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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암살 1등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3.12.31 05:40
최근연재일 :
2024.02.03 18:1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026
추천수 :
42
글자수 :
147,926

작성
24.01.17 18:10
조회
67
추천
3
글자
12쪽

복수에도 물밑 작업은 필요하다

DUMMY

다시 학교가 문을 연 날.


연희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직접 발품을 팔아 장신우에 대한 정보를 캐야만 했다.


일단 녀석의 부모가 뭐하는 사람들인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녀석이 왜 방탄 유리가 달린 롤스로이드를 타고 다니는지에 대한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니 나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알아낸 건 연희의 말대로 녀석이 굉장한 바람둥이라는 거다.


녀석은 일단 내가 보기에도 엄청나게 잘생겼다.


'화장을 하고 다니는 걸까?' 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새하얀 피부에, 조각처럼 생긴 미소년의 얼굴.


마치 영화에 나오는 귀공자 스타일 같다.


연예인을 하면 딱일 것 같은데...뭐. 집에 돈이 많은 것 같으니까 굳이 그런 생고생을 할 필요는 없지 싶다.


아무튼 장신우 저 녀석은 원래 ‘연상 킬러’ 여서 1학년 때부터 2학년 또는 3학년 여자 선배들 하고만 사귀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이 3학년으로 올라서고 더 이상 건드릴만한 연상의 여자가 없자 그제서야 동급생이나 아래 학년의 예쁜 여자애들한테 관심을 돌렸다나?


아무튼 그렇다.


1학기때 사귀었던 3학년 여학생 동급생 한 명은 차인 후에 너무 상심한 나머지 전학을 갔다고 하고, 또 다른 2학년생 한 명은 여름 방학 이후부터 더 이상 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어떻게 됐는지 모를 일이었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몰래 전학을 가지 않았겠느냐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그럼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녀석이랑 헤어진 여자들은 왜 전부 사라지는 것일까? 도대체 데이트를 얼마나 무식하게 하길래?’


뿌드득!


나는 저 멀리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매점으로 향하는 장신우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다음날.


학교에 등교해 보니 내 뒷자리에 연희 대신에 동구가 앉아 있었다.


연희는 동구 자리에 앉아 있고.


“아...미안...연희가 무조건 바꿔 달라고 부탁을 해서....”


물론 동구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연희의 얼굴을 옆에서 힐끗 쳐다보니 뭔가 다르다.


보통은 기본 화장만 하고 다니는 애인데 오늘따라 메이크업이 꽤나 화려하다?


속눈썹 화장도 한 것 같고, 심지어 손톱도 투명 매니큐어를 발라 제법 반짝인다.


엄마 반찬 가게 일을 자주 도와야 하기에 저게 유행이어도 절대 바르지 않는 녀석이었는데....


나는 1교시가 끝나자마자 연희에게 말을 걸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연희는 나를 본체만체하고는 도망치듯 교실문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2교시가 시작하고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기 시작할 때가 되서야 교실 뒷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왔다.


연희는 쉬는 시간마다 그리고 점심 시간에도 똑같은 패턴을 유지했다.


그래서 연희가 어디가서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집에 와서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내 봤지만 녀석은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다음날.


나는 마침내 연희가 뭘 하고 다녔는지 알게 됐다.


연희는 장신우 옆에 몰려다니는 여학생들 중에 한 명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다른 여학생들은 감히 엄두도 못내는 장신우의 팔짱을 자기 맘대로 끼려는 시도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장신우와 그의 치어리더들이 향하는 길을 막아섰다.


“뭐지?”


장신우 자식이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하지만 나는 그 자식이랑의 대화를 거부하고는 일단 연희의 손목을 잡고 한적한 곳으로 강제로 끌고 갔다.


“아파! 아프다고! 이것 좀 놔!”

“무슨 짓이야?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난 너랑 할 이야기 없어! 내가 알아서 다 잘 할 테니까. 나 좀 내버려 두라고!”


연희는 내 귀에 고함을 버럭 지르고는 등을 돌려 다시 왔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희야. 만약에...정말 만약에...복수를 할 생각이라면 말야. 그거 나한테 맡겨 주면 안 돼?”


내 말에 연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하지만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녀석의 숨결에서 묻어 나오는 떨림이 아주 잠시 느껴졌지만 그뿐이었다.


녀석은 다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부르르르르


연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주머니에서 울리는 문자 알림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시가 삼촌의 메세지.


알고 보니 장미 언니의 아빠가 형사란다.

그것도 광수대 형사.


공무원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던 것 같은데 광수대 형사인 줄은 몰랐다.


아무튼 그 형사 인맥으로 부검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는데, 확인 결과 외부에서 보이는 상처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약물에 관한 혈액 검사 결과는 하루 이틀 더 걸릴 것이라고 하고.


그렇게 장신우의 목숨은 하루가 더 연장되었다.


현재 내 심정은 ‘제발 하나만. 딱 하나만. 아무거나 걸려라’ 다.


장신우 그 개새끼가 장미 언니의 자살에 영향을 줬다는 게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발견되면 그날. 장신우는 내 손에 반드시 죽는다.



***



삼일이 지났다.


오늘 장미 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역시나 찬바람이 쌩쌩부는 연희에게는 말 한마디도 못 붙여봤다.


나는 장례식이 끝난 후 굴비 삼촌에게 바로 회사로 가자고 말했다.


‘에시메드스틸’


이 회사가 바로 아빠가 고로케 삼촌이랑 같이 밑바닥부터 일으킨 철강 회사로 지금은 어엿한 중견 기업으로 인정 받고 있다.


물론 그건 평범한 사람들이 봤을 때 이야기고, 우리 살인청부업계에서는 당연히 대한민국 최고의 회사다.


압도적인 부동의 1위.


아빠는 회사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이는 사무직원들을 빠르게 지나쳐 시가 삼촌의 방문을 발로 차며 들어갔다.


“삼촌! 도대체 장신우와 그 자식 집안에 대해 알아내는데 왜 이리 오래 걸리는 거야?!”


이게 오늘 내가 여기에 직접 따지러 온 이유다.


뭐 일급 군사 비밀을 캐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이삼일 안이면 장신우, 그리고 그 자식의 아빠, 그리고 그 아빠가 숨겨 놓은 젊은 애인의 팬티 색깔까지 전부 다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안뇽! 우리 예쁜 설화. 나도 오랜만에 네 얼굴을 직접 보니 반가워!”

“지금 장난할 기분 아니라고 삼촌!”

“일단 좀 워워 하시구여....인상을 자꾸 쓰면 예쁜 얼굴에 주름 생겨 설화야.”

“삼촌!”

“사실 일이 좀 복잡해.”

“뭐가?! 장신우 그 자식이 시가 삼촌 여친의 아들이라도 돼?!”

“아니. 하지만 타우창의 아들이다.”


대답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돌아 보니 그곳에는 자칼 삼촌이 서있었다.


“타우....창?”


어디선가 들었던 이름.


“아! 거시기....사채꾼 놈들?!”


굴비 삼촌의 말에 나도 그제서야 기억을 떠올렸다.


“근디....아빠는 창씨고 아들은 장씨라고라?”


그러자 시가 삼촌이 피식 웃는다.


나는 시가 삼촌의 웃음에 담긴 의미를 바로 알아차렸다.


영어로 ‘Chang’ 이라고 쓰는 중국 성씨는 창, 쳉, 장, 등등으로 발음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 ‘장’씨로 발음되어 쓰여진다.


즉, 장신우는 가리봉동을 꽉 잡고 있는 사채업자 보스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너무 더러워서 손대기가 꺼려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아니. 아직 뭐가 더러운지 잘 모르니까 함부러 움직이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거다.”

“웃기지마! 삼촌들이 그걸 아직 못 알아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나는 자칼 삼촌의 눈을 매섭게 노려봤다.


하지만 꿈적도 안한다.


하기사 자칼 삼촌은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포커페이스를 만드는 게 특기 중에 하나이니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굴비 삼촌 얼굴은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니 패스.


시가 삼촌 얼굴은....내 시선을 피한다?


“시가 삼촌. 빨리 다 불어. 안 그러면 조카가 미친년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 보시던가?”


그러자 그는 자칼 삼촌의 눈치를 한 번 보더니 시가에 불을 붙이며 드디어 뭔가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후~~ 확인 결과 백장미에게는 핸드폰이 두 개였어. 하나는 원래 자신의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대포폰.”

“대포폰?”

“그래. 짐작이지만 아마도 거기에 모든 비밀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비밀리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걸 장미의 아빠인 백창일 형사가 몰래 빼가서 독점하고 있다고 하고.”

“그 아저씨는 친족 관계 사건이라 직접 조사를 못하게 되어 있잖아?”

“그러니까 몰래 빼갔겠지. 광수대에 오래 있었으니까 인맥도 많을 테고. 아마도 뒤에서 강남 경찰서 형사들을 지시하고 몰래 보고를 받고 있겠지.”


난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던 장미 언니의 아빠를 떠올렸다.


그때는 딸에 죽음에 슬퍼하는 아빠의 모습이라고만 여겼는데...이제 보니 복수를 할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


그렇다면 아저씨는 그 대포폰에서 어떤 단서를 찾은 것일까?


나는 급한 마음에 방문을 뛰쳐 나갈려고 했다.


하지만 자칼 삼촌이 내 손목을 잡았다.


“가더라도 이 이야기는 듣고 가.”

“.......................”


자칼 삼촌은 갑자기 2년 전에 체결된 상호 불가침 조약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2년 전.


그러니까 러시아에서 가장 큰 마피아 조직인 ‘레드 보드카’가 본격적으로 한국 진출을 선언한 시점으로부터 대략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대한민국 검.경찰은 러시아 마피아들을 뿌리 뽑기 위해 난리였는데 덕분에 서울 전체가 시끌벅적했다.


미처 처리 못한 시체들이 경찰에 발각되어 뉴스에 나오기까지 했으니 실제로는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죽어 나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아빠가 레드 보드카의 보스를 암살하고 살아나오지 못하면서 사건이 더 커졌다.


당연히 나 때문이다.


내가 복수를 하겠다고 나서자 삼촌들도 어쩔 수 없이 같이 전면으로 나섰고 그렇게 우리는 러시아 마피아 놈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러시아 마피아 놈들도 쉽게 항복할 생각이 없었다.


녀석들은 자신들의 돈을 무제한으로 풀어 서울.경기에 있는 조폭이란 조폭은 전부 불러 들인 후 그들을 고기 방패로 사용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전문 킬러들을 단체로 불러서는 그 고기 방패들 뒤에 세웠다.


물론 우리가 이겼다.


하지만 양쪽다 피해가 컸다.


얼마 후. 그런 혼란한 조폭 세계를 단숨에 먹어 버리고 서울을 평정한 ‘한강파’가 우리에게 살인청부업계 대표로 5년짜리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자고 제안해 왔다.


양쪽이 모두 동의할 경우 5년마다 연장이 가능하다라는 조건을 달아서.


당시에 에시메드스틸의 임시 사장직을 맡고 있던 자칼 삼촌은 그 서류에 사인을 했다.



“그 이야기는 왜? 창룡은 조선족 사채꾼 놈들이잖아?”

“한강파가 어떻게 단숨에 서울을 먹을 수 있었는지 아냐?”

“.......................”

“바로 창룡이 뒤에서 돈을 댔기 때문이다.”


나는 아랫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칼 삼촌이 무슨 이야기를 할려는지 알겠다.


살짝 놀란 부분은 조그마한 조선족 타운의 사채업자 하나가 어떻게 그 정도 재력을 지니고 있는지였지만 뭐 가능성은 여러 가지 있다.


중국 삼합회와 연이 닿아 있을 수도 있고.

어찌됐든 화교놈들의 돈은 항상 상상을 초월하니까.


하지만 나는 자칼 삼촌이 기대했던 대답은 들려 주지 않았다.


그냥 입을 꽉 다문 채로 시가 삼촌의 방문을 돌려차기 한방으로 박살내 버리고 그곳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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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친구는 친구를 버리지 않는다 (1) 24.01.18 65 2 12쪽
» 복수에도 물밑 작업은 필요하다 24.01.17 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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