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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광님의 서재입니다.

강시사로(殭屍死路)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박무광
작품등록일 :
2015.08.22 04:54
최근연재일 :
2016.08.12 06:4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643
추천수 :
453
글자수 :
100,379

작성
16.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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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응원應援

DUMMY

무위에 도착한 구궁천검대는 사전에 연락한 감능과 남궁운백을 찾기 위해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무위에 도착하기 무섭게 감능과 남궁운백이 그들을 마중했다.

“오랜만입니다, 남궁대협.”

“오랜만일세. 경지에 이른 것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남궁운백과 짧은 해후를 나누고 풍칙은 감능에게 포권을 취했다.

“수로왕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구궁천검대주를 맡고 있는 풍칙입니다.”

“수로왕이란 명호는 낯간지러우니 그냥 감능이라고 부르시오.”

“그러지요. 그런데.”

인사를 나누고 풍칙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 아이들은 누굽니까?”

낯선 남아와 여아가 남궁운백의 양손을 잡고 우물쭈물 거리며 서 있었다. 혈원강시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명목상 혼마를 잡기 위해 모였는데 아이들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다 얘기하자면 기내만.”

남궁운백은 쓴웃음을 지었다. 두 아이는 남호와 남설이었다.

“짧게 추려서 얘기하지. 혼마 하후패에게 납치되었던 아이와 그 동생일세. 그리고.”

남궁운백은 말을 하다 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자식놈들이 이 아이들이랑 옷을 바꿔입고 도망갔다네.”

“···예?”

생각지도 못한 말에 풍칙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끙, 아 글쎄 영악하게도 이 아이들과 옷을 바꿔입고 당분간 이름도 남씨라고 하고 다녀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네. 그런 줄도 모르고 인상착의만 생각하고 아이들을 찾아다녔으니 못 찾을 수밖에. 도대체 이 녀석들은 커서 뭐가 되려고······.”

또 말을 멈추고 땅이 꺼져라 푹푹 한숨을 내쉬는 남궁운백의 모습은 천하제일인이 아니라 영락 없는 지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남궁운백의 손을 잡고 있던 아이들은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고 사정을 알고 있던 감능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풍칙과 구궁천검대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한 반응으로 어정쩡하게 있었다.

“남궁대협. 납치되었던 아이들을 구했다면 혼마 하후패는 어떻게 된 겁니까?”

어색함 가운데 이휘가 길어질 수도 있었던 침묵을 깨고 물었다. 혼마 하후패의 이름은 들은 순간부터 거칠 게 심장이 뛰었다. 사문의, 가족의 원수.

“내 손으로 죽였네.”

“···아아.”

나직한 탄성이 튀어나왔다. 원수가 죽었다는 환희와 직접 그 복수를 치르지 못한 아쉬움이 뒤범벅된 감정이 들끓었다. 하지만 감정에 몸을 내맡기기에는 일렀다. 아직 볼일이 끝나지 않았다.

“마교의 잔당과 배신자는 보지 못 했습니까?”

정말 혼마 하후패가 있었다.

그렇다면 혈원강시와 이건 역시 이곳에 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그들이 이곳에 왔었다면 그리고 혼마 하후패가 남궁운백의 손에 죽었다면.

둘 역시 이곳에 뼈를 묻었을 지도 몰랐다.

“무림맹의 배신자와 마교의 잔당은.”

남궁운백은 말을 끝맺는 대신 감능을 보았다. 남궁운백에 집중되어 있던 시선이 감능에게로 옮겨졌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떠나고 없었네.”

“없었, 다고요?”

“따라 오게. 직접 보는 편이 이해하기 빠를 테니.”

감능은 몸을 돌려 훌쩍 어디론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워 하던 이휘가 먼저 그 뒤를 쫓고 말도 없이 가버린 부대주와 대주 사이에서 갈팡지팡하던 구궁천검대는 풍칙의 무언의 허락을 받고 급히 쫓아갔다. 풍칙은 따라 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남궁대협은 안 가십니까?”

“내 볼일은 끝났으니 말일세.”

남궁운백은 잡고 있던 아이들의 손을 살짝 들어보였다.

“혼마도 죽었으니 마교의 잔당이나 배신자쯤은 자네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테지? 혼마의 시신은 감능에게 맡겨 놓았고. 난 이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가출한 자식들이나 다시 찾으러 다녀야 될 듯 싶네.”

풍칙은 아쉬움을 느꼈지만 수긍했다. 남궁운백은 어디까지나 혼마와 혼마에게 아이들이 납치 되었을지 모른다는 정보를 빌미로 끌어들였다. 더 이상 잡아둘 명분이 없었다. 또 혼마가 죽은 이상 남궁운백의 조력이 굳이 필요하진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잘 가시게.”

풍칙은 서둘러 수하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경공을 펼쳐 남궁운백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가만히 풍칙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던 남궁운백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으로 된 건가.”

남궁운백은 자신의 손을 꼭 쥐어오는 힘을 느끼고 아래를 보았다. 남호, 본명은 강호인 아이가 걱정스런 눈길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을 게다. 걱정하지 말거라.”

아이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아는 남궁운백은 웃으며 아이의 손을 풀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이제 너희들도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남궁운백은 아이들을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부디 자신의 선택이 옳았기를 빌었다.


감능을 따라 구궁천검대가 도착한 곳은 장강에 위치한 무위채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위채였던 곳이지만.

이휘는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반쯤 무너지다시피한 건물 한 채가 흉흉한 몰골을 여지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수로채의 인원들로 보이는 사내들이 열심히 목재를 나르며 건물을 수리하고 있는데 하나 같이 붕대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멀쩡한 사람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혼마가 무위채를 장악하고 아이들을 납치했었네.”

착잡한 얼굴로 감능이 말했다.

“그런데 내가 오기 전에 괴한이 무위채에 침입했다더군. 혼마와 격전을 벌이다 혼마를 유인해 어디론가 사라졌고 또 다른 사람이 무위채에 들어와 아이들을 구했네.”

감능은 돌아서서 이휘와 눈을 마주쳤다.

“그들이 정말 배신자와 마교의 잔당이 맞는가?”

“그······.”

이휘는 선듯 대답하지 못했다. 곤란해 하는 그녀 대신 뒤에서 대답이 날아왔다.

“배신자와 마교의 잔당이 맞습니다.”

한 걸음 늦게 도착한 풍칙은 곧바로 감능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우리 배를 탈취해서 장강을 타고 갔다고 하니 강소성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하오.”

지부장과 일치하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요. 우릴 도와줄 수 있습니까?”

장강을 타고 도망치고 있다면 장강수호채의 손바닥 안이다. 그들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 터.

하지만 감능은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지만 당장은 우리가 도울 수 없소. 보다시피 무위채를 복원하는데 인원이 전부 투입되었을 뿐더러 배도 모두 손상을 입고 남은 것이라곤 기껏해야 나룻배뿐이라 추격은 무리요.”

“그 나룻배로 저와 수로왕만 간다면? 그래도 무리입니까?”

끝까지 추격할 필요도 없다. 감능만 허락하면 다음 장강수호채의 지부에서 조력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엄연히 따져서 장강수호채는 정사지간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 총채주나 되는 감능에게 대놓고 노 젓는 사공 역할을 해달라는 무례한 부탁이었다.

당연히 거절하려던 감능은 이어진 풍칙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도와주신다면 혼마가 무위채에서 저지른 일들에 대해선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절대 호의적이지 않았다.

“무위채를 장악하고 아이들을 납치했다면 분명 좋은 일은 없었겠지요.”

“···지금 협박하는 게요?”

감능의 얼굴이 붉어진 반면 풍칙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설마 장강수호채에서 마교의 잔당을 감싸려는 것은 아닐 테니.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감능은 신음을 흘렸다. 풍칙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혼마는 무위채에 있었고 마교의 잔당, 혈원강시는 장강수호채의 배를 가지고 도망쳤다. 만약 무림맹이 나서서 혼마와 장강수호채가 손을 잡았다고 몰아간다면 입장이 난처해지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작금의 무림맹은 무림 역사상 최강의 힘을 지녔으니까.

분하지만 수만에 이르는 식솔을 모두 무림공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좋소. 하지만 전부 데려가는 건 무리요. 많아 봤자 대주를 포함해 두 명. 그 이상은 나라도 하루 이상 벌어진 격차를 줄이긴 요원하니.”

“그럼 저도 가겠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이휘가 나섰지만 풍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된다. 너까지 가면 구궁천검대는 누가 통솔하고?”

대주가 자리를 비었으면 응당 부대주가 대신 해야 하는 법이다.

“가겠습니다.”

재차 이휘를 나무라려던 풍칙은 눈에 담긴 열기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허락하지 않으면 혼자 장강을 헤엄쳐서라도 올 기세였다.

“그럼 당장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부탁하오.”

“당장?”

“수로왕의 말처럼 이미 하루나 격차가 벌어졌으니 따라잡으려면 곧바로 움직여야 겠지요.”

불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쉰 감능은 알았다고 대답하고 무위채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걸로 하루의 시간은 벌어주었다. 나머진 네녀석들 몫이다.’

감능은 어젯밤 강찬과 함께 장강을 타고 떠난 이건과 진을 떠올렸다.

“저희는 모산으로 가는 중입니다.”

“모산?”

이건의 말에 남궁운백과 감능 모두 의문이 들었다.

“모산파는 이미 멸문해 주춧돌 하나 남지 않았을 텐데?”

“모산파 때문이 아닙니다.”

“그럼?”

“진은 강시가 되기 전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은 진이라는 이름과 모산이라는 장소뿐입니다. 그러니 모산에 간다면 잃었던 기억을 조금은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가는 거죠.”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네만 겨우 그런 이유로 무림공적으로 몰리는 상황까지 감수한 건가?”

감능의 지적은 타당했다. 이건이 감수하는 위험에 비해 얻는 이득은 전무했다. 자신도 별호에 협俠이 들어가지만 한 사람을 위해 무림공적까지 될 각오는 하지 못한다.

“게다가 저 몸. 내가 의술은 모르지만 길어도 며칠을 버티기 힘들 테지. 왜 그렇게 까지 모산에 가고자 하는가?”

남궁운백은 기절한 진의 몸을 가리키며 물었다.

잠시 망설이던 이건은 조용히 둘에게만 그 이유를 들려주었다. 그 이유를 듣고 난 뒤 남궁운백과 감능은 그들을 잡아둘 수 없었다.

‘부디 뜻한 바를 이루기를.’

노를 쥔 감능은 마음 속으로 건투를 빌어주었다.


작가의말

이제 두,세편이면 강시사로의 이야기는 끝나네요.

아마 한번에 올릴듯 싶습니다. 일단 중간고사가 끝났으니 늦어도 일주일 안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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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노애怒哀 +3 16.04.16 656 18 9쪽
»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응원應援 +7 16.04.08 830 17 11쪽
1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생명生命 +1 16.03.23 815 15 12쪽
1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단決斷 +1 16.02.23 949 15 13쪽
1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감능甘凌 +2 16.01.28 1,078 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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