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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암살 1등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3.12.31 05:40
최근연재일 :
2024.02.03 18:1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015
추천수 :
42
글자수 :
147,926

작성
24.01.14 18:10
조회
71
추천
2
글자
12쪽

맛있는 것은 업계를 가리지 않고 통한다

DUMMY

“진짜로 맛있는데 장사가 잘 안된다는 게 말이 돼?”


나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에 하나를 발견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 명문동의 럭셔리 선호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


연희가 우울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끝을 흐리자 장미 언니가 대신 설명해 주었다.


명문동의 부자집 아줌마들은 ‘맛’도 중요하지만 ‘럭셔리’도 중요하고, 만약 그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럭셔리’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연희 엄마가 아무리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도 가게 자체가 너무 후지기 때문에 그곳을 방문하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는 것.


연희네 엄마도 가게를 멋지게 꾸미고는 싶지만 워낙 빚도 많고 더 이상 대출 받을 곳도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저러고 있다고 한다.


“엄마가 전화로 건물 주인한테 사정사정 하는 거 우연찮게 들었어....요샌 월세도 잘 못 내나 봐...”


연희는 울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두운 표정을 숨기고 일부러 밝게 웃지도 않았다.


“괜찮아 연희야. 다 잘 될 거야. 우리 엄마가 너희 엄마 반찬 가게 홍보도 많이 해 주고 계시니까 조만간 장사가 다시 잘 될 수 있을 거야.”

“......................”

“우리 이러지 말고 소화도 할 겸, 기분 전환도 할 겸, 노래방 가자!”


장미 언니가 연희의 손목을 잡아 당기며 일어났다.


“훗! 그러자. 또 생일 파티의 피날레는 노래방 아니겠어?”


그러자 연희도 다시 웃어 보이며 답했다.


“어....잠깐. 내가 아는 노래방이 있는데?”


내 제안으로 우리는 내가 건물주인 지하 코인 노래방으로 갔다.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그곳은 완전 우리의 독무대가 되었다.


그런데 연희와 장미 언니는 같이 노래방을 간 경력이 많은지 듀엣으로 잘도 부른다.


그 둘은 자신들의 레퍼토리는 항상 이곡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면서 <베텔기우스>라는 노래를 마지막 곡으로 골랐다..


“우와.......”


그 둘의 하모니는 정말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훌륭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지하에 있는 수련장에 땀을 쏟고 있는 굴비 삼촌을 찾았다.


“삼촌 밥 먹었어?”

“응. 지금 시간이 몇신데. 진작에 먹어부렀지. 그란데 와그라냐?”

“또 먹을 수 있지?”

“으....응? 그라긴 하제....아! 그나저나 고로케 큰 성님한테서 연락 왔는디?”

“어 그래? 뭐래?”

“너희 학교 일진 아그들 싸그리 다 사인 해부렀다고.”

“오케이!”


나는 핸드폰을 꺼내 회사의 사이버팀 직통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준비한 것들을 바로 풀라고 말했다.



***



광수대의 백창일 형사는 보드판에 붙어 있는 나운고 남학생들의 사진과 인적 사항을 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주위에서는 십중팔구 돈을 노린 납치 사건일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서민층 집 자식들이 같이 끼어 있는 건 범인들이 공통점을 없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라며.


하지만 광수대에서 밥을 오랫동안 먹어온 베테랑 백형사의 감에는 뭔가 다른 게 느껴졌다.


‘돈을 노린 납치 사건이라면 왜 관리하기가 좀 더 쉬운 여학생들은 빼고 남학생들만 납치했단 말인가?’


이게 그의 마음 속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백형사님. 서울중앙지검에서 또 연락와서는 책상에 앉아 느그작거리는 놈은 당장에 옷을 벗기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합니다.”

“막내야. 그거 공식 채널로 온 연락 맞냐?”

“에이~ 설마요. 완전 비공식 채널이죠. 근데 퇴근 안 하세요? 오늘은 꼭 들어가 봐야 한다면서요?”

“아.......”


아까 오전에 와이프에게 연락이 왔었다.


오늘 밤 늦게 VIP 고객의 애완견 미용 예약이 잡히는 바람에 늦어질 것 같으니 오늘 생일을 맞이한 장미를 자기 대신 좀 잘 챙겨달라고.


그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직장에서 짤리는 게 빠를까? 아니면 와이프에게 짤리는 게 빠를까?


왠지 둘 다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 그런 걸까?


그는 일단 장미만 잠깐 보고 다시 돌아오려는 마음으로 차키를 챙겼다.


그리고 딸에게 전화에서 어디냐고 물어 보니 연희네 엄마 가게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와서 쉬고 있단다.


낭패였다.


생일 선물로 딸이 좋아하는 연희네 엄마 가게의 반찬을 잔뜩 사서 갈려고 했더니, 벌써 그걸 저녁으로 먹어 버렸다고?


그럼 뭘 사가야 하지?


백형사는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졌다.


‘케익? 아니면....와이프 생일때 했던 것 처럼 현금을 봉투에 담아서....’


그런데 그때 김형사가 뛰어왔다.

“백형사님! 백형사님! 이것 좀 보십시오.”

“뭔데 또 난리냐?”


납치범이 드디어 연락을 해 온 것일까?

그의 심장이 살짝 두근거렸다.


“이..........건?!”


그는 김형사의 핸드폰에서 보여지고 있는 사진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해석하기 위해 두 눈을 몇 번이나 깜박거려야만 했다.


“방금 전부터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계속 올라오고 있구요.”

“그러니까.....이 녀석들이 단체로 태국 관광을 갔다고?”


그랬다.

적어도 사진들로 봐서는.


사라진 10명의 나운고 남학생들의 SNS에는 녀석들이 태국 관광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 태국에서 불태우는 우리 나운고의 우정!

- 나운고여 영원하라!

- 우리는 입시 지옥을 거부하는 아름다운 청년들.

- 엄마. 아빠. 우리는 무사히 건강하게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우릴 찾지는 마세요.

-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은 엿이나 처먹어라!

- 우리의 자유로운 영혼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근데....단체로 미치지 않고서야....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막내가 혼자서 중얼거린 이야기이지만 백형사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돈 많은 집의 자식들이지만 10명씩이나 단체로 학교를 빼먹고 관광 여행을 갔다고?


그리고 이중에 몇 명은 곧 있으면 수능을 봐야 하는 수험생들인데?


“김형사. 너는 지금 각 가정에 배치되어 있는 순경들에게 연락해서 부모님들한테 빨리 아이들한테 전화나 문자 해보시라고 전해.”

“네.”

“막내야.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크레딧 카드 명세서 확인할 수 있도록 승인 받았지? 그것 좀 빨리 확인해 봐라.”

“네!”


그리고 얼마 후.


딸에게 생일 축하한다며 현금 봉투와 수퍼마켓에서 산 컵라면 한 박스를 선물로 건네고 다시 집을 나서려던 백형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리고 막내가 진짜로 태국에서 크레딧 카드가 사용된 기록들이 떴다고 알려왔다.


전화를 끊은 백형사는 피식 웃으면서 오늘은 그냥 이대로 퇴근하기로 마음먹었다.



***



다음 주 월요일.


추석 연휴를 마치고 등교를 하자 얼굴에 다크 서클이 한가득한 연희가 멍하니 나라 잃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너 왜 그래?”

“설화야....나 과로사로 죽으면 산재 좀 신청해라.”

“뭔 소리야?”


연희의 설명에 의하면 장미 언니 생일 파티 날 밤 10:28분.


엄마가 가게 문을 닫기 2분 전에 덩치가 곰만한 아저씨 한 명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갈치조림과 소스에 밥을 10공기나 비벼 먹는 상상을 초월한 식성을 보여주고는 정말 맛있다며 내일 또 오겠다는 말과 함께 오만원권 4장을 테이블 위에 팁으로 두고 갔다.


그 다음 날.


가게 문을 열자마자 버스 한 대가 가게 앞에 섰다.


그리고 양복 정장을 차려 입은 삼십여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가게 안으로 들어와 미친 듯이 음식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그중에 어떤 아저씨가 ‘사장님! 여기 양낙제갈이 부족합니다!’ 이러는 거야. 그건 아는 사람이 몇 안되는 용어인데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


연희는 자신의 영혼을 침대맡에 두고온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서.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무슨 상관이라니? 그 걸신들린 아저씨 아줌마들이 그 다음날에도 또 왔다고! 이번엔 사람들이 더 늘어나서 버스 두 대가 왔다고! 그 다음날은 추가 도시락 주문 100개까지 했다고! 알바도 안쓰는 우리 엄마가 나를 가만히 나뒀겠냐?!”

“아....엄마 도와 일하느라 피곤한 거구나?”

“그렇다고! 황금 같은 추석 연휴에 우리 불쌍한 모녀는 하루에 잠을 서너 시간밖에 못자며 미친 듯이 일만 했다고....이게 뭔 대참사람....”

“큭큭큭.”

“너 지금 웃은 거냐? 친구의 비극에 처웃고 자빠지다니! 안되겠다. 넌 좀 맞자!”

“풉하하하하!”



***



“가만 있어 봐. 내일 모레가 벌써 6일이잖아?”


나는 또 다시 안 풀리는 수학 문제에 내 영혼이 육체를 이탈해 도망가려는 것을 잡아당기며 말리다가 우연찮게 본 달력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달 6일.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날이다.

바로 여자의 마법이 생기는 날.


나의 경우는 엄청 강력한 저주 계열의 흑마법이다.


그놈의 생리통은 어찌나 심한지 내 커리어에 심각한 장애로 작용하고 있을 정도니까.


아무튼 그날은 아무런 운동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요새는 바쁜 학교 생활 때문에 거의 하지 않았던 새벽 조깅을 내일 아침에 하기로 했다.


운동은 매일하지 않고 몰아치기로 하는 게 별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라도 해야 정신적 위안이 되니까.



그 다음날 새벽 4시 30분.


“젠장....”


하늘은 한달에 한 번 저주를 내리는 것도 모자라 내 특별 운동 스케줄도 방해하고 싶은 모양이다.


어젯밤부터 흐렸던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달렸다.


상쾌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 조깅 끝에 어느 정도 상쾌해질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그런데 한강에 있는 공원 근처를 지날 때였다.


저기 공원 쪽으로 나가는 터널 안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나는 잠깐 발을 멈추고 귀를 쫑긋하게 세웠지만 다시는 들리는 않는다.


‘잘못 들은 건가?’


그럴 수 있다.

주위에 빗소리가 너무 강했으니까.


난 무시하고 다시 뛰었다.


하지만 한 30미터 정도 가다가 다시 이내 발걸음을 돌려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최고의 킬러가 되기 위해 수없이 단련된 나의 청력.

그걸 의심하다니.

요새 내가 많이 물렁해 졌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아까 내가 잘못들은 것이라고 판단했던 소리는 분명 사람의 비명 소리가 확실했다.


나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터널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부우우웅!

끼이이익!


왠 낡은 봉고차 한 대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는 터널 입구 앞에 서는 게 아닌가?!


나는 황급히 몸을 숨겼다.


딱 봐도 건달처럼 보이는 꽃무늬 남방의 사내들 네 명이 봉고차에서 황급히 내려 터널 안쪽으로 뛰어가더니 잠시 후에는 어떤 사내를 거의 질질 끌고 나오기 시작했다.


‘납치?’


나는 납치 사건이라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세울려다가 다시 황급히 주저 앉았다.


아니 내가 왜 납치 사건에 나선다 말인가?


남이 남을 납치하는 거랑 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게다가 저 건달들이 우리 업계의 다른 회사랑 연결된 사람들이라면 영업 방해로 귀찮은 불협음이 생겨날 수도 있는 문제다.


‘아....아무래도 나 요새 사탐 공부를 너무 열심히 했나 봐.’


이제 보니 도덕과 윤리 과목도 수학만큼이나 무섭다.

찰나이긴 했지만 나를 움직이게 만들다니.


나는 잠시 몸을 숨긴 채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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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것은 업계를 가리지 않고 통한다 24.01.14 7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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