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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to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학교 체술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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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선
작품등록일 :
2020.06.15 18:29
최근연재일 :
2020.06.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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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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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84

작성
20.06.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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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경연대회(3)

DUMMY

첫 승리 후.

에키온은 미묘하게 변한 대련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까 그를 쳐다보던 이유가 단순 구경의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모두 대견하다는 표정.


‘아르도르. 이게 무슨 일이지?’

[글쎄다. 아마 네가 너무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이 이유 아닐까?]


결과적으로 대련 도중에 마법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순수 육체 능력만으로 대련을 이겨낸 것.

인간승리였다.


“에키온. 그동안 너를 조금 오해하고 있었다. 단순히 마법을 못 쓰는 낙제생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열정이 넘치다니. 앞으로 응원할게.”

“그래. 에키온. 그동안 미안했다.”


에키온을 구경하던 다른 참가자들이 사과와 응원의 말을 보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들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에키온. 생전 처음 느껴보는 다수의 호의에 어색한 미소만을 짓고 있었다.


[이 기회에 사람들하고 조금 어울리는 게 어떠냐?]


그런 에키온의 사정이 안쓰러웠는지 슬쩍 충고를 건네는 아르도르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이런 거 어색해. 그리고 너무 속물 같고.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사람들이 네 실력 보고 축하해 주는 건 아닌 거 같다만.]


그때 키 작은 여학생 하나가 꽃을 건넸다.


“선배님. 저 2학년인데 선배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어? 어.”

“저 이제부터 팬 할게요. 오늘 원래 네이든 오빠 응원하려고 온 건데 오늘 선배 싸우는 거 보고 반했어요. 남은 경기도 응원할게요.”

“어... 고맙다.”


소녀가 건넨 것은 빨간 수국이었다. 어색하게 꽃을 받아든 에키온이 몸을 돌려 황급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처음 받아보는 호의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다음 경기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잠시 바람 좀 쐬고 올 수 있으리라.


[에키온 부럽구나. 여자한테 꽃이라니. 나도 그런 걸 받아본 지 천 년은 된 거 같은데]

‘조용히 해. 아르도르’


그런 모습을 금발머리의 테드가 지켜보고 있었다. 입술을 질끈 깨문 그의 손끝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반짝였다.




25




에키온이 한숨 돌리고 오자 예선 첫 번째 경기는 모두 끝나있었다. 여기저기서 휴식을 취하는 참가자들.

아까보다는 확연히 낮아진 관심도에 에키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선 두 번째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참가번호 4번 테드 브롱스. 8번 에키온. 준비하세요.”


교수의 호명에 에키온은 얼굴을 굳혔다. 자기의 다음 상대가 테드였다니.

예상외의 이름을 들었다.


[아는 사람이냐?]

‘건방진 놈 하나 있어.’

[표정을 보아하니 좋은 인연은 아닌가보군.]


경기장에 나가 테드와 눈이 마주친다. 에키온과 마찬가지로 그의 표정도 잔뜩 굳어있었다.


“형. 이야기는 들었어. 축하해.”

“형? 축하? 우리가 그런 말 할 사이는 아닌 거 같은데.”

“에이. 왜 그래.”


싸늘한 에키온의 말에 테드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뻗어 악수를 시도했다.


“우리 그렇게 나쁜 사이는 아니잖아. 나도 어렸고, 형도 그랬고. 이제 같이 진학하는 마당에 다 잊자고 응?”


며칠이나 지났다고 다 잊자니. 참 속 편한 말이었다.

에키온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도 악수도 모두 거절하자, 테드는 한마디 더 하며 에키온의 손을 잡으려 했다.

반사적으로 손을 피한 에키온.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좀생이처럼 그러지 말고 응? 서로 좋은 경기 하자.”


초조한 표정으로 테드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목표를 잃은 그의 손이 이리저리 배회하다 바지춤으로 돌아갔다.


‘저 자식 아무래도 수상한데.’

[너도 그러느냐? 뭔 수작질을 하려는 게 분명하군.]

‘아르도르. 혹시 독은 어때?’

[흠. 항마력이 물질적인 힘이나 육체 방어력을 올려 주는 건 아니다. 다만 네 몸속에 있는 드래곤의 마력이 어지간한 독은 자동으로 배제할 거야.]

‘그렇다면.... 좋아.’


괜찮은 방법이 떠오른 에키온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이번엔 직접 악수를 청했다.


“그래. 좋아. 뭐 지난날이니까. 마력각성단이 조금 도움이 되기도 했고. 서로 좋은 경기 하자고.”


돌변한 그의 태도에 테드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에키온의 손을 맞잡았다.


“좋은 경기 좋지.”


순간, 손에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진 에키온. 아니나 다를까 독이 묻은 바늘을 숨기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생각이 어린 건 그대로군. 이렇게 눈에 훤히 보이는 수작이라니.’


일곱 살 먹은 어린아이도 수상한 걸 느꼈을 거다. 조금 전에 싸운 빌리라는 사내는 비록 양아치어도 배울 점이 있었는데.

테드에 대한 실망감이 더해지는 에키온이었다.


“에르난데 마법학교의 명예와 마법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세요. 본선에 진출하면 왕국의 모든 국민이 그대들을 지켜볼 것입니다.”


의례적인 말과 함께 마주 선 두 사람. 테드는 황급히 마법진을 만들기 시작했고, 에키온은 고요히 서 있었다.


‘독이 제법 강한 종류야. 벌써 머리가 어지러워.’

[에키온 마력만 돌려도 독을 몰아내는 건 쉽다.]

‘괜찮아. 이것 또한 하나의 수련이라고 생각하니깐. 확실한 증거도 필요하고.’


에키온은 혼미해져가는 정신을 붙잡고, 몸속의 마력을 제어하고 있었다. 자기영역에 침범한 독을 몰아내기 위해 계속해서 통제를 벗어나는 마력.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경이로운 집중력이군.]


에키온의 마력제어 능력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었다. 이젠 인간인지 의심스러울 정도. 이번 대회를 통해 얼마나 성장할지 짐작도 안가는 아르도르였다.


그렇게 에키온이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테드가 마력을 모아 선공을 날렸다.


<러버 볼 Rubber Ball>


완성된 2중 마법진에서 다수의 공이 튀어나왔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공들이 지면에서 튀기며 에키온을 덮쳤다. 이리저리 튀기는 방향도 높이도 제각각이었기에 몸을 움직여 피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테드 나름대로 1차전을 지켜보며 공략법을 연구한 것.


“이것도 피해 보던가!”


에키온이 전과 달리 피하지 않고 멍하니 서 있자 테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표정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에키온은 날아오는 공들을 하나하나 침착하게 쳐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공을 처리할 때까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에키온.

테드가 소리쳤다.


“뭐야. 뭐로 막아낸 거야.”


아무런 마력의 움직임도, 마법진도 느끼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


그러한 와중에 에키온의 집중력은 최고조로 오르고 있었다. 몸속의 독기와 마력을 제어하면서 공을 쳐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역시 반사신경이나 동체시력도 훌륭하군.]


무엇보다 끈기가 좋았다. 굳이 막아내지 않아도 될 공들을 무리하게 막아내는 것만 해도 그렇다.

수련하고자 나온 목적을 잊지 않은 저 모습. 구도자의 모습과 닮았다.


<아쿠아 웨이브 Aqua Wave>


다시 테드 쪽에서 마법이 시전 되었다. 이번엔 피하거나 막아내기 힘든 마법. 마력을 담은 물의 파도가 에키온을 덮쳤다.


대처는 간단했다.


“쾅”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부서지며 꺾인 돌이 방파제가 되었다. 그 사이 몸을 돌려 경기장을 반대로 도는 에키온.


공격을 피해 테드에게로 달려들었다.


“오. 오지마!”


그 모습을 지켜본 테드가 당황하여 기초마법을 여러 개 날렸으나, 여유롭게 쳐내고 간격을 좁혔다.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다.

테드의 눈이 공포심으로 물들었다. 경기장 바닥을 가볍게 부순 주먹이었다. 저게 자신의 머리로 날아든다면?


에키온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하. 항복! 항복. 항복할 게 제발 살려줘.”


바닥에 눈을 감고 주저앉은 테드가 계속해서 소리쳤다. 극도의 공포를 느낀 테드의 바지춤이 젖어 들었다.


[마무리는 안하는 게냐?]

‘진짜 복수는 지금부터야.’


처음부터 공격할 생각도 없던 에키온이 가만히 지켜보다가 돌연 가슴을 부여잡았다.


“쿨럭.”


에키온의 입에서 새까만 피가 터져 나왔다. 그대로 주저앉은 에키온.


“이게 무슨 일이야?”

“뭐지?”


깜짝 놀란 관중들이 웅성거렸다. 멀리서 심판을 맡은 교수가 날아온다.


“너 이 자식. 독을 쓰다니.”


비장한 표정으로 에키온이 중얼거렸다. 관중과 교수가 들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소리였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독이라니!”

“뭐야? 테드 그게 사실이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날아온 교수가 테드에게 되물었다.


“너. 너 이 자식 증거 있어?”


일단 발뺌하는 테드. 여기까지 예상 못 한 에키온이 아니었다.


“컥.”


극적인 연출을 위해 한 번 더 피를 토하는 에키온. 깜짝 놀란 교사가 손에 마법진을 형성했다.


“세피아. 세피아를 불러와! 괜찮으냐. 에키온?”


교수의 손에서 생성된 큐어 마법이 날아왔다.

마법은 항마력에 의해 다 사라졌지만, 에키온은 그에 맞춰 독을 서서히 중화시킨다.


“좀 괜찮습니다.... 그리고 이거.”


에키온이 품속에서 꺼내든 건 은색의 침이었다.


“하아. 하아... 잘 보시면 거기 독이 묻어 있을 겁니다.”

“그래. 일단 안정부터 취해라. 이 문제는 내 명예를 걸고 확인할 테니.”


그들이 하는 행태를 지켜보던 테드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교수님 저건 가짜입니다. 호넛 스파이더의 침은 내부에서 녹는다고요!”


교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래? 아주 잘 알고 있구나. 테드. 넌 짐이나 싸는 게 좋겠구나.”

“아... 아니 저는... 아... 교수님!”

“신성한 대회에서 독을 사용하다니. 아무리 규정이 없는 대회라지만 선을 넘었어. 넌 내가 책임지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주마.”


당황해서 내뱉은 말이 그대로 그를 옭아매는 증거가 되었다.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테드를 외면한 채, 교수는 경기장 밖을 나갔다.


잠시 소강상태가 된 경기장. 다른 관중들이 하나둘씩 에키온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에키온? 세피아 선생님은 조금 시간이 걸리신 데 여기 잠깐 누워 있어.”

“오빠 괜찮아요?”


어느새 선배에서 오빠라는 말로 호칭을 바꾼 에키온의 팬도 달려와 안부를 물었다.


“괜찮습니다. 교수님의 마법이 효과가 좋아요. 세피아 선생님은 안 불러도 되겠어요.”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혹시 모르니 검사는 받아보는 게 좋아.”


졸업반에 진학 중인 선배 하나가 에키온에게 충고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요. 저도 이 대회에 꿈을 가지고 출전했습니다. 이 정도 고난으로 포기할 수는 없어요.”


결연한 음성으로 내뱉는 에키온의 말에 조용해진 주변.


이윽고, 사람들이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진심으로 응원할게.”

“나 때도 저런 적이 있었지.”

“오빠. 감동이에요.”


테드에게 욕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테드 그 자식 그렇게 안 봤는데. 에잇 퉤.”

“난 빌리 녀석이랑 어울리는 것부터 알아봤어. 둘이 오죽 애들을 괴롭혔냐고.”


에키온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거면 자기들이 좀 나서서 말리지.’

[한동안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겠구나. 그 놈은.]

‘그것보다 더 심할걸. 루이 교수님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분이야. 잘하면 퇴학까지도 갈 거야.’


일단락된 사건 속에서, 에키온은 예선전을 우승으로 마무리 지었다.




26




검은 망토로 얼굴을 가린 사내 하나가 그런 예선 경기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망토 사이로 얼핏 보이는 얼굴엔 자르지 않아 지저분한 수염이 가득했다.


‘저 사람... 외부마력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어.’


오로지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저 마법들을 막아냈다? 남자의 상식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마법들이 손에 닿기 전에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마치 대마법사의 항마력처럼.’


그렇다고 저 에키온이라는 청년이 대마법사일 리는 없었다.

그리고 이 사내는 저런 방식의 방어법을 본 기억이 있었다.


‘어떤 마법도 통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항마력. 제국의 황태자랑 비슷해. 도대체 무슨 방법일까? 에키온과 황태자는 뭐가 같은 거지?’


사내의 머릿속에선 그를 첫 패배로 이끈 황태자와의 대결이 재생되었다.


도무지 넘어설 수 없었던 벽.


‘한 번 더 봐야겠어.’


예선 참가까지는 아직 남은 기일이 있었다.


“어. 당신은...!”


그를 알아본 한 여성이 소리쳤다.


사내는 망토를 부여잡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작가의말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재밌게 보신 분들은 선작과 추천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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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항마력을 뚫는 방법 20.06.20 80 2 12쪽
8 그 에키온? 20.06.19 83 1 13쪽
7 첫 수업 20.06.18 88 2 13쪽
6 반드시 대마법사가 되겠어. 20.06.17 90 2 12쪽
5 마법 20.06.16 95 2 13쪽
4 도움이 필요한가? 20.06.15 100 3 12쪽
3 이번에는 꼭 20.06.15 101 2 12쪽
2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20.06.15 111 2 15쪽
1 용의 심장 소리 20.06.15 14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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