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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암살 1등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3.12.31 05:40
최근연재일 :
2024.02.03 18:1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027
추천수 :
42
글자수 :
147,926

작성
24.01.16 18:10
조회
66
추천
2
글자
12쪽

우리 학교의 옥상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린다

DUMMY

“소미는?”

“아. 거시기....엄마랑 딸은 근처 호텔로 일단 대피시켰고, 아빠는 갈비뼈가 부러져서 애들한테 병원에 데려다 주라고 했응께 괜찮을 것이여.”


여기서 애들이라 함은 아마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우리 회사 직원들을 가르키는 것일 거다.


“그래서 네놈들이 여기와서 돈 내놓으라고 폭력을 행사한 사채꾼들이라 이거지?”


나는 한 녀석의 쇄골을 잡아 뜯어 조각조각 부숴 버리며 물었다.


“으아아악!”

“뭐지? 요새 사채 시장은 이런 약골 엄살쟁이들을 쓰나? 내가 현장을 떠난지 좀 됐다고 벌써 트렌드가 바뀐 거야? 그런 거야?”

“으아아아악!”

“요새 쓸만한 아그들을 찾기 힘든 건 사실이제. 클클클.”


사실 나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회사 연습생 팀의 숫자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고.


요새 애들은 워낙 힘들고 고생하는 일을 싫어해서 그렇다나?


아무튼 잠재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삼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인구도 줄어드는 판국에 신입 사원 찾기는 더 힘들어 질 것 같다고.


“소미 아빠가 빌린 돈이 전부 다 얼만데?”

“그...그게...삼십억 정도...으아아악!”


나는 대답하는 다른 자식의 쇄골도 부러뜨렸다.


이렇게 해야 또 녀석들 사이에 형평성이 맞춰지는 것 아니겠는가?


“원금만 말해. 네놈들이 뻥튀기한 이자는 빼고.”

“칠억...입니다요!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쇼! 저희는 그냥 시키는 대로만....”


소미네 아빠는 꽤나 유명한 모바일 게임 회사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나야 그런 걸 전혀 안 하니 무슨 게임인지는 모르겠지만...아무튼 요새 재정이 좀 어려웠나?


“삼촌. 얘네들 어디에서 온 것들이라고?”


아까 문자에서 봤는데 벌써 까먹었다.


나도 문제다.

관심이 없는 건 영 기억을 할려고 노력을 안하니.


“창룡.”

“창룡?”

“응. 가리봉동을 꽉 잡고 있는 놈들이제. 제법 잘 나간다고 들었는디?”


가리봉동이면 조선족들의 타운이다.


그리고 거기를 꽉 잡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 개새끼들! 너희들 원래 통나무 장사꾼들이지?!”


나는 인신매매를 통해 장기를 적출해서 파는 놈들을 제일 싫어한다.


그 새끼들은 그냥 인간들이 아니다.


우리 살인청부업계도 생명을 죽이지만 적어도 그 사라지는 생명이 쓰레기 같은 놈이 아닌 이상 최대한 존중을 표하려고 노력한다. 죽였던 타겟의 가족을 몰래 도와주기도 하고.


그런데 저 통나무 장사꾼들은 그런 것 없다.


마치 정육점 주인처럼 인간을 그냥 고깃덩어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품으로 보는 녀석들. 아무튼 상종 못할 놈들이다.


“아...아닙니다요! 저희 회사는 원래 대부업이 맞습니다요...”


퍽!


내 주먹이 대답하는 녀석의 목을 휙하니 뒤로 꺾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이 자식의 쇄골도 퍼즐 조각으로 만들어 주는 걸 까먹고 있었다.


“끄아아악!”

“대부업 같은 헛소리 하지 말고 그냥 사채꾼이라고 해. 개새끼들아.”

“네. 네......”


들어 보니 창룡은 원래 사채업으로 시작한 회사가 맞긴 하지만 그들의 강력한 자본으로 가리봉동 지역의 모든 사업체들을 흡수하면서 계열사 중에 통나무 장사꾼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한다.


물론 대답하는 녀석이 ‘계열사’ 라는 우아한 단어를 선택하길래 어이가 없어서 내 주먹이 또 뻗어 나가기는 했다.


“가장 위에 대가리가 누구야?”

“타우 형님이시라고...”


‘타우?’


나는 잠시 멈칫했다.

분명히 어디선가 들은 이름이다.

어디서 들었지?


그런데 나의 그런 모습을 이 머저리들은 다르게 해석한 모양이다.


“타우 형님을...아시는 겁니까?....그...그런 거죠? 하~ 이제야 좀 대화가 되네. 뭐. 우리 큰 형님께서 워낙 발이 넓으시니까. 자자. 우리 이러지 말고—”


녀석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내 발차기 한 방에 벽쪽으로 날아가 처박히며 의식을 잃었으니까.


죽었나? 하고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고 있는데, 굴비 삼촌이 알아서 녀석을 다시 숨쉬게 만들었다.


“가서 듣보잡 타우 자식한테 전해. 다시 한 번 이 집 근처에서 창룡 놈들이 눈에 띄면 전부 다 눈알을 뽑아주겠다고. 알았어?!”


나와 굴비 삼촌은 마루 바닥에 코를 박고 절을 하는 녀석들을 남겨둔 채로 그 집을 나왔다.


굴비 삼촌 차로 걸어가는데 허름한 봉고차 한 대가 내 시선을 잡았다.


주차되어 있는 대부분의 차들은 고급 외제 차량.


그렇기에 그 낡은 봉고차가 오히려 눈에 확 띄여 보였다.


‘잠깐만....’


저 봉고차.

내가 아는 차다.

어디서 봤더라?


“아!”


나는 다시 반장의 집을 향해 달렸다.


이제서야 떠올리다니.

내가 요새 너무 공부만 했나 보다.


반장의 집에 있던 사채꾼 자식들 네 명은 내가 얼마 전에 새벽 조깅을 하다가 본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이 입고 있는 꽃무늬 남방도 이제서야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녀석들의 멱살을 잡고 그날 일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녀석들은 그냥 중간 보스 형님의 연락을 받고 거기에 가서 모자 쓴 젊은 사내 하나를 중간 보스 형님의 차에 태우고 이미 숨진 노숙자 노인 하나를 꺼내서 산에다 묻은 것 밖에는 모른다고 말했다.


“정말 그 젊은 사내의 정체에 대해 몰라?”

“정말 모릅니다...그날 처음 봤습니다...진짜입니다...살려 주십시오....”


녀석들이 눈물을 질질짜는 모습을 보니 진짜로 더 이상 아는 게 없는 모양이다.


‘창룡이라고?...’


왠지 이 인간 말종 새끼들과 좀 더 엮이게 될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



중간 고사 마지막날.


반장이 학교에 오기는 했다.


하지만 얼굴 표정이 너무 우울해 보여서 말을 걸지는 않았다.


굴비 삼촌의 말에 의하면 반장과 반장의 엄마는 우리가 호텔비를 전부 다 내주겠다고 해도 거절하고 그냥 친척내 집으로 갔다고 한다.


하기사 생판 처음 보는 인상 험한 사람이 와서 호텔비를 내주겠다고 하니 그게 진짜인지 또 다른 사기인지 구별하기 힘들었겠지. 이해는 간다.


“설화야.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로 가자.”


마지막 교시 앞두고 연희가 내 팔을 잡아 끌었다.


“한 교시만 더 하면 집에 가는데 왠 매점?”

“으이구. 적응 좀 하자 응? 원래 이때가 매점 줄이 가장 한가한 거 모르냐?”


몰랐다.

이 시간대에 매점을 가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연희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나는 평소에 비해 굉장히 짧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줄을 서야 하는 매점의 상황에 어이가 없어하면서도 그냥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빨며 걸었다.


"너 그거 알아? 중간 고사 기간에 시험이 끝나고도 계속 남아서 자습 시키는 학교는 우리 학교 밖에 없다는 거?"

"그래? 몰랐어."


처음 듣는 이야기다.


원래 시험 기간에는 시험 끝나면 바로 귀가를 하는 게 국룰이라니....몰랐다.


왠지 알게 모르게 무척이나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꺄아아아아아!”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 소리.


무슨 일인가 하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는 사이에 내 눈에도 비명 소리의 이유가 보였다.


바로 한 여학생이 옥상의 난간에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건....”


그 여학생은 하늘을 향해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더니 자신의 몸을 아래로 던졌다.


그리고 ‘퍼억!’ 하는 소리가 교정을 가득 메웠다.


“......................”


나와 연희는 그 여학생이 누군인지 알아챘다.


바로 장미 언니다.


그렇기에 연희는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연희야! 연희야 괜찮아?!”


하지만 연희는 대답이 없다.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큰 모양이다.


나는 일단 연희를 내버려두고 장미 언니 쪽으로 달려갔다.


언니의 머리가 깨지고 흘러나온 엄청난 양의 피에 다른 학생들은 거리를 벌리며 기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빠르게 언니의 외부를 스캔했다.


칼에 찔리거나, 목이 졸리거나, 총에 맞은 흔적은 없다.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옥상.


바람처럼 날아가 언니가 뛰어내린 장소를 확인했다.


그런데 없다.

아무것도.

타살의 흔적이라고 여겨질 만한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자살이라고?!

장미 언니가?!

왜?!


“말도...안...돼....”



***



그 다음날.


학교는 문을 닫았다.


나는 몰랐는데 시가 삼촌의 이야기에 따르면 작년에도 3학년 여학생 하나가 시험 기간에 옥상에서 뛰어 내리는 사건이 일어나 학교가 문을 닫은 적이 있다고 한다.


물론 치맛 바람 아줌마들의 극성 때문에 단 하루에 그쳤지만.


그 여학생의 경우를 예로 들며, 시가 삼촌은 장미 언니도 성적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게 아니겠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물론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희에게 듣기로는 장미 언니는 과목들의 절반은 1등급 그리고 절반은 2등급을 받는 우수한 성적을 유지한다고 했는데....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목표가 내신 4등급인 나로써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물론 나도 임무 중에 과도한 스트레스로 자살을 선택하는 타겟을 본 적이 있기는 하다.


죽이러 갔더니 벌벌 떨면서 자신의 머리에 스스로 총알을 박아 넣었던 시리아 아저씨.

창문을 깨고 20층 밖으로 스스로 몸을 던진 헝가리 아줌마.

독약을 탄 와인 잔을 단숨에 들이켜 버린 영국 할머니.

등등등.


하지만 그건 전부 다 타인에게 살해 당하는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한 행동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성적은 뭔가?

성적에게 살해 당할 수도 있는 건가?


“하...........”


나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연희네 집을 찾아갔다.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는 연희가 걱정 되어서였는데, 연희 엄마는 가게를 알바생들에게 맡기고 집에서 연희를 돌보고 계셨다.


“연희야.....”


연희는 멍하니 영혼 없는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그녀의 눈에 초점이 돌아오는가 싶더니 내 손을 확 잡았다.


“너. 뭐 아는 거 없어? 장미 언니가 왜 자살했는지? 3주 전에 언니 생일 파티 때만 해도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었잖아? 이게 말이 되냐고?!”

“연희야. 일단 진정 좀 해.”


안 그래도 살짝 걸리는 게 있긴 있다.


내가 장미 언니와 언니의 남친이 밀회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 건 2주 전.


그리고 그 2 주 동안 연희와 나는 장미 언니를 학교에서 거의 보지 못했다.

멀리서 걸어가는 모습을 본 게 한 두 번.

그게 다였다.


혹시 남친에게 차였나?


남친이랑 뜨겁게 달아올랐던 사랑이 빠르게 식어버린 것일까?


하지만 그쪽 분야는 전혀 경험이 없고 지식이 없는 나였기에 그게 과연 자살의 이유가 되는지 가늠조차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내가 아는 것들을 털어 놓기로 했다.


그러자 연희의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되고 말았다.


“너...너...그 이야기를 왜...이제서야 하는 거야?!”

“이거....중요한 정보야?”

“당연하지! 장신우! 그 개자식이 여자 전문 사냥꾼인 바람둥이라는 걸 몰랐어?!”

“아...미안....나는 그냥 장미 언니의 비밀을 지켜줄 생각만 해서...”

“작년에 자살한 3학년 언니도 당시 2학년이던 장신우 그 자식이랑 사귀다가 차여서 자살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시가 삼촌은 그 선배가 자살한 이유가 성적 스트레스였을 거라고 했는데....


“가! 너 같은 배신자랑 더 이상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아!”

“연희야....”

“가라고! 가! 가버려!”


연희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연희네 집을 조용히 나오는 것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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