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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to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학교 체술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글선
작품등록일 :
2020.06.15 18:29
최근연재일 :
2020.06.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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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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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84

작성
20.06.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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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첫 수업

DUMMY

14



힐스로트 제국 첩보부.

창문 하나 없는 방 안 어두운 한구석.

검은 빛깔의 옷을 입은 사내가 마법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빛 한 점 없는 방에서 유일하게 빛나고 있는 마법진.

그 마법진에서 돌연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보고 드립니다. 1급 감시 대상자 ‘A’에게서 수상한 붉은 마력이 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드래곤의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마력은 조사해봤나?”

“기록상에 나타난 드래곤의 마력과 상당 부분이 일치합니다. 그러나 마력이 이동하거나 전달된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A’가 시험을 치른 장소는 밀폐된 공간이고, 주변의 그 누구도 마력의 이동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마법진이 전달해준 말에 책상에 앉아 있던 남자는 깊은 고심에 빠졌다.


‘드래곤의 흔적이 끊긴 지 벌써 30년째다. 이제야 그 마력이 나타난다고? 그동안 에키온에 대한 관심은 접어두고 있었는데.’


남자는 손가락으로 연신 책상을 두들겼다. 깊은 고심을 할 때만 나오는 특징이었다.

마법진 속 인물도 그런 특징을 아는지, 말을 멈추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별다른 수가 없군. ‘A’의 주변을 계속해서 감시하도록. 드래곤의 마력이 허공에서 나오진 않았을 거다. 분명 그 마력을 전달받은 곳이 있을 터.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그 인근의 야산은 샅샅이 뒤지도록.”

“알겠습니다.”

“앞으로 보고는 중간보고뿐만 아니라, 자유로이 하도록 하라. 특이사항이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보고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사내의 인사와 함께 마법진이 사라졌다.

남자는 홀로그램이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방에서 나가지 않고 고민하였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우리 기관에서 드래곤의 흔적을 찾아 나선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전 세계의 산, 유적, 커다란 시설 등 드래곤이 있을 만한 곳은 다 뒤졌는데도 봉인의 흔적은 찾지 못했어....’


마력의 흔적을 찾은 것은 5년만이었다.

5년 전에도 변방의 소국에서 마력이 깃든 단검이 발견되었다.

사내는 제국의 권력을 이용해 마력이 깃든 단검을 포함한 주변 모든 것을 조사했지만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사람이다.

그것도 그들이 1급 감시 대상으로 분류해둔 인물. 드래곤과 접촉했다하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상이었다.


‘봉인되지 않은 드래곤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그동안 드래곤을 찾는단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세계를 들쑤시고 다녔단 말인가. 만약 깨어있는 드래곤이 단 한 마리라도 있었다면 그들의 목숨이 남아났을 리가 없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에키온은 봉인된 드래곤, 내지는 드래곤의 힘을 담은 기물과 접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직접 건들 수는 없어.’


사내는 책상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 사이로 들어오는 밝은 빛이 손등을 비췄다.


검은 저주의 맹약이 사내의 손을 감싸고 있었다.



15



외부 실습장.

안경을 쓰고 날카로운 인상을 한 남성 하나가 학생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콘플로 교수였다.

방어 마법 담당 교수인 그는 이번 수업부터 들어온 학생 하나가 성에 차지 않아 인상을 찡그리는 중이었다.


평소 콘플로 교수의 수업을 익히 경험해 알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그런 낌새를 눈치채고 새로 들어온 에키온을 안 좋은 눈초리로 쳐다봤다. 오늘도 되도 안 되는 말로 히스테리를 부릴 것이 뻔했다.


[이봐 에키온. 저 교수랑 뭔 일이라도 있었냐? 왜 저렇게 노려보는 거지?]

‘글쎄, 원래부터 날 싫어하는 인간이라.’


5년 전에 처음 부임했을 때도 그랬다. 마법 하나 못 쓰는 에키온을 벌레 보듯이 한 것이다.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에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학생들을 두 줄로 정렬시킨 콘플로 교수는 수업을 시작했다.


“워낙 유명 인물이라 익히 알고 있겠지만, 한 번 더 설명하겠다. 이번에 진급한 에키온이다.”


별로 호의적이지 못한 눈초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그런 시선이 익숙한 에키온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경어를 쓰거나 할 필요는 없다. 수업에 방해가 될 뿐이니. 그리고 에키온. 네가 이번에 진급했다고 해서 다시 진도를 나갈 생각은 없으니 그리 알도록.”

“예. 알겠습니다.”


학기 중간에 들어온 학생한테 마법 사용법도 설명 안 해주겠다니.

사실상 아무것도 안 가르쳐 주겠다는 소리였다.


[요즘 아카데미는 신기하군. 선생이란 자가 학생들 호칭도 신경 쓴단 말인가?]

‘어차피 저 작자가 말 안 했어도 나한테 존댓말 쓰는 애가 몇이나 됐을까?’


대부분이 귀족인 이 마법학교에서 마법도 제대로 못 쓰는 평민은 나이대접을 못 받는다.

이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는 에키온이었다.


“이번수업은 방어마법 숙달이다.”

“저. 교수님? 하지만 이번 수업은.”

“포이. 본 교수의 말에 토를 달 생각은 아니겠지?”


예정에 없던 수업에 반문하려던 포이는 쏘아보는 교수의 시선에 찔끔하며 고개를 숙였다.


“일정이 바뀌었다. 기말고사에 대비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실기에 들어가는 편이 이롭다. 다 너희들을 위해 바꾼 일정이니 가타부타 말을 삼가도록.”


말을 꺼낸 포이는 갑작스럽게 바뀐 일정에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눈치였다.

간단한 방어마법은 기초마법 중에서도 쉬운 편에 속했다. 그 정도는 가문에서 익혀온 학생들이 대부분인 것.


“설명 안 해도 알겠지만, 아주! 기초적인 마법이다. 방어 마법의 종류는 자유. 대신 공격마법은 에너지 볼로 한정하도록.”

“예. 교수님.”

“서로 짝을 마주 보도록. 그리고 에키온. 넌 짝이 없을 테니 내 앞으로 와라.”


갑자기 수업 내용을 바꾼 이유가 드러났다.

속이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다. 맘에 안 드는 에키온에게 본인이 직접 혼을 내주겠다는 심산.


[저 인간 놈. 내가 볼 때는 고위마법사로 보이는데 말이지.]

‘맞아. 큰일이야. 어디 한군데 부러질지도 모르겠어.’


기초 마법뿐만 아니라, 2중 방어마법진의 종류부터 사용법까지 줄줄이 외우고 있는 에키온이었다. 하지만 지식이 마법이 될 수는 없는 법.

공격마법. 심지어 고위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법이라면 어디 한군데가 부러지거나 크게 다칠 것이 분명했다.


콘플로 교수는 에키온을 세워두고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그래도 자기가 교수라는 자각은 있는지, 학생들의 지도부터 시작한 것이다.


‘양심은 가지고 있길 빌 수밖에. 오늘도 의무실 신세를 지겠어.’

[글쎄다. 에키온.]

‘무슨 좋은 수라도 있는 거야?’


드래곤은 마법의 종주. 고대시절부터 내려오는 말이었다. 그들이 펼치는 용언 마법은 간단한 단어 하나로도 대마법사의 마법을 능가하는 힘을 가졌다.


[에키온. 넌 드래곤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마법의 지배자. 위대한 종족. 그러니 뜸 들이지 말고 알려줘.’


첫날부터 침대신세를 지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배워야 할 것도 익혀야 할 것도 많았으니까.


[용언마법은 마법이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는 마나의 지배자이고 절대자다. 마법을 사용할 때 복잡한 방법을 쓰지 않아.]

‘....’

[마법진이네, 싱크로네 하는 건 인간들이나 쓰는 방법이야. 우리는 그저 마력에 명령할 뿐이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건 마력 그 자체야.]

‘그러니까 그 말은 즉....’


어느새 지도를 마친 콘플로 교수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에키온 앞에 다가왔다.


“오래 기다렸겠구나. 에키온.”


어울리지 않게 상냥한 어조로 말하는 콘플로 교수였다. 이 건방진 제자를 박살 낼 기회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마법 하나 못 쓰는 버러지 같은 평민 놈.’


어렸을 때 천재 소리 한번 들어보는 경우는 누구나 있다.

겨우 입학 당시 기록 가지고 아직도 당시의 에키온이 어쩌고 하는 교수들을 보면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내가 직접 개조한 시험의 구를 부수다니.’


교수로서 권위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콘플로 교수였다. 그리고 그 방법에는 분명 더러운 수작질이 들어갔으리라.

처음에 시험의 구를 조작하려고 든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간단한 에너지 볼 하나도 못 쓰는 주제에 시험의 구를 박살 냈다는 사실을 결코 믿을 수 없었다.


‘학장의 명령만 아니었어도.’


분명 더러운 수작이 뭔지 밝혀냈으리라. 어제 일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이젠 상관없었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에키온이 정상적인 방어마법을 사용할 수 없을 테니까.


‘다리? 팔? 다리가 좋겠군. 절름발이라. 어울리는군. 덤으로 콧대도 부숴주마.’


콘플로 교수가 뱀 같은 눈길로 에키온의 사지를 훑어봤다.


자기 몸을 훑어보는 그를 보며 에키온이 한숨을 내쉬었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인간이었다.


‘방법이 없다는 소리구나. 아르도르. 어쩔 수 없지. 공격당하는 부위에 마력이라도 모아서 막아보는 수밖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작자라서 다행이야.’


1중 마법에도 못 들어가는 에너지 볼. 한계는 명확했다. 아무리 고위마법사라고 해도 겨우 에너지 볼이 눈에 안 보이는 속도로 날아오지는 않을 터. 사력을 다해 막아볼 생각이었다.


[아니 에키온. 넌 아직도 네가 가진 힘을 자각하지 못했구나. 하긴. 싸워볼 만한 상대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인가?]

‘그게 무슨 소리야?’


아르도르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콘플로 교수는 준비를 마치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키온. 방어마법은 사용하지 않는 거냐? 난 네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마법의 낌새는 느껴지지 않는구나.”


에키온은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르도르의 말을 듣느라 집중한 탓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콘플로 교수는 자기를 무시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더 기다리지는 않겠다. 무언가 수작이 있으리라고 생각이 드는구나. 시험 때처럼.”


그 말과 동시에 에너지볼을 생성해 날렸다. 노린 것은 정확히 에키온의 다리.

하지만.


“피시식.”


에너지 볼은 에키온의 다리에 부딪히자마자 사라져버렸다.


‘어?’

[드래곤의 항마력을 무시하지 마라. 에키온. 겨우 고위마법사야. 저런 허접한 마법으론 불가능해.]


아무리 고위 마법사라 해도 에너지 볼 따위로 에키온의 항마력을 뚫진 못한다는 소리였다.


짧은 순간에 상황을 파악한 에키온이 진지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벌렸다. 별다른 마법진은 없었지만, 한껏 진지한 에키온의 표정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모습으로 보였다.


당황한 콘플로 교수는 연달아 에너지 볼을 날렸다. 어느새 조준 따위는 잊은 듯, 에키온의 몸 여기저기로 마법을 날린다.

소란스러운 모습에 실습하던 학생들의 시선이 에키온에게 집중됐다.


“피시식. 피시식”


연달아 날아오던 에너지 볼이 에키온의 손에 잡혀 사라졌다. 예상했던 대로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학생들 사이에서 짧은 소란이 일었다. 저 에키온이 방어마법을 사용하다니. 심지어 상대는 학생 괴롭히기로 유명한 콘플로 교수였다.

한 번의 유효타도 성공하지 못한 콘플로 교수가 공격을 멈췄다.


“크흠. 한 수를 감추고 있었군. 하지만 그렇게 시전시간이 오래 걸리는 마법으론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어. 내가 봐주지 않았다면 벌서 바닥을 굴렀을 거다.”


당황한 콘플로 교수가 마법을 멈추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들을 구경하던 학생들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다.

어이가 없어진 에키온은 대답하지 않고 표정을 유지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콘플로 교수는 뻔뻔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자, 이제 공수 교대다. 모두 위치를 바꾸도록!”


방어마법 대련을 시작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공수교대를 지시했다. 당황한 학생들이 머뭇거리자 그가 다시 소리쳤다.


“빨리빨리 움직여! 에키온. 자, 너도 준비해라.”


그렇게 말하면서, 마법진을 만들어내는 콘플로 교수였다.

3개의 마법진이 생기면서 촘촘하게 얽혔다.

단순히 방어뿐만 아니라 막아내는 충격의 일부를 공격자에게 돌려주는 악독한 마법.


“어? 저건... 위험해.”


그들을 구경하던 학생이 마법의 정체를 알아보고 중얼거렸다.

평소 자신의 마법을 자랑하기를 즐기는 콘플로 교수가 자주 보여줬던 마법이었다.


‘더러운 자식. 고작 3학년 실습시간에 3중 마법진이라니.’


공격한 자를 반드시 다치게 만드는 고위 방어마법. 리플렉션이었다.

에키온의 사지 중 하나는 반드시 부러뜨리겠다는 악의가 느껴졌다.


[정말 치졸한 인간이군. 저게 학생한테 쓸 만한 마법이란 말인가?]


화가 난 에키온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연스럽게 몸속의 마력이 한 곳으로 집중된다.


‘그때처럼 강력한 공격은 힘들 거야. 그땐 각성의 여파로 흩어져 있던 외부마력을 모은 거니깐. 하지만 이 정도라면... 방법이 있을 거 같아.’


강력한 드래곤의 마력이 느껴졌다. 특별한 마법을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의 마력이라면 단순한 주먹질도 강력하리라.


“좋아. 에키온. 에너지 볼이 아니라도 좋다. 어떤 마법이라도 사용해봐라. 이 리플렉션 마법으로 다 막아줄 테니.”


때마침 콘플로 교수가 판도 깔아줬다. 자기가 당할 가능성은 1도 생각하지 않는 오만한 표정.


‘내가 그 콧대를 부숴주마.’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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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움이 필요한가? 20.06.15 100 3 12쪽
3 이번에는 꼭 20.06.15 10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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