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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암살 1등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3.12.31 05:40
최근연재일 :
2024.02.03 18:1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016
추천수 :
42
글자수 :
147,926

작성
24.01.28 18:10
조회
50
추천
1
글자
12쪽

호랑이 굴에 들어가려면 작전이 필요하다

DUMMY

스르륵

툭!


목이 돌아간 사내는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백화련의 대모인 ‘백화’ 주변에는 그런 시체가 벌써 세 구나 되었다.


곧이어 그녀의 그림자들인 눈꽃과 밤꽃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고를 해왔고, 거의 동시에 원샷도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다 처리 되었다고 조용히 보고를 올렸다.


“얼마나 되더냐?”

“총 여덟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정찰조 같습니다.”

“훗! 그렇겠지. 자칼 그놈이 아무리 정신이 나갔어도 여기로 기습조를 보낼 베짱은 없는 놈이니까.”

“제가 아가씨를 몰래 쫓아가 시내까지 호위해 드리는 게...”

“원샷. 저 아이가 그리 신경이 쓰이더냐?”

“.................”

“되었다. 이제 저 아이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니라.”


백화는 뒤로 돌아섰다.


“학정우님은 제가 존경하던 분이었습니다.”


원샷의 굳은 목소리.


평소와 다른 그 목소리가 그녀를 다시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원샷. 오늘따라 말이 제법 길구나?”

“아직도 정우님을 원망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때 정우님께서 왜 백화련을 나가셨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흠......”


그녀도 안다.


아니 처음에는 몰랐다.


그 녀석의 배신으로 뼈아파 하며 분노의 세월을 얼마간 보내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왜 그가 자신을 버리고 세상으로 나갔는지.


말을 하지.

말을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녀는 그게 아쉬었다.


그래서 끝내 그를 용서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장례식장에서 그런 자신을 후회했다.


아빠의 죽음에 통곡해 하는 설화, 아니 당시에는 ‘죽음의 꽃’ 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살화를 보면서.


“원샷. 후회라는 걸 해 본 적이 있느냐?”

“안 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그렇긴 하지.....”



***



점심 때쯤에 태백시에 도착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표를 사고 기다리는 동안 원샷 아저씨가 준비해 준 대포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 네. 여보세요?


이 아저씨.

모르는 번호일 텐데 잘도 받네.

아무튼 다행이다.


“에시메드스틸에 학설화에요. 안녕하셨어요?”


내가 인사를 하자 전화기 너머로 헛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 우리 거래는 저번 나운고 남학생들 실종 사건을 덮어주는 것으로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긴 하죠. 검.찰.총.장.님.”


그렇다.


내가 전화 건 사람은 바로 대한민국 검찰의 가장 높은 꼭지점에 있는 사람.

검찰총장 권동율이다.


그리고 나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러시아 마피아가 서울로 진출하며 난리가 났던 시점.


당시 검찰 수사의 총지휘는 대검의 마약.조직범죄 부장 검사였던 권동율이 직접 맡았다.


대검 부장 검사가 전면으로 나설만큼 사태가 심각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러시아 마피아 이 미친놈들이 권동율의 하나뿐인 외동딸 ‘권다은’을 대학교 캠퍼스에서 납치해 버렸다.


그리고 아빠는 러시아 마피아 보스를 암살하고 빠져나오다가 붙잡혀 있던 권다은을 발견하고는 구해 주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댓가는 컸다.


권다은을 구해 주기는 했지만 결국에 자신의 체력이 고갈되어 죽고 말았으니까.


자신의 딸 목숨을 구해준 값으로 권동율은 나중에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나에게 약속했고, 나는 그걸 이미 시가 삼촌을 통해서 나운고 일진들이 실종되었다가 정신병자들이 되어 나타난 사건을 덮는 데에 써먹은 상태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용건이에요.”

- 무슨?

“부정부패로 썩은내가 진동하는 검사가 하나 있는데 어떻게? 관심 있으세요?”

- 내 식구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냐? 그렇게 썩은내가 진동할 정도인데 내가 몰랐다고?

“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죠. 일단 샘플 몇 개를 이메일을 통해서 보내 드릴게요. 살펴 보시고 관심 있으시면 다시 연락 주세요.”

- 원하는 조건은?

“아저씨가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에 따라 달렸죠.”


그리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물지 않고 버티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미끼일 거라는 게 내 짐작이다.


내가 신문사에 확 뿌려 버리면 자신도 옷을 벗어야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조금 뜸을 들이며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나는 속으로 시가 삼촌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가 죽으면서 건네준 USB가 없었다면 이런 거래도 못했을 테니까.


그 USB에는 꽤나 유용한 정보가 많이 들어 있었다.


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어 보니 아는 얼굴이 내 앞에 서있었다.


“아야메짱?!”


나는 순간 긴장했다.


아야메짱은 나랑 굉장히 친한 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친분 자체가 고로케 큰삼촌을 통해 이루어진 관계다.


그 어떤 경우에도 아야메짱이 스승이자 사수인 고로케 삼촌을 배신하는 그림을 상상을 해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 아야메짱은?...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아가씨. 저는 도우러 왔으니까요.”

“도우러?”


나는 아야메짱이 내민 손을 빤히 내려다 보며 저걸 잡아야 하나 어쩌나 한참을 고민했다.


잠시 후.


나는 아야메짱이 모는 스포츠카의 조수석에 올라타 그냥 멍하니 바깥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아야메짱의 설명에 따르면 고로케 큰삼촌도 ‘중립 기어를 박았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아야메짱의 한국어 실력이 엄청 늘었다.

중립 기어라는 표현도 쓸 줄 알고.


아.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한국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아야메짱은 고로케 큰삼촌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설화에게 너무 불공평한 싸움’ 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고, 그녀는 고로케 큰삼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하지만 끝내 소용이 없자, 그녀는 ‘혼자라도 설화를 돕겠다’ 라는 짧은 메모를 남기고 제빵 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근데 저희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바로 에시메드스틸로 쳐들어 가는 겁니까?”

“몰라. 근데 아마 거기는 아닐 거야.”


자칼 삼촌은 분명 나를 제거한 후까지도 염두해 계산을 했을 거다.


그러니 회사 건물을 우리의 싸움터로 삼을 이유가 없다.


그곳에서 싸우면 회사의 물품들이 전부 박살나고 심지어 불이 날 수도 있으니까.


또한 경찰이 들이닥칠 위험성도 크다.


아마도 굉장히 조용하고 인적 없는 곳에다 함정을 파고 기다리고 있겠지.


부르르르르


그때 내 대포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 권동율이네. 자네와 거래를 한 번 더 하도록 하지. 원하는 조건을 말해 보게나.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검찰총장과 통화를 마친 나는 마침내 자칼 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삼촌.”

- 오랜만이다. 설화야.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구나.

“영혼 일도 없는 그런 형식적인 인사는 좀 집어 치우시고요. 본론만 말해. 어디야? 그리고 굴비 삼촌 아직 살아 있는 거 맞아?”

- 굴비는 살아 있다. 그 자식...요새 단식 투쟁 중이다...

“.................”


위험했다.


하마트면 크게 웃을 뻔 했다.


굴비 삼촌처럼 하루에 5끼 정도는 먹어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람이 단식 투쟁이라니.


곧 있으면 세상이 망할 징조다.


그리고 더 웃긴 건 ‘단식 투쟁’ 이라는 말을 할 때 자칼 삼촌의 목소리에서 뭔가 애틋하면서도 짜증이 섞여 있는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잘 안다.

자칼 삼촌이 굴비 삼촌을 얼마나 아끼는지.


개인적인 짐작인데, 자칼 삼촌은 일이 아무리 잘못 되어도 굴비 삼촌을 죽이지는 않을 거다.


뭐 끓어오르는 분노를 못이겨 극심한 고문 정도는 가할 수 있겠지만.


“그럼 굴비 삼촌 굶어 죽기 전에 빨리 구해야겠네. 그러니까 빨리 말해. 어디로 가면 돼?”



***



밤이 늦은 시각.


아야메짱과 나는 자칼 삼촌이 오라고 했던 장소에서 굉장히 먼 곳에 차를 세운 후 걸어서 조심히 접근했다.


그리고 야간 투시경이 달린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폈다.


‘왕궁대학교’ 라고 간판이 걸린 그곳은 폐교가 된지 오래된 대학교였다.


한 왕조가 망하면 신하들이 덩달아 옷을 벗는 것처럼 학교 주변에 생겨났던 상가 건물도 전부 다 비어 있었다.


“아니 어째 저렇게 싸그리 망할 수가 있지?”

“학교를 지은 위치 보세요. 안 망할래야 안 망할 수가 없는 곳에 지어 놨잖아요.”


사실이다.


도대체 이런 버스도 다니지 않을 것 같은 외진 산속에 학교를 짓다니.


그리고 학교 근처는 또 군부대 사격장이다.


어디 무서워서 학교 캠퍼스를 제대로 걸어 다니기나 할 수 있었을려나?


“이게 다 학생들로 돈을 벌어 보려는 장사꾼들이 저지른 일이죠.”


아야메짱의 말에 의하면 학교의 위치도 문제지만, 학교 운영을 교육자가 아닌 장사꾼이 하기 때문에 더욱 문제란다.


사회에서 뭐가 하나 유행한다 싶으면 바로 그거에 맞는 전공 학과를 창설해 신입생들을 모았다가, 그게 시들어지면 학과를 없애고 또 다른 유행타는 전공 학과를 만드는 걸 반복하다 보니 이렇게 망해가는 학교가 많다는 것.


“두고 보세요. 조만간 ‘소셜 미디어 인플러언서’ 라는 전공 학과도 생길 테니까.”

“그건 뭐하는 전공인데?”

“뒷배경에 명품 핸드백 몇 개 얹어 놓고, 비싸고 예쁜 옷을 입은 후에, 화장 떡칠한 얼굴을 카메라에 들이미는 걸 배우는 전공이죠.”

“헐........”


어이가 없다.


그런 걸 대학교까지 가서 배워야 한다고?

뭔가 굉장한 고급 기술이 필요한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연희에게 몇 번 듣기는 했는데, ‘화장’ 이라는 건 정말 복잡하다.


또한 실수해서 중국산 짝퉁 화장품을 사게 되면 한동안 피부과 병원 신세를 지게 될지도 모르기에 화장품 선택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이것저것 배웠는데, 나는 아직도 뭐가 뭔지 잘 이해가 안간다.


그러니 집중 교육이 필요한 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굉장히 잘 나가는 인플러언서들은 돈도 엄청 많이 번데요. 우리처럼 생고생을 하지 않아도 떼돈을 번다니...그점은 부럽기는 해요.”

“그래?........아!”


갑자기 번뜩 스치는 기가막힌 아이디어!


“뭔데요?”

“큰이모! 큰이모를 인플러언서로 쓰는 거야. 큰이모가 원래 화장을 엄청 잘하잖아?”

“큰이모면.....백화련의 대모님을 말씀하시는 거죠?”

“응!”

“푸하하하하하!”


아야메짱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아니 야밤에 그렇게 크게 웃으면 우리의 위치가 발각될 수도 있는데 말이지...


그리고 왜 저렇게 처웃고 지랄인 걸까?

나는 나름 진지하게 말했건만.


내 머리 속에 떠오른 그림은 화사하게 화장한 큰이모가 카메라 앞에 앉는 거다.


돈도 많으니 명품 가방이나 비싼 브랜드의 옷도 쉽게 살 수 있는 재력도 된다.


게다가 현장에서 직접 뛰는 일도 더 이상 하지 않으니까 시간도 남아 돈다.


‘완전 딱이구만....’


뭐. 됐다.


일단 할 일에 충실하기로 했다.


파악한 결과 세 개의 건물에 흩어져 있는 스나이퍼는 총 10명.


정문으로부터 학교 건물들까지를 지키고 있는 조폭 덩치들은 대략 20명.


물론 그게 다는 아닐 거다.


야밤이니까 경계 근무는 소수로 세워 놓고 대부분은 잠을 자고 있을 테고, 그리고 건물들 뒤쪽에 있는 학교 운동장은 우리 위치에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도 대충 짐작은 할 수 있다.


거기에도 뭐 대충 수십 명 정도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겠지.


우리는 상의 끝에 다음날 해가 뜬 다음에 쳐들어 가기로 했다.


야밤에는 건물이나 발 아래에 설치된 부비트랩들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백업이 없는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저곳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약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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