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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광님의 서재입니다.

강시사로(殭屍死路)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박무광
작품등록일 :
2015.08.22 04:54
최근연재일 :
2016.08.12 06:4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673
추천수 :
453
글자수 :
100,379

작성
16.01.10 05:07
조회
1,036
추천
24
글자
10쪽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광인狂人

DUMMY

남호에게 사정을 듣고 이건과 진은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다. 이미 납치된지 이틀이란 시간이 지났으니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 남호의 누나가 납치된 곳은 무위無渭, 소호에서 꼬박 하루를 걸어야 도착하는 거리지만 진이 이건과 남호를 들고 전력으로 주파하니 한나절이 안 되서 도착했다.

“으으으.”

이건은 비교적 멀쩡했지만 남호는 새파래진 얼굴로 비틀거렸다. 하루 종일 먹은 음식이 없으니 배가 고플 법도 한데 울렁거리는 속은 공복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식사는 하지 않더라도 어둑해지기 시작했으니 숙소는 마련해야 했다. 마을에 들어와서 노숙을 할 수는 없는 노릇.

“객잔을 찾아야 하는데.”

이건은 주변을 둘러봤지만 민가만 보일뿐 객잔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나절, 길어도 이틀이면 명소로 유명한 소호가 있는데 장강을 끼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특색이 없는 무위에 객잔을 차릴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군다가 무위는 장강수호채 중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수로채에서 수호채로 바뀐지 십년도 체 지나지 않았으니 객잔이 없을 법도 했다.

‘민가에 신세를 지자니 너무 늦었고.’

술시(19-21시)가 지나기 시작해 이미 달빛에 의지하지 않으면 범인은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이런 야밤에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일은 실례일 뿐더러 외지인, 그것도 남자만 셋이 찾아온다면 문을 열어줄 사람은 없다.

이건이 고민하는 가운데 진은 남호와 이건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뒤늦게 어느새 멀찍이 떨어진 진을 발견한 이건이 남호를 데리고 허겁지겁 쫓아갔다.

“진, 어디가는 거야?”

진은 대답하는 대신 검지를 입으로 가져갔다. 조용히 하라는 뜻을 알아듣고 재차 묻는 대신 진이 보고 있는 방향을 보았다. 내공을 사용하니 제법 먼거리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

안력을 돋구기 무섭게 수상한 복장을 한 장정 둘이 포대를 짊어지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새카만 옷을 입고 두건으로 얼굴까지 가린 사람들이 발걸음 소리를 죽이며 야밤에 움직이고 있다면 답은 셋 중 하나다.

무언가를 훔치려는 사람, 누군가를 몰래 죽이려는 사람, 혹은 정보를 캐내려는 사람.

짐을 지고 있다면 십중팔구는 훔치는데 성공한 사람, 즉 도둑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 짐이 아이 한 명을 넣을 만큼 큰 포대라면.

[저 사람들, 혹시.]

이건은 진에게 전음으로 물었고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기에 민감한 그는 확실하게 느껴졌다. 저 포대에 든 것은 물건이 아닌 사람이다. 의식이 없어서인지 아무런 저항도 없이 포대에 넣어져 옮겨지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야?]

진은 말로 대답하는 대신 행동으로 보여줬다.

제법 거리가 벌어졌다 싶어졌을 때, 진은 은밀하게 두 장정의 뒤를 쫓았다. 지금 당장 둘을 잡아버릴 수도 있지만 놈들의 본거지를 알 필요가 있었다. 정말 수호채에서 벌인 일인지, 제삼자가 끼어든 일인지 알아야 했다.

이건은 남호에게도 전음으로 상황을 알려줬다. 듣자마자 남호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 했지만 이건은 점잖게 타일렀다.

[아서라. 지금 나가면 네 누이가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할 수도 있어. 지금은 조용히 뒤를 쫓아야 한다.]

날뛰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며 남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한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작은 주먹을 힘껏 쥐었다.

포대를 짊어진 두 장정은 인기척이 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점점 민가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둘 다 무공의 수준이 높지는 않은지 꼬리가 붙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민가에서 벗어난 그들은 점점 장강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들이 장강에 가까이 갈수록 이건은 장강수호채에서 납치를 벌였다는 의구심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두 장정이 도착한 장소를 보았을 때 의구심은 완전히 사라지고 확신만 남았다.

무위채無渭寨

장강수호십팔채 중 한 자리를 차지한 곳. 장강수호채로 바뀌며 당당하게 뭍에 건물을 짓고 활동하기 시작한 장강남아의 깃발이 달빛을 받으며 펄럭이고 있었다.

‘설마 했는데, 어째서?’

이건은 고개를 저었다. 무위채의 독단인지 장강수호채 전체가 관여하는 일인지 아직 몰랐다. 어쩌면 무위채 내에서도 몇몇만이 일을 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확실한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잠입할 필요가 있었다.

“진, 이제 어떻게······ 진?”

이건은 진을 불러도 반응조차 하지 않고 망부석처럼 무위채를 노려보고만 있자 남호의 손을 놓고 옆으로 다가갔다. 진의 얼굴을 살핀 이건은 흠칫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달빛에 살짝 드러난 그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진!”

이건의 나직한 외침에 진은 눈동자를 굴려 이건을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진의 사람의 눈이 아닌 괴물의 눈을 보고 이건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다.”

“뭐?”

“혼마 하후패.”

무위채를 바라보는 진의 눈동자가 타올랐다.

“그가 저곳에 있다.”


“빌어먹을!”

무위채의 채주 강찬은 돌아온 수하들의 보고를 받고 욕지거리 했다. 입이 험한 수부 출신이지만 요즘은 유난히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열불이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이번이 몇 명째지?”

“이제 서른이 넘었소, 채주.”

강찬은 자괴감에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서른 명의 아이들. 무위에서 벗어나 고아를 위주로 납치 해왔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한계. 어쩔 수 없이 민가의 아이들까지 납치했다. 수적이던 시절에도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았는데.

“그자가 채주를 찾는뎁쇼?”

“···알았다.”

힘없이 대답한 채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로 향했다. 감옥으로 활용 중이던 지하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이 차지했다.

으드득

이를 갈며 지하감옥에 들어가는 강찬의 코로 비릿한 혈향이 스며들었다. 안쪽으로 걸어갈수록 피냄새가 짙어졌다. 지하감옥의 끝에 도달하자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나타난 한 사내가 히죽 웃었다.

“왔군.”

“이번엔 또 무슨 일이냐?”

‘빌어먹을 미친 살인광 새끼.’

“말본새 하고는. 재료가 더 필요하다. 내일까지 싱싱한 애들로 두 놈 더 데려와.”

“뭐? 미친! 벌써 서른이나 데려왔다! 이 이상은 무리야!”

“그건 내 알바 아니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 텐데?”

손톱이 파고 든 강찬의 주먹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잘 안다. 처음 이 미친놈이 찾아왔을 때 거절했다가 무위채 인원 삼분지 일이 병신이 되거나 저세상으로 하직했다. 수호채는 양떼였고 남자는 호랑이였다. 저항은 무의미했고 채주인 그도 일합을 받아내지 못하고 팔이 부러졌다. 남자가 그를 살려둘 생각이 아니었다면 부러지는 수준이 아니라 수하들처럼 몸이 두 개로 나뉘었을 것이다.

“···알겠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남자는 그들을 순순히 죽여주지 않았다. 즉사를 면했던 수하들은 남자에게 생기를 빼앗겨 말라붙은 시체가 되거나 사술로 정신이 파괴되어 남자의 장난감으로 전락했다. 그런 비참한 죽음은 사양이다.

‘참자, 조금만 기다리면 총채주가 오신다. 조금만 참자.’

“그래, 그래.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아이지, 킥킥. 흠?”

강찬을 비웃던 남자의 표정이 돌연히 바뀌었다.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던 남자의 입이 길게 찢어지며 소름 끼치는 미소가 맺혔다. 마치 장난으로 벌레의 다리와 날개를 모두 집어뜯고 웃는 아이 같았다.

오싹함을 느낀 강찬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서둘러 지하를 벗어나려는 그를 남자의 목소리가 옭아맸다.

“잠깐.”

‘젠장······.’

“왜, 불렀소?”

“아이는 됐다. 대신 내일 도시에 들어온 외지인 중에 남자란 남자는 모조리 데려와. 못해? 못하면 너희는 내 손에 다 죽고.”

두려움을 떨쳐내고 무리라고 말하려던 강찬은 희번뜩이는 남자의 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뒷걸음질 쳐서 지하를 벗어났다. 강찬이 지하를 나가자 히죽히죽 거리던 남자는 광소를 터트렸다.

“이거, 이거 하늘이 날 돕는건가? 키키키킥! 재밌군, 재미있어! 크히히!”

마교와 천마를 잃고 미쳐버린 남자, 혼마 하후패는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매가 둥글게 휘어지고 그의 손이 거침 없이 한 아이의 목을 틀어쥐었다.

“사, 살려······.”

뿌드득

살과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다른 아이들은 하나 같이 오줌을 지리거나 눈을 뒤집고 기절했다. 기절한 아이들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음에 이어진 끔찍한 광경을 보지 못했으니까.

하후패는 떨어진 아이의 머리를 집어들어 쪼개고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을 으적으적 씹어먹었다.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르는 그의 눈빛은 정상이 아니었다. 본래 하후패는 이런 미치광이가 아니었다. 복수를 위해 마교 내에서도 너무 끔찍한 수련법 때문에 금지된 마공을 익힌 대가로 총명했던 이성은 잃어버리고 인두겁을 쓴 괴물이 됐다.

욕지기가 올라오는 소리가 지하에 울렸다. 떨고 있는 아이들 중 유일한 여자아이 하나가 귀를 틀어막고 억지로 울음소리를 삼켰다.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갈증과 허기보다 공포에 미칠 것만 같았다.

‘호아야.’

여아는 속으로 동생의 이름을 간절히 불렀다.


작가의말

다음 편은 치고받고 싸우고! 망가지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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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9 랑카스
    작성일
    16.01.11 05:16
    No. 1

    현재 절반 진행된거 맞나요?
    지금 연재한거 2배는 더 연재하셔야할거같은데!!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2 박무광
    작성일
    16.01.11 07:19
    No. 2

    앞으로 8편 내외로 끝낼 계획입니다. 어쩌면 더 짧아질순 있어도 늘어지진 않을 겁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쁘띠아빠
    작성일
    16.03.24 04:37
    No. 3

    좋습니다! 앞으로 단편 연재 하실거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괜히 진산 등등 해서 무협에서 무슨 단편 입니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二月
    작성일
    16.04.16 17:57
    No. 4

    치고 받고! 재밌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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