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서장序章
무림을 삼분하는 세력
정定, 사邪, 마魔
그 중 신강에 위치한 마魔의 필두, 명천성교 明天聖敎. 세간은 마교魔敎라 부르는 그곳.
그들이 가진 힘은 단일세력으로 중원무림 전체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위협은 두려움을 낳았고 두려움은 물과 기름 같은 정사가 연합하게 만들었다.
무림대전武林大戰이라 명명된 정사연합과 마교와의 전쟁 그 마지막 전투, 시산혈해를 이루는 현장에는 오직 두 존재만이 대지 위에 서 있었다.
피칠갑을 한 존재의 주먹이 청년의 얼굴 앞에서 멈추지 않았더라면, 오직 최후의 일인만이 서 있었을 것이다.
초연하게 죽음을 기다렸던 청년은 눈을 떴다.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어째서 멈췄느냐고. 대답하리라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그 존재가 대답했다.
“죽였다.
죽이고 또 죽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의 고성을 지르고
수많은 사람들이 절규로 자비를 빌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처절한 검을 휘둘렀다.
전부 죽였다.
기억나는 것은 오로지 살육뿐.
갈증이 나면 적의 피를 마셨고
배가 고프면 적의 살을 먹었다.
금수로 살았고 괴물이 되었고 악마라 불렸다.
그런데 지금
이성이 돌아왔고 감정이 살아났고 기억이 떠올랐다.
후회한다. 저주한다. 원망한다.
그러나 돌아갈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사람으로 살지 못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자격이 없더라도
사람답게 죽고 싶다.”
존재는 주먹을 펴고 청년에게 손을 뻗었다.
“제발, 도와줘.”
시간이 흘러 과거를 돌아보던 노년은 지긋이 눈을 감았다.
아직도 그때 그 존재의 눈을 잊지 못한다고, 그 순간에는 잡을 수밖에 없었노라 고했다.
그러나 공포 때문은 아니었으니, 겁에 질려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오롯한 그의 의지였으니, 결단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그 존재는 사람답게······ 죽었나요?”
노년은 눈을 떴다. 질문을 던진 소년에게 미소를 지었다.
“들려주겠네.”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사람답게 살지 못한 인생의
사람답게 죽기 위한 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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