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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광님의 서재입니다.

강시사로(殭屍死路)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박무광
작품등록일 :
2015.08.22 04:54
최근연재일 :
2016.08.12 06:4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651
추천수 :
453
글자수 :
100,379

작성
15.12.13 01:09
조회
1,749
추천
23
글자
7쪽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의매義妹

DUMMY

‘왜 이런 위화감이 드는 거지.’

미행이 붙었다면 이건은 몰라도 진이 못 알아차렸을리가 없었다.

묵묵히 월운의 등을 보며 걷던 이건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앞장 서서 걷던 월운과 뒤따르던 진도 따라 멈췄다.

“왜 그래?”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이건은 대답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월운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러면서 진에게 눈짓을 했는데 진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가만히 서 있었다.

월운은 끌려가면서 계속 이건에게 물었지만 이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골목에 접어들었을 때서야 이건은 팔을 놓아줬다. 월운은 아프다는 시늉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휴,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일 있어?”

“그만해도 돼.”

“뭐? 그만해도 된다니 뭘······.”

이건은 입을 여는 대신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기수식을 취했다. 이건의 눈은 월운을 친우로 보고 있지 않았다. 명백한 적의가 눈에서 흘러나왔다.

“몇 명이나 왔지? 대답해.”

“야야, 왜 위험하게 검을 뽑아.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무슨······.”

이건의 검이 월운의 목덜미를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 전광석화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신속한 찌르기였다.

하지만 이건의 검은 쇳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튕겨났다. 어느새 검을 빼든 월운이 이건의 검을 쳐내고 물러나 자세를 잡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웃음기가 남아있지 않았다.

“우와! 친우에게 검을 찌르다니!”

“연기는 그만 둬. 화산에서 몇 명이나 내려왔지?”

“알려줄 것 같아?”

“아니, 그냥 확인차 물어봤어.”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월운의 표정은 차가웠다. 반갑던 친우는 이제 없고 무서운 기세를 드러낸 검호만이 남았다.

“어떻게 알았지? 나를 제외한 매화검수들은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옷.”

“옷?”

“구파는 각기 겉으로 드러나는 특색이 있지. 무당파는 송문검, 소림사는 반장 그리고 화산파는.”

이건은 날카로운 눈으로 월운의 복장을 훑어보았다.

“매화.”

월운은 나직히 침음을 흘렸다.

“그런데 일반 제자도 아니고 매화검수의 옷에 매화가 없다? 이상했어. 내가 알기로 매화검수는 임무가 있지 않은 이상 매화가 그려진 옷을 입는 것이 전통이자 원칙이니까. 그리고 사년이란 시간 동안 폐관수련을 하고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길을 안내하는데 막힘이 없었지. 화산파에 입문하고 무림맹에 왔을 때를 제외하고 한 번도 하산한 적이 없던 네가.”

월운은 속으로 혀를 찼다. 임무에 방해가 될 듯 해서 일부러 평복을 입었는데 오히려 실착이 됐다.

“제법인데? 그런데 혼자서 괜찮겠어?”

“네가 폐관수련하는 동안 난 전장에서 이년간 살아남았거든. 무시하지마. 아무리 너라도 혼자서는 날 못 이겨.”

“그랬지. 그런데 난 혼자가 아니라서 말이야.”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이건은 재빠르게 등을 벽으로 돌렸다. 갑자기 늘어난 숫자에 당황하지 않으려 했지만 등장한 사람의 얼굴을 본 뒤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서슬퍼런 눈을 하고서 걸어오는 여인은 이건과 진을 쫓는 추격대, 구궁천검대九宮天劍隊에 속해 있는 이휘였다.

“누나.”

그리고 이건의 의매義妹이기도 했다.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지금 네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기나 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이건을 보며 이휘는 분노와 걱정에 몸을 떨었다.

“무림공적이야. 예전처럼 정파에게만 쫓기는 반쪽자리 무림공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림공적이라고! 맹에서는 네가 탐욕에 눈이 멀어서 혈원강시를 이용해 무림정복이라도 하려는 줄 알아! 아직은 마교의 잔당을 처리하느라 네게 많은 신경을 못 쓰고 있지만 조금만 있으면 대대적인 추살대가 구성될 거야. 그렇게 되면······.”

말을 맺지 못했지만 뒤에 이어질 말은 짐작할 수 있었다. 죽는다.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확실하게 죽는다. 무림 전체와 싸우다 멸문한 마교가 극적인 예다.

“아직 수습할 수 있어. 대주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하면 죽진 않을 거야. 네가 도망치고 나서 얼마 뒤에 절대지경에 오르셨어.”

절대지경이라는 말에 이건의 눈이 커졌다. 초절정을 넘어선, 그야말로 신화적인 경지. 혈원강시가 절대지경의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물이니 이건은 누구보다 그 경지의 힘을 잘 알았다.

“그러니까 돌아와 건아. 이유는 묻지 않을게. 징계는 받겠지만 어차피 복수도 끝났잖아? 무공도 더는 필요 없어. 다 잊고 이제 평범하게 살자. 응? 너마저, 너마저 잃고 싶진 않아.”

그들 사이에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침묵 끝에 이건이 입을 열었다.

“알았어.”

망설임 없이 돌아온 대답에 놀란 이휘의 동공이 커졌다. 월운마저 들고 있던 검을 한순간 늘어뜨렸다.

“돌아갈게.”

이휘는 그대로 달려가 이건을 안았다. 그동안 해온 마음 고생에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잘 생각했어! 정말 잘······.”

“미안해.”

이건의 손이 빠르게 이휘의 수혈睡穴을 짚었다. 맥없이 허물어지는 그녀의 몸을 받쳐들었다.

“꼭 돌아갈게.’

“이건!”

지켜보고 있던 월운이 분노의 고성을 내질렀다. 이건이 안고 있는 이휘 때문에 섣부르게 움직이진 않았지만 단순한 적의를 넘어선 살의를 내뿜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이건의 눈이 월운을 향했다. 씁쓸하고 안타깝지만 오랜 친우는 이제 적이 되었다.

“정말 탐욕에 눈이 먼 거냐?”

“아니.”

“그렇다면 네 누이에게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그래야 할 이유가 어디 있다는 거냐!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말했잖아.”

월운의 말이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혔다.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이휘가 고아였던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 되어 줬기에 할 수 있었던 말. 가슴이 아려왔다.

“말해줘도 이해 못할 거다.”

“그건 네 생각이고. 나를 정말 친우라고 생각한다면 말해라.”

“미안하다.”

“너······!”

“누이를 부탁해.”

이건은 안고 있던 이휘를 월운에게 던졌다. 월운은 기겁하며 검을 놓고 이휘를 받았다.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설마 이건이 이휘를 던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사이 이건은 사라지고 없었다.

“빌어먹을.”

월운은 답지 않게 욕을 뱉고 이휘의 점혈을 풀었다. 점혈을 푼다고 바로 깨어나지 않으니 이건을 뒤쫓는 일은 무리였다.

‘이건, 넌 화음을 벗어나지 못해.’

이건을 쫓던 구궁천검대 중 화음에 있는 대원은 이휘뿐이었다. 나머지 대원은 흩어져서 이건과 진이 지나칠 법한 길목과 다른 현에 대기 중이었다. 대신 이휘는 화음에 도착하자마자 화산파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건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화음에서 화산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구궁천검대주九宮天劍隊主 참마도斬魔刀 풍칙楓則, 그가 곧 화음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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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계획대로 +2 16.08.12 472 7 7쪽
23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밤의 산길은 위험하지 +2 16.07.13 52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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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서신 두 장 +2 16.06.23 687 6 3쪽
20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희結喜 완 +5 16.04.20 736 14 12쪽
1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노애怒哀 +3 16.04.16 657 18 9쪽
18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응원應援 +7 16.04.08 830 17 11쪽
1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생명生命 +1 16.03.23 816 15 12쪽
1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단決斷 +1 16.02.23 950 15 13쪽
1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감능甘凌 +2 16.01.28 1,078 17 9쪽
14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충돌衝突 +5 16.01.21 968 20 12쪽
1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광인狂人 +4 16.01.10 1,036 24 10쪽
1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혼마昏魔 +4 16.01.07 1,105 18 8쪽
1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장강長江 +2 15.12.31 1,234 17 10쪽
10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인연因緣 +6 15.12.17 1,280 22 8쪽
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진정眞情 +1 15.12.16 1,280 22 8쪽
8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대화對話 +1 15.12.15 1,362 20 11쪽
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위기危機 +3 15.12.14 1,285 17 8쪽
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노승老僧 +1 15.12.13 1,287 20 9쪽
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참마斬魔 +1 15.12.13 1,517 21 17쪽
»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의매義妹 +2 15.12.13 1,750 23 7쪽
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월운月雲 +3 15.12.13 1,996 27 9쪽
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소개紹介 +3 15.12.13 2,412 33 9쪽
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서장序章 +3 15.12.13 2,718 4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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