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무광님의 서재입니다.

강시사로(殭屍死路)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박무광
작품등록일 :
2015.08.22 04:54
최근연재일 :
2016.08.12 06:4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640
추천수 :
453
글자수 :
100,379

작성
16.08.12 06:45
조회
471
추천
7
글자
7쪽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계획대로

DUMMY

계획대로

- 호연


다음날 비도문이 발칵 뒤집혔다.

도망쳤던 왈패들은 제각각 근거지로 도망 가버렸고 마을로 도망쳤던 수하도 혼이 나가서 소문주가 실종된 사실을 조반을 먹을 때야 알았다. 급하게 문주가 직접 문도들을 이끌고 현성이 갔던 산을 이잡듯이 뒤졌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사라졌던 왈패들과 또 다른 수하도 발견했지만 현성은 끝끝내 찾지 못했다. 귀신의 소행이라던 수하의 보고를 헛소리로 치부했지만 이쯤되니 정말 귀신에게 잡혀가진 않았을까 걱정됐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수색하던 비도문에 또다시 날벼락이 떨어졌다.

부랴부랴 수하의 보고를 듣고 달려온 비도문주는 마을 한복판에 벗겨진 채 널부러진 아들을 발견했다. 돈 주고 볼 수 없는 볼거리에 웅성거리던 인파가 그의 등장으로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물러서!”

잔뜩 붉어진 얼굴로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 현성의 몸을 가렸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머리에서 김이 나올 정도로 열이 뻗친 그의 귀로 호탕한 웃음소리가 꽂혔다.

“푸하하! 크학학! 이거 걸작이구만!”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웃음소리의 주인공에게로 쏠렸다. 모두가 침묵하던 차에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으니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떡벌어진 어깨와 거목조차 꺽어버릴 거대한 도끼를 등에 맨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벽에 붙은 벽보를 보며 웃고 있었다. 노인의 웃음소리가 거슬려 문도 한 명이 다가가 경고했다.

“영감, 죽기 싫으면 얼른 꺼지쇼. 지금 우리 문주님 행차하신 거 안 보여?”

살기를 드러내며 말했지만 노인은 벽보에서 눈도 때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무시 당한 문도의 눈이 날카롭게 째졌다.

“이봐 귀 멀었어? 꺼지라니까! 읍!”

“아가야, 조용히 해라. 어르신 글 읽는거 방해하지 말고.”

노인의 손에 얼굴이 잡힌 문도가 버둥거리며 팔을 때렸지만 노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솥뚜껑만한 손이 얼굴 뒤덮자 숨을 쉬지 못하는 문도의 움직임이 점점 굼떠졌다.

멀찍이 지켜보고 있던 동료들이 놀라서 검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노인은 벽보를 읽어내려가며 간간히 웃음을 터트렸다.

“요 깜찍한 것들. 가출하더니 이런 일을 벌릴 줄이야.”

“이놈!”

제일 먼저 노인에게 접근한 문도가 노인의 팔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피할 생각조차 없는지 노인은 가만히 있었다. 단번에 팔을 잘라낼 거라 생각했던 그는 믿겨지지 않는 광경을 목도했다.

떵 하는 소리와 함께 철검이 노인의 팔과 부딪히고 튕겨났다. 함께 달려들던 동료들도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달리던 자세 그대로 멈춰 버렸고 주변의 인파도 더 깊은 정적에 빠졌다.

“응? 넌 또 뭐야?”

그제야 그의 접근을 알았는지 노인은 몸을 빙글 돌리며 손에 쥐고 있던 문도를 그에게 던져버렸다. 육중한 충격과 함께 동료와 포개져 날아간 그는 땅에 머리를 박고 정신을 잃었다.

“어엇 놓쳐버렸구만. 실수야, 실수.”

노인은 민망하다는 듯 웃으며 등을 긁적였다.

이 모든 사태를 보고 있던 문주는 부들부들 몸을 떨려 머리 끝까지 치민 화를 참지 못하고 토했다.

“뭣들해! 죽여버려!”

아들이 발가벗겨져 구경거리가 된 것으로 모자라 웬 늙은이에게 수하들까지 연달아 망신을 당했다. 평소의 그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노인을 죽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문주의 명령에 머뭇거리던 수하들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미 검이 통하지 않는 모습을 보았지만 어찌하랴. 이대로 물러선다면 그들의 위신은 땅에 떨어지다 못해 짓밟힌다.

“허, 이것들 보게?”

황당하기 그지 없다는 표정으로 달려드는 비도문도들을 보며 노인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오냐, 맞고 싶다는 놈들은 때려줘야지.”

그날 마을 사람들은 생전 보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아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을 연달아 보았다.

마을에서 망나니로 소문난 비도문의 소문주 유현성이 기절한 체 나체로 나뒹굴고 강자로 군림하던 비도문도들이 하나 같이 새처럼 날아올라 땅에 머리를 박았다. 비도문주도 일권(一拳)에 날아가 사이좋게 수하들과 포개졌다.

마을의 패자로 군림하던 자들이 노인 한 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모조리 나가떨어졌다. 문주마저 허무하게 당했으니 어쩌면 문파가 망할지도 모르는 대사건이지만 노인은 그들에게 티끌만한 관심조차 없었다. 방해물을 모두 처리한 그는 다시 벽보로 시선을 돌렸다. 벽보의 내용은 길었지만 간추리면 이러했다.

[비도문 소문주 유현성]

[여인을 겁탈하고 백성을 수탈하였으니 하늘을 대신하여 벌하노라]

[호연 백 胡燕 白]

노인은 호연(胡燕, 칼새)이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말 장난이군.’

두 글자를 때어내고 호(胡)에 수(水)를 더하면 호(湖)가 된다. 즉, 호연(胡燕)은 남궁호(南宮湖)와 남궁연(南宮燕)을 나타내는 말이다.

‘어디로 숨었느냐.’

노인은 팔짱을 끼고 뚫어져라 벽보를 보았다. 벽보가 붙은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직 마을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지,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겨 놓고 도망쳤을 지도 모르겠어.’

이렇게 대놓고 흔적을 남겼다면 꿍꿍이가 있을 텐데 쉽게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일단 마을 주변을 돌아볼까?’

노인, 백상은 콧노래를 부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 * *


“괜찮은 거야?”

“괜찮아, 괜찮아. 괜찮다니까 그러네.”

남연은 걱정스럽게 묻는 강설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남호 역시 장난스럽게 웃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어차피 우리가 했다는 증거도 없고 말이지. 그래도 너희들은 오늘 안에 마을을 떠나는게 좋을 거야. 혹시 모르니까.”

강설과 강호도 동의하는 바였다. 지금이야 정신이 없을 테지만 유현성이 정신을 차리고 원흉을 밝히기 위해 조사를 하면 가장 유력한 용의선상에 들어갈 테니까.

“너희들은 안 가?”

하지만 위험한 정도로 따지면 진짜 일을 벌린 둘이 가장 위험할 텐데도 둘은 마을을 떠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응, 아직 할 일이 남았거든.”

“계획대로라면 아마 지금쯤 일이 벌어졌을 것 같은데.”

“그치? 영감이라면 아마 우리만큼 대형사고를 쳤을 거야.”

“비도문을 아주 발칵 뒤집어주면 좋겠다. 키키.”

서로를 쳐다보며 킥킥 거리는 남매를 보는 또 다른 남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남연과 남호는 특이했다. 가진 능력도 비범했고 지금처럼 장난스런 모습과는 달리 진지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절대 평범한 집 애들은 아닐 거야.’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큰 일을 벌였다. 이유를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물어봐도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나쁜 일을 할 것 같진 않았다.

강설은 티격태격 거리는 남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짧아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시사로(殭屍死路)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계획대로 +2 16.08.12 471 7 7쪽
23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밤의 산길은 위험하지 +2 16.07.13 521 7 12쪽
22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악동은 사건을 부른다 +2 16.06.28 674 7 10쪽
21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서신 두 장 +2 16.06.23 687 6 3쪽
20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희結喜 완 +5 16.04.20 736 14 12쪽
1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노애怒哀 +3 16.04.16 656 18 9쪽
18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응원應援 +7 16.04.08 829 17 11쪽
1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생명生命 +1 16.03.23 815 15 12쪽
1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단決斷 +1 16.02.23 949 15 13쪽
1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감능甘凌 +2 16.01.28 1,078 17 9쪽
14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충돌衝突 +5 16.01.21 968 20 12쪽
1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광인狂人 +4 16.01.10 1,036 24 10쪽
1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혼마昏魔 +4 16.01.07 1,104 18 8쪽
1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장강長江 +2 15.12.31 1,233 17 10쪽
10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인연因緣 +6 15.12.17 1,280 22 8쪽
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진정眞情 +1 15.12.16 1,279 22 8쪽
8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대화對話 +1 15.12.15 1,362 20 11쪽
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위기危機 +3 15.12.14 1,285 17 8쪽
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노승老僧 +1 15.12.13 1,287 20 9쪽
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참마斬魔 +1 15.12.13 1,517 21 17쪽
4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의매義妹 +2 15.12.13 1,749 23 7쪽
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월운月雲 +3 15.12.13 1,995 27 9쪽
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소개紹介 +3 15.12.13 2,412 33 9쪽
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서장序章 +3 15.12.13 2,717 46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