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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광님의 서재입니다.

강시사로(殭屍死路)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박무광
작품등록일 :
2015.08.22 04:54
최근연재일 :
2016.08.12 06:4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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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44
추천수 :
453
글자수 :
100,379

작성
16.06.2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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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악동은 사건을 부른다

DUMMY

문삼은 점소이 인생 오년만에 처음으로 들떠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긴채 힐끗 탁자에 앉아 식사 중인 소녀를 훔쳐보았다.

옷만 보아도 범상치 않은 양갓집 규수 같은데 얼굴도 지금까지 본 여인 중 제일 예뻤다. 고운 자태로 먹는 모습도 기품이 넘쳐서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근데 저놈은······.’

소녀의 맞은 편에서 아귀처럼 음식을 먹어치우는 소년을 본 점소이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지학(15세)도 안 되어 보이는 소년의 옷차림도 어디 부잣집 도련님 같았지만 행동은 상거지를 데려다 놓은 모습이었다.

‘어쨌든 예쁘니까.’

문삼은 또 한번 소녀를 훔쳐보고 실실 웃으며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했다.

“어소옵셔!”

“저, 소면 한 그릇만 시켜도 되나요?”

청초한 소녀가 동생으로 보이는 소년의 손을 잡고 어색하게 물어봤다.

“물론이죠.”

평소 같았으면 둘이서 소면 한 그릇만 시킨다고 투덜거렸겠지만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신나서 안내했다.

주문한지 얼마되지 않아 소면이 나왔다. 단순히 면을 삶기만한 소면은 양이 적지 않았지만 둘이서 먹기에는 부족한 양이서 금방 동이 났다. 허기를 달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다.

빈그릇을 바라보던 남매의 시선이 건너편 탁자로 옮겨졌다. 선객으로 와있던 소년이 걸신들린 사람처럼 먹어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한참 음식을 쑤셔넣던 소년이 동작을 멈추더니 남매를 바라봤다. 민망해진 남매는 얼굴을 붉히며 나가려 했지만 소녀가 둘을 불렀다.

“혹시 불편하지 않으면 같이 앉을래요?”

“아뇨, 괜찮······.”

“보다시피 음식이 많이 남을 것 같아서요.”

“으응? 나 안 남길······ 켁켁!”

소녀는 소년의 입속에 만두를 집어넣어 입을 다물게 했다.

“괜찮으니까 빨리 와서 앉아요.”

소녀의 재촉에 남매는 허기와 민망함 사이에서 머뭇거리다가 합석했다. 소녀의 호의를 거절할 수 있을만큼 둘의 사정은 넉넉치 않았다. 염치 불구하고 앉았지만 선뜻 음식에 손이 가지 않았다. 소녀는 분위기를 풀어줄 요량으로 먼저 통성명을 했다.

“난 남연南燕이라고 해요. 여긴 내 동생 남호南虎.”

“전 강설姜雪이에요. 얘는 강호姜虎고요.”

“어머나? 얘네는 이름이 같네요? 신기하네. 이런 걸 인연이라고 하나봐요. 나이는 어떻게 되요?”

“전 이제 열여섯······.”

“와! 나랑 동갑이네! 반가워라. 나 내 또래를 보는 건 처음이야!”

남연이 은근슬쩍 말을 놓으며 살갑게 대하자 머뭇거리던 강설도 말문을 트면서 자연스럽게 친구처럼 대화하기 시작했다. 반면 강호는 남호의 눈치를 보더니 경쟁하듯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둘이 가출한 거지?”

“케헥! 켁!”

대화 중 기습처럼 찔러온 남연의 질문에 사레가 들린 강호의 등을 강설이 두드려주었다.

“아, 아닌데?”

“아니긴. 척 하면 척인데.”

당황해서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강설과 강호를 보며 깔깔 웃던 남연이 말했다.

“우리도 가출했거든.”

황당해진 강설과 강호는 멍하게 남연과 남호를 번갈아 보더니 덩달아 웃음보가 터졌다. 동질감, 동지애 같은 감정이 들면서 그들 사이에 있던 벽이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와 대화가 계속 되는 가운데 또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흐뭇하게 아리따운 두 소녀를 감상 중이던 문삼은 허겁지겁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오······.”

웃는 낯으로 손님을 본 문삼은 속으로 울상을 지었다.

‘저 망나니가 이 시간에 여길 왜 온 거야?’

훤칠한 용모의 공자가 거만하게 두 명의 호위를 거느리고 들어왔다. 문삼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두 쌍의 남매가 앉아 있는 탁자를 발견하고 다가갔다.

문삼은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그를 멈춰 세우고 싶었지만 호위의 매서운 눈빛에 얼어버렸다. 속을 태우고 발만 동동 굴릴뿐 점소이에 불과한 문삼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어험.”

헛기침으로 식사와 대화에 열중하던 이들의 시선을 모은 공자가 미소를 지었다.

“소생은 비도문의 유현성이라고 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실례니까 저기로 가세요.”

남연은 단호하게 말을 잘라내고 유현성을 공기 취급하며 다시 강설과 대화에 집중했다. 당혹스러워 하던 강설도 남연의 말재주에 넘어가고 강호와 남호도 자연스럽게 다시 식사에 열중했다.

‘이 연놈들이.’

비도문의 소문주로 자라면서 이런 취급을 받은 적이 없었던 유현성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했다. 화를 내기에는 둘의 옷차림이 범상치 않아 보였고 무엇보다 두 소녀 모두 예뻤다. 자고로 미인이라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가 그의 지론이었다.

‘한 명이라고 했는데 꽃이 두 송이나 있구나.’

패거리 중 한 명이 이곳에 들어온 미인이 있다고 해서 발걸음을 옮겼는데 예상치 못한 덤까지 발견한 그의 마음에 탐심이 일었다.

“하하! 소저처럼 호쾌한 분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마시고 같이 담소나 나눕시다. 식사는 이 유모가 사겠습니다.” 은근슬쩍 옆 탁자의 의자를 가져와 강설 옆에 앉으려는데 불쑥 튀어나온 손이 의자를 잡았다.

“실례라니까. 아저씨 머리 나빠요?”

‘아저씨?’

이제 약관에 접어들었을 뿐인 유현성은 연이은 모욕에 얼굴이 시뻘게 졌다.

“하. 하. 난 이제 겨우 약관에 들었을 뿐이란다.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라고 불러다오.”

“말투가 완전 아저씨 같은데.”

두 소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차마 인상을 찌푸리진 못하고 호위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가 관심있는 쪽은 두 소녀였지 사내자식이 아니었다. 현성의 뒤편에 있던 호위들이 눈을 부라리며 험악한 기세로 압박했지만 남호는 오히려 비웃음을 날렸다.

“뭐해요? 왜? 저랑 눈싸움이라도 하게요?”

의자를 다시 잡으려고 할 때마다 남호는 교묘하게 손을 놀려 앉지 못하게 의자를 움직였다. 현성은 약을 올리며 깐족대는 남호를 보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혼 좀 나봐라.’

현성은 목표를 바꿔 의자를 잡고 있는 남호의 손을 잡으려 했다. 금나수를 이용해 손목을 쥐고 합곡혈을 눌러줄 요량이었다. 고통은 심하지만 티도 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어서 종종 써먹는 수법이었다. 적어도 또래 중에 비도술로 단련된 그의 금나수를 피한 사람은 없었다.

남호의 손목을 잡는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 현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아아악!”

비명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혈을 누르려는 찰나 역으로 남호에게 잡혀버렸다. 현성은 말로 표현 못할 고통에 놓아달라고 하지도 못하고 소리만 질렀다.

뒤에 시립해 있던 호위들이 검을 뽑았다. 눈앞에서 새파랗게 날이 선 검을 본 강설과 강호는 두려움에 굳어버리고 문삼은 손으로 입을 막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모두가 우려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두 호위는 미처 검을 휘둘러 보지도 못했다.

남연의 손에서 쏜살처럼 날아간 젓가락의 뭉퉁한 부분이 두 호위의 이마에 명중했다.

따당!

“컥!”

“억!”

마치 쇳덩이가 부딪힌 듯한 소리와 함께 두 호위는 이마에 혹을 달고 뒤로 넘어졌다. 한 명은 이마를 감싸며 앓는 소리를 냈지만 다른 한 명은 아예 정신을 잃었는지 잠잠했다.

“호야, 그만 놔줘.”

“응, 누나.”

남호가 손을 놓자마자 엉덩이로 뒷걸음질을 친 현성은 창피와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네놈들이 감히······.”

분노에 눈이 돌아가기 직전, 성큼 다가온 남연이 그의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갑작스런 접근에 깜짝 놀랐던 현성은 그녀가 귀에 속삭이는 말을 듣고 대번에 안색이 백짓장처럼 새하얘졌다. 웃으며 그를 내려다보는 남연을 보는 그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서, 설마. 거짓말······.”

“못 믿겠으면 보여줄까요?”

현성은 기겁하며 도리질 쳤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우스꽝스럽게 허둥거리다가 도망치듯 나가버리고 호위는 정신을 잃은 동료를 매고 허겁지겁 현성의 뒤를 쫓았다. 한 편의 희극을 본 듯한 강설은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뭐라고 한거야?”

“비밀.”

장난스럽게 대답하며 혀를 삐죽 내민 남연은 강설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설아, 우리 재미있는 일 한 번 해볼래?”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담긴 목소리에 강설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 *


허겁지겁 도망쳐나온 현성은 한참을 달려오고 나서야 멈췄다. 숨을 몰아쉬던 그는 좀 전의 상황이 떠오르자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 소문이 퍼진다면 당분간은 얼굴을 드러내고 돌아다니기도 민망할 추태를 보였다. 하지만 복수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계집이 한 말이 진짜일까?

남연이 귓가에 속삭였던 말을 떠올린 현성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사실여부는 재쳐놓더라도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적의는 그가 경험하지 못했던 흉폭함이 있었다.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본능을 무시할 정도로 그의 담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다른 연놈들이 더 있었지······.”

그들도 외지인이 틀림 없었다. 현지인이라면 그 정도 외모를 지닌 여자를 현성이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화풀이를 하기에 그들만큼 적합한 상대가 없었다.

현성은 사악한 눈빛을 빛내며 계획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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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계획대로 +2 16.08.12 472 7 7쪽
23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밤의 산길은 위험하지 +2 16.07.13 521 7 12쪽
»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악동은 사건을 부른다 +2 16.06.28 675 7 10쪽
21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서신 두 장 +2 16.06.23 687 6 3쪽
20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희結喜 완 +5 16.04.20 736 14 12쪽
1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노애怒哀 +3 16.04.16 656 18 9쪽
18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응원應援 +7 16.04.08 830 17 11쪽
1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생명生命 +1 16.03.23 815 15 12쪽
1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단決斷 +1 16.02.23 949 15 13쪽
1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감능甘凌 +2 16.01.28 1,078 17 9쪽
14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충돌衝突 +5 16.01.21 968 20 12쪽
1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광인狂人 +4 16.01.10 1,036 24 10쪽
1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혼마昏魔 +4 16.01.07 1,104 18 8쪽
1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장강長江 +2 15.12.31 1,234 17 10쪽
10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인연因緣 +6 15.12.17 1,280 22 8쪽
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진정眞情 +1 15.12.16 1,279 22 8쪽
8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대화對話 +1 15.12.15 1,362 20 11쪽
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위기危機 +3 15.12.14 1,285 17 8쪽
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노승老僧 +1 15.12.13 1,287 20 9쪽
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참마斬魔 +1 15.12.13 1,517 21 17쪽
4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의매義妹 +2 15.12.13 1,749 23 7쪽
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월운月雲 +3 15.12.13 1,996 27 9쪽
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소개紹介 +3 15.12.13 2,412 33 9쪽
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서장序章 +3 15.12.13 2,717 4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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