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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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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연재수 :
2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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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755
글자수 :
1,456,688

작성
21.12.3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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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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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1쪽

살아남은 사람들 (1)

DUMMY

달마 그리고 그와 같은 부류들은 그들 스스로를 ‘신선(神仙)’이라고 칭하길 원했다.

하지만 신계의 신들은 그들이 여러 방면에서 신과는 다르다는 이유를 내세워 앞 단어에 ‘신’을 붙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선인(仙人)’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그리고 선인들에게 신계의 한 장소를 내어주며 그곳을 ‘선계’라고 칭하고 신계와 영역을 구분하였다.


-야쿱의 회상록 중에서 –



*****



“그동안 편안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미안이 회의실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면서 앉아 있는 각국의 수뇌부들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의 말투는 건조했고, 입가의 미소는 찾아 볼 수 없었으며, 그의 시선은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바로 단 한 사람에게만 고정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는 단아하면서도 세련미가 돋보이는 베이지색 정장 자켓과 무릎을 살짝 덮는 스커트를 세트로 맞춰 입은 미합중국 대통령 자슬린이 앉아 있었다.


“지난 삼일 동안 최고급 호텔 룸에서 최고급 음식들로 배를 채우며 편안하기는 했지만 방 안에만 같혀 있다 보니 왠지 우리에 가둬진 가축이 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다행이군. 그런 느낌이 들라고 일부러 그렇게 한 거니까.”


다미안의 대답에 회의실 내부의 공기는 갑자기 냉랭해졌다. 하지만 자슬린도 다미안도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그동안 시간을 낭비 했으니 바로 협상에 들어갔으면 하는데요, 당신의 요괴 상관들은 어디 있죠? 기왕이면 마브카 총사령관과 직접 대면 했으면—”


“내가 책임자야.”


다미안이 자슬린의 말을 날카롭게 자르며 말했다.


“마브카는 현재 바빠. 그리고 요괴들은 이 장비들을 다룰 줄을 모르니까.”


자슬린과 다른 사람들은 다미안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바라 보았고, 다미안은 말없이 그 대형 스크린을 작동 시켰다. 그리고 곧이어 비어 있는 커다란 연설대와 마이크가 화면 중앙에 보였고, 누군가가 나와 발표를 할 듯으로 보였다.


자슬린이 우리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냐고 물었지만 다미안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녀가 재차 물을려는 차, 화면에 한 호랑이족 요괴가 걸어와 연설대의 마이크 앞에 섰다. 바로 요괴 총사령관 마브카였다.


“인간들이여. 나는 오늘 매우 중대한 발표를 하고자 한다.”


화면 안의 마브카가 그렇게 운을 떼자, 자슬린은 긴장한 듯 침을 꼴깍 삼켰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곁눈질하던 다미안은 여태 무표정이던 얼굴 근육을 살짝 움직여 냉소를 지여 보였다.


“너희들이 최후의 보루라고 믿어 오던 호주의 인류 최종 방어 전선은 오늘 완전 와해 되었다.”


그리고 위성에서 찍은 자료 화면들이 마브카의 얼굴 대신에 스크린 화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총 10개의 대형 핵폭탄이 호주에서 폭파 되었음이 확인 되었고, 이로 인해 호주의 주요 군사 거점들과 도시들은 모두 파괴되어 잿덩이가 되었다. 당연히 셀 수 없는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 되었다.”


자슬린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리고 자료 화면이 바뀌면서 핵폭탄이 터지기 이전의 모습이 보여졌다.


“지금 보고 있는 자료 화면은 호주 내에서 벌여진 인간들끼리의 무력 충돌 장면이다. 여기 빨간 점으로 되어 있는 곳이 바로 우주로 가는 로켓트라고 하는 것을 만드는 곳인데, 확인된 바로는 몇십 명의 인간들을 실어 우주로 갈 수 있는 로켓트 두 대가 거의 개발을 마치고 있던 단계였다고 한다.

그 주위에서 벌어진 대형 군사 충돌은 이 로켓트를 타고 우주로 도망가기 원하는 너희들의 지도자라는 한심한 작자들이 벌인 짓이고, 그 로켓 쟁탈전에 감정이 극으로 치닫자, 결국에는 내가 못 타면 너도 못 탄다 라는 식의 핵폭탄 공격이 시작 되었고 결국에는 총 10개의 핵폭탄을 사용하면서 그들은 자멸하였다.

이제 알겠는가? 너희들의 지도자라는 놈들은 비겁하고 자신의 이속만 챙기는 일에 급급한 돼지들에 불과했다.

자신들만 살아 보겠다고 부하들의 총구를 여태 같이 싸워오던 전우들에게 향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핵폭탄을 터트려 수많은 애꿎은 희생만 만들어 내었다. 앞으로 이어지게 될 방사능 노출에 의한 인명 피해까지 고려 하면 피해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어찌하여 너희들의 소중한 생명과 피와 땀은 이렇게 희생 되어야 한단 말이냐!

인간들이여 너희들은 여태 너희 지도자들의 뱃속을 채우기 위한 전쟁의 희생양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제 만천하에 밝혀졌다! 그럼에도 너희들은 싸움을 계속 하겠는가? 이제 총을 내리고 항복하거라.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한 피를 흘릴 필요가 없다.

우리 요계군은 총을 버리고 항복하는 모든 인간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겠다.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우리는 오늘이라도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정은 너희 인간들에게 달렸다.”


짝짝짝짝!


마브카가 연설을 마치고 화면에서 사라지자 다미안이 박수를 치며 새파랗다 못해 하얘지고 손을 벌벌 떨고 있는 자슬린을 바라 보았다.


“마브카의 연기가 많이 늘었어. 훌륭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이...이...이게...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죠?!”


“무슨 짓이긴. 너희 정치인들이 맨날 하던 거 우리도 약간 따라해 봤을 뿐이야.”


“그게 도대체 뭐죠?”


“권모술수.”


".......!!"


“저건 모두 조작된 자료 화면일 수도 있습니다!”


자슬린 뒤에 있는 누군가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오. 그래?! 그럼 거기 테이블 위에 있는 전화기로 너가 알고 있는 호주의 모든 전화 번호로 전화해 봐. 그 어떤 번호로 걸어봐도 그리고 아무리 오랫동안 신호가 울려도 아무도 받지 않을 테니까. 왜냐면 이미 다 죽어 버렸거든.”


쾅!


자슬린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크게 내리치며 일어섰다.


“우릴 속였군요. 애초부터 우리와 협상할 생각 조차 없었던 거야!”


그녀의 손은 아직도 떨고 있고 있었지만 표정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맞아.”


다미안이 자슬린 쪽으로 서서히 다가와 그녀의 면전에 자신의 코를 들이밀었다.


“난 그냥 너희들 아니 특히 당신의 절망에 찬 얼굴 표정이 보고 싶어서 이리로 불렀을 뿐이야.

내가 러시아에서 궁지에 몰리게 되었을 때, 도주를 제안한 건 바로 당신네 미국이었어. 절대 안전을 보장한다면서, 모든 도주 계획이 철두철미하게 준비 되었다고 나를 꼬셨지.

하지만 당신네들은 접선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어. 그리고 전화가 한 통 오더니 내가 미리 건네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상부에서 망명 협조를 허락하지 않았다며, 좀 더 다른 확실하고 중요한 자료를 미리 건네 달라고 냉정하게 말하더군.

너무 어이가 없어 아무 대꾸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러시아의 정보국이 그 접선 장소를 덮쳐 왔고, 무작정 도망치던 도중에 내 아내와 아들이 총에 맞아 죽고 말았지.”


그의 얼굴 표정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지만 눈빛만은 활활 타올랐다.


“내가 그때 느꼈던 절망, 슬픔, 고통, 분노 그 모든 감정들을 바로 당신에게서 보고 싶었을 뿐이야.”


“당신 과거의 대한 자료는 나도 읽었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어. 그리고 나는 그때 당시에 대통령도 아니었고.”


“그건 내 알바가 아니야. 당신이 현재 미합중국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이니까 내 복수가 당신으로 향했을 뿐이야.

그리고 미리 축하해. 역사에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으로 남게 되어 역사책 마지막 줄에 이름이 나올 테니 튀어 보이긴 할 거야. 인류에게 앞으로도 역사책이란 게 허락 된다면 말이지. 하하하.

아! 그리고 성질 급한 허먼 대장을 이용해서 호주의 니콜라스 대통령을 압박한 후, 요계와 평화 협정을 맺으려는 계략은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당신은 이 점을 간과했어. 당신이 프랑스 파리에 심어 놓은 스파이들 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요계 쪽 스파이들이 당신들 내부에 있었다는 것을 말야. 하하하핫!”


말을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는 다미안의 뒷모습을 보며 자슬린은 무너지듯이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동공이 완전 풀려 버린 눈에 아직도 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핵폭발 이후의 호주 모습이 담긴 자료 화면들이 대형 스크린 너머로 들어왔다.


그중에 한 사진은 눈에 익숙했다. 검게 그을리고 부서진 건물의 잔해였지만 어느 정도 건물의 형상이 남아 있었는데, 바로 허먼 대장이 이끌던 호주 내의 미육군 임시 본부가 위치한 장소였다.


그녀는 저 엄청난 잿더미 속에서 살아 남지 못했을 사람들을 하나씩 머리에 떠올리기 시작했다.


호주의 니콜라스 대통령, 오스틴 연합군 총사령관, 허먼 대장, 란캇 대장 등등, 그리고 그중에 하나는 그리스 육군 중위 셀린의 모습이었다.



*****



“어두운데 책의 글자가 보이긴 하세요?”


불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등대 전망대에 앉아 달빛만으로 책을 읽고 있는 광목천왕에게 마리앤이 다가오며 물었다.


“어허. 너는 무공 수련이 아직 부족하구나. 눈에 기를 불어 넣어 집중하면 이런 어둠 속에서도 훤한 대낮처럼 느껴져야 하는 것이 정상인 것을.”


“하하. 그런가요? 그런데 오늘을 무슨 책을 읽으세요?”


“<종교 개혁의 역사> 라는 책이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마녀 재판에 대한 부분이고. 안타까운 목숨들이 많이도 희생 되었더군.

여기서 말하는 재판 방식대로라면 무림의 여성 무인들은 아마 전부 화형에 처해져 씨가 말라 버렸겠더구나. 무지한 놈들 같으니라고. 쯧쯧쯧.”


“분명 안타깝고 부끄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이지만, '무지한 놈들' 이라고 한 줄 요약해 버리기엔 인간의 역사는 좀 더 복잡한 면이 없지 않아 있죠. 그런데 용기씨는요? 오늘 여기 안 오셨어요?”


“용기 그 놈은 무슨 바람인지 저기 아래에서 밤 낚시 중이다. 이제보니 내가 아니라 그 녀석을 보러 온 것이냐?”


마리앤의 볼이 살짝 붉어졌지만 달빛 속에 들어나지는 않았다. 그녀는 대답 없이 등대 아래로 향해 용기의 등 뒤로 다가갔다.


“물고기는 안 잡고 인생을 잡고 계시네요?”


“아. 왔어? 아니 뭐. 이것 저것 생각 좀 하느라고.”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실까? 프랭크씨 곤란하게 만들어 놓고 혼자 내빼실 때는 언제시고?”


“아...그게...”


용기는 멋적게 뒷머리를 긁어 보였고, 그 모습에 마리앤은 입을 손으로 가리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작가의말

방문해 주시고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오늘 하루도 따뜻하고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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