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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광님의 서재입니다.

강시사로(殭屍死路)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박무광
작품등록일 :
2015.08.22 04:54
최근연재일 :
2016.08.12 06:4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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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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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
글자수 :
100,379

작성
15.12.3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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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장강長江

DUMMY

“도움이 필요해서 떠돌고 있었어요.”

“도움?”

무슨 일이기에 도움을 위해서 저런 몰골이 될 때까지 돌아다닌 걸까.

“누나가 수적들한테 납치 당했어요.”

“납치?”

이건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수적이라면······.”

이 근방에서 수적이라고 불릴 만한 자들은 하나밖에 없다.

장강수호십팔채長江守護十八寨.

중원의 산길을 지배하는 무리가 녹림이라면 장강을 지배하는 실세는 장강수호채였다.

하지만.

“그들은 납치를 할 이유가 없는데.”

장강수호채와 녹림이 사파에서도 밑바닥 취급을 받던 수적과 산적이라는 인식은 정사연합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변했다. 바로 녹림과 장강에서 각각 나타난 두 명의 준걸에 의해서.

녹림왕綠林王 쌍부임협雙斧林俠 장소張笑

수로왕水路王 수룡권협水龍拳俠 감능甘凌

각각 총채주의 자리에 올라간 두 준걸의 손에 녹림십이채는 녹림운송회로, 장강수로채는 장강수호채로 이름을 바꾸고 기존의 체재를 모두 뒤집었다.

장강수호채는 수적질과 통행세를 받던 일을 그만 두고 주변의 어촌을 돕고 장강 전체를 관리하는 일종의 자경대와 같은 체재로 바뀌었다. 더 이상 장강에 노략질을 일삼는 ‘수적’이라는 존재는 없었다.

장강수호채는 금전적인 이득은 줄었을지언정 명성과 민심을 얻었고 세간에선 더 이상 수로와 녹림을 사파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떳떳한 무림방파로 인정 받는 수호채가 여아를 납치한다? 기껏 쌓아올린 명성을 무너뜨릴 이유도, 그에 상응하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일이다.

“거짓말 아니에요!”

“그, 그래 알았으니까 울지마렴. 그럼 관아에는 알렸니?”

“···얘기했지만 들어주지 않았어요.”

그럴 수밖에. 장강수호채 덕분에 가장 일이 편해진 쪽이 관이니까. 얼토당토하지 않은 아이의 말만 듣고 관이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부모님은?”

아이는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아이의 반응을 보고 상황을 짐작한 이건은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집에도 안 들어간 거 같은데 이런 일은 혼나더라도 부모님께 먼저 알렸어야지.”

“혼날까봐 그런게 아니에요!”

아이는 발끈해서 소리쳤다. 눈에는 물기가 맺혀 있었지만 아이는 애써 눈물을 감췄다.

“나도 집에 돌아가서 알리고 싶어요! 알리고 싶은데 누나가 잡혀간지 벌써 이틀이 지났단 말이에요. 집에 가려면 하루는 더 가야 하는데 그러면 누나는······.”

아이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이를 악물고 참았지만 의지와는 상관 없이 또다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억울하고 분했다. 도움이 필요할 뿐인데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어른들은 아이의 말을 듣기보다 가르치려 한다.

“도와주겠다.”

“진!”

이건은 황급히 진의 어깨를 붙잡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묻고 싶은 이건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떠올랐다. 그와 대조적으로 진은 한없이 무덤덤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어차피 장강을 타고 갈 계획이다. 이 아이를 도와줘도 일정에 큰 지장은 없을 거다.”

“하루, 이틀만에 끝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진의 무력만 따지면 감능을 제외한 장강수호채 전체와도 싸워볼 능력이 된다. 절대지경의 무력에 지치지 않는 체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단순히 싸워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 신중함을 요하는 일이고 신중함은 시간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너, 시간이 부족하잖아.”

아이의 사정은 안타깝다. 도울 수만 있다면 돕고 싶고 직접 나서지 않아도 도울 방법은 분명 있을 터. 시간이 없는 쪽은 아이뿐만이 아니었으니까.

“하남에서 만났던 노승이.”

진은 담담하게 며칠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데 이유가 필요하냐고 했었지.”

“그건······.”

“이건.”

진은 이건의 말을 자르고 눈을 마주쳤다.

“나는 사람이고 싶다.”

사람답게 죽으려면,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노승이 던졌던 말은 그저 죽기 위해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서 멈추지 않고 나아갈 뿐이었던 진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낯설지 않아.’

아이의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니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감정이 거세된 그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면 잃어버린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진이라는 이름과 목적지인 장소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그로서는 실마리를 찾을지 모르는 기회 역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름.”

“···네?”

멍하게 자신을 보고 있다 되묻는 아이에게 진은 다시 말했다.

“내 이름은 진. 이쪽은 이건이다. 네 이름은?”

잠깐 대답하길 망설이던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남···호에요.”




안휘성에 들어와 합비에 도착한지 벌써 육일째. 구궁천검대는 합비에 위치한 무림맹 지부에서 그동안 그러모은 정보를 가지고 이건과 진의 이동경로를 유추하고 있었다.

“마지막 결전 이후 모습을 드러낸 곳은 섬서성이었습니다.”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대원은 펼쳐놓은 지도의 한 지점을 막대기로 찍어서 선을 그렸다.

“여산에서 본격적인 추격을 시작해 화산이 자리한 화음현을 거쳐 용문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황하를 통해 어디론가 이동할 계획이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주님과 충돌로 계획이 변경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건과 진의 이동경로를 따라 선을 그리던 막대기가 용문산 옆을 휘감고 지나가는 황하를 툭툭 건드렸다.

“용문산에서 놓치고 황하를 타고 닷새를 추적한 끝에 하남의 낙녕쪽으로 이동하던 흔적을 발견, 둘은 대담하게도 숭산 근처를 지나 안휘성으로 진입했습니다. 덕분에 허를 찔린 저희는 하남에서 목표와 조우하지 못했습니다.”

등하불명燈下不明. 구궁천검대 중 누구도 둘이 소림이 있는 숭산 밑을 지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화산파가 있던 화음을 거쳐갔던 전적이 있지만 소림사는 급이 달랐다. 마공의 정수나 다름 없는 혈원강시가 소림사에 가까이 가는 일은 미친 짓이었으니까.

“그후로는 여기 안휘성에 들어와 합비를 마지막으로 흔적이 끊겼고 계속 수색 중에 있습니다.”

대원의 정리가 끝나고 풍칙은 유심히 지도를 내려다 보았다. 이동경로는 일정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었다. 출발지점에서 점점 남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기이하게도 일직선이 아닌 변칙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험한 길을 피해가려고 한다 생각하기에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물론 강산과 같은 장애물이 있으니 일직선으로만 이동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도를 지나쳐 먼길을 돌아간 경우도 있고 평지를 나두고 산을 타고 지나간 경우도 많았다. 추격을 떨어트리기 위해서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것이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았을 뿐더러 흔적도 제대로 지우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도대체 어디를, 무슨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냐?’

지금까지 추격을 하면서도 화음을 제외하고 이건과 진의 다음 경로를 맞춘 적이 없었다. 남동쪽으로 갈 수록 신강에 위치한 마교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히려 보타문, 해남파, 남궁세가, 전진파와 같이 뿌리 깊은 정파가 자리잡고 있다. 이건과 진의 이동경로는 겉보기에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남동쪽이라는 방향성마저 없었더라면 구궁천검대는 진즉에 둘의 종적을 놓쳤다.

‘계속 뒤쳐져서는 안 된다. 놈들이 어디로 갈지 예측하고 준비해놓아야 승산이 있다.’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전세를 바꿔야 했다.

사색에 빠져 있던 풍칙은 옆에 서 있던 지부장을 불렀다.

“지부장.”

“예, 대협.”

“자네는 합비와 안휘성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잘 알고 있고 또 정보를 다루는 데도 일가견이 있으니 의견을 들려주게. 자네가 볼 때 이들이 어떠한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으며 무슨 목적으로 안휘성에 온 것 같은가?”

풍칙의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지부장은 당황하지 않고 턱을 매만졌다. 수초 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제 사견일 뿐이니 너무 고깝게 듣진 말아주십시오.”

“말해보게.”

“먼저, 추격하는 자들의 정체는 배제한 체 이동경로만 놓고 보았을 때의 목적을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동경로만?”

반문하는 풍칙과 의아해 하는 구궁천검대를 위해 지부장은 설명을 덧붙였다.

“예, 지금 저희는 목표의 최종목적을 전혀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럴 때는 변수를 부르는 모든 가능성은 배제하고 이미 드러난 확실한 사실만을 놓고 보면 오히려 윤곽이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소성이 최종, 혹은 다음 목적지일 듯 합니다.”

“계속하게.”

“이동경로를 보시면 오악五岳의 화산과 숭산 그리고 이대강二大江 중 황하, 그 외에도 여산, 용문산 같은 절경으로 이름난 곳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건, 도주로라기 보다는 유람행을 할 때 거치는 경로와 비슷합니다.”

지부장은 탁자 위에 있는 지도에 적힌 지명들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거기에 목표가 머물고 간 객잔과 객점을 보면 신빙성을 더해줍니다. 하나 같이 진미나 절경으로 유명한 곳들 뿐입니다. 추적을 따돌리는 도망자라고 보기 힘든 종적이지요.”

다른 지부에서 전달 받은 정보를 꺼내들어 풍칙과 구궁천검대에게 보여줬다. 이건과 진이 유람을 하고 있다는 말에 그들의 표정이 하나 같이 구겨졌다. 자신들은 사활을 걸고 추격하고 있는데 유람이라니.

“이런 전제가 맞다는 가정하에 목표가 합비에 온 이유는 쉽게 추정이 가능합니다. 소호巢湖를 보러 온 것일 테지요.”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소호에 달려갈 것 같은 풍칙을 보며 지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늦었습니다. 지금쯤이면 소호는 벗어났거나 벗어나려는 중일 겁니다. 대주님과 구궁천검대는 목표의 다음 목적지.”

지부장은 소호를 짚고 있던 손가락을 아래로 옮겼다. 중원을 가로지르며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거대한 강.

“장강長江으로 가야 합니다.”


작가의말

시간관계상 여기서 잘라버렸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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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혼마昏魔 +4 16.01.07 1,104 1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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