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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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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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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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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전쟁의 방관자들 (5)

DUMMY

프랭크와 증장천왕이 진풍대를 만났던 일화는 백야단 내부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의심이 많은 이들은 요괴들을 어찌 믿냐며 진풍대가 함정을 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적의 적은 우리편이 될 수도 있으니 진풍대와 좀 더 친분을 쌓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이런 주류 의견들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비디오 게임 복수를 해야 하니 무조건 다시 만나러 가야 한다며 억지를 부리는 증장천왕도 있었다. 그리고 그 대신 복수를 임명 받은 제임스는 졸지에 비디오 게임 연습에 몰두해야만 했다.


결국 용기와 연화 그리고 백야단의 주요 인물 몇 명이 다시 진풍대를 만나러 가보기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빈손으로 갈 수 없으니 진풍대가 데리고 있는 인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들을 며칠에 걸려 준비한 후 가기로 했다.



*****



“수밋. 또 뭘 주워 온 거야?”


가온은 간만에 바깥 바람이 쐬고 싶다며 보급품 수급 현장에 따라온 수밋이 한참 사라졌다가 들고 나타난 커다란 기계 장치를 보며 말했다.


“이거 굉장한 귀한 거야. 오늘 이 놀이 공원에 온 거 완전 행운이었어.”


“이게 뭔데?”


“이거 홀로그램 장치야. 최첨단으로 놀이 공원에서 야밤에 대형 오브젝트를 하늘에 투사해 쇼를 할 때 쓰는 장치인데, 본 적 있어?”


“아니. 근데 수족관에 가면 대형 고래가 공중에 막 뛰어 놀던데 그런 거 비슷한 거야?”


“응. 비슷해.”


“근데 그런 걸 진풍대에서 일한다는 아이들이 좋아할까? 오늘은 그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게 있나 보려고 여기 온 거라고.”


“흠...몰라. 아무튼 귀한 물건이니 일단 가져갈 거야.”


“아무튼 기계라면 무조건 주워 모으니 이상한 취미 하고는...”


그렇게 백야단은 진풍대의 아이들에게 줄 선물들을 모았고, 준비는 차곡차곡 되어갔다.


그러던 중에 용기는 세 명의 욕쟁이 할머니들에게 얼토당토 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제공하는 욕도 들어야만 했다.


언제나 그렇듯 용기는 아침에 채소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할머니들 안녕하세요? 평안히 주무셨어요?”


“인사도 하지마라 이 썩을 놈아. 어디서 바람이나 피는 놈이 웃고 지랄이냐?”


메리 할머니가 지팡이로 바닥을 콱 찍으며 말했다.


“네?! 바람이요?”


용기는 턱을 늘어 뜨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 이 고추가 썩어 문들어 뒈질 놈아! 네놈이 여러 여자와 바람펴서 낳은 아이들이 수십이라고 소문이 퍼다하다. 그 아이들 만나러 간다고 요새 아이들 선물 준비하는 거라며? 에라 천벌을 받을 놈아! 하늘에 간 네 부인한테 벼락을 맞을 거다 이놈아!”


보니 할머니는 지팡이를 하늘 높이 치들고 흔들어 대며 성을 내었다.


“아이고 아이고. 우리 유나는 불쌍해서 어쩔꼬. 엄마가 하늘 나라로 가자마자 애비라는 썩을 놈이 자기를 버리고 다른 여편네랑 낳은 아이들에게 갈려고 하니. 아이고. 아이고.”


샌디 할머니는 지팡이 손잡이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당황한 용기는 상황을 설명하여 제대로 바로 잡으려 하였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한층 강력해진 욕설들뿐이었다.



*****



“어서 오게나. 자네가 백야단의 단장인 용기라는 인간인가?”


“네. 홍용기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야단이 드디어 진풍대의 영토를 찾았다. 물론 준비했던 선물들을 잔뜩 가지고 왔는데, 다만 룬다보켓에서 선물을 꺼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좋겠다 싶어 그많은 물건들을 나머지 백야단 대원들이 일일이 이동진에서 날라야만 했다.


선물들은 아이들이 입을 새 옷, 신발 등등을 비롯해서 다양했는데, 가장 눈길을 끈건 어린이용 소형 레이싱카 다섯 대였다.


놀이공원에서 가져온 이것들은 어린이용으로 소형이긴 하나 가솔린으로 움직이는 엔진이 달려 있어 제법 속도가 나오는 레이싱카들로 진풍대에서 일하는 인간 아이들이 드넓은 벌판에서 운전하며 놀기에 적당했다.


증장천왕과 제임스는 바로 웨스턴으로 향했다.


“각오는 되어 있느냐? 내 오늘 복수를 하러 왔다!”


“할아버지. 연습은 좀 하고 왔어요? 저번에 보니 실력이 영 아니던데.”


“네 이놈! 오늘은 내 대신 복수를 해줄 우리편 선수를 데리고 왔다. 기대해도 좋으니라!”


증장천왕은 제임스의 등을 웨스턴 앞으로 떠밀었다.


제임스는 자신보다 키도 크고 나이도 두세 살 많아 보이는 웨스턴을 매섭게 노려 보았다.


“철권 좀 한다고 으시대기는. 그따위 격투 게임 말고 다른 게임은 할 줄 모르는거 아냐?”


“흥! 난 모든 게임이던지 잘 해.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다른 게임으로 붙고 싶다고.”


“됐어. 빨랑 시작이나 하자고.”


웨스턴과 제임스는 철권 게임을 하기 위해 세팅에 들어갔다. 주위에 구경을 온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모이며 웨스턴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들은 라울이 등장해 제임스와 증장천왕 뒤에 거목처럼 떡 하니 버티고 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전부 사라지고 말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모시는 요괴들보다 덩치가 큰 엄청난 거구의 라울을 보고 압도된 듯 했다.


- 저...저 아저씨. 사람 맞아? 곰 아냐?

- 저렇게 덩치 큰 사람이 어딨어? 사람 얼굴 가면을 쓴 요괴 아냐?

- 쉿! 다 들린다고 이 멍청아.


하지만 라울의 덩치에 위축되어 있던 아이들은 웨스턴이 처음 판을 승리하자 함성을 지르며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곧이어 목청껏 웨스턴을 응원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러자 증장천왕이 턱짓으로 라울에게 신호를 보냈다. 라울은 팔장을 끼고 있던 두 팔을 풀고 품에서 뭔가를 꺼내 양손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건 응원용 반짝이 솔뭉치들이었다.


“힘내라 힘! 힘내라 힘! 승리는 우리의 것!”


라울이 목청껏 고함을 지르며 제임스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쿵!쿵!


".............?!"


쿵!쿵!


"...............;;"


덩치는 산만한 인간이 반짝이 솔뭉치를 미친듯이 흔들며 춤을 추고 고함을 지르는 엽기적인 응원 모습에 다시 아이들의 목소리는 쥐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



광목천왕과 다문천왕은 레크라가 안내해 주는 장소로 향했다.


“바로 이곳입니다. 물론 지금은 저희가 전부 흙으로 덮어 묻어 버려 보이시지는 않으시겠지만, 혹시 땅을 다시 파는 게 필요한 작업이십니까?”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필요해 보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저희 대원들을 부르겠습니다.”


레크라가 이끈 장소는 작은 동산이라고 불릴만한 크기의 거대한 무덤이었다.


사실 그 장소에서 한 건물 안에서 타 죽은 시체 천여구가 발견되었는데, 나중에 진풍대가 그 장소 전체를 흙으로 덮어 작은 동산을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발견 당시 시체들의 절반 정도는 이미 죽음을 예견했다는 듯이 건물 내부에서 편안하게 누운 채로 불타 죽은 듯이 보였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는 건물 창문과 양쪽의 문으로 몰려 빠져 나가려고 발버둥치다가 불타 죽은 듯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이 아직도 생생한 시체들로 발견되었는데, 문제는 이 장소를 가장 처음 발견한 것이 바로 진풍대의 막내 포르바타였다는 점이었다.


진풍대가 이곳에 처음으로 도착하여 각자 맡은 임무를 처리 하느라 정신 없는 사이에 포르바타는 그 광활한 영토를 돌아 다니며 주위를 살펴보다가 가장 구석진 이 장소에 이르게 되었다.


한참이 지나고 포르바타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챈 진풍대가 이 장소에서 포르바타를 찾아냈을 때에는 포르바타의 눈동자가 뒤로 돌아가고 동료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등, 이미 귀신들이 그의 영혼에 침투한 상태였다.


광목천왕과 다문천왕은 프랭크와 증장천왕 그리고 진풍대의 와헤드가 힘을 합쳐 물리친 귀신들이 혹시라도 소멸되지 않고 숨어서 기회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고, 그렇다면 액귀나 원귀 둘 다 지박령에 가까운 존재들이기에 그들의 원한이 시작된 장소로 돌아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만약 그들이 영혼이 아직 남아 있다면 천도술을 펼쳐 그들의 영혼을 완전히 정화시킨 후 저승으로 보내 주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땅을 헤쳐 파내고 면밀히 조사를 해보아도 프랭크와 와헤드가 사용했던 금강염주에 배겨있던 액귀와 원귀와 같은 기운를 발산하는 영혼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 두 귀신이 완전히 소멸된 듯 하자 광목천왕과 다문천왕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다만 생각치도 않게 어린 남매 귀신들의 영혼들이 목격 되었는데, 광목천왕이 그들과 대화하자 액귀와 원귀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잡아 먹으며 힘을 키우는 사이 누나 영혼이 남동생의 영혼을 데리고 들키지 않게 몰래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들의 영혼들이 가진 기운이 터무니 없이 약해 액귀와 원귀가 그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해 보였다.


"이제 편히 쉬거라."


광목천왕과 다문천왕은 천도술을 펼쳐 그 남매의 영혼들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편안히 안내해 주었다.



연화와 마리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있는지 둘러보다가 한 젊은 카톨릭 사제를 만나게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파비오 키엘리니’ 라고 밝힌 그는 포르바타에 씌인 귀신들과 힘든 싸움을 하다 쓰러진 바로 그 신부였다.


파비오는 요계에서 미르마 열매를 먹어 언어 장벽이 없어진 연화가 자신의 모국어인 이탈리어를 능숙하게 하자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고, 연화는 알았다며 마리앤을 먼저 보내고 파비오 신부 옆에 앉았다.


“언제부터 하신 거에요? 귀신 잡는 일은?”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정식 구마사제로 임명된 것은 한 오 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뛰어나신 구마사제님들이 많으신데 어쩌다보니 제가 여기로 오게 되어 이렇게 편하게 앉아 있으니 그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겸손하시군요. 제법 뛰어나시다고 하던데요. 퇴마 능력으로만 따지자면.”


“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성 미카엘 대천사님을 강건히 믿고 그분의 힘이 귀신들을 물리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구마 의식을 행할 뿐이지요.”


연화는 미카엘이라는 이름을 듣고는 자신이 신계에서 미카엘과 검을 겨루던 장면을 떠올렸다.


“아. 제가 너무 종교적인 발언을 해서 불편하신가요?”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연화는 고개를 가로로 재빠르게 두어 번 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연화씨는 믿는 종교가 있으신가요?”


“아니요.”


연화는 어디까지 말을 해야하나 잠시 망설여졌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이 신계에서 겪었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믿어볼까 생각중이에요. 만약 지금 당장 나타나 요괴들을 물리치고 인류를 구하는 신이 있다면 그 신의 종교를.”


“하나님의 성령은 언제나 저희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그것을 진정으로 믿는 자만이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파비오 신부는 연화에게 따뜻한 웃음을 보내며 말했다. 하지만 연화는 입술을 굳게 닫은 채 어떤 대답도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저희 가톨릭교에 뭔가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계신지요?”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연화는 손을 크게 내저었다.


“저는 한 종교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없어요.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 하지도 않아요. 나쁘게 말하면 그냥 관심이 없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한 종교가 섬기는 신의 존재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종교가 인류의 안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요새 느끼고 있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좀 더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그래서 연화는 자신과 백야단이 구한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어느 정도 털어 놓았다.


꽤 많은 사람들, 특히 노년층의 사람들은 그들이 믿는 종교 의식을 매우 꾸준히 하였는데, 그들은 열성으로 기도를 한 후 마음이 편안해 졌는지 얼굴에 생기가 돌며 웃음을 지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연화로써는 그들이 그토록 애타게 기도하는 신이 나타나 직접적으로 그들을 구해 주지도 않았는데, 단지 종교 의식 자체만으로도 그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제법 놀라웠다.


그리고 요괴들의 침공으로 짓밟히고 황폐해진 이 세상에서 그러한 마음의 평화는 이제 쉽사리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연화는 종교가 종교 자체만으로 가지는 긍정적인 부분을 전혀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요새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연화씨는 어떠신가요? 연화씨는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찾고 계신가요?”


“저요?! 아...그게...”


“제가 좀 도와 드리지요.”


파비오 신부는 웃으면서 연화의 손에 작은 십자가 목걸이를 건네 주었다.


“연화씨가 마음의 평화를 잘 찾을 수 있도록 제가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연화의 한 손과 그 손에 들린 십자가를 자신의 두 손으로 따뜻하게 덮으며 하나님의 축복이 내리시고, 성 미카엘 대천사의 위대한 성령이 함께하시어 연화가 악령들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찾기를 바란다는 기도를 해주었다.


‘이...이건!’


연화는 깜짝 놀랐다. 파비오 신부가 두 눈을 감고 간절히 기도하는 순간 그의 손을 통해서 전달되는 기운.


매우 미세한 기운이라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게 무슨 기운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 이미 뼈져리게 한 번 느껴 보았기에. 그건 바로 자신과 검을 겨뤘던 신계 제 1군단의 부관이자, 신계 최고의 검사라고 알려진 미카엘의 기운이었다.



한편 용기는 진풍대의 대장 와헤드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대화가 쉽지 않음을 알아 차리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용기는 간접적으로 말을 돌려 와헤드에게로부터 쓸만한 정보를 알아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와헤드는 그 어떤 유도심문에도 걸려들지 않고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 용기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랄만한 사실은, 용기의 귀찮고 어찌보면 무례하기까지 한 질문들에 와헤드는 성질 한 번 내지않고 계속 평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요괴들이 인간들을 벌레 취급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경우였다.


“제가 너무 귀찮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네요.”


용기는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에 와헤드에게 뭔가 유익한 정보를 알아낼려는 마음 가짐을 버리고는 말했다.


“아닐세. 우리 막내의 목숨을 구해준 은혜의 보답이니 개념치 말게나.”


“그럼 프랭크와 증장이 진풍대의 막내를 구해주지 못했다면 어쩌실려고 하셨나요?”


용기의 제법 날카로운 질문에 와헤드는 처음으로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서운해 하지 말고 들어 주었으면 좋겠네’ 라며 운을 떼었다.


“나는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해 딱히 특별한 애정이 없네. 인간이라는 종족이 우리 요괴보다 하등한 종족이라고 교육 받으며 자라왔고, 실제로 보니 꽤 많은 부분에서 인간들이 왜 우리보다 하등한 종족인지도 알겠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인간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는 것은 무리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진풍대는 요계에서 소외와 멸시를 받아 왔기에, 자네 인간들이 우리 요괴들로부터 겪고 있는 참상에 대해 어느 정도 동정이 가는 것도 또한 사실일세.

하지만 우리가 인간 종족에 대해 동정심이 있고, 요계에 반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우리와 같은 동족을 배신할만큼 어리석지는 않네.

즉, 우리 진풍대는 인간들의 우군도 적군도 아니네. 우리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전쟁의 방관자로 남을걸세. 그렇기에 자네에게 요계군에 해가 갈만한 정보는 알려주지 못하는 점 이해하게나. 답이 좀 되었는가?”


용기는 알겠다고 그리고 그 진심이 느껴지는 대답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그는 일단 지금은 진풍대가 수많은 인간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잘 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라고 생각을 정리했다.


“그런데 이렇게 농장에서만 계시면 심심하지 않으세요?”


“흠. 자네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네.”


“저희들이요?”


“자네들이 저번에 14군단 20사단의 미쿨라 사단장이 인간 여성들을 성노예로 쓰고 있다는 소문을 퍼트린 적이 있지 않나? 그때 우리 진풍대가 2차 조사를 맡아서 했지. 그때 인간계로 와서 드디어 처음으로 우리 진풍대다운 일을 하게 되었으니 자네들에게 감사를 해야 하나? 허허허.”


용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같이 따라 웃었다.


“저희들인 줄은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 진풍대가 내부 감찰단임을 잊지 말게나. 우리의 눈과 귀는 요계 군단 전체에 퍼져 있다네. 사실 정보력만으로만 따진다면 우리 진풍대를 따라올 부대가 없지. 허허허.”


용기는 그 소리에 혹시 진풍대가 지국천왕의 정체와 행적까지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짝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건 군 내부 감찰 업무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그들에게 흥미로운 사실이 아니므로 별 일 없을거란 생각이 들어 특별한 언급이나 내색을 해보이지는 않았다.


잠시 후 용기는 와헤드와의 이야기를 마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 프랭크를 만났다.


“어. 단장. 벌써 이야기가 끝난 건가?”


“응. 저 진풍대 대장은 나같은 부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고. 우린 대화 코드가 잘 안 맞는것 같아.”


프랭크는 무슨 소리냐고 물었지만 용기는 대답하지 않고 손을 흔들며 가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프랭크는 와헤드에게로 직접 찾아갔다.


“단장인 용기와의 대화는 어떠셨습니까?”


“오. 프랭크! 어디 갔었나? 기다리고 있었네. 솔직히 자네 단장이라는 인간은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대화도 좀 지루했네. 그러니 어서 이리로 와 우리 술이나 같이 마시세.”


프랭크는 피식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와인 병을 탁자 위에 내려 놓았다.


“저번에 스테이크를 드시면서 보드카를 마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무래도 음식에 맞춰 술을 고르는 법을 잘 모르시는 듯하여 제가 준비한 와인입니다. 제가 안주에 맞춰 술을 고르는 법을 가르쳐 드릴까 합니다.”


“오오! 그래. 제발 그래주게나! 좋군. 좋아. 하하하.”


와헤드는 두 팔을 벌려 프랭크를 환영하면서 자신의 옆자리를 내주었다.


작가의말

라울이 본인의 직책에 충실했던 이번 화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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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전쟁의 방관자들 (1) 22.01.15 239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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