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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to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학교 체술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글선
작품등록일 :
2020.06.15 18:29
최근연재일 :
2020.06.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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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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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DUMMY

27




며칠이 지난 오후.

4차 예선 경기가 한참 진행 중인 큐브의 4층 훈련장. 모든 관중이 숨죽여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3학년이.... 크악”


20대 초반의 남성이 꼼짝도 못 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남성을 옭아맨 건 그림자.

라미아에게서 쭉 뻗어 나간 그림자는 그의 마력을 빨아먹고 있었다.


“이거 참. 형편없고 맛없는 마력이네요.”

“그...그만. 살려줘....”


싱싱했던 피부는 마력을 빨릴수록 점점 더 삭아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30대처럼 변하는 얼굴. 그의 귀밑머리 또한 하얗게 세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교수가 황급히 경고했다.


“라미아. 그만두어라. 경기는 끝났다.”

“아차. 죄송해요. 큰일 날 뻔했네. 맛없는 마력은 돌려드릴게요. 선배님.”


이미 기절해 버린 남성은 대답할 수 없었다. 라미아는 사뿐한 걸음걸이로 경기장에서 내려왔다.

그런 그녀를 보는 관중석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저 애. 3학년 아니야? 다른 나라 왕녀라던.”

“맞아.”

“요즘은 3학년들이 대회에 나오네.”

“저 애는 좀 무섭다. 나 저 선배 죽는 줄 알았어. 나름 실력 좋은 사람인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라미아에게까지 들렸다. 어느새 그녀의 옆을 지키는 호위대장 호크스가 말했다.


“손속이 좀 과하셨습니다. 왕녀님.”

“시시해. 이론 수업만큼이나 시시해. 왜 이렇게 맛없는 거지?”

“마법 왕국이라 한들 모두 일반인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때 그 아인 안 그랬단 말이야. 그 소름 끼치게 멋진 붉은 마력. 빨리 본선 날짜가 다가왔으면 좋겠어.”


라미아의 입이 대자로 튀어나왔다. 국가 간 상호조약만 아니라면 납치라도 해서 본국으로 데려가는 건데.


“그 전에 기말고사부터 보셔야 합니다. 이번에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국왕폐하께서 가만두지 않으시겠다고.”

“아아아아. 싫어. 싫다고. 이딴 곳에서 뭘 배우라는 거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투정을 부리는 라미아. 그녀의 몸이 좌우로 흔들렸다.


투정도 잠시.

국왕의 분노가 두려웠던 라미아는 자세를 바로잡으며 표정을 굳혔다.


“공부해야겠어. 호크스. 필기해 놓은 거 있지?”

“예. 왕녀님. 준비되어 있습니다.”

“역시. 너밖에 없어. 가자!”

“그럼 결승전은....”

“필요 없다며 안 할래.”


결승전은 치를 생각도 안 하고 공부하러 사라지는 라미아. 4강에만 들어도 본선 진출엔 문제없다는 소리를 듣고 관심이 사라진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 경기장.


그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또 하나의 남성이 있었다.

하얀 머리의 프리즈.


<파이어 웨이브 Fire Wave>


경기장 전체를 불꽃의 파동이 뒤덮었다. 순식간에 프리즈를 휩쓰는 화염.


<프로즌 스킨 Frozen Skin>


간신히 몸에 얼음을 덮어 막아냈지만, 자잘한 화상은 피할 수 없었다.


‘이런 화상은 나중에 치료받으면 그만이야. 중요한 건 호흡.’


나름 비장의 한 수였는지, 웨이브가 끝나지 않고 계속 되었다. 프리즈의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강한 화염에 숨을 쉬기 힘들었다.


‘이번만 이기면 4강 진출이야. 조금만 더.’


4강에만 진출하면 본선은 문제없었다. 사력을 다해 버티는 프리즈. 호흡뿐만 아니라 내부 마력도 다해가고 있었다.


‘아직 희망은 있어.’


겨우 몸만 얼려서 화염 내성을 만들어내는 프로즌 스킨에 비해 경기장 전체를 뒤덮어야 효과가 있는 파이어 웨이브. 소모되는 마력의 차이가 천지 차이였다.


‘지금이야!’


예상했던 대로 약해지는 상대의 화염. 그 순간 프리즈는 아이스스킨의 마법을 멈추고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어?”


당황하는 상대. 파이어 웨이브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프리즈가 화상을 감수하고 달려들 걸 예상하지 못한 상황.

미처 반응하지 못한 상대의 몸을 붙잡고 프리즈가 마법을 시전 했다.


<아이스 프리즌 Ice Prison>


근접한 상대의 체온을 일시적으로 낮춰 기절시키는 2중 마법. 마력 소모량이 적고 제약이 많기로 유명한 마법이었다.

프리즈의 상대가 기절했다.


“프리즈 승!”

“후우. 됐다.”


이렇게 되면 본선 진출권은 확보한 셈. 본선만 진출해도 마법학회 취업에 문제는 없으리라.


안심한 프리즈가 정신을 잃었다.


“프리즈! 이런. 세피아를 불러와. 얼른!”


웅성거리는 학생들의 소리가 프리즈의 귓가를 울렸다.




28




강당에 모여 웅성거리는 학생들.

어느새 기말고사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에르난데 국립마법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가 가까워졌다는 소리였다.


“여러분들의 성적이 전야제 날 바로 이 강당에 전시될 것입니다. 모두 마법의 긍지를 걸고 최선을 다하세요.”


강당 끝 교탁에서 학장 데보티오가 연설 중이었다.


기말고사. 마도경연대회. 전야제 순으로 이루어지는 행사는 학교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열광하고 참여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학생들에게는 그저 기말고사밖에 생각이 안 들었지만.


[학기 중간에 들어와서 이번 시험은 힘들겠구나.]

“무슨 소리야?”

[배운 게 없으니 말이다. 보아하니 7과목은 이론시험이던데.]

“아. 그거 예전에 다 배운 거야. 내가 학교에서 10년 동안 뭐 했겠어. 마법도 못 쓰는데. 이론은 이미 졸업 과정까지 다 공부했지.”


3일간 치러지는 기말고사. 3학년에게는 총 12과목이 주어지는 데 그 중 이론 과목은 총 7가지였다.


“오히려 문제는 실기 평가야.”


남은 5가지 과목의 실기. 이동마법. 생활편의마법. 방어마법. 소환마법. 변형마법.

이 중 에키온에게 가능성이 있는 과목은 방어마법뿐이었다.


“그나마 방어 마법은 다행이야. 교수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없어서.”


방어마법과목의 평가는 절대평가. 시험장에서 같은 마법을 받아내기만 하면 되었다. 행여나 교수 재량의 과목이었으면 콘플로 교수가 어떤 난리를 쳤을지 모를 일.


[최소 4과목은 최하점이란 소린데. 나머지 과목 성적이 중요하겠구나.]

“최선을 다해봐야지. 그래도 진급시험은 마도경연대회로 대체 가능해서 다행이야.”


연말에 치러지는 진급시험. 5학년부터 전문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학생들의 편의를 봐서 대체 가능한 시험들이 많았다.

그중에 가장 무난한 코스가 마도경연대회. 전투마법사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면 대회 성적으로 대체가 가능했다.


“3학년 중간고사 평균점수를 봤어. 보통 50점이 안 넘더라고. 난 이론은 잘 볼 자신 있으니 4과목 정도는 망쳐도 점수를 뽑아볼 수 있을 거 같아.”


중간고사 기록이 없어서 학년 수석은 무리겠지만, 학기 수석정도는 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에키온이었다.


[자신감이 대단하구나.]

“아르도르. 이건 자신감이 아니야. 지금 3학년 애들하고 내 나이 차이가 몇인데.”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29




학생들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총 3일의 기말고사 기간. 이론과 실기시험이 각 과목별로 촘촘하게 배정되어 있어서 시험이 끝나면 한밤중이었다.


다음날 시험에 자신이 없는 이들은 밤을 새우며 벼락치기까지 감행하였기에 실기시험장에서 조는 인원까지 나올 정도였다.


에키온에겐 오히려 평온한 나날이었지만.


“에키온. 벌써?”

“먼저 제출하고 가보겠습니다.”


학생들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시험장을 나서는 에키온에게 박혔다.


그는 모든 이론 시험을 30분 만에 제출했다. 시간에 제한이 없는 오픈북 형태의 시험. 길게 걸리는 학생들은 5시간까지 문제를 풀다가 다음 시험에 지각하기도 하는 고난이도의 문제들.

그러나 이론으론 전문마법사 경지를 훌쩍 넘어선 에키온에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모든 시험이 그런 건 아니었지만.


“에키온. 벌서 자정이 다가온다. 언제까지 도전할 거니?”

“죄송합니다. 교수님. 한 번만 더 해볼게요.”


소환마법 기말고사였다. 뭐든 이차원에서 불러오기만 하면 끝나는 단순한 시험.


[에키온. 일반 마법보다는 쉽다고 해도 항마력을 최소 한 번이라도 뚫어야 가능해질 거다. 이만...]

‘한 번만 더 해볼게. 이게 될 거 같으면서 안 되네.’


그 말만 벌써 30번째였다. 교수의 눈치가 좋은 건지, 아니면 에키온의 성격을 아는 건지 가장 마지막에 배치해놔서 다행이었다. 이미 다른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로 돌아간 후였다.


여전히 에키온의 내부에서 마법진은 구불구불 만들어지다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나마 쉬운 편인 소환마법진도 이 정도라니. 난 언제쯤 남들처럼 마법을 펑펑 쓰고 다닐까?’

[그래도 성과가 없던 것은 아니다. 소환마법은 가능성이 크게 보였어. 아마 항마력을 한 번만 뚫어낼 수 있으면 시도해 볼만하다.]

‘말이라도 고마워.’


결국 교수가 날이 지났음을 핑계로 에키온의 도전을 멈췄다.

교수에게 감사 인사를 한 에키온은 길고 긴 기말시험에 마무리를 지었다.




30




기말고사가 한창이었던 학교. 또 하나의 소문이 학교를 뒤흔들었다.

5차 예선에 그가 나타났다.


빌리언 에르더

마도경연대회 3년 연속 1위. 에르난데 학생들의 정신적인 지주. 10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 최연소 고위마법사. 그리고 추락한 헤츨링.


모두 한 사람을 수식하는 단어였다. 매년 마도경연대회를 우승하고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던 빌리언이 돌연 칩거 생활을 한 지 벌써 6개월째였다.


이제 졸업반.

가장 중요한 시기에 폐인 생활을 해버리자 교수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1년 정도 빌리언의 졸업을 막고 학점관리에 신경 쓰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


빌리언이 왜 칩거 생활을 했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같이 제국에 다녀온 일부 학생들만이 무언가 일이 생겼음을 짐작할 뿐.


“이번 마도경연대회. 그럼 또 빌리언의 우승인가?”

“그러게. 크리스 참 안타깝게 됐다. 걔도 이번에 졸업이잖아. 결국, 우승 한번 못해보네.”

“그래도 빌리언이 있어야 마도경연대회지.”


학생들은 어디서나 빌리언의 이야기를 하며, 며칠 앞으로 다가온 마도경연대회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네 이야기는 하나도 없구나. 에키온.]

“쓸데없는 관심은 귀찮기만 하지. 차라리 잘됐어.”


에키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시는 그런 관심은 사양이었다. 훈련이나 진급문제가 아니었다면. 이런 대회는 안 나갔을 텐데.


[이제 체술의 기초는 다 알려준 거 같구나. 앞으로는 실전에서 연습하면서 기술을 익혀야 할 거다.]

“그나저나 아르도르. 네가 알려준 이 체술. 거의 마법 같아. 난 이런 기술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체술이나 검술 같은 건 거의 사장되었으니까. 어딘가에서 1인 전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기술들은 있을 거다.]

“마법 이외에도 마력을 다루는 기술이 있었다니.”

[세계는 넓다. 에키온. 당장 에밀라론드만 가도 수인족들이 넘쳐나고. 헬라데에 가면 마법이 아닌 주술이나 정령술 따위를 쓴다. 마법에 그렇게 집착할 필요는 없어.]

“넓은 세상이라.”


에키온에게 어린 시절의 집을 제외하곤 마법학교가 세상의 전부였다.


“그래도 대마법사가 되는 게 내 꿈인걸. 그리고 네 봉인도 풀어줘야 하잖아.”

[그건 당연하다. 하루라도 빨리 하늘을 날고 싶구나. 갇혀 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어.]

“그보다 널 가둔 사람은 누굴까? 그리고 왜 나인 거지.”

[때가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다.]


아르도르의 음성에서 깊은 회한과 그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도경연대회의 본선 날이 밝았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무심코 한 추천이 작가를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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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마도경연대회(3) 20.06.23 40 1 13쪽
11 마도경연대회(2) 20.06.22 57 2 12쪽
10 마도경연대회(1) 20.06.21 69 2 12쪽
9 항마력을 뚫는 방법 20.06.20 80 2 12쪽
8 그 에키온? 20.06.19 83 1 13쪽
7 첫 수업 20.06.18 88 2 13쪽
6 반드시 대마법사가 되겠어. 20.06.17 90 2 12쪽
5 마법 20.06.16 94 2 13쪽
4 도움이 필요한가? 20.06.15 100 3 12쪽
3 이번에는 꼭 20.06.15 100 2 12쪽
2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20.06.15 110 2 15쪽
1 용의 심장 소리 20.06.15 14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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