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eto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학교 체술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글선
작품등록일 :
2020.06.15 18:29
최근연재일 :
2020.06.24 20:15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071
추천수 :
27
글자수 :
75,784

작성
20.06.15 18:40
조회
139
추천
4
글자
13쪽

용의 심장 소리

DUMMY

1


“수험번호 1번 에키온. 최종결과 F. 불합격!”


어김없이 들려오는 싸늘한 목소리에 에키온은 머리를 감싸 쥐고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도 실패였다.

그런 그를 비웃듯 보라색 수정구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위에서는 작은 글씨로 랭크가 나타나고 있었는데 죄다 F 뿐이었다.


저게 문제였다.

에키온을 몇 년 동안 괴롭히고 있는 문제.


증오에 찬 눈동자로 수정구를 바라보고 있자, 방 한구석에서 다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번이 10년째다 에키온. 이번에도 진급을 못 하면 정말로 재적이야. 아무리 우리 학교가 낙제에 관대하다고 해도, 10년은 봐줄 수 없다. 너도 알고 있겠지?”

“예. 교수님.”

“너도 알겠지만, 이번은 사전 테스트다. 하지만 본 시험과 조건은 똑같아.”


에키온이 사정사정해서 얻어낸 기회였다.

그간의 연구를 모두 집대성한 비장의 수법.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 천재라고 불리는 머리를 한계까지 쥐어 짜낸 결과였다.

그러나 여지없이 F랭크.

마력을 이용한 공격이 일반인의 주먹질과 같다는 소리였다.


“진짜 시험은 내일모레다. 랭크 E만 돼도 진급이야. 에키온. 평범한 에너지 볼 한방이야. 그 정도는 갓 입학한 15살짜리도 할 수 있는 평범한 마법이란 걸 알고 있겠지? 언제까지 네 사정을 봐줄 수는 없어.”


에키온은 대답하지 못했다.

시험의 구를 마법으로 공격하는 아주 간단한 시험. 방법도 자유에다가, 요구하는 수치도 정말 낮았다.

싸늘한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이만 기숙사로 돌아가라. 배려는 여기까지다.”

“네, 교수님.”


터덜터덜 방 한구석으로 가 문을 열고 사라지는 에키온.

그런 그를 마법진 너머로 교수. 페리어트가 바라보고 있다. 싸늘했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얼굴엔 안타까운 표정이 가득했다.


그 라고 어찌 모르겠는가. 10년 동안 쉬지 않고 노력해온 에키온의 모습을. 그러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이곳은 마법의 왕국. 에르난데의 국립마법학교였으니깐.



2


“...이렇게 몸속에서 마력을 뿜어낸 후엔, 정교하게 마법진을 그려내야 합니다. 머리에서 구상한 마법진과 손끝에서 이루어진 마법진의 형상이 정확히 일치해야하는데 이걸 싱크로 단계라고 부르며 이번 시험에....”


점심 이후의 오후 수업은 졸고 있는 학생들로 가득하였다. 전국의 수재들만 모인다는 국립마법학교도 다를 바 없었다. 지금 하는 수업이 ‘마법발현의 이해’ 인 것도 한몫했다.

아까 교수도 말하지 않았던가. 요즘엔 갓 입학한 1학년도 마법을 쓴다고. 그만큼 사교육이 늘어난 시대였다.


멍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에키온도 다른 것은 없었다. 그는 2학년 수업을 10년째 듣고 있었으니까.


‘이번엔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아니 더 사용할 방법이 남았나?’


똑같은 시험에서 계속 낙방한 지 벌써 20번째였다. 6개월에 한 번씩 진급시험을 치렀지만, 단 한 번도 통과하지 못했다.


“...이렇게 마법진을 그린 후엔, 외부에서 마력을 끌어 모읍니다. 이 마력을 모으는 과정을 마법의 2단계. 마력 집중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시험에 나오니까....”


저 마력집중이 문제였다. 마력으로 무형의 마법진을 그리는 싱크로단계까지는 무난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외부마력이 모이질 않았다.


한때, 교수들까지 모두 달려들어 실험하였지만, 끝내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그의 신체.


에키온은 자력으로 마력을 끌어당길 수 없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마력은 그의 근처에만 오면 흩어지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몸에서 멀리 떨어진 외부에 마력을 모을 수도 없으니,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구 신세와 다를 바 없었다.


생각에 잠긴 에키온의 책상 위로 쪽지가 떨어졌다.


‘마법도 못 쓰는 병신새끼. 넌 우리학교의 수치다. 얼른 땅 밑으로 꺼져버려.’

‘왜 살지? 천민주제에’

‘여기서 시간 버리지 말고 집에 가서 어머니 어깨나 주물러드리는 게 어떨까요?’


쪽지를 확인한 에키온이 고개를 돌리자 모두 눈빛을 피하며 딴 짓을 하고 있었다.

알 사람은 다 아는 괴롭힘이었다.


어느새 시작된 따돌림과 괴롭힘. 같은 학년에서 계속 진급이 누락되자 생겨난 일이었다. 입학 나이에 제한이 없는 아카데미였지만, 2학년에 이토록 오래 머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아이들의 악의가 담긴 종이를 꾸깃꾸깃 접어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3



노을이 지자 여기저기서 무리를 지어 밥 먹으러 가는 아이들이 보였다.

에키온 또한 식당으로 이동 중이었지만, 10년을 꿇은 그와 함께 밥을 먹어줄 동기는 없었다.

같이 웃고 즐기기에는 학생들과의 나이차이가 너무 컸다.


“저 선배 아직도 졸업 안 했어?”

“야 선배라니, 이제 같은 학년이야. 그보다 듣기론 이번에 나간다던데?”


그들끼리 쑥덕대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렸다. 익숙한 일이었다.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식당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무언가가 그의 발을 걸었다.


‘이런.’


마력의 흐름을 눈치챈 그는 얼른 몸의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의문의 마력이 발만 걸었을 뿐만이 아니라 그의 몸 전체에 힘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아주 간단한 염동력의 사용이었다.

평소였다면 힘을 주는 것만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가벼운 제약.

그러나 불시에 당한 에키온이 저항할 만큼은 아니었다.


콰당


하고 넘어지는 그를 보며 주변의 학생들이 키득키득 거리고 지나갔다.

한숨을 내쉰 그는 땅바닥에 떨어진 교재와 종이를 주웠다.


그런 종이 중 하나를 고급스러워 보이는 구두가 짓밟았다.


“이봐요. 천민님. 이런 거 봐서 뭐 해요. 뭐 마법이라도 쓰시게요?”


그런 구두를 에키온이 올려다보았다.

노랑머리의 불량해 보이는 소년 하나가 비웃는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최근 들어 주도적으로 에키온을 괴롭히는 패거리 중 하나였다.


‘이 어린놈의 새끼가 버르장머리 없이. 어딜.’


에키온은 속마음과는 다르게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말했다.


“친구야. 나 밥 먹어야 하는데 발 좀 치울까?”

“아차. 내가 이걸 밟고 있었네. 너무 하찮은 거라 몰라봤어.”


노랑 머리 소년 테드는 종이를 집어 들고 말했다.


“보자. 이거 내가 10살 때 배운 거 아냐? 아직도 이런 거 배워? 형도 참 배알 없다. 25살이나 먹고 여기 붙어 있고 싶어?”


이어서 주저앉아있는 에키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갈 때 됐잖아. 응? 이번엔 군말 없이 가자. 마법 없이도 잘 사는 사람들 많아. 할 거 없으면 우리 집 정원에서 나무라도 깎던가. 시급 많이 쳐줄게.”


에키온은 대답하지 않고 테드의 손에서 종이를 뺐어 들었다.

싸워봤자 좋을 것이 없었다.


한쪽은 귀족. 한쪽은 평민


구설수에 오르면 지는 건 무조건 에키온이었다.

그러나 분한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저런 양아치 새끼도 마법은 쓰는데. 제길.’


재능의 차이.

혈통의 차이.


남들 다 쓰는 마법을 자긴 단 하나도 못 쓴다는 사실.

치솟는 열등감을 감추고 에키온은 몸을 일으켜 테드를 지나쳤다.


“이봐. 이봐. 이젠 대답도 안 하네. 내가 선물도 가져왔는데 섭섭하게 말이야.”


테드는 지나치는 에키온의 눈앞에 손을 들이밀었다. 은은한 빛을 뿌리는 구슬이 그의 손에 쥐여 있었다.


“본 적 있지? 이거 마력각성단이야. 이번에 아버지가 새로 보내주셨더라고. 이런 거 더 먹어봤자 소용없다는 대도 계속 주시네.”


마법사에게 소량의 마력을 더 해주고, 마력민감도를 올려준다는 영약이었다. 최근에 마법사회에서 유명해져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그 물건.

귀족들에겐 이미 흔해졌지만, 평민인 에키온으로선 구경도 못 해본 물건이었다.

어쩌면 이번 시험에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그게 선물이라고?”


대답하면서도 각성단에서 눈을 못 때는 에키온이었다.

머릿속은 ‘이 어린놈을 어떻게 쥐어박고 저걸 뺏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실제로는 마법도 못 쓰는 에키온이 이길 가능성은 없었지만.


“말했잖아. 난 필요 없다고. 아. 천민은 이런 거 본 적 없어서 모르나? 아무튼, 부탁하나만 들어주면 줄게.”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에키온의 귓가에 속삭였다.


“도서관 지하. 거기서 책 한 권만 가져다줘.”

“지하?”

“그래. 이번 마법사 시험에 용마전쟁 나오는 거 알지? 듣기론 도서관 지하에 관련된 서적이 많다고 하더라고. 드래곤의 역사 한권만 가져다줘.”

“나보고 거길 들어가라?”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하시고요. 할 거야 말 거야?”


도서관 지하는 학부생들에겐 출입금지 구역. 눈에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다. 나중에 교수님께 고자질할 생각이리라.


‘생각이 어려. 아직 애는 앤가. 뭐. 상관없어.’


어차피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었다.


‘저 것도 안 줄 생각이겠군. 수작에는 넘어가 주지만 각성단은 지금 받아내야겠어.’


생각을 마친 그는 가슴에 손을 대고 소리쳤다.


“좋아. 마나와 심장을 걸고 맹세한다.”

“이, 이봐!”


갑작스러운 외침에 당황한 테드가 막으려 했으나 에키온의 말이 좀 더 빨랐다.


“나 에키온은 테드에게 마력각성단을 받은 후에, 그에게 도서관 지하에서 드래곤의 역사 한권을 가져다주겠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에키온의 손등에 검은 마법진이 그려진다.


마법협회에서 가끔 사용하는 계약의 저주였다.

외부의 마력을 이용하지 않아,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법 중의 하나.

사용자 본인에게만 걸 수 있는 대신 맹세를 지키지 않으면 심장이 터지는 악랄한 저주였다.


“자, 내놔.”


태연하게 검은 마법진이 그려진 손을 보여주며 에키온이 말했다.

그런 그를 테드가 질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독종이었다. 다짜고짜 이런 허접한 물건에 자기 목숨을 걸다니.

실상은 약속 기일도 정하지 않은 사기 맹세였지만.


“미, 미친놈.”


나지막한 욕설과 함께 손에 쥔 마력각성단을 땅에 던져놓고는 사라졌다.


‘건방진 새끼. 오늘 저녁은 다 먹었군.’


잠시 한숨을 내쉰 에키온은 이내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4



에키온이 당당하게 목숨을 건 저주를 입에 담은 이유는 별거 없었다.


“에키온. 오랜만이구나.”

“네. 호머 교수님. 식사는 하셨어요? 저 지하 좀 들어가 볼게요.”


이미 지하는 수십 번도 더 들락날락했기 때문이었다. 특이한 신체를 조사하기 위해 교수들도 어쩔 수 없이 허락한 일이었다.


물론 학부생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선, 이렇게 아무도 없는 저녁 식사시간에 찾아와야했지만.


“식사는 했다만 지하는 갑자기 왜? 아. 신권 들어온다는 소리를 들은 게냐.”

“신권이요?”


에키온은 대충 대꾸하며 도서관 지하로 향하는 입구를 열었다.


“그래. 이번에 교장님께서 직접 가져오신다지. 그 내용을 아무도 볼 수가 없어서... 이런, 이미 내려갔나? 성격도 급한 녀석.”


혼자 말하는 호머 교수를 내버려 둔 채 이미 지하로 내려간 에키온이었다.



5



도서관 지하엔 마력이 깃든 책, 금지된 마법 등 학부생들이 접해선 안 될 서적들이 존재했다.


“드래곤의 대변. 드래곤의 성생활. 드래곤의... 아, 여깄군.”


물론 쉽게 접할 수 없는 드래곤이나 정령의 역사 같은 일반 서적도 함께 있었다.

드래곤의 역사 1권을 꺼내 들은 에키온.


그런 그의 눈에 처음 보는 책이 들어왔다.


얼핏 보기엔 평범해 보였지만 책 외부를 감돌고 있는 독특한 마력이 느껴졌다.


“이게 아까 호머 교수님이 말씀하신 새로 들어온 책인가?”


에키온은 호기심에 책을 집어 들었다.

10년 동안 쉴새 없이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적어도 도서관 지하의 서적은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새로운 책이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바닥에 내려놓고 책을 펼치자 그 안엔 하나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용의 피와 마력이 만났을 때 금지된 봉인에 한줄기 금이 가리라? 뭔 소리야 이게?”


의미를 알 수 없는 문구에 고개를 인상을 찌푸릴 때였다.


두근


거대한 심장소리와 함께 품속에서 빛이 퍼진다.


갑작스런 빛에 놀란 에키온은 품을 뒤져 원인을 꺼냈다.


빛을 뿜어내고 있는 건 아까 받아두었던 마력각성단.


“어어?”


이윽고 구슬은 손에서 녹아내리더니 펼쳐놓은 책 속으로 떨어졌다.

미쳐 반응하기도 전이었다.


파앗


책에서 올라오는 강렬한 빛에 그는 눈을 감았다.


두근. 두근


거대한 심장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건 용의 심장 소리?’


그리고 에키온은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앞으로 재밌게 봐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학교 체술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20.06.26 7 0 -
공지 하루 쉬어 가겠습니다. 20.06.25 4 0 -
공지 드래곤이 봉인된 대마법사 -> 마법학교 체술천재 제목 변경되었습니다!! 20.06.22 6 0 -
공지 2화, 5화, 6화를 수정하였습니다. 20.06.22 9 0 -
공지 연재 시간 변경입니다 12:15 -> 20:15분. 20.06.17 38 0 -
13 기말고사 +2 20.06.24 23 2 12쪽
12 마도경연대회(3) 20.06.23 40 1 13쪽
11 마도경연대회(2) 20.06.22 56 2 12쪽
10 마도경연대회(1) 20.06.21 69 2 12쪽
9 항마력을 뚫는 방법 20.06.20 79 2 12쪽
8 그 에키온? 20.06.19 83 1 13쪽
7 첫 수업 20.06.18 88 2 13쪽
6 반드시 대마법사가 되겠어. 20.06.17 90 2 12쪽
5 마법 20.06.16 94 2 13쪽
4 도움이 필요한가? 20.06.15 99 3 12쪽
3 이번에는 꼭 20.06.15 100 2 12쪽
2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20.06.15 110 2 15쪽
» 용의 심장 소리 20.06.15 140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