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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광님의 서재입니다.

강시사로(殭屍死路)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박무광
작품등록일 :
2015.08.22 04:54
최근연재일 :
2016.08.12 06:4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641
추천수 :
453
글자수 :
100,379

작성
15.12.13 01:07
조회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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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9쪽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월운月雲

DUMMY

오악 중 서악이라고 불리워지는 화산이 자리한 화음현은 그 이름값 덕분에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저잣거리에는 활보하는 객들이 가득하고 객점은 그런 객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중 화음에서 나름 명성있는 풍운객점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드디어!”

풍운객점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건은 싱글벙글 웃으며 점소이가 내려놓는 요리를 하나, 하나 눈으로 감상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무심하게 음식을 내려다보는 진이 앞에 앉아 있었다.

“이곳 주방장은 섬서요리뿐만 아니라 하남과 산서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지. 이건 회육삼선이라고 불리는 산서요리고, 이건 도구소계라는 하남요리인데 하남요리로 말할 것 같으면 신선, 향기롭고 청담하며 사계절이 색향이 우아하기로 이름 났지. 또 산서요리는······.”

이건은 쉬지 않고 일장연설을 펼쳐냈는데 모르는 이가 봤으면 점소이로 착각할 정도로 음식에 관해 박식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 청년의 수다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은 질리지도 않는지 이건의 수다를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뜨거운 김이 사라져갈 무렵에야 이건의 설명이 끝났다.

“자, 그럼 이제 들어볼까? 진眞, 먼저 산서요리부터 먹어봐. 맛이 기가 막혀.”

이건이 권하자 진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젓가락을 집었다. 어설픈 손놀림으로 간신히 음식을 집어드는데 성공한 진은 조심스레 입으로 가져갔다.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던 청년이 물었다.

“어때? 뭔가 떠오르지 않아? 아니면 몇 년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음식에 대한 감격과 기쁨이라던가?”

대답은 짧고 굵었다.

“아니.”

“그, 그래?”

이건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다른 접시를 내밀었다.

“산서요리는 입맛에 안 맞나보다. 그럼 이거 한 번 먹어봐. 역시 남자는 고기를 먹어야지.”

이건은 다른 지역의 요리도 내밀어 권했다. 진은 주는대로 받아 먹었지만 기대한 반응은 없었다. 한참 동안 받아먹던 진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건.”

“왜?”

“음식을 먹는다고 잃어버린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가?”

잠깐 실망한 기색이 떠올랐지만 이건은 금새 표정을 고쳤다.

“하하!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여기 음식은 고급이니까 일반인이 먹긴 드물지. 신경 쓰지 말고 먹자!”

접시들이 전부 비워져갈 무렵, 묘한 시선을 느끼고 건은 고개를 돌렸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청년이 물끄러미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무런 문양도 없는 평범한 복장만 보면 동네 청년이었지만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이 그가 무림인임을 알려줬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안색이 굳어지는 찰나, 청년이 다가왔다.

“이건! 이건 맞지?”

반사적으로 이건은 검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청년은 아무런 경계심도 드러내지 않고 반갑게 말했다.

“나야 나, 월운月雲. 설마 기억 못하는 거냐?”

‘월운?’

적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 갈팡질팡하던 건의 뇌리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청년이 누구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기억났다. 유심히 이건을 보고 있던 월운은 이건의 표정을 읽었다.

“기억났구나! 사년만인가?”

“사년? 벌써 사년이나 지났나? 폐관수련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말끝을 흐리는 이건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오랜 친우를 만났지만 그의 입장에선 마냥 반가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얼마 전에 끝났지. 수련하는 동안 무림에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더군. 세상에, 정사연합과 마교멸문이라니. 이럴 줄 알았으면 폐관수련에 들어가는게 아니었어.”

월운의 말이 농담임을 알기에 이건은 억지로나마 웃어 넘겼다.

월운이 폐관수련에 들어간 이유. 화산파 최고의 후기지수들에게만 주어지는 이름, 당대의 매화검수梅花檢手이자 화산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제자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지로 하고 안 하고를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온 거야?”

“사년이나 폐관수련을 하고 나왔다고 사부님께서 특별히 보름간 하산해도 된다고 허락하셨지. 그건 오히려 내가 물어봐야 할 질문 같은데? 무림맹에 들어간 네가 화음에는 어쩐 일이야?”

“그게······.”

이건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월운은 아직 그가 무림공적이 되어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듯 했다. 폐관수련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자신과 진에 관한 정보는 특급으로 분류된 극비다. 모른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지만 위험을 자처할 필요도 없었다.

진을 옛 지기로 소개하며 무림대전이 끝나고 지기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고 둘러댔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하려 했지만 월운이 둘의 팔을 붙들었다.

“그렇단 말이지? 잘 됐네. 이곳 지리와 명물은 내가 아주 잘 알지. 진형, 건이와 친구이니 그냥 진이라고 불러도 되지? 나만 믿어. 화음의 명물을 모두 보여드리지.”

이건이 미처 말문을 열기도 전에 월운은 객점 주인에게 값을 치르고 둘을 데리고 나왔다. 월운을 떨쳐낼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속만 바짝 타들어갔다.

‘제압할까?’

극단적인 생각도 떠올랐지만 기각했다. 다른 곳도 아닌 화산파가 있는 화음이다. 일반 제자도 아니고 대제자를 건드렸다간 화산파가 움직인다. 무림대전의 뒷수습과 잔당의 처리 문제로 무림맹도 추격대追擊隊를 보냈을 뿐 추살대追殺隊를 보내진 않았다. 화산파까지 끼어들면 감당할 수 없다.

“식사는 이미 했고 술을 마시긴 이르니, 옳지! 입가심이나 할겸 거길 가면 되겠군.”

혼자 신나서 중얼거리던 월운이 둘을 데려간 곳은 시장이었다. 여기저기서 호객행위와 물건값을 깎으려는 실랑이가 벌어지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리게.”

월운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이건은 기회라 여겼다. 서둘러 진을 데리고 떠나려 하는데 진은 멍하게 시장통을 보고 있었다.

“진, 왜 그래?”

“처음본다.”

“뭘?”

“시장.”

진의 대답에 이건은 시선을 돌려 시장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추적을 피해 도망치느라 마을에는 제대로 들린 적도 없고 이런 번화가에 온 적도 당연히 한 번도 없었다. 진의 입장에서 활기에 찬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장은 신세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녀석은 인간이 아닌 강시였고 그렇기에 평범한 삶과는 동떨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또 잊고 있었다. 이런 광경조차 신기해 하고 동경한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조금은 괜찮겠지.’

도망치자는 말은 조용히 속으로 삼켰다. 괜찮을 것이다. 하루도 아니고 한나절도 아니고 한, 두 시진 정도라면 월운과 함께 화음을 돌아다녀도 괜찮을 것이다.

사람답게 살지도 못한 이에게 이 정도 유흥을 허락지 않을 정도로 하늘도 무심치는 않으리라.

“미안! 오래 기다렸지?”

싱글벙글 웃으며 돌아온 월운의 손에는 당과가 잔뜩 들려 있었다.

“겨우 당과를 사온 거야?”

“겨우 라니! 이 당과를 파는 집은 화산과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해도 될 정도로 역사가 깊은 원조! 전통 당과집이라고!”

월운이 열을 내며 말하자 한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그, 그래. 알았으니까 진정해.”

이건은 민망함에 얼굴이 달라올랐다. 월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건내받은 당과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래봤자 당과라고 했던 생각이 달아났다. 입에 넣는 순간 당과가 녹아내리며 달콤한 향이 확 퍼졌다.

“어때?”

“···맛있네.”

확실히 월운이 열을 낼 정도로 맛있었다. 당과를 하나 받아들어 먹은 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따라오라고. 화음에서 소문난 먹거리는 다 먹게 해줄테니.”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월운은 앞장서서 걸어갔다. 이건과 진은 당과를 하나씩 더 먹으며 뒤를 따랐다.

월운의 등을 보며 걸어가던 이건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혹시 미행이 붙진 않았나 기감을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월운도 당과를 사러갔던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왠지 모를 위화감이 짙게 내리앉았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이건은 불안함이 싹 트는 마음을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시장을 돌아다니는 내내 위화감은 떠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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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79 쁘띠아빠
    작성일
    16.03.24 02:42
    No. 1

    트렌드일까요? 강시물이 많이 보이네요!! 인간답게 죽기위하여,특별하여 선작하고 기대만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악산(岳刪)
    작성일
    16.04.09 02:11
    No. 2

    수많은 무협 소설 중에서 두명의 주인공을 앞세워 실패한 사례들이 워낙 많았고, 그 중 사마쌍협 정도가 성공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독자들의 몰입도와 밸런스, 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를 바래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소설보러
    작성일
    16.04.19 00:34
    No. 3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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