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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to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학교 체술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글선
작품등록일 :
2020.06.15 18:29
최근연재일 :
2020.06.24 20:15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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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0
추천수 :
27
글자수 :
75,784

작성
20.06.1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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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반드시 대마법사가 되겠어.

DUMMY

당황한 에키온이 사력을 다해 마력을 움직였다. 아까 힘만 줘도 마력이 튀어 나갈 것 같은 느낌은 말 그대로 착각이었다.

끈적한 꿀처럼 느껴지는 마력은 몸 밖으로 손톱만큼도 나가지 않았다.


‘당황하지 말자 에키온. 어차피 바뀌는 건 없어. 처음부터 마법은 못 썼잖아. 자. 심상에 마법진을 그리는 거야. 이 마력으로도 할 수 있어.’


지금까지 마법사들이 자기 마력으로 마법을 썼던가? 아니다. 바뀐 것은 없다.


[힘들 거다. 무려 드래곤의 마력이야. 그렇게 섬세한 마력제어는 안 돼]


네가 드래곤도 아니고 말이지.

뒷말은 애써 삼긴 아르도르였다. 에키온은 지금 너무 절망에 익숙해져 있었다. 당분간은 자존감을 회복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행여나 성공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


정말 에키온의 심상에 마법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느릿하고, 구불구불하지만 조금씩 만들어지는 마법진.


“지지직.”


완성직전에 모양이 너무 망가진 마법진은 모양을 잃고 사라지고 말았다.

싱크로 단계도 가지 못하고 실패한 것이다.


“연습이 필요하겠군.”


그러나 명백히 원하는 데로 마법진을 그려나갔었다.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다. 이대로 계속 연습을 반복하면 언젠간 남들처럼 마법을 사용 할 수 있으리라.


순간 진짜로 마법에 성공하는 줄 알고 조용했던 아르도르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뭐지 이 놈은.]

“네? 아까 뭐라고 하셨죠? 집중해서 제대로 못 들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인간. 드래곤의 마력은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게 아냐.]

“확실히 연습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아요.”


정말로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시는 에키온이었다.

진심임을 깨달은 아르도르는 당황해서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계약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볼까?]

“그렇죠. 당황해서 그때는 제대로 이야기를 못 했지만.”


분명 나중에 협의 하자고 했었다.

다시 한 번 그 상황을 떠올린 에키온이 긴장했다.

역사서에는 그랬었다. 드래곤의 계약은 항상 서로가 만족하는 방향이었다고. 그들의 성격상 불공정 계약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었나.


‘원하는 건 분명 감옥에서 벗어나는 일이겠지. 하지만 거대한 드래곤을 가둬놓은 감옥이야. 내 힘으로 그를 풀어 주는 게 가능할까? 그때 내가 했던 맹세는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됐었지만.’


그런 불공정한 계약일리는 없었다.

에키온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법의 사용 유무였다. 드래곤의 힘으로도 마법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상 아무리 강한 힘이라고 해도 가치는 떨어졌다.

물론, 현재로선 이게 가장 큰 희망이었지만.


[걱정하지 마라. 특별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때 협의 한 그대로다 본신의 해방. 기한도 정하지 않겠다. 언젠간 들어주기만 하면 되지.]

“그때도 말했지만 전 그곳이 어딘지도, 가는 방법도 모릅니다. 유일한 단서라곤 책 한 권뿐인데. 그 책도 지금....”


‘어딨는지 모릅니다.’라고 마지막 말을 미처 내뱉지 못했다. 수 천 년의 봉인이 어떤 느낌인지 감도 안 잡히는 에키온이었다. 함부로 그의 마지막 희망을 부수기는 힘들었다.


[이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저번에 봤을 때도 짐작하긴 했었지만.]


또다시 무지를 꼬집는 아르도르. 에키온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 평범한 마법학교 학생일 뿐입니다. 그것도 도움 없이는 낙제만 반복하던.”


심지어 마법 한 톨 사용하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평범한? 그건 아니다. 네 몸속에는 이 몸이 봉인되어 있으니깐.]

“예?”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에키온이 멍하니 반문했다.


[다시 한 번 말해주랴? 나는 그딴 허접한 책이나, 창살 따위에 묶여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네 몸속에 봉인되어 있지.]


에키온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공부만 해서 근육 하나 붙어 있지 않은 허약한 몸. 햇빛도 잘 보지 않아 새하얀 피부.


‘드래곤의 거대한 몸체가? 그런 봉인술은 들어본 적도 없어. 마법의 종주. 드래곤을 가둔 봉인술이라니.’

[용마전쟁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고대 봉인술이다. 더러운 마족들이 만든 것이지. 지금의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 당시의 역사는 거의 내려오지 않았으니까. 무려 이천년이다. 마족들은 용마전쟁 이후로 인간 세상에서 방출 당했고, 드래곤은 그 수가 급감했어. 이런 봉인술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제 몸에 봉인된 거죠?”

[그것 또한 봉인의 제약이다. 넌 존재자체가 감옥. 지금 이렇게 우리가 대화하는 것도 우연의 일치로 일어난 편법에 불과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할까. 에키온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내 존재 자체가 감옥이라. 그의 말을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건 마력을 손에 얻었다는 거야. 물론 마법은 아직 못 쓰지만.’


일단 그거면 된다. 희망이 생겼으니깐. 계약 또한 강제적인 계약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네가 마법을 못 쓰는 이유는... 거 참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그건 아마 내 탓일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죠?”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항마력. 인간의 마력 제어로 어떻게 해결될 부분이 아니지.]


몸 주변에만 오면 흩어지던 마력들. 교수들이 밤낮으로 방법을 찾고 연구하였지만, 끝내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불치병.


‘그게 드래곤 때문이었다고?’


몸속에 드래곤이 있던 게 문제라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항마력이 외부마력을 배척했으리라고 누가 짐작했을까?


‘말도 안 돼. 그딴 거 때문에 내 10년이!’


그러나 아르도르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누구도 밝혀내지 못한 일이었다. 드래곤의 항마력 덕분이라면 이해가 간다.

단순히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니 네가 마법을 쓰기 위해선 내 봉인을 풀어줘야 하지.]

“잠깐만... 잠깐만 생각 좀 하겠습니다.”


에키온은 얼굴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이 그를 덮쳤다.


입학 시절부터 천재로 인기를 끌었던 에키온이었다.

그런 그가 마법을 못 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얼마나 많은 수치와 수모를 견뎌야 했었나.

그 기간이 무려 10년이었다.

오지 말걸. 시작하지 말걸. 하면서도 마법이 좋아 포기하지 못했었다.


그 이유가 이렇게 밝혀지다니.

답답한 에키온은 연달아 자신의 가슴을 내리쳤다.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 이 드래곤을 몸속에서 빼내고 싶었다. 모든 일의 원흉이 바로 자신의 몸속에 있었다.


‘진정해. 에키온.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어. 이런 상황이 원망스럽지만, 내겐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고 힘이야. 대신. 더 끌려 다니지 않겠어.’


그리고 그런 에키온을 아르도르는 조용히 기다려주고 있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원망과 기대감. 그리고 다짐이 모두 느껴졌다.


[진정 좀 됐나?]

“예.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든 싫든 우리는 함께하게 될 거다. 그러니 말은 편하게 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아르도르. 아니, 알겠어.”


아르도르가 보내는 일종의 사과 표시였다.

에키온은 거기까지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앞으로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 아르도르의 말이 옳다고 생각 했을 뿐.


[봉인을 풀려면 일단 대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르도르....”

[몸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는 소리다. 마법을 못 쓴다고 해서 마력을 못 다루는 건 아니지 않나? 인간. 너에게 마법은 주지 않았지만, 대신 강력한 마력을 줬다. 용의 봉인진은 최소 대마법사가 되어야만 재해석 할 수 있는 마법이야. 봉인 자체가 네 몸 안에 있으니, 능력만 된다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해도 가능할 거다.]

“....”

[네게 내 마력의 일부를 넘겼다. 아직 실감은 나지 않겠지만, 넌 강해졌어. 어지간한 마법은 네게 해도 입힐 수 없고, 또 상처 입는다고 해도 금세 회복하겠지.]


아르도르의 말에 에키온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힘이라.

그리고 대마법사.

높기만 하고 방법 하나 없던 그 이름이.

이제는 조금 눈앞에 다가온 느낌이었다.


[인간의 생애는 짧다. 이렇게 너와 함께하는 순간엔, 시간의 흐름도 정상으로 흐르지. 당분간은 인생을 즐겨도 좋다는 거다. 인간의 아카데미라. 기대되는군.]


그러나 에키온은 고개를 저었다.


잠시뿐이었던 고민의 시간이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아니. 태평하게 인생을 즐길 시간은 없어. 난 하루라도 빨리 대마법사가 되어야 해. 그러니 아르도르.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어.”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 굳게 쥔 주먹에서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이 순간. 에키온은 다짐했다.

누구보다 빨리 대마법사가 되어서 이 굴레를 벗어던지리라고.


“뭘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어? 혼자서 뭐 하는 거야 에키온.”


갑작스레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란 에키온이 몸을 일으켰다.

프리즈였다.


‘어디까지 들은 거지?’

당황한 에키온이 속마음을 숨긴 채, 애써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프... 프리즈. 여긴 어쩐 일이야?”

“쓰러졌다는 말 듣고.”


그렇게 말하며 프리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리저리 둘러봤다.

다행히 에키온이 혼자 중얼거렸던 이야기를 되묻지는 않았다. 별다른 것을 듣진 못한 모양이었다.


“그보다 이야기는 들었어?”

“어떤 이야기?”

“너 진급. 축하한다.”


담담한 표정으로 프리즈가 손을 내밀었다. 아르도르에게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에키온이었지만, 여기까지 달려와서 사실을 전해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내밀은 손을 굳게 맞잡고 고마움을 표했다.


“네 덕이야 프리즈. 고마워.”


프리즈의 선천 마력 사용법. 가문의 비전은 아니었지만 본인이 평생을 쏟은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그런 결과물을 부탁 한 번에 흔쾌히 내준 친구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아냐. 나도 자세히는 아니었지만, 이야기는 들었어. 교수들이 막았다며?”


그런 인사가 부담스러웠는지 괜히 안 해도 될 말을 꺼내는 프리즈였다.


“그보다 폭발은 뭐야? 식당까지 울렸어. 네가 쓴 마법이야?”

“그건....”


비전을 넘겨준 친구에게 마냥 둘러대기엔 양심에 찔린 에키온.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건 깨달음이 좀 있었어. 나중에 알려줄게 프리즈.”

“좋아. 아픈 친구 붙잡고 더 이야기를 나눌 순 없지. 그보다 자.”


프리즈가 품속에서 하나의 서류를 꺼내 건넸다.

‘3학년 강의시간표’였다.


“내일부턴 3학년 수업에 들어가면 될 거야. 조금 특이케이스라 수업 따라가긴 힘들겠지만, 에키온 너라면 문제는 없겠지.”


에키온은 멍하니 프리즈가 건네는 강의시간표를 받아들었다.


‘드디어 3학년이구나. 여기까지 참 오래 걸렸어.’


감격에 빠진 에키온은 고맙다는 인사조차 잊었다.

그런 그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프리즈는 잠시 뒤에 말을 이었다.


“쿠엘라가 전해주라고 해서 온 거야.”


쿠엘라. 에르난데 국립 마법 학교의 몇 안 되는 조교였다. 에키온보다 늦은 나이에 평민으로 입학했으나 지금은 먼저 졸업한 그녀. 졸업 후 마법 학회에 들어가지 않고 모교로 돌아와 조교직을 맡았다.

뛰어난 마법실력을 가진 그녀는 이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였다.


“너희 둘.... 아직도 화해 안 했어?”


그리고 프리즈와 에키온의 친구이기도 했다. 마법 하나 못 쓰는 에키온을 보며 어느 순간부터 싫어하고 피하기 시작했지만.

그 때문에 프리즈는 조심스럽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뭔 놈의 화해. 싸운 적도 없다니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에키온이었다.

직접적으로 괴롭힌 적은 없는 쿠엘라였지만, 그의 입장에선 테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수년간 당했던 멸시와 조롱. 그리고 그 사이에서 슬금슬금 피하던 쿠엘라의 모습이 생각났다.


[복수의 시작인가. 재밌군. 예전에 유희할 때 기억이 나. 인간의 복수란 항상 짜릿한 느낌이었지.]

‘복수라니 아르도르. 그럴 생각은 없어. 난 하루라도 빨리 대마법사가 될 생각뿐이야.’

[걱정할 거 없다 인간. 강한 힘과 빠른 성장은 네가 의도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큰 복수가 될 터이니.]


생각만 해도 즐거워진 아르도르가 통쾌한 웃음을 내뱉었다.


작가의말

06월 22일 수정 되었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재밌게 보신 분들은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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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마도경연대회(3) 20.06.23 40 1 13쪽
11 마도경연대회(2) 20.06.22 56 2 12쪽
10 마도경연대회(1) 20.06.21 69 2 12쪽
9 항마력을 뚫는 방법 20.06.20 79 2 12쪽
8 그 에키온? 20.06.19 83 1 13쪽
7 첫 수업 20.06.18 88 2 13쪽
» 반드시 대마법사가 되겠어. 20.06.17 90 2 12쪽
5 마법 20.06.16 94 2 13쪽
4 도움이 필요한가? 20.06.15 99 3 12쪽
3 이번에는 꼭 20.06.15 100 2 12쪽
2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20.06.15 110 2 15쪽
1 용의 심장 소리 20.06.15 13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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