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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연재수 :
2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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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16
추천수 :
2,755
글자수 :
1,456,688

작성
22.02.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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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추천
10
글자
17쪽

인류의 자존심을 위하여 (2)

DUMMY

“인드리크! 네놈은 손이 없느냐!?”


황금빛으로 빛나는 용기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드마케르는 뒤로 돌아서 급격하게 얼굴 근육을 일그러뜨리더니 인드리크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네? 왕이시여 무슨 말씀이신지?”


왕의 기분이 언짢다는 것을 느낀 인드리크는 얼른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네놈의 몸에 살이 붙어 무공을 수련한지 꽤 되었다는 것 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적이 너의 머리만 노리고 달려오는데, 그런 적을 부하들을 고기 방패로 이용해서 막는 네놈의 썩어 빠진 정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네놈은 무공을 할 줄 모르는 것이냐고 묻는 것이고, 네놈이 정말 우리 위대한 호랑이족의 한 명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아...왕이시여...그게 아니옵고...그것이 저놈의 힘을 빼기 위한 작전으로써—”


“시끄럽다! 네놈의 면상을 보기도 싫으니 꺼져라!”


드마케르는 다시 돌아서 용기를 바라보았다.


“네놈이 내 궁의 지하 감옥에서 탈출했고, 신계에도 갔다가, 다시 인간계로 돌아와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용기라는 놈이렸다?

붉은 산에서 라타토스의 기운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흥미롭군. 황룡의 기운을 쓰는 인간이라. 네놈은 내가 몸소 상대해 줄 테니 오거라!”


끼리릭. 구우웅.


드마케르의 양쪽 어깨 갑옷이 소리를 내면서 자동 해제 되더니 팔을 타고 내려와 양 손목 부위에 다시 결합되며 두 개의 녹색의 광채를 띄는 검을 손등 위에 만들어 보였다.


그 녹색의 기운 자체는 데르젤의 네르두 쌍검과 매우 흡사했지만, 무기의 형식 자체는 백야단의 이니스가 사용하는 파렌가 손목 보호대와 비슷했다. 물론 이니스는 자신의 권술을 극대화 하기 위해 손등의 검이 아닌 팔목의 옆날 검을 쓰는 것을 선호하였기에 비슷하면서도 차이점은 있어 보였다.


용기는 드마케르의 양 손등의 검들을 자세히 지켜 보면서도, 속으로는 자신의 기운을 한 번에 알아보는 드마르케에게 제법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황룡의 기운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것은 드마케르가 그토록 손에 넣고 싶어 했던 힘이었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겠지만, 그게 황룡족중에서도 라타토스의 기운인 것을 대번에 알아 차린다는 것은 라타토스와 매우 밀접한 관계이지 않고서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관계가 원수지간이던 친구 사이이던.


“뭐 하나 물어보자. 네놈이랑 같이 등장한 똘마니들은 누구냐?”


드마케르는 뭐 시시껄렁하게 그딴 것을 물어보냐면서도 자신의 양옆에 있는 총사령관 마브카와, 상임 고문인 아르켈, 그리고 마브카의 부관인 리니치를 소개해 주었다.


“그래? 아무래도 오늘이 내 생일인가 보군. 종합선물세트를 이렇게 받다니. 내가 한꺼번에 쓸어서 오늘 인류의 평화를 달성해 보도록 하지!”


콰아아아아!


용기는 황룡강림세천(黃龍降臨世穿)을 펼쳐 쏘아 보냈다.


거대한 황룡이 드마케르와 그 주위에 모든 요괴들을 삼켜 버릴 기세로 무섭게 날아갔다.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인지 드마케르가 손을 한 번 허공에 내젓자 요괴들을 몸을 관통하며 지나가야 할 황룡의 기운이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황룡강림세천. 훌륭한 무공이지. 허나 네놈의 실력으론 무리다.”


“이야야야야!”


용기는 황룡강림세천의 기운을 없애 버리고 여유를 부리는 드마케르를 향해, 기합을 내지르며 쏜살같이 달려 들었다.


츠츠츠츠츳


드마케르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천마군림보를 펼쳐 여러 개의 잔영을 남기면서 드마케르의 시각을 혼란 시킨 후, 그의 사각으로 파고 들었다.


“크아아악!”


하지만 오히려 당한 것은 용기 자신이었다.


드마케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서 자신의 오른손 검을 내려 그으며 용기의 왼쪽 얼굴을 깊게 베고는 발차기 한방으로 용기를 멀리 날려 버렸다.


‘이...이건...레벨이 완전 다르잖아...’


용기는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발차기 한방에 늑골이 주저 앉아 버렸고, 왼쪽 얼굴쪽은 얼마나 깊게 베였는지 피에 시야가 가려 눈이 보이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눈동자가 아예 베어져 없어진 모양이었다.


“이런 아쉽군. 오랜만에 황룡의 기운과 붙게 되어 즐거운 시간을 기대했건만. 아직 네놈의 실력이 형편없이 부족해 여흥을 살리지 못했구나. 이건 뭐 검을 쓰기도 아까울 정도이니. 쯧.”


드마케르는 무릎을 꿇고 숨을 쉬지 못해 부들부들 떨고 있는 용기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그의 앞의 데르젤이 막아섰다.


“저자를 놓아 주십시오. 제 명예가 걸린 문제이옵니다.”


“데르젤. 네놈 따위의 명예가 왕의 길을 막겠다는 것이냐?”


“이번 한 번 뿐이옵니다. 다음에는 제가 절대 지지 않을 것이오니 허락해 주시옵서서!”


데르젤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드마케르는 그녀를 무시하고 옆을 지나가 버렸다.


“아버지!”


데르젤의 간절한 외침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드마케르가 돌아서 그녀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내가 다른 이들 앞에서 절대 그 호칭으로 나를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컥.....!"


데르젤은 드마케르의 악력에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해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드마케르는 그런 그녀를 저 멀리 한 구석으로 던져 버리고는 다시 용기 쪽으로 걸어와 그를 일으켜 세운 후, 자신의 주먹을 날렸다.


퍼~억!


"......!!"


그 주먹은 용기의 명치 부분을 뚫고 들어가 등쪽으로 다시 뚫고 나왔다.


드마케르가 자신의 주먹을 회수하자 용기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도 숨을 쉬지도 않았다.


“저놈에게 미르덴을 먹이고 살려 내라. 아직 저놈에게 물어볼 것이 몇 개 있다.”


드마케르의 명령에 리니치가 얼른 용기에게 달려들어 응급처치를 시작하였다.


"응?"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용기의 오른손에 꽁꽁 묶여 있던 유피테르가 우우웅 하는 커다란 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용기의 온몸을 뇌전의 기운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파츠츠츠츠. 지지직.


그리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용기의 신체가 벌떡 일어서더니 점점 신체의 크기를 점점 키워가며 20미터가 넘든 거대한 거인으로 변해 버렸다. 예전에 시호코를 잃고 나서 변한 모습과 똑같은 모습.


"크아아아아아!"


영혼이 없는 듯해 보이는 용기는 괴성을 내질렀고, 예전과 마찬가지로 뇌전의 기운들이 용기의 머리 쪽을 보호하고 있는 백색의 기운과 힘 싸움을 시작했다.


주변의 모든 요괴들은 용기가 변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단 한 명의 요괴, 아르켈만 재밌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괴성을 지르는 거대한 용기의 주변에서 뇌전의 구체들이 수십 개 흘러나와 빠르게 근처의 요괴들을 덥쳐 들어갔지만, 드마케르, 아르켈, 마브카, 리니치 이 네 명의 호랑이족 요괴들이 그 뇌전의 구들을 순식간에 허공에서 없애 버렸다.


[드마케르. 이건 내가 맡으마.]


[하데스. 네가 아는 현상이냐?]


[뭐. 인연이 있다고 해 두지. 하하하.]


아르켈이라는 호랑이족 요괴로 둔갑한 모습의 하데스는 천천히 하늘로 올라가 뇌전의 기운을 힘차게 뿌려대고 있는 유피테르 검 근처로 가서 마음 속으로 그 검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거 이거 오랜만에 뵙습니다. 유피테르 신이시여.]


[하데스! 네 이놈!!!]


[조하너스 신께서 당신 영혼의 일부를 검에 담았다는 정보는 들었지만 아예 모든 영혼을 옮겨다 놓은 줄은 몰랐군요. 어찌 그 좁은 공간이 맘에는 드시는지요? 하하하.]


[하데스! 네놈에게 복수를 할 것이다! 내가 네놈을 반드시 죽여주마!]


[허어. 그런데 어찌 숙주를 잘못 고르신 듯 합니다. 좀 더 강한 이를 고르시지 어쩌다 이런 조잡한 인간에게 붙으셔서 이 고생을 하신답니까? 큭큭큭큭.]


[닥쳐라! 이 인간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이를 찾으면 될 일이다. 그게 인간이던, 신이던, 요괴이던, 네놈만 죽일 수 있다면 그게 무슨 상관이더냐!]


[거 보아하니, 그 목적을 달성 하실려면 갈 길이 먼 듯 합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시고 쉬시지요. 그럼 다음에 또 뵙죠. 하하하.]


아르켈의 모습을 한 하데스의 손에서 동그란 검은 기운이 나오더니 유피테르 검을 감싸 버렸고 그러자 용기의 몸을 뒤덮으며 머리로 치고 올라가려던 뇌전의 기운들이 전부 사라지고 용기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작아지고 말았다.



*****



드디어 광목천왕으로부터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연화는 칠치도의 비행을 잠시 멈추고 품에서 백룡족의 신물인 아이네스 장갑을 꺼내 두 손에 착용했다.


아이네스를 사용하고 나면 부작용 때문에 자신을 보호해 주어야 할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여를이 없었다. 터져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이 악물고 참고 있던 유나의 표정이 눈앞에 아른거려 그녀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아이네스! 기동!”


연화가 가슴을 쫙 피며 두 팔을 최대로 벌렸다가 아이네스 장갑을 낀 두 주먹을 다시 자신의 가슴 중앙에서 충돌 시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그녀 주위에 커다란 회오리가 생기며 주위의 모든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회오리가 잠시 후에 다시 사라지자 연화가 통신 단검에 대고 외쳤다.


[지금이야! 사천왕. 시작해!]


아이네스를 기동시킨 연화는 몇 배나 증가한 내력으로 다시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간다! 봉황비(鳳凰飛)!”


콰콰콰콰!


아이네스로 연화의 내력이 증가되자 사천왕들의 내력도 당연히 연화와 같은 상태로 올라갔다.


그러자 증장천왕이 남천성으로 봉황비를 날리며 길을 열기 시작했다.


다문천왕은 지국천왕의 동천성 창 끝에 올라탔다. 지국천왕이 커다란 기합과 함께 동천성을 앞으로 늘리기 시작했고, 그 위에 타고 있던 다문천왕은 북천성이 만들어낸 투구 정수리에 달린 채찍을 사정없이 휘두르며 앞에 걸리적 거리는 모든 요괴들을 쓸어 버렸다.


"가자!"


그렇게 열린 길을 프랭크, 이니스, 라울이 달려나갔고, 광목천왕은 나한강림술을 펼쳐 그들의 뒤를 보호하며 따랐다.


"크와와왕!"


화르르르르륵.


계속 숨어 상황을 지켜보던 모모도 모습을 들어내 합류하며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요괴들의 숨통을 끊고 때로는 입으로 화염을 쏟아내며 힘을 보탰다.


“보스! 보스! 어딨어? 보스!”


라울은 눈에 불을 키고 닥치는 대로 베면서 용기를 애타게 찾았다.


그는 자신이 용기의 보디가드를 자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괴로웠다. 어떻게든 그를 구해 돌아가야 한다고 그는 마음 속으로 외치고 또 외쳤다.


그렇게 모모와 일곱 명의 백야단은 미친듯이 수천에 달하는 요계 병력들 중심부로 파고 들었다.


눈에 보이는 건 전부 날서린 무기를 들이미는 요괴들 뿐이었지만, 그들은 계속 헤치고 나아갔다. 진형 따위는 없었고, 몸에 늘어나는 잔부상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 나갈 뿐이었다.


‘살아만 있어다오. 우리가 간다. 제발!’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연화가 작동시킨 아이네스의 유효 시간은 단 5분. 그 시간이 지나면 부작용으로 연화의 내력이 텅 비게 될터이고 사천왕도 마찬가지가 될 터였다.


“저쪽이다!”


지국천왕의 동천성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 방향을 살펴본 다문천왕이 한 방향을 가르켰다.


그들은 그 방향으로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산을 이루는 요괴들과 그들의 무기들을 헤치고 나가는 고난이 시작되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고 불굴의 의지를 보이며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저멀리 혈랑대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니스. 준비해라!”


프랭크의 외침에 이니스가 그의 게볼라 창에 올라탔다.


“으아아아압! 가라! 부탁한다!”


슈우우우우욱!


프랭크는 남은 힘을 모두 짜내 자신의 창을 하늘 높이 던졌고, 거기에 타고 있던 이니스도 같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게볼라는 곡선을 그리며 하늘 높이 올라 갔다가 혈랑대가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천왕비호권(天王飛虎拳)!”


이니스가 게볼라를 타고 하강하면서 황보세가의 최강 무공 천왕삼권의 제 2초식인 천왕비호권을 날렸다.


쿠오오오오


그러자 커다란 기의 주먹이 무시무시한 파공음을 내며 혈랑대에게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앙!


곧이어 커다란 기의 폭발이 일어나며 날린 낙엽들과 진흙들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았던 이니스는 혹시나 있을 역공에 대비하며 상황을 살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낙엽들이 가라앉고 남은 자리에 혈랑대들은 보이지 않고, 쓰러져 있는 백야단 대원들이 모습만이 주위에 설치된 야명주들에 의해 비춰지고 있었다.


“조이스 언니! 에리카!”


이니스는 쓰러져 있는 조이스와 에리카에게 미친듯이 달려갔다.


곧이어 증장천왕과 다문천왕도 도착했는데, 그들은 전장을 빠져 나가고 있는 혈랑대의 뒷모습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저놈들...?”


“너도 느꼈냐?”


다문천왕은 증장천왕의 물음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느꼈던 건 어찌된 일인지 혈랑대가 쓰러져 있는 백야단 대원들의 주위에서 경계를 서며 다른 요괴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라는 것인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광목천왕과 지국천왕, 프랭크, 라울, 그리고 모모도 드디어 백야단 대원들이 쓰러져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들은 모두 숨이 끊어져 있던 아홉 명의 전우들의 모습에 비통함을 참지 못했고, 먼저 간 전우의 복수를 하기 위해 다시 각자의 무기를 잡고 일어섰다.


하지만 마침 아이네스 유효 시간이 다한 부작용으로 사천왕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요괴들을 쫓아가는 것은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


단 한 명만 제외하고.


“이 썩을 놈들아! 우리 보스는 어딨냐? 보스를 내놓고 가라!”


쓰러져 있는 백야단 대원들 사이로 용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라울은 혈랑대가 전장을 이탈하자 압도적인 숫자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꽁무니를 빼고 있는 요괴들을 쫓아가 베어 쓰러뜨리며 용기를 내놓으라고 악을 질렀다. 혼자만 쫓아가다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기에 프랭크는 라울을 쫓아가 말려야만 했다.


이제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린 아홉 명의 주검 주위를 돌아보던 모모는 주인 없는 백야단의 망토를 발견했다. 옷깃 안쪽에 새겨진 꽃 모양의 그림. 그는 그게 유나가 용기의 망토에 그려준 문양임을 알고 있었다.


"크으윽..."


연화는 아이네스의 유효 시간이 다하자 날아가던 칠지도에서 추락해 바닥을 굴렀다.


손가락 까딱 하기도 힘든 상황이었기에, 주체없이 흐르는 눈물은 닦을 방법이 없었다.


가온을 포함한 아홉 명은 모두 전사했고, 용기는 행방불명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은 그녀는 바닥을 기며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클클클. 이거 백야단 놈들 중에 하나 아닌가?”


“빌빌 거리는 게 부상을 입은 것 같은데?”


갑자기 연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요괴들의 목소리. 연화가 고개를 돌려보니 요괴 한 개 소대가 그녀 주위를 어느새 포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근처를 순찰하다가 우연찮게 자신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위험하다!’


연화는 검을 잡았지만 그뿐이었다.


그녀는 검을 잡을 기운 정도는 회복했지만 검을 들어올릴 힘은 아직 없었다.


요괴들의 소대장으로 보이는 늑대족 요괴는 이게 웬 횡재냐며 거미족 요괴에게 연화를 포획할 것을 명했다.


순식간에 연화는 거미줄에 칭칭 옭아매여 한 거미족 요괴 등 뒤에 달려 있는 커다란 바구니로 던져졌다. 하지만 그 요괴 소대는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천둥 소리같은 고함에 멈춰서야만 했다.


“풍평장(風萍掌)!”


퍼~엉!


청성파의 장법이 하늘에서 날아와 연화를 싣고 가는 거미족 요괴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슈슈슈슉!


"크억!"

"으아악!"


곧이어 쏟아지는 청성파의 날카로운 청운적하검(靑雲赤霞劍) 검술이 요괴 소대를 순식간에 박살내어 버렸다.


연화는 자신을 구하러 온 엘리엇의 얼굴을 보고는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입밖으로 꺼낼 말을 찾지 못하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통신 단검으로 들은 엘리엇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오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는지 두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엘리엇은 말없이 연화를 들어올려 그녀를 칭칭 감고 있는 거미줄을 풀지 않고 오히려 그걸 이용해 연화를 등에 업은 채 자신의 몸 전체에 묶어 버렸다.


엘리엇은 백야단 대원들이 전사하고 용기가 행방불명이 된 장소의 방향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온형...."


그는 항상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친절한 가온이 좋았다.


그러한 사람의 웃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한스럽고 그렇게 만든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죽은 가온의 손을 잡아주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일리리아가 또 다른 요계 두 개 소대 정도의 병력이 접근중이라고 알려오자, 지금은 연화를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게 우선이라는 판단에 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왔던 길을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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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과학의 이름으로 (3) 22.02.14 212 10 12쪽
165 과학의 이름으로 (2) 22.02.13 224 10 13쪽
164 과학의 이름으로 (1) 22.02.12 216 11 17쪽
» 인류의 자존심을 위하여 (2) 22.02.11 215 10 17쪽
162 인류의 자존심을 위하여 (1) +2 22.02.10 211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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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바람이 되어라 (3) 22.02.08 218 10 15쪽
159 바람이 되어라 (2) 22.02.07 224 10 17쪽
158 바람이 되어라 (1) 22.02.06 215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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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단산자림 전투 (5) 22.02.01 225 10 13쪽
152 단산자림 전투 (4) 22.01.31 218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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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엄청난 집안 (5) 22.01.24 22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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