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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광님의 서재입니다.

강시사로(殭屍死路)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박무광
작품등록일 :
2015.08.22 04:54
최근연재일 :
2016.08.12 06:4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647
추천수 :
453
글자수 :
100,379

작성
16.01.07 10:17
조회
1,104
추천
18
글자
8쪽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혼마昏魔

DUMMY

풍칙과 구궁천검대의 시선이 지부장의 손가락을 쫓았다. 유심히 지도를 내려다보던 풍칙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군. 그래서 강소성인가?”

“네, 유람행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목표도 추격대가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마냥 여유를 부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강은 유람과 도주라는 두 목적을 이루기에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지요. 그리고 장강을 타고 가면 강소성에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지부장은 탁자에 있던 차로 목을 축이고 설명을 이어갔다.

“유람이라는 점만 놓고 보았을 때 더 남동쪽에 위치한 절강성 보다는 홍택호와 태호, 오대호 중 둘이나 있는 강소성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남경과 소주도 빠질 수 없지요. 여기까지가 오직 지금까지의 이동경로만을 놓고 추정한 경로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탁 소리를 내며 탁자를 가볍게 쳐서 시선을 모았다.

“여기에 살을 붙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부장은 그동안 그러모은 안휘성 내의 정보를 모두 끄집어내 조합했던 정보를 꺼냈다.

“일단, 강소성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으나 장강이 다음 목적지임은 자명합니다. 문제는 장강 어디인가? 이지요.”

장강은 넓지 않지만 길다. 그렇기에 이름도 장강이라고 불리지 않는가? 무림맹 지부의 인원을 다 동원해도 안휘성 안에 있는 장강을 전부 감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저희가 장강 전체를 감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방수를 구해야 합니다.”

“···방수?”

개방과 남궁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안휘성 내의 장강 전체를 지키는 일도 가능하지만 극비임무로 지부에서도 지부장 본인만 아는 정보를 흘릴 수는 없다. 혈원강시는 존재만으로도 무림에 혼란을 일으키는 마물이다.

지부장은 씩 웃으며 말했다.

“누구보다 장강을 잘 아는 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곧장 대답을 떠올리지 못하던 풍칙의 뇌리에 한 이름이 스치고 지나갔다.

“장강수호채?”

“그렇습니다. 장강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치들의 도움만 받는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지요.”

“하지만 무슨 수로 그들을 움직인단 말인가?”

정보를 넘기지 않고 그들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보다 상책은 없다. 최근에는 관까지 장강수호채와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가는 중이니 장강은 그들의 안방이나 다름 없다. 만약 이건과 혈원강시가 장강을 이용한다면 장강수호채와 어떤 식으로든 조우할 수밖에 없다.

“명분은 있습니다. 이걸 보시죠.”

지부장은 쌓여있던 서류에서 세 장의 종이를 꺼내 풍칙에게 건냈다.

“납치사건? 수호채주 감능 서신과 남궁가주 서신?”

풍칙은 내용을 쭉 읽어갔다.

첫 서류의 내용은 최근 안휘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이들의 납치사건에 관한 보고서였다. 지금까지 스물에 달하는 여덟 살 미만의 아이들이 납치되었고 실제로는 그 이상의 아이들이 사라졌을 거라고 보고 있다는 관과 무림맹 지부의 보고서였다.

두 번째는 장강수호채주 감능이 보낸 서신. 최근 안휘성 무위 인근에 위치한 수호채가 이상하다는 얘기였다. 본인도 조만간 직접 찾아갈 예정이니 무림맹의 협조를 구하면서 자세한 얘기는 차후에 직접 만나서 하자는 내용.

마지막은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가의 두 아이가 실종되었으니 비밀리에 개방과 무림맹 지부에 협조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내용을 다 읽었지만 풍칙은 세 가지 사건에 대한 연관성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납치사건과 남궁가 아이들의 일은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남궁가의 아이들을 납치하겠는가? 만약 납치되었다면 안휘성 전체가 떠들석했을 것이다. 분명 세가 밖의 영역으로 놀러갔다가 길을 잃었다거나 개구장이 남궁가 아이들이 가출한 것이리라 짐작할 뿐이다.

“여기에 두 가지 정보를 추가해 보겠습니다. 혈원강시 남동 방향으로 도주 중. 그리고.”

웃음기를 머금고 있던 지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가벼웠던 태도를 버리고 한 없이 진지해진 그의 눈동자는 분노와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혼마昏魔 하후패夏侯覇 생존.”

풍칙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차마 소리를 지르진 못하고 벌어진 입과 부릅 뜨인 눈동자가 그의 감정을 대변했다.

“그게, 사실인가요, 지부장님?”

옆에서 침음을 흘리던 이휘가 대표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지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안휘성에서 종적을 찾았다가 놓쳤습니다. 은밀히 개방과 하오문에서 수소문을 하고 있지만 안휘성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찾지는 못했습니다.”

절대지경에 이른 풍칙조차 놀랄 수밖에 없는 이름.

천마를 따르던 네 명의 강자 중 일인.

혈원강시의 제조자.

“설마, 설마.”

납치된 아이들. 혈원강시. 혼마. 장강수호채. 남궁세가.

단서들이 모이자 최악의 가정이 떠올랐다.

용문산에서 조우했던 혈원강시는 정상이라고 볼 수 없는 실력을 보였다. 절대지경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은 풍칙이 우위를 점했다. 절대지경을 죽이기 위해 만든 존재가 혈원강시인 만큼 납득하기 어려운 일.

만약 그 이유가 혈원강시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면?

“우연이라기엔 너무나도 공교로운 시기에 혼마와 혈원강시 둘이 안휘성에 나타났습니다. 며칠째 개방과 하오문에서 수소문을 했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고 아이들이 속속 납치당하고 있지만 관에서는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남궁가의 아이들도 실종되어 저희 지부와 개방에서도 납치사건을 알아보는 와중인데도 진척이 없었습니다.”

조각, 조각 흩어져 있던 정보가 모여들며 아귀가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람행처럼 이동하던 이유도 어쩌면 혼마 하후패를 가리기 위한 연막이 아니었을까?

“이런 상황에 수로왕 감능에게서 서신이 도착했지요. 무위에 위치한 수호채에서 이상한 조짐이 보인다고. 정파의 눈에서 자유로우며 관에서도 의심을 하지 않는 곳, 그러면서도 안휘 전역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어디라 보십니까?”

풍칙은 침음을 흘렸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장강수호채······.”

“맞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정황상 혼마가 수호채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혈원강시도 그곳으로 향할 가능성 역시 매우 높은 것은 자명한 사실. 대주님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자존심 상하는 말이지만 풍칙은 통감했다. 그의 실력으로는 혼마나 혈원강시 하나도 벅차다. 정상적인 상태의 혈원강시라면 구궁천검대가 받쳐줘야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수로왕 감능과 남궁가주를 무위로 불렀습니다. 그곳에서 합류해 무위에 위치한 장강수호채에 혈원강시가 나타나는 순간, 칩니다.”

여기까지가 지부장이 그린 그림이었다.

“저희들의 목표는 이곳에서 모든 것을 끝내는 겁니다.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만약 놓친다면. 그들의 다음 목적지는 아마도.”

만약 그들이 정말 장강을 통해 도주할 계획이라면 강소성에 들어가는 일은 당연하다.

“남경. 강소성의 성도 아래 이곳.”

그리고 만약 혈원강시의 회복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면 강소성에서 그들이 갈 곳은 정해져 있다.

“모산일 겁니다.”

“모산······.”

풍칙은 이휘를 보았다. 예상대로 이휘의 낯빛이 좋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구궁천검대 부대주 이휘, 그녀는 혼마 하후패의 손에 살아남은 모산파의 마지막 생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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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밤의 산길은 위험하지 +2 16.07.13 52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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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서신 두 장 +2 16.06.23 687 6 3쪽
20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희結喜 완 +5 16.04.20 736 14 12쪽
1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노애怒哀 +3 16.04.16 656 18 9쪽
18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응원應援 +7 16.04.08 830 17 11쪽
1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생명生命 +1 16.03.23 816 15 12쪽
1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단決斷 +1 16.02.23 949 15 13쪽
1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감능甘凌 +2 16.01.28 1,078 17 9쪽
14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충돌衝突 +5 16.01.21 968 20 12쪽
1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광인狂人 +4 16.01.10 1,036 24 10쪽
»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혼마昏魔 +4 16.01.07 1,105 18 8쪽
1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장강長江 +2 15.12.31 1,234 17 10쪽
10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인연因緣 +6 15.12.17 1,280 22 8쪽
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진정眞情 +1 15.12.16 1,280 22 8쪽
8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대화對話 +1 15.12.15 1,362 20 11쪽
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위기危機 +3 15.12.14 1,285 17 8쪽
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노승老僧 +1 15.12.13 1,287 20 9쪽
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참마斬魔 +1 15.12.13 1,517 21 17쪽
4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의매義妹 +2 15.12.13 1,749 23 7쪽
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월운月雲 +3 15.12.13 1,996 27 9쪽
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소개紹介 +3 15.12.13 2,412 33 9쪽
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서장序章 +3 15.12.13 2,717 4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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