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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to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학교 체술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글선
작품등록일 :
2020.06.15 18:29
최근연재일 :
2020.06.24 20:15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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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84

작성
20.06.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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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번에는 꼭

DUMMY

8



자정.

고요한 달빛이 비치는 교내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했다. 정상적인 학생이라면 모두 기숙사에서 잠에 빠질 시간이었다.

교내 중심에 위치한 공원에선, 때때로 들리는 부엉이 소리만이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러한 공원을 한 청년이 빠르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무언가 급한 일인 듯, 헐떡이며 달려가는 소리에 놀란 부엉이들은 황급히 하늘로 자리를 피했다.


에키온이었다.


‘생각보다 오래 기절해 있었어. 도서관은 이미 문을 닫았을 거야.’


늦은 시간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자신을 봐준 세피아에게 세삼 고마움을 느꼈다. 학교 내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교직원들은 모두 퇴근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호머 교수님이라면.’


당직실에 잠들어 있을 것이다. 평소 늦은 시간까지 도서관의 책들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그였다. 에키온의 예상이 맞는다면 오늘은 새로운 책들이 들어왔으니, 당직실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어느새 당직실 문 앞에 도착한 그가 헐떡이는 숨을 고르게 바꾼 뒤 ‘알람 마법진’을 터치했다.


“누구십니까?”


인자한 목소리의 호머교수가 대답했다. 예상대로였다. 에키온은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쁜 기색을 감췄다.


“에키온입니다. 교수님.”

“에키온? 이 시간엔 웬일이냐.”


잠옷을 입은 호머교수가 문을 열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급하게 도서관에 들어가야 할 일이 생겨서.... 한번만 도와주십쇼.”


그는 최대한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에키온을 바라보던 호머교수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당직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호머교수가 가지고 나온 것은 도서관 키가 아니었다.


“이게 필요한 게로구나.”

“네?”


그가 가지고 나온 것은 한권의 책이었다.

얼떨결에 건네주는 책을 받은 에키온이 제목을 살폈다.


“아까 네가 의무실로 간 후에 테드가 찾아왔었다. 에키온 네가 오늘 도서관 지하에 들어갈 거라면서 고자질을 하더구나.”


호머교수가 건네준 것은 ‘드래곤의 역사’ 1권이었다. 그제야 자신의 손등에 생긴 검은 마법진이 눈에 들어온 에키온이었다.

이것도 중요한 일이기는 했다. 내일이든 모레든 가져다 주기만 하면 되는 거라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감사합니다. 교수님. 하지만 전....”

“에키온. 네가 아무리 확신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그런 저주는 쉽게 사용하면 안 된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그는 호머교수의 말에 고개를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교수들은 몰랐다. 그가 얼마만큼의 멸시와 괴롭힘을 당하고 사는지.

또 그가 얼마나 절박한지.

숨 쉬듯 마법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던 천재들만이 이 마법학교의 교수직을 연임할 수 있었다.


다만 호머교수가 해주는 말은 자신을 위해서 해주는 충고이리라. 에키온은 그렇게 생각했다.


“정확히 어떤 맹세를 했는지 내가 알 수는 없지만, 그 책이면 충분하겠지. 에키온?”

“맞습니다. 교수님. 하지만 제가 도서관 지하에 가야 하는 이유는 이 책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설마 다른 책이니? 이거 큰일이군.”

“아니요. ‘검은 저주’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에키온이 팔을 들어 손등의 마법진을 보여줬다. 서서히 사라지는 마법진.

간단한 블러핑이었다.

실제 저주를 사용했더라도 크게 문제는 없었겠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 마법협회가 뒤집어질 일이구나. 아무리 네가 천재라지만 이런 일이 가능할 줄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맹약을 맺는 순간을 고위마법사가 지켜본다면, 속일 수 없으니까요.”

“그렇더라도 말이다. 에키온. 지금 얼마나 많은 마법사가 ‘검은 저주’ 하나만 믿고 일을 진행하는지 아니? 이건 협회에 알려야 할 대단한....”


흥분해서 말을 내뱉는 호머교수를 무시한 채, 에키온은 용건을 말했다.


“그보다 교수님. 전 도서관 지하에 들어가 봐야 합니다.”

“아. 그렇다고 했지 참. 그래서 무슨 용건이니?”

“아까 저녁에 말씀하셨던 새로 들어온 책이요. 그걸 다시 한번 봤으면 합니다.”

“새로 들어온 책? 오늘 지하에 신권은 없었다만.”

“예?”


믿기 힘든 소리에 깜짝 놀란 에키온이 되물었다.


“하지만 아까 제가 들어갈 때, 신권이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거 말이냐? 그건 곧 들어올 예정이라는 거지. 그 말을 하려고 했는데 에키온 네가 들어가 버렸잖니.”

“저는 지하에서 분명....”


말을 흐리는 에키온을 바라보며, 호머교수가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지하에서 뭘 봤니?”


되묻는 호머교수의 안경알이 번뜩였다.


그의 손에 빛의 마법. 라이트가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달빛에만 의존한 채 대화를 나누던 그들 사이에 빛이 생겼다. 호머교수는 손에 든 라이트를 에키온의 얼굴 앞에 가져다 대고 그의 표정을 살폈다.


“뭔가에 홀린 건 아니로구나. 정상인의 표정이야.”


에키온은 대답할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본인 스스로가 뭔가에 홀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도서관 지하엔 상상도 못 할 책들이 많았다. 마력이나 저주가 깃든 책도 많았고 어쩔 수 없이 교수들은 학생들의 출입을 막아야만 했다.

도서관을 관리하는 호머교수가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에키온의 상태부터 확인한 것이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에키온을 바라보며 호머교수가 말했다.


“오늘은 그만 기숙사로 돌아가는 게 좋겠구나. 에키온. 아무리 네 나이가 있고, 교사들이 편의를 봐준다고 해도. 이건 정도를 넘었어. 도서관엔 내일 들어가 보렴.”


호머교수가 이리 나온다면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몰래 도서관 지하에 들어갈 방법은 있지만, 들키지 않고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내 눈에만 보이는 책이라면 문제가 없는데.... 만약 아니라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들고나와야 해.’


생각을 마친 에키온이 호머교수에게 인사를 했다.


“예. 밤중에 죄송합니다. 교수님.”

“조심히 들어가렴. 아, 그리고 에키온. 검은 저주 건은... 내일모레 이야기하자꾸나. 지금은 그것보다 네게 중요한 것이 있는 것 같으니.”


내일모레. 에키온의 시험이 끝나는 날이었다.

안 좋게 끝난다고 하더라도 논문 하나 작성하는데, 문제는 없을 터. 마법사가 되지 않더라도 세상에 할 일은 많았다.


그의 배려를 뒤로 한 채, 에키온은 기숙사로 향했다.

머릿속이 아직 혼란스러웠다.


‘그 책에 적혀있던 문구. 그리고 드래곤이 갇혀 있던 감옥. 내일 가면 그 책이 있을까? 없다면 빠르게 포기하자. 지금 중요한 건 진급 시험이야.’


시험까지는 아직 하루의 여유가 남아있었다. 그전까지 에키온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9




주말.

대부분의 학생이 공부 대신 바깥으로 외출을 나가거나 개인 취미생활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에키온의 시험이 일요일로 정해진 것도 많은 사람의 이목을 피하기 위한 교사진의 배려였다.


‘역시 없군.’


에키온은 차오르는 실망감을 억누르고 도서관 2층 책상에 앉았다.

밤을 꼴딱 새운 그의 눈 밑으로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웠다. 아침이 되자마자 밥도 거르고 도서관으로 달려온 그였다.

하지만 전날 보았던 정체불명의 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는 했다.


항상 희망은 그의 손에서 중요한 순간에 사라졌다.

어렸을 적 사건부터 마법학교에 입학해서 겪은 일들.

어제 갑자기 생긴 마력각성단부터 의문에 책까지.

단 한 번도 그의 편을 들어준 적이 없었다.


이제는 익숙했다.


그래서 어젯밤 그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시험을 통과할 나름의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내일 시험이라지? 꼴을 보아하니 한숨도 못 잤구나. 너”


에키온 또래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나이에 맞지 않는 새하얀 머리와 날카로운 인상을 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어. 프리즈.”

“네가 날? 무슨 일로?”


이 학교 내에서 에키온이 유일하게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었다. 서로 비슷한 나이에 낙제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그들은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물론, 프리즈는 에키온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입학해서 이미 졸업반에 있었지만.


“너의 선천마력 사용법이 필요해. 프리즈.”

“야. 그건...!”


갑작스럽게 들어온 친구의 목적에 말문이 막힌 프리즈였다. 물론 그가 친구에게 그깟 비법 하나 못 알려줘서 말문이 막힌 것은 아니었다.


그가 늦은 나이에 천재 소리를 듣고 입학했음에도 에키온과 같이 낙제생 소리를 들어야 했던 이유. 그건 그의 성격이 유별 낫기 때문이었다.


외부마력 결벽증.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외부의 마력을 철저히 배척하는 그의 특징은 얼핏 보기에 에키온과 무척이나 비슷했다.

차이점은 에키온이 외부의 마력을 끓어 모을 수 없다는 데 반해, 그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 또한 달랐다. 어렸을 때부터 유명한 마법가문의 장자로 자란 프리즈는 가지고 있는 마력이 일반인의 수백 배에 달했고, 어지간한 마법은 몸 내부의 마력을 이용해 발현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력이 아무리 많아 봤자 외부마력을 끌어다 쓰는 마법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그렇기에 그도 간신히 퇴학당하지 않고 느리게 진학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그가 사용하는 선천 마력 사용법이었다.


“너도 알잖아? 이걸로는 제대로 된 마법이 힘들어. 나랑은 처지가 다르다고. 만약 네가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알아.”


에키온도 알고 있었다. 일반인과 비슷한 그의 체내 마력으로는 평범한 에너지볼 하나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가진 생명력을 모조리 사용해야 한다.


에너지 볼 하나로도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나도 생각이 있어. 걱정하지 마. 그걸로 무식하게 시험구에 때려 박지는 않을 테니까.”

“너라면 그럴 거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지....”


최근 그가 얼마나 절박한지 잘 알고 있는 프리즈였다.

그렇기에 일부로 에키온을 피해 다녔다. 친구의 부탁을 들으면 거절하기 힘들었으니깐.


“날 믿어. 프리즈.”

“후.... 좋아. 방법은 어렵지 않아.”


프리즈는 마법진을 손에 만들어 보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10




일요일 오전.

진급시험장에 교수들이 모였다. 총 15명. 마법 학교 교수 중 3분의1 이상이 모인 셈이었다.

제적과 진급심의를 위한 교수뿐만이 아닌 흥미가 생긴 교수진까지 모두 모인 결과였다.


입학 때부터 천재로 이름을 날려 마법 학교뿐만 아니라 타국에도 소문이 났었던 에키온이었다.

그런 그가 마법 하나 사용하지 못하고 몰락해 가는 과정은 모든 교수들의 인상에 뿌리 깊게 남아있었다. 그런 천재의 몰락을 안타까워하는 교수도 물론 있었지만 은근히 즐기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


그중 전자에 해당하는, 에키온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페트리온 교수가 사뭇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에키온. 이미 알고 있겠지만 한 번 더 설명하겠다.”

“네 교수님.”


에키온은 시험장 문을 뒤로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첫째, 시험장에 들어간 학생은 어떠 상황에서도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둘째, 시험구를 타격하는 방법은 마력을 사용했다는 가정 하에 어떠한 방법이라도 허용한다.

셋째, 제한 시간은 30분이다.”


이미 20번이나 들은 설명이었다. 개인적으로 저 방식의 허점을 찾기 위해 수십 번도 넘게 들여다보았고.


“그리고 에키온. 이 시험은 너의 진급뿐만이 아니라, 제적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것이기도 하다. 알고 있겠지?”

“예. 교수님.”

“교수진에선 마법 하나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학생을 계속해서 학교에 놔둘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부디....”


말을 하다 말고 멈춘 페트리온 교수를 에키온이 의문 섞인 얼굴로 쳐다보았다.


“아니다. 들어가거라.”


그의 말에 에키온은 주저하지 않고 시험장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꼭 성공하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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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20.06.15 110 2 15쪽
1 용의 심장 소리 20.06.15 14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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