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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광님의 서재입니다.

강시사로(殭屍死路)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박무광
작품등록일 :
2015.08.22 04:54
최근연재일 :
2016.08.12 06:4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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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53
추천수 :
453
글자수 :
100,379

작성
16.01.2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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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충돌衝突

DUMMY

진의 말을 듣고 이건은 남호와 진을 데리고 무위채에서 멀리 떨어졌다.

‘혼마 하후패라니!’

천마天魔, 광마狂魔, 도마刀魔, 검마劍魔, 혼마昏魔.

마교를 대표하던 다섯 명의 마인 중 말석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무림맹의 입장에선 천마 다음으로 상대하기 까다로워 치를 떨던 자였다. 혈원강시를 만들었고 사전에 술법과 주술에 능한 문파까지 모조리 멸문하게 만든자다.

때문에 혈원강시가 등장했을 때 무림맹은 사술과 주술의 집약체인 혈원강시를 순전히 무력으로만 상대해야 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화산도종이 없었다면 그마저도 힘들었을 것이다.

‘오마五魔 중에서 유일하게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설마 이곳에 있었을 줄이야.’

말석이라고 하지만 혼마도 엄연히 절대지경에 오른 고수. 게다가 혈원강시를 만든 사람이니 진도 정면승부로는 승패를 장담하지 못한다고 봐야 했다.

“그도 널 느꼈을까?”

“아마도. 이미 주술이 깨진 이상 명령은 내리지 못하지만 주술의 흔적을 느끼는 정도는 가능하니.”

이건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도 라고 대답했지만 못 느꼈을리가 없다. 지금 당장은 무위채쪽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몰랐다.

‘혼마가 있다면 무사히 아이를 구출하는 일은 불가능해.’

상대가 혼마뿐이라면 진이 상대하는 틈에 이건이 아이를 구출하면 된다. 하지만 무위채가 가만히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사정은 모르지만 혼마가 무위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 그들이 협력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혼마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 옳았다.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그들의 능력 밖에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뭐라고 말해야 되나.’

이건은 불안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 보는 남호를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가운데 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시선을 끌겠다.”

“뭐?”

“그의 목적은 나다. 일행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하겠지. 내일 나 혼자 들어가서 소란을 피우고 나오면 분명 날 잡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내가 혼마를 유인하면 그때 네가 들어가서 아이를 구하고 배를 준비해라.”

다른 조력을 구할 수 없는 입장에서 진이 말한 방법이 가장 최선이긴 했다. 하지만 맹점이 하나 있었다.

“그러면 너는?”

진의 목숨은 장담하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 혼마에게 붙잡혀 또다시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그건 죽음만도 못한 최후다.

“난 괜찮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인 이건은 진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억세게 움켜쥔 손이 피부를 파고들 정도였다.

“이걸 봐. 네 몸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아. 아무리 기를 운용하지 않다고 해도 무르다고. 지금 이 상태로 혼마를 마주했다가 그가 너에게 주술이라도 쓰면? 네가 버틸 수 있을까?”

혈원강시의 육체는 금강석보다 단단했다. 강기를 맞고도 멀쩡한 육체인 만큼 엄청난 강도를 자랑해야 하는데 지금은 보통 사람의 피부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건.”

진은 어깨를 움켜쥔 이건의 손을 풀었다. 억지로 입고리를 움직여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이건의 눈에는 너무나 서글프고 슬프게 보였다.

“난 괜찮다. 그럼, 내일 보자.”

진은 대답도 듣지 않고 훌쩍 몸을 날려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건은 당장이라도 쫓아가고 싶었지만 남호를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빌어먹을 자식.”

분한 마음에 이건은 가슴을 쳤다. 답답했다. 조금은 변했다고 느껴졌지만 가장 깊숙한 부분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왜 죽을 생각뿐인거냐.”

진이 사라진 방향으로 착잡한 시선을 던졌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풍광을 보면 조금은 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살아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거냐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아침이 밝았다. 무위채주 강찬의 명을 받고 한 무리가 무위채에서 나와 마을로 향했다. 숨 죽이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진은 지금이 기회임을 알아챘다. 숫자가 줄어들고 조반을 먹은 직후 긴장이 풀렸을 때 재빠르게 치고 빠져야 했다.

‘간다.’

진은 홀로 진각을 밟으며 무위채로 진격했다.

“호오?”

지하에 있음에도 주술의 흔적을 뚜렷하게 감지하는 하후패는 어젯밤부터 진의 움직임을 모두 알고 있었다.

‘도망칠 줄 알았는데 달려든다?’

경박한 웃음을 흘리며 하후패는 또 하나의 어린 생명을 취해 피로 갈증을 해소했다. 그의 눈이 탐욕과 광기로 번뜩였다.

“주인을 몰라보는 개는 벌을 줘야지, 키키킥!”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 아이들을 납치했지만 혈원강시가 나타난 이상 계획을 앞당길 수 있게 되었다.

“얌전히들 있거라.”

겁에 질린 아이들에게 섬뜩한 미소를 보여준 뒤 혼마 하후패는 지하를 나섰다. 혈원강시가 점점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마음 같아선 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피와 살을 탐하고 싶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

광기에 먹히긴 했지만 광기의 근원인 복수심이 제동을 걸었다. 아이들은 이제 혹여라도 손상이 가있을지 모를 혈원강시를 보강할 귀한 재료였다. 참아야 했다. 또한 이곳에서 싸움을 벌였다가는 재료들을 못 쓰게 된다. 여파에 휘말려 모조리 죽을 테니까.

지상으로 향하는 철문을 걷어차 일격에 날려버린 하후패는 오랜만에 보는 눈부신 햇살을 만끽했다. 따스함 속에 감춰진 혈향이 그를 흥분케 했다.

지상으로 나오자 진동으로만 느껴지던 소란이 생생한 소리가 되어 귀에 들려왔다. 눈을 감아도 뚜렷하게 느껴지는 혈원강시의 존재를 감지하고 광소를 터트렸다.

“이리 오라!”

부름에 응답이라도 하듯 저지하는 무위채의 무인들을 뚫고 넘실거리는 붉은 기운을 뒤집어쓴 진이 허공을 갈랐다.

강시와 광인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하나는 강제로 인간의 삶을 포기하고 괴물로 만들어진 자. 또 하나는 스스로 사람임을 포기하고 괴물이 된 자.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두 존재는 서로의 목숨을 탐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망할 자식 진짜 혼자서······.’

근방에서 노숙을 하고 무위채로 달려온 이건은 자신이 한 걸음 늦게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어코 따라 오려는 남호를 억지로 떼어놓고 오느라 늦어졌다.

무위채에 다가가니 팔다리 한군데가 부러진 사람들이 신음을 내며 널부러져 있었다. 개중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분명 진이 손속에 사정을 두었다.

‘어디냐.’

이건은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수혈을 짚어 재웠다. 지금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진과 아이들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건이 마주한 첫 번째 사람은 진도 아이들도 아니었다.

“우라질! 이게 뭔 개 같은 일이야!”

근처에 있던 수하들과 허겁지겁 달려온 강찬은 반파 되다시피한 건물과 멀쩡한 구석 하나 없는 수하들을 보고 얼이 나갔다. 갑자기 건물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진동과 폭음이 들리더니 비명소리가 쉬지 않고 들렸다. 정신을 수습할 틈도 없이 또 한 번 폭음과 함께 소름 돋을 정도로 강렬한 마기가 느껴져 하후패가 드디어 미쳐 날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을 나와 돌아다니다 처음 마주한 인간은 무위채의 식솔이 아닌 외지인이었다. 당연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단과 관련된 자라고 생각했다.

“넌 또 뭐야!”

“아이들은 어디에 있는지 말해!”

“아, 아이들?”

정체를 물었는데 치부이자 비밀이나 다름 없는 얘기가 이건의 입에서 나오자 강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상대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벌이는 건지에 대한 궁금증은 싹 날아갔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죽여서 입을 막아야 한다.’

살인멸구가 답이다. 이 일이 알려지면 장강수호채는 수적이던 시절만도 못한 신세로 전락한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불가항력의 일로 이제 겨우 사람 구실하며 살게 된 이들을 또 다시 수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혼마 하후패!”

막 검을 출수하려던 강찬의 몸이 휘청였다. 또 한 번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이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가 이곳에 온 걸 안다. 아이들을 납치한 건 그의 의도지 장강수호채의 의지가 아니라고 믿는다. 맞는가? 틀렸는가?!”

“너, 넌 누구냐? 어떻게 그걸······.”

강찬의 옷차림과 기세를 보고 이건은 그가 최소한 무위채의 간부일 거라 짐작했다. 찔러보기 위해 아이들과 혼마를 언급했고 당황하는 기색을 보니 간부급이 틀림 없다고 판단했다. 말단이 아이들과 혼마의 이름만 듣고 저렇게 당황하진 않을 테니까.

짧은 순간 이건의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갔다. 구궁천검대에서 지낭을 맡았던 이건은 순식간에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나는 이건. 무림맹 산하 오대무력단체 중 하나인 구궁천검대의 일원이다. 대주 참마도 풍칙을 포함한 구궁천검대 전원 혼마 하후패를 척살하기 위해 왔다. 만약 그대가 하후패와 한통속이 아니라면 장강수호채의 협조를 부탁한다.”

이건은 품속에서 패를 하나 꺼내 강찬에게 던졌다. 구궁천검대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패였다. 장강수호채의 간부급이라면 실물은 몰라도 구궁천검대의 패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터. 채주인 강찬은 다행히 패의 모양을 알고 있었다. 진품인지 아닌지 구별할 방법은 모르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 맹에서 온 조력자가 혼마와 싸우고 있다. 곧 혼마를 대주님과 구궁천검대가 있는 곳으로 유인할 거다. 지금 우릴 돕는다면 장강수호채에는 어떤 혐의도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빨리 아이들이 있는 곳을 알려라.”

이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한 번 건물 전체가 요동치고 폭음과 함께 강대한 마기가 건물 밖으로 나가 빠르게 멀어져 갔다. 감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드러낸 마기였기 때문에 절정에 이른 강찬뿐 아니라 실력이 미천한 무위채 전체가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니 강찬은 이건의 말이 진짜라고 믿었다.

‘풍칙이라면 얼마전 절대지경에 올랐다는 인간이잖아? 거기에 조력자와 구궁천검대라면, 어쩌면.’

정말 하후패를 잡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 말이 사실인가?”

“무림맹의 이름을 걸지.”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이건은 거짓말을 했다.

“좋소. 당신의 말을 믿겠소. 너희들! 애들 데리고 다친 녀석들 모두 데려오고 의원 불러! 당신은 날 따라 오시오.”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강찬은 앞장 서서 이건을 안내했다. 이건은 조금의 긴장을 유지한 체 그 뒤를 따랐다.

“헉, 허억!”

한편 이건이 떼어놓았던 남호는 참지 못하고 무위채로 달려왔다. 입에서 단내가 풍길 정도로 뛰어온 남호의 눈에 만신창이가 된 무위채의 건물이 보였다. 막상 도착하니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떨고 있을 누이를 떠올리고 각오를 다졌다.

‘가야 해. 나도 가야 해.’

수풀을 벗어나 건물을 향해 발을 내딛는 찰나, 굉음과 함께 쏜살 같이 건물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어?”

멈칫 하는 사이 또 한 사람이 광소를 터트리며 뛰쳐나와 먼저 나와 사라지는 사람의 뒤를 쫓았다. 두 번째 사람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첫 번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본 남호는 건물에 들어가기를 망설였다.

‘그 아저씨였어.’

진이 사라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남호는 한참을 고민했다. 끝을 모르는 갈림길에 선 나그네처럼 고민하던 남호는 결국 발길을 돌렸다. 건물이 아닌 진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갔다.


작가의말

영웅사냥꾼도 써야 하는데... 어흑... 이상하게 플롯이 다 머리에 들어있는데 써지질 않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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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밤의 산길은 위험하지 +2 16.07.13 52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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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서신 두 장 +2 16.06.23 687 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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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단決斷 +1 16.02.23 950 15 13쪽
1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감능甘凌 +2 16.01.28 1,079 17 9쪽
»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충돌衝突 +5 16.01.21 969 20 12쪽
1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광인狂人 +4 16.01.10 1,036 24 10쪽
1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혼마昏魔 +4 16.01.07 1,105 18 8쪽
1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장강長江 +2 15.12.31 1,234 17 10쪽
10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인연因緣 +6 15.12.17 1,280 22 8쪽
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진정眞情 +1 15.12.16 1,280 22 8쪽
8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대화對話 +1 15.12.15 1,362 20 11쪽
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위기危機 +3 15.12.14 1,285 1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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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참마斬魔 +1 15.12.13 1,517 21 17쪽
4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의매義妹 +2 15.12.13 1,750 23 7쪽
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월운月雲 +3 15.12.13 1,996 27 9쪽
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소개紹介 +3 15.12.13 2,412 33 9쪽
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서장序章 +3 15.12.13 2,718 4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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