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무광님의 서재입니다.

강시사로(殭屍死路)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박무광
작품등록일 :
2015.08.22 04:54
최근연재일 :
2016.08.12 06:4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8,662
추천수 :
453
글자수 :
100,379

작성
15.12.17 06:26
조회
1,280
추천
22
글자
8쪽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인연因緣

DUMMY

합비. 안휘성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조금 남쪽으로 내려가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알고 있는 명소가 있다.

“소호巢湖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건은 광활한 호수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중원 오대호수 중 하나로도 유명한 소호는 가을을 맞이하여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장강까지 연결되는 물줄기를 오늘도 힘차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소호에 오면 꼭 먹어야 할 음식이 하나 있지. 바로 해황하충蟹黃蝦盅!”

이번에도 여지 없이 음식 얘기를 하면서 두 눈을 불태우는 이건을 보며 진은 떨떠름하게 고개만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해황하충이 뭘로 만든 음식인지 알아?”

진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미 이성을 반쯤 잃은 이건은 쉴새 없이 떠들었다.

“새하얀 하(虾, 새우)와 방해(螃蟹, 게)의 살이 푸른 채소와 어울려진 음식으로 소호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진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돋고 육질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데 때마침 한철이라는 가을에 왔으니 먹지 않을 수가 없다!”

“······.”

“호상삼진湖上三珍을 모두 먹고 싶지만 은어는······.”

정신 없이 떠드는 이건을 보며 진은 미약하게나마 미소를 지었다.

촐싹 대고 방정 맞은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건이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떠는 이유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지고 있는 오욕칠정五慾七情의 오욕 중 그나마 진이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식욕(食)뿐이었으니까. 그마저도 사람을 보고 느끼는 비뚤어지고 뒤틀린 욕망이니 이건은 어떻게든 평범한 사람이 가질 ‘식욕’만이라도 진에게 느끼게 해주고픈 것이다.

‘본인의 욕망도 칠할 가량은 섞인 것 같지만.’

눈을 벌겋게 뜨고 열심히 객점을 찾고 있는 건을 보며 진은 차갑기만 하던 심장에 차츰 온기가 쌓여감을 느꼈다.

이건에게서 눈을 떼고 억지로나마 주변의 경관을 둘러보던 진은 아이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았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뭔가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진은 본능에 이끌리어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니 아이들의 몰골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가을을 맞이해 쌀쌀해지 시작하는데 옷은 누더기나 다름 없었고 피부에는 뗏국물이 흘렀다. 한눈에 보아도 거지 패거리였다. 모두 거하게 싸움을 벌였는지 얼굴이 퉁퉁 붓고 여기저기 멍이 들어있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둘러싸고 있던 물체는 패거리와 싸움을 벌였으리라 짐작되는 사내아이였다.

“너!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와!”

그중 가장 덩치가 큰 아이가 발길질을 하며 버럭버럭 고함을 질렀다.

“여기서 구걸하려면 우리한테 허락 받아야 하는 거 몰라? 어? 지도 거지면서 거지가 아니라고 우릴 무시해?”

발길질 당하는 아이는 이미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옷은 여기저기 찢어지고 피가 굳어 딱지가 얹었다. 패거리보다 훨씬 상태가 중했으면 중했지 가벼워보이지 않았다.

진은 말없이 아이들 뒤에 다가가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늘이 지는 것을 느낀 아이들은 뒤로 돌아보았다가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덩치 큰 아이가 뭐라 말하려 했으나 차가운 진의 눈동자를 마주보곤 움찔 몸을 떨더니 슬그머니 자리를 벗어났다. 대장이 떠나니 자연스럽게 패거리도 뒤를 쫓아서 사라졌고 얻어맞던 사내아이와 진만 남았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내쫓는데 성공한 진은 아이를 안아들었다. 정신을 잃었는지 축 늘어져 있었지만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진!”

그때 어느새 멀리 떨어져 있던 이건이 진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왜 혼자 움직이냐고 잔소리를 퍼부으려는 찰나 진의 팔에 안긴 아이를 보았다.

“얘는 누구야?”

“으으.”

뭐라고 대답해야 고민하는 와중에 아이가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도와, 주세요.”

“꼬마야, 너 집이 어디니? 세상에, 몸은 괜찮은 거니?”

“도와, 도와주세요······.”

아직 완전히 정신이 들진 않았는지 아이는 쉬지 않고 도와달라는 말만 중얼거렸다. 이대로 아이를 내버려둘 수는 없어서 이건은 의원에게 아이를 데려가자고 했다. 진은 반대하지 않았고 근방의 약방을 찾아가 금전을 치르고 의원에게 아이의 상태를 봐달라고 했다.

“어떻습니까?”

나이가 지긋한 의원은 처방을 끝내고 아이의 맥을 한번 더 잡아보고 대답했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몸이 튼튼해서 생각보다 상처가 심하지도 않고 그냥 제대로 못 먹어서 기력이 떨어졌을 뿐이니 깨어나면 뭐라도 좀 먹이면 될 거야. 거 보아하니 평범한 집 아이는 아닌 것 같은데 어쩌다가 아이가 요런 꼴이 된 건가?”

의원의 질문에 이건은 궁색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만 긁적였다. 그로서도 아이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으니 할 말이 없었다.

“아무튼, 곧 정신을 차릴 테니 깨어나면 알아서 데려가게.”

“감사합니다, 어르신.”

“감사하긴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의원은 피식 웃고 다른 환자를 보러 자리를 떠났다. 의원이 떠나고 나서야 이건은 진에게 물었다.

“이 아이는 뭐야?”

“맞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한테.”

“오, 그러면 전혀 모르는 아이를 도와준 거야?”

진은 이건의 말에 잠시 자신이 했던 행동을 돌이켜 보았다. 딱히 아이를 도우려던 의도는 없었다. 아이들이 모여있길래 순간의 변덕으로 다가가 보았을 뿐이고 아이들은 그를 보더니 지레 겁을 먹고 가버렸으니까. 거기에 진의 의도가 개입될 여지는 없었다.

“···어쩌다보니.”

진은 대답을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했다. 이건은 무심하던 진에게 일어난 작은 변화에 반달 웃음을 지으며 캐물으려 했지만 아이가 신음을 내며 일어났다.

눈을 뜬 아이는 몽롱한 표정으로 이건과 진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신이 드니? 여긴 약방이니까 안심하고. 돈 걱정은 하지마라 우리가 냈으니까.”

“아, 저,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대답하는 모습이 못 배운 집 아이 같지는 않았다.

“옷차림이랑 얼굴을 보니까 거지 같지는 않은데 너 혹시 가출한 거니? 부모님 걱정하시니까 얼른 돌아가.”

“가출한 거 아니에요.”

“그럼 왜 그런 모습으로 아이들한테 맞고 있던 거니?”

이건의 질문에 아이는 돌연히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야, 야 갑자기 왜 우는 거야?”

아이는 눈물을 그칠 줄 몰랐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반응에 당황한 이건은 어쩔줄 몰랐다. 혹시 사연이 있는데 아픈 곳을 찌른 건가?

가만히 앉아있던 진은 아이에게 한발 다가갔다. 팔을 뻗어 울고 있는 아이를 끌어당겼다. 울다가 놀라서 동그랗게 눈을 뜬 아이를 품에 안고 진은 등을 천천히 두드리고 쓰다듬어 주었다.

얼마 전 노승이 그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진은 아이에게 똑같이 말했다.

“괜찮아.”

눈물을 흘리던 아이의 몸이 움찔 떨리는 것을 느끼며 진은 또 한 번 말했다.

“괜찮아.”

아이는 진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눈물만 흐르던 아이의 울음은 흐느낌으로, 또 통곡으로 변했다. 진은 끊임 없이 괜찮다고 반복하며 아이의 울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고 품에 안았고 이건은 옆에서 난감함을 느끼면서도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울음소리에 다시 찾아왔던 의원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조용히 나갔다가 눈물을 닦을 헝겁을 가지고 돌아와 이건에게 주고는 사라졌다.

한참을 울던 아이는 드디어 진정을 되찾았는지 눈물을 그치고 진의 품에서 나와 이건이 건내주는 헝겁으로 얼굴을 닦았다.

“자, 그럼. 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잠시 머뭇거리던 아이는 진과 이건을 한 차례 번갈아보더니 작은 입을 열였다.


작가의말

역시 무협이라 그런지 40,50대 조회수가 높네요. 하지만 조회수에 비해 선작이 없어서 놀라는 중.

강시사로는 단편무협입니다. 벌써 중반이라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시사로(殭屍死路)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계획대로 +2 16.08.12 473 7 7쪽
23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밤의 산길은 위험하지 +2 16.07.13 521 7 12쪽
22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악동은 사건을 부른다 +2 16.06.28 675 7 10쪽
21 2부 악동협행惡童俠幸 서신 두 장 +2 16.06.23 687 6 3쪽
20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희結喜 완 +5 16.04.20 737 14 12쪽
1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노애怒哀 +3 16.04.16 658 18 9쪽
18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응원應援 +7 16.04.08 830 17 11쪽
1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생명生命 +1 16.03.23 817 15 12쪽
1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결단決斷 +1 16.02.23 950 15 13쪽
1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감능甘凌 +2 16.01.28 1,080 17 9쪽
14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충돌衝突 +5 16.01.21 969 20 12쪽
1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광인狂人 +4 16.01.10 1,036 24 10쪽
1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혼마昏魔 +4 16.01.07 1,105 18 8쪽
1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장강長江 +2 15.12.31 1,235 17 10쪽
»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인연因緣 +6 15.12.17 1,281 22 8쪽
9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진정眞情 +1 15.12.16 1,280 22 8쪽
8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대화對話 +1 15.12.15 1,362 20 11쪽
7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위기危機 +3 15.12.14 1,286 17 8쪽
6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노승老僧 +1 15.12.13 1,287 20 9쪽
5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참마斬魔 +1 15.12.13 1,517 21 17쪽
4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의매義妹 +2 15.12.13 1,750 23 7쪽
3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월운月雲 +3 15.12.13 1,996 27 9쪽
2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소개紹介 +3 15.12.13 2,413 33 9쪽
1 1부 강시사로殭屍死路 서장序章 +3 15.12.13 2,718 46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