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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암살 1등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3.12.31 05:40
최근연재일 :
2024.02.03 18:1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018
추천수 :
42
글자수 :
147,926

작성
24.02.02 18:10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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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역시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DUMMY

이틀이 지났다.


큰이모는 내가 정상으로 회복될려면 아직 며칠은 더 누워 있어야 된다고 했지만 나는 말을 듣지 않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장미 언니네 집.


나는 그곳에서 술에 취한 채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장미 언니 아빠를 찾았다.


“아저씨. 괜찮아요?”


물론 괜찮을리가 없다는 건 나도 안다.


방안에 널부러져 있는 수십 개의 빈 소주병들만 봐도 알겠다.


아저씨가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는지.


마음이 부셔져 내렸을 테고, 부서지고 또 부서진 그 마음 속에는 공허한 어둠만이 남아 있을 거다.


그렇게 영혼을 강탈 당해 버린 사람들.


나는 이 업계에 종사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꽤나 많이 봐 왔다.


“설......화?”

“네.”

“크....크....큭...큭큭큭! 다 소용없더라...설화야...전부 다 소용없더라고! 크하하하하!”


아저씨는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크게 웃기 시작했다.


“아저씨. 아저씨는 법으로만 어떻게 해 보려고 해서 실패했던 거구요. 난 달라요. 아시잖아요?”


그러자 그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는 말없이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그러더니 잠시 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들어서 안다.


백창일 아저씨는 연희가 확보한 동영상 증거를 가지고 광수대를 움직여 나운고 교장인 ‘노성기’를 체포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에서 체포 영장 발부를 거부했다.


황당해 하고 있는 찰나에 날아온 건 본청에서 보내온 ‘직위해제’ 통보서.


그렇게 그는 석달간 경찰 뱃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서울중앙지검 지검장인 구정국과 그의 고등학교 동창인 경찰청 차장인 벌인 짓이다.


“아저씨. 교장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시죠? 말해 주세요.”

“설화야...나는...나는....”

“아저씨는 아무 말도 안 한 거에요. 우리는 오늘 만나지도 않았어요. 알겠죠? 책임은 제가 다 질 게요.”


잠시 후.


나는 땅바닥에 엎드려 통곡을 하는 아저씨를 내버려두고 그 집을 나섰다.


대문 밖으로 넘어오는 그 처절하고 애통한 통곡 소리에 내 눈가가 촉촉해 지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권총의 손잡이을 바스러져라 힘껏 움켜 잡았다.



***



강원도의 한 별장.


“어이가 없네. 곧 있으면 수능인데 학교 교장이라는 놈이 이런 데서 술이나 처마시고 있다니....”


나는 망원경의 시야에 잡힌 교장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잠옷 바람에 한 손에는 담배를 쥐고 있었고, 위스키잔을 든 다른 한 손은 자신의 배불뚝이 똥배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난 처음 알았다.

배가 심하게 많이 나오면 저렇게 ‘손 받침대’ 식으로 똥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물론 교장이 여기에 숨어 지내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다.


자신의 오른팔인 창룡의 타우창은 살해당했고, 왼팔인 한강파의 장표식은 체포되었으니 오죽이나 불안할까.


아무튼 저 돼지 새끼는 자신의 무덤을 이곳으로 정했다.


저 별장을 지키는 건달들은 총 10명.


나는 밤이 되기까지 기다렸다가 진입했다.


건달 중에 몇 명은 그냥 기절시키고, 몇 명은 그냥 무시하고 원하는 장소로 바로 이동했다.


그곳은 교장이 있는 침실의 바로 아래층 방.


나는 그곳에서 위의 천장을 통과하고, 침대 아래를 통과한 후, 그곳에 비스듬히 누워 넷플릭스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는 그 자식의 엉덩이에 수면제 주사를 찔러 넣었다.


“흠.......”


고민스러웠다.


저 짐승만도 못한, 아니 짐승도 학을 떼며 건드리지 않을 것 같은 저 썩은 쓰레기 교장 새끼를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말이다.


백창일 아저씨가 원하는 복수 방식은 아마도 저질 변태 교장한테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교장이 법으로 정해진 처벌을 전부 다 받는 것일 거다.


하지만 나는 그런 복수 방식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깨워 놓고 장미 언니에게 사과를 하라고 시키면 보나마나 눈물 콧물 범벅에 바지에는 오줌까지 지리며 살려달라고, 제발 살려면 주면 시키는 건 뭐든지 다하겠다며 장미 언니의 영정에 싹싹 비는 시늉을 하겠지.


난 그런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일단 저 거지 같은 새끼의 목소리 자체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저 새끼가 감히 장미 언니의 이름을 그 더럽고 추악한 입에 다시 담는 것 조차도 끔찍하다.


그래서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절충안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눈을 뜬 나는 교장의 노트북에서 신문사 몇 곳에 첨부 파일들이 왕창 붙어 있는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준비해 온 밧줄로 녀석의 목을 감아 천장의 대들보에 묶었다.


휘릭

꽈직!


한 번에 목이 부러진 교장의 목이 앞으로 축 처져 흘러내렸다.


그렇게 허공에 매달린 채로 고개 숙인 교장 앞에 나는 가방에서 장미 언니의 영정 사진을 꺼내 들었다.


“언니. 교장이 죽음으로 사죄를 하고 싶데. 그러니까...이제 언니도 편히 쉬어. 내가 그때......곁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해...”



***



<속보입니다. 어제 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명문 고등학교의 교장이 그동안 자신이 저질러온 죄를 뉘우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입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이인영 기자를 불러 보겠습니다. 이인영 기자!>

<네. 현장에 나와 있는 이인영 기자입니다.>

<이인영 기자. 교장이 학생들을 강제로 성추행한 정황이 발견되었다죠? 자세한 소식 부탁드립니다.>

<네. 명문 고등학교로 잘 알려진 한 고등학교의 학교장 직책을 오랫동안 맡아오던 노모씨가 어제 바로 이곳 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먼저 한 신문사에 자신의 모든 죄를 밝히는 이메일과 증거 자료를 보낸 후, 어젯 밤 10시 경에 밧줄로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것으로 경찰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노트북에서는 그동안 자신 학교의 여학생들을 성추행하며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수십 개의 동영상이 발견되어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을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한동안 세상은 나운고 교장 노성기의 뉴스로 시끄러웠다.


물론 우리 대한민국의 특급 비밀 병기들인 키보드 워리어들이 금방 그의 신상을 파악해 이곳저곳에 뿌렸기에 더욱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운고가 어떤 곳인가?


그런 엄청난 사건이 터졌음에도 나운고는 교감의 지휘하에 수능을 무사히 치뤄냈다.


그리고 무사히 겨울 방학을 맞이했다.



***



구정국과 장표식은 감방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과 얼굴은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


아니 세상 사람 대부분은 그들이 재판을 받아 형을 살게 되었다는 것조차도 몰랐다.


물론 그건 검찰총장 권동율과 내가 딜을 하고, 그리고 검찰총장이 경찰총장과 추가 딜을 맺으면서 생긴 결과다.


검찰총장은 안 그래도 맨날 욕을 먹고 있는 자신의 조직에 지검장씩이나 되는 고위급 인물이 그런 흉학한 조직 범죄에 깊게 연류되어 있다는 걸 대외적으로 밝히고 싶지 않아 했다.


그래서 구정국은 공식적으로는 그냥 해고된 걸로 되어 있다.


재판을 받기는 받았지만 검찰총장이 힘을 써서 비밀리에 아주 조용히 이루어졌다.


경찰총장은 서울을 꽉 잡고 있는 한강파가 한 번에 쓸려 나갔을 경우 생길 수 있는 후폭풍을 우려했다.


그만한 거대 범죄 조직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오면 오죽 좋겠냐만, 현실은 또 다르다.


그 비어 있는 무주공산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조직들이 움직일 테고, 그렇다면 서울시는 또 다시 어둠 속에서 치뤄지는 피의 향연을 경험해야만 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경찰총장 역시도 장표식의 체포와 재판을 최대한 비밀리에 진행하는 딜을 성사시켰다.


감옥에서도 독방에 갇히게 되었고, 운동 시간도 다른 재소자와 다른 시간에, 식사도 다른 시간에 하며, 그가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 자체가 철처히 비밀에 부쳐졌다.


비밀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언젠가는 결국 드러나겠지.


하지만 검찰총장이나 경찰총장이나 그 기간을 최대한 늘려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



나는 어떻게 되었냐고?


“음....음.....으아아! 짜증!”


나는 앉은뱅이 책상에 볼펜을 던지고 뒤로 벌러덩 누었다.


“하....책쓰기 정말 힘드네...옆방 아줌마는 잘만 쓰더만.”


나는 2평 남짓 되는 내 독방을 쭉 둘러보다가 햇빛이 눈부시게 들어오고 있는 창문에 시선을 두었다.


나도 감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각오한 바이고 그렇게 검창총장과 딜을 했으니 뭐 괜찮다.


- 자네 말대로라면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을 걸세. 그럼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네. 그건 어찌 할 텐가?


검찰총장은 이렇게 물었다.


나는 내가 벌인 일이니 당연히 내가 지겠다고 약속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큰이모와 고로케 큰삼촌은 펄쩍 뛰며 당장에 밀항을 준비해 줄 테니 해외에 나가 있으라고 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총대를 메지 않았을 경우, 내가 아끼는 사람들 중 하나에게 불똥이 튈 수 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여기....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일단 검찰총장의 빽으로 독방을 쓰게 됐다.


아. 물론 다른 재소자들과 섞여서 일반실을 쓰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나 말고 그 방의 다른 재소자들 말이다.


내가 성질부려 다른 재소자를 죽여 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나보고 그냥 조용히 혼자 지내란다.


그리고 옆방에서 역시 마찬가지로 독방을 쓰는 아줌마도 친절하고 좋다.


무슨 비리로 들어온 재계의 유명한 아줌마라는데 가끔 비싼 쿠키도 나눠 준다.


아줌마는 거의 움직이질 않고 맨날 책상에 앉아 자서전을 쓴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게 무척 신기하게 들렸다.


‘비리’ 와 ‘자서전’


도대체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 걸까?

어떻게 하면 자신처럼 안 잡히고 비리를 더 잘 저지를 수 있는지를 가르켜 주는 이야기려나?


뭐 어찌됐든 나도 그 아줌마 따라서 책을 써보기로 했다.


제목은 예전에 생각해 둔 ‘수다쟁이 히트맨들의 세계.’


물론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정정한다. ‘굉장히 여럽다’ 는 왠지 표현력이 약해 보인다.

‘절대 불가능하다’ 가 좀 더 적당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내 방 앞에 얼굴이 익숙한 여간수 하나가 와서 섰다.


“2963 면회!”

“넹?”


갑자기 면회라니?


연희랑 반장은 그저께 왔었고, 우혁이랑 동구도 저번 주말에 왔었는데?

또 누가 왔지?


나는 머리 속에 별의 별 사람들을 그리며 신발을 주섬주섬 챙겨 신었다.


그 순간 여간수 바로 옆에 서있는 조그마한 어린 남자애 하나가 보였다.


누구지?


사복을 입고 있는데....쟤가 나를 면회 온 건가?


아니지. 면회를 하러 왔으면 면회실에서 만나는 게 일반적인데...여기까지 올 필요가?


그때 남자애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녀석은 내 등 뒤에서 나타나 내 팔둑에 주사기를 쑤셔 박았다.


“뭐....뭐야?!”


여간수가 아직 문을 열지도 않았다.


그럼 이 남자애...나처럼 벽을 통과한 건가?!


아니다!

그럼 내가 못 봤을 리가 없다.


이건....그냥 눈깜짝할 사이에 저쪽에서 이쪽으로 순간 이동을 한 거잖아?!


하지만 나는 답을 찾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헤헤. 누나 미안. 이렇게 하지 않으면 누나가 도망칠지도 모른다고 대장 아저씨가 그랬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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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품 후기 24.02.03 20 0 -
27 그래도 치워야 할 쓰레기는 아직 많다 - 최종화 +2 24.02.03 41 1 16쪽
» 역시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24.02.02 43 1 12쪽
25 선을 많이 넘으면 아웃이 되고 만다 24.02.01 47 1 13쪽
24 킬러들의 세상에도 격이 다른 존재가 있는 법이다 24.01.31 43 1 12쪽
23 S급 킬러들도 돈을 좋아한다 24.01.30 46 1 12쪽
22 군사 작전 지역에 민간인은 허락되지 않는다 24.01.29 46 1 14쪽
21 호랑이 굴에 들어가려면 작전이 필요하다 24.01.28 51 1 12쪽
20 암살 1등급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4.01.27 54 1 12쪽
19 소개팅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 24.01.26 56 1 12쪽
18 세상에는 아직 좋은 사람들이 남아 있다 24.01.25 57 1 12쪽
17 뛰어난 능력은 관심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24.01.24 61 1 12쪽
16 내신 등급은 자신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24.01.23 62 1 12쪽
15 가까운 자의 배신은 뼈아픈 법이다 24.01.22 58 2 12쪽
14 죽음은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 24.01.21 68 1 12쪽
13 먼저 실실 쪼개면 나중에 큰코다친다 24.01.20 70 2 12쪽
12 친구는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 (2) 24.01.19 70 2 12쪽
11 친구는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 (1) 24.01.18 64 2 12쪽
10 복수에도 물밑 작업은 필요하다 24.01.17 67 3 12쪽
9 우리 학교의 옥상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린다 24.01.16 66 2 12쪽
8 누구에게나 비밀은 하나씩 감추어져 있다. 24.01.15 68 2 12쪽
7 맛있는 것은 업계를 가리지 않고 통한다 24.01.14 72 2 12쪽
6 세상에는 멈출 수 없는 음식이 있다 24.01.13 82 2 12쪽
5 빵을 사랑하면 거기에 맞는 학교로 가라 24.01.12 94 1 12쪽
4 빵과 물만두는 어울리지 않는다 24.01.11 100 0 12쪽
3 호떡 포장마차에서는 소주를 살 수 없다 24.01.10 122 2 12쪽
2 빵을 사랑하면 SNS 스타가 될 수 있다 24.01.09 156 3 12쪽
1 빵을 위해서라면 세금을 내야 한다 24.01.08 25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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