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암살 1등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3.12.31 05:40
최근연재일 :
2024.02.03 18:1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017
추천수 :
42
글자수 :
147,926

작성
24.01.10 18:10
조회
121
추천
2
글자
12쪽

호떡 포장마차에서는 소주를 살 수 없다

DUMMY

그날 밤.


“으으으....”


나는 한 시간째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포기하고 고개를 들어올리다가 내 뒷목이 상당히 뻣뻣해져 있음을 느꼈다.


이건 큰일이다.


나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몸이 경직되는 상황이 발생하다니.


수학 문제가 건강에 엄청나게 해롭다는 걸 확실히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참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학교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기 위해선 이렇게 건강에 해로운 걸 열심히 해야 한다니.


나는 컨디션 회복 차원에서 땀복 안쪽에 납주머니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밤 조깅을 조금 하기로 했다.


“삼촌. 나 잠깐 나갔다 올게.”


그런데 아무 대답이 없다.

어디 갔나?


아무튼 이놈의 집구석은 너무 커서 문제다.


조용히 말해도 상대방에게 들릴 정도의 규모가 딱 적당한데, 쓰잘데기 없이 이런 커다란 저택을 구해가지고...


굴비 삼촌이랑 나랑 숨박꼭질 놀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때우라는 배려인가?


나는 집을 나선 후 별빛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칙칙한 밤 하늘을 보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원 옆에 있는 농구장 근처를 지나고 있을 때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철썩!

퉁! 퉁퉁퉁.

철썩!


누군가가 농구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점프를 하지 않고 그냥 선 자세로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정확하게 슛을 꽂아 넣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가로등은 농구 골대와 제법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가로등 불빛이 농구 골대의 기둥 아래쪽을 어느 정도 희미하게 밝혀 주긴 했어도, 공이 통과해야 하는 림은 거의 어둠에 묻혀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어둠을 뚫고 정확한 샷을 만들어 내는 수준이라니?


‘어....?’


누군지 궁금해서 잠깐 멈춰서서 살펴보니 내가 아는 사람이다.


약간 큰 키.

약간 절룩거리는 왼쪽 다리.

바로 남우혁이었다.


‘농구부의 에이스 슈팅가드였다고 하더니 진짜였나 보네.’


연희 말에 의하면 남우혁은 농구 특기 장학생으로 나운 고등학교로 진학한 케이스라고 한다.


하지만 여름 방학동안 있었던 시합에서 큰 사고가 생겨 왼쪽 무릎의 십자인대가 완전 파열되는 바람에 ‘불운의 스타’ 라는 딱지를 이마에 새기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우혁의 핸드폰에서 벨 소리가 났다.


“어 할머니...할머니?! 무슨 일이야?! 천천히 좀 말해 봐! 할머니?!”


녀석은 갑자기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왼쪽 무릎의 불편함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빨리 달릴려다가 벌써 두 번이나 넘어졌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열심히 달렸다.


‘음.....’


나는 호기심이 일었다.



***



“씨발 손님이 왕인 거 몰라?!”

“서비스를 이따구로 하면 장사 접어야지!”


사내 네 명이 포장마차를 마구잡이로 때려 부수며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저기 학생들. 이러지 말고...진정을 좀...”


등이 살짝 굽은 할머니는 어떻게든 사내들을 말려 볼려고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그녀의 연약한 손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씨발 할망탱이! 돈 냈잖아! 돈을 받아 처먹었으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거 아냐?! 이거 놔!”


사내가 할머니의 손을 격하게 뿌리치자 할머니는 그 충격에 뒤로 나가 떨어지며 보도블럭 가장자리에 머리를 찧었다.


충격이 심했는지 할머니는 몸을 파르르 떨면서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남우혁이 현장에 도착했다.


“할머니! 할머니! 야 이 개새끼들아! 너희들 뭐야?!”

“어.....?”

“어라? 남우혁?”


남우혁도 자신을 바라보는 네 명의 사내 녀석들을 알아봤다.


바로 나운 고등학교 1학년 일진 짱인 드라이버 녀석과 똘마니 세 명이었다.


“아아. 남우혁 너네 집이 졸라 찌질하다고 들었는데 여기가 너네 집 밥줄이었냐? 와....씨발. 어쩐지 서비스가 졸라리 폐급이라더니. 이제 보니 집안 내력이었네.”

“하하하하!”


드라이버와 똘마니들은 뭐가 재밌는지 배를 잡고 웃어댔다.


그사이 남우혁은 할머니가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안도해 하면서 그녀를 좀 더 편안 자세로 눕히고는 다시 드라이버 쪽으로 걸어왔다.


“너희들 먼저 전부 변상해라. 죽은 다음에는 돈을 못 내니까.”


- 오오오. 씨발 좆밥 가오 쩐다? 하하하!

- 야. 이런 폐급 호떡 포장마차는 얼마면 변상이 되냐? 이천원? 카하하하!

- 소주 사오라고 돈을 지불했는데 서비스를 거부했으니 돈은 씨발 오히려 우리가 받아야 하는 아니냐? 정신적 피해 보상 목적으로.


“그러니까...호떡이랑 토스트만 파는 포장마차에 와서 소주를 시켰다고?....”


남우혁의 시선에 저기 한쪽 바닥에 물에 젖고 신발 자국이 잔뜩이 새겨진 오만원 짜리 지폐가 보였다.


뽀드득!


그는 뼈가 부셔져라 강하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남우혁. 또 처맞고 싶은 거냐? 이번엔는 피도 좀 봐야 될 거다.”


뒤에서 가만히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리고 있던 드라이버 녀석이 허리 뒷춤에서 십자 드라이버를 꺼내 들며 앞으로 나섰다.


“벌써 잊은 것 같은데, 죽는 건 너희야.”

“너야말로 자꾸 네 좆밥 신세를 까먹는 것 같은데 말야. 농구부가 더 이상 커버 안 쳐 준다는 거 또 잊었냐?”


그걸 모를리가.

남우혁도 잘 알고 있었다.

3학년 일진 짱이 농구부 주장과 매우 각별한 사이라는 걸.


그래서 자신이 농구부 소속일 때는 일진들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았다.


자신도 일진들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충고를 반복적으로 들었고.


하지만 자신이 방학 동안에 무릎을 다치고 농구부에서 거의 방출되다시피 하면서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기 시작하자 그 보호막과 경계선이 무너져 내렸다.


자신이 어제 저 녀석들에 린치를 맞았을 때도 패배했다는 사실보다는 더 이상 농구부 소속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들에게 이토록 비참하게 버려졌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했었다.


도움은 없다.

자신도 안다.

심지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행인도 없다.


사실 있긴 있다.


술에 취해 비틀비틀 걸어가다가 이곳 상황을 보고 싸움 났다고 신고하려 핸드폰을 꺼내다가 실수로 하수구에 빠뜨려 그걸 찾겠다고 땅바닥을 기고 있는 반 대머리 직장인 아저씨.


약을 했는지 아니면 술을 꼭지가 돌도록 처먹었는지 영혼 일도 없는 눈빛으로 전봇대에 기대고 앉아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노숙자 할아버지.


배달 가는 길에 잠깐 멈춰서서 이쪽을 바라보며 히쭉히쭉 쪼개고 있는 핑크색 머리 배달 라이더.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싸움에 도움이 될 인간은 없었다.


그러니 혼자서 해내야만 했다.


“덤벼! 이 개새끼들아!”


남우혁은 최대한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그건 자신의 생각이고, 다른 이가 볼 때에는 불편한 무릎 때문에 그의 속도는 그다지 빨라 보이지 않았다.


“야! 조져!”


남우혁은 자신의 주먹이 몇 번이나 목표물에 적중했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자신의 신체에 쏟아지는 주먹과 발길질은 그것보다 몇 배나 더 많았다.


그리고.


“큭!......”


아랫배가 시큼하다 싶더니 피가 흘러 나온다.


아무래도 드라이버 녀석의 십자 드라이버가 자신의 내장 관광을 한 번 하고 간 모양이다.


쿵!


“................”


비틀거리는 사이에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


벽돌에 맞았다.


‘할머...니.....’


그는 앞으로 고꾸라지며 눈을 감으면서도 할머니를 걱정했다.


“씨발 좆도 아닌 새끼가 말야.”

“퉷. 재수 없는 새끼.”

“야. 가자!”


드라이버와 똘마니들은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연속해서 세 번이나 들리자 드라이버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어.......씨발?”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이해할 수 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뒤를 따라 희희낙낙거리며 걷고 있던 애들 3명은 어느새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어떤 땀복에 신문지로 대충 얼굴을 가린 여자애 하나가 대신 서있었으니까.


“그냥 가게?”

“넌....씨발 뭐냐?”

“저기 포장마차 수리비랑 두 명분 치료비 내놓고 가. 그러면 목숨은 살려줄게.”

“아놔...씨발...어이가 없네...이 미친년이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드라이버는 자신의 피묻은 십자 드라이버를 다시 꺼내 들었다.


“넌 그걸로 나를 찌르려는 순간에 바로 죽어. 그래도 괜찮겠어?”

“이 씨발년이! 입을 찢어 –“


드라이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목을 휘감는 거대한 팔뚝 때문에 그랬는데 그는 이제 허공에 매달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설화야. 이 존만한 아그는 뭐다냐?”

“멈춰! 삼촌!”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굴비 삼촌은 힘이 장사다.


그가 드라이버 녀석의 목을 멸치 대가리 따듯이 ‘톡’ 하고 따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내가 직접 처리하고 싶었다.


“삼촌. 지금 돈 얼마나 가지고 있어?”

“으응? 돈?....아니 긍께...니 연락 받고 급하게 오느라...지갑에 한 오백만원 있을 건디?”

“그 정도면 됐어. 그 돈 전부 저 자식 주머니에 쑤셔 박고 내려줘.”


굴비 삼촌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일단 내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아까 보니까 돈을 지불하면 그에 맞는 서비스를 무조건 받아야 한다고 우기던데 말야. 자. 나도 얼마 안되지만 지불했으니까 내가 원하는 서비스 좀 해 봐.”

“컥...컥....뭘?...”

“뭐긴 뭐야?. 죽음의 서비스지. 나한테 덤벼 보라고. 죽는다는 걸 절대로 잊지 말고 말야.”


드라이버 녀석은 아직도 목이 아픈지 인상을 잔뜩 쓰면서도 허리춤에서 일자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있던 십자 드라이버를 왼손으로 바꿔쥐고 일자 드라이버를 오른손에 쥐었다.


“헐.....”


녀석의 필살기가 일자 드라이버인가?

제법 감동이다.

혹시 몇 대 쳐맞으면 육각 드라이버도 꺼내 들지 않을까?


“씨발년...넌 오늘 상대를 잘못 골랐어!”


일자 드라이버가 내 오른쪽 눈을 향해 빠르게 공기를 찢었다.


그래도 악바리 근성이 조금은 있는 녀석인가 보다.


굴비 삼촌 같은 덩치가 뒤에 서있으면 보통은 겁부터 먹고 바지에 오줌을 지리던데 말이지.


아무튼 나는 그냥 손바닥을 그 드라이버의 궤적에 슬쩍 올렸다.


드라이버 녀석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인다.


승리를 확실하는 모양이다.


그렇겠지.

자신의 일자 드라이버가 내 손바닥을 꿰뚫음과 동시에 울려 퍼질 처절한 비명 소리를 상상하고 있겠지.


그런데 어쩌나?


그딴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텐데.


일자 드라이버가 내 손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통과했다.


“............??!!”


살을 뚫고 피를 뿜어대며 관통한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갔다?!


드라이버 녀석은 자신이 뭘 본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사이 녀석의 손목을 꺾어 일자 드라이버를 빼앗은 후에 녀석이 하려고 했던 것을 그대로 해줬다.


“끄아아아아!”


짜식. 오른쪽 눈 하나 잃었다고 엄살이 꽤나 심하다.


아까 살짝 보였던 악바리 근성은 어디로 간 거야?


좀 더 악을 써보라고.


히지만 녀석은 이미 몸 전체가 밀가루 반죽 밀대가 되어 데굴데굴 바닥을 굴러 다니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굴비 삼촌이 구두발로 녀석의 이마를 밟으며 고정시켰다.


“설화야. 자칼 성님이 니 그거 함부로 드러내면 안된다고 하셨는디...”

“괜찮아. 이 자식 이제 곧 죽을 거니까. 자칼 삼촌한테는 내가 직접 말할 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암살 1등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후기 24.02.03 20 0 -
27 그래도 치워야 할 쓰레기는 아직 많다 - 최종화 +2 24.02.03 41 1 16쪽
26 역시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24.02.02 42 1 12쪽
25 선을 많이 넘으면 아웃이 되고 만다 24.02.01 47 1 13쪽
24 킬러들의 세상에도 격이 다른 존재가 있는 법이다 24.01.31 43 1 12쪽
23 S급 킬러들도 돈을 좋아한다 24.01.30 46 1 12쪽
22 군사 작전 지역에 민간인은 허락되지 않는다 24.01.29 46 1 14쪽
21 호랑이 굴에 들어가려면 작전이 필요하다 24.01.28 51 1 12쪽
20 암살 1등급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4.01.27 54 1 12쪽
19 소개팅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 24.01.26 56 1 12쪽
18 세상에는 아직 좋은 사람들이 남아 있다 24.01.25 57 1 12쪽
17 뛰어난 능력은 관심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24.01.24 61 1 12쪽
16 내신 등급은 자신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24.01.23 62 1 12쪽
15 가까운 자의 배신은 뼈아픈 법이다 24.01.22 58 2 12쪽
14 죽음은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다 24.01.21 68 1 12쪽
13 먼저 실실 쪼개면 나중에 큰코다친다 24.01.20 70 2 12쪽
12 친구는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 (2) 24.01.19 70 2 12쪽
11 친구는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 (1) 24.01.18 64 2 12쪽
10 복수에도 물밑 작업은 필요하다 24.01.17 67 3 12쪽
9 우리 학교의 옥상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린다 24.01.16 66 2 12쪽
8 누구에게나 비밀은 하나씩 감추어져 있다. 24.01.15 68 2 12쪽
7 맛있는 것은 업계를 가리지 않고 통한다 24.01.14 72 2 12쪽
6 세상에는 멈출 수 없는 음식이 있다 24.01.13 82 2 12쪽
5 빵을 사랑하면 거기에 맞는 학교로 가라 24.01.12 94 1 12쪽
4 빵과 물만두는 어울리지 않는다 24.01.11 100 0 12쪽
» 호떡 포장마차에서는 소주를 살 수 없다 24.01.10 122 2 12쪽
2 빵을 사랑하면 SNS 스타가 될 수 있다 24.01.09 156 3 12쪽
1 빵을 위해서라면 세금을 내야 한다 24.01.08 253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