무엇을 표현할 건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 건가?에서 설정은 뼈입니다.
이야기는 고기구여...
고기 먹어야죠, 뼈 먹을 건가요. 뭐 그걸 우려내면 또 뭔갈 먹겠죠. 어쨌든 1차로 소비하는 건 아니에요.
게임은 다릅니다. 이건 세계와 나 사이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세계가 느슨하게 모두 색칠되어 있는 게 좋죠.
특히 TRPG, ORPG의 경우엔 모든 설정이 살아 있어서 내가 무슨 행동을 하면 세계에서 피드백을 받아야하죠. 그래서 DnD나 GURPS 룰북 같은 거 보면 ‘이런 걸 왜 짜놨지...’ 싶은 것도 많죠. 겁스 19금 룰북의 방중술 체크 같은...
게임에서는 보다 중요합니다. 게임은 요리된 뼈를 내놓는 게 아니라, 그 뼈를 붙잡고 휘두르거나 뼈로 만든 정글짐에 올라가거나... 그걸 이용해서 놀면 되니까요.
스토리가 없으면 자유도가 높다면서 걍 세계에 던져버리기도 하죠.
여기도 최종적으로는 뼈로 국 끓여 먹습니다. 자기가 직접 스토리를 만듭니다. 그래서 리니지 같은 오래된 게임 보면 그 사람들이 직접 써내려간 길드전과 공성전의 역사가 웬만한 소설보다 더 재밌게 쓰여져 있지요.
또 옛날에 유즈맵 만들 때 생각해보면.... 설정이나 이야기가 아무리 뜬금 없어도 게임에서 물질화시켜두고, 그게 재밌으면, 아무도 뭐라 안 하더군요.
게임 판타지 설정이 진짜 게임으로 가면 개판이어도
소설로는 사람들이 많이 읽고 재밌다고 여기는 이유...
정작 롤에서 “카사딘 제드 밴 안 하세여????” 할 텐데, 히든 직업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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