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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수정: 요계의 침공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1.05.29 21:07
최근연재일 :
2022.04.18 19:00
연재수 :
2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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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755
글자수 :
1,456,688

작성
22.0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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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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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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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인류의 자존심을 위하여 (1)

DUMMY

“먼저 가서 편히 쉬고 있어라 가온아.”


용기는 벌벌 떠는 자신의 손으로 가온의 미소 짓고 있는 주검 이곳저곳을 만지며 그의 시체를 똑바로 뉘였다.


그는 한 병원에서 식물 인간이 되어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평온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던 가온을 발견했을 때를 떠올렸다.


이제 마지막 생명을 다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버린 그의 얼굴은 똑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런 가온의 모습에 용기는 비통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또다시 잃어버린 소중한 이의 생명. 그걸 지키지 못한 자신의 처참한 모습.


용기는 두 주먹을 부셔져라 움켜지며 일어났다.


자존심. 두번째로 듣는 말이었다.


처음은 그리스의 셀린 중위가 무전 통신이 끊기기 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무너진 인류의 자존심을 지켜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온이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자신에게 부탁한 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자존심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건 예전에 버린지 오래였다. 자긍심만 지키고 있으면 자존심 따위는 얼마든지 지나가던 개에게 줘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내가 사랑하고 아꼈던 사람들이 자신에게 그걸 지켜 달라고 부탁했으니, 그 부탁을 들어 주리라. 바로 여기서. 이 몸이 갈가리 찢겨 나갈지언정.


그는 자신의 검이 놓여진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가온이는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십대 초반의 선량한 청년이었다.”


용기는 자신의 백야단 망토를 벗어 수강으로 밑단을 길게 찢어낸 후 그 천으로 유피테르를 부서져라 쥐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과 유피테르의 손잡이를 꽁꽁 묶어 버렸다.


“부모님을 공경하고 효도하며, 어려운 형편에도 절대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에 대한 꿈이 있던 청년이었다.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 몇 개를 병행하는 고난속에서도 언젠가는 자신이 멋진 애니메이션 음악가가 될 수 있다는 꿈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는 남들처럼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네놈들이 그걸 전부 빼앗아 갔다. 가온이의 인생도, 미래도, 꿈도, 희망도, 그리고 사랑까지.

허나! 윤가온이라는 젊은 청년이 남긴 자존심만큼은 네놈들이 더 이상 빼앗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네놈들은 전부 여기서 죽을 테니까.”


“흥! 그 꼴을 하고서 네놈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냐?!”


인드리크는 흥이 가셨다는 듯이 손짓을 하며 자신의 친위대에게 공격 준비를 시켰다.


“인간은 파멸 당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용기가 자신의 유언을 남기듯이 조용히 내뱉었다.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이냐? 죽기 전에 너 같은 하찮은 인간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신들에게 기도라도 하는 것이냐?! 뭣들 하느냐. 쳐라!”


“노인과 바다 라는 초강력 추천 도서에 나오는 명대사니 저승 도서관에서 빌려다 쳐 읽어 봐라. 이 개새끼야!”


용기가 먼저 움직였다.


세상을 부셔 버릴 것 같은 기세로 달려나간 용기는 손에 힘껏 쥐어진 유피테르로 성난 파도처럼 앞에 거슬리는 모든 것을 쓸어 버렸다.


콰콰콰쾅!

퍼퍼퍼펑!


요괴가 검을 들어 막으면 그 검과 팔을 몽땅 베어 버렸고, 요괴가 호신강기를 끌어 올려 방어하면 그 호신강기를 찢어 버리고 몸을 두 동강이로 만들어 버렸다.


"이야야야아아!"


그렇게 인드리크의 친위대 요괴들의 시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뭐...뭘 하고 있느냐!. 막아라! 막으라고!"


용기의 미친 듯한 기세에 자신의 친위대가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인드리크.


인드리크의 친위대들도 나름 최선을 다해 달려드는 용기를 막아내면서 공격도 하고 있었으나, 용기는 신체의 주요 부위 이외에는 방어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요괴들에 검에 긁히고, 베이고, 찔리면서도 계속 인드리크를 향해 질풍노도처럼 나아갔다.


그아아아아아


용기의 두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그의 피부에 황금빛 비늘이 돋으며 체격이 점점 커져갔다.


“가자! 유피테르! 우리가 인류의 자존심이다!”


거대한 황금빛의 기운이 유피테르의 검 끝에 생겨났다.


이제 인드리크와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고, 용기의 시야를 가리며 인드리크를 보호하던 친위대들의 장막에 드디어 틈이 보였다.


“파천황(波天皇)!”


용기는 마교의 최절정 무공 천마삼검 중의 마지막 초식인 파천황을 그 틈으로 찔러 넣었다.


콰아아아앙!


그 엄청난 기의 폭발에 바닥에 있던 수많은 낙엽들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용기는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은 거친 숨을 내쉬며 낙엽들이 가라 앉기를 기다렸다.


".......?!!"


하지만 잦아든 낙엽들 사이로 아직도 멀쩡한 인드리크의 모습이 보였다.


또한 그의 앞에는 처음보는 네 명의 호랑이족 요괴들이 서있었다. 가장 덩치가 좋은 호랑이족 요괴는 백색의 털을 지니고 있었는데, 흥미롭다는 듯의 표정으로 뒷 짐을 진 채 용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용기는 그 호랑이족 요괴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요계의 본궁 지하 감옥에서 탈출할 때 보았던 초상화 속의 요괴.


“드마케르!...”



*****



연화는 자신의 한 손이 따뜻하면서도 촉촉하게 젖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뜨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이 요계의 붉은 산에서 정신을 잃은 용기의 손을 잡고 울고 있었던 때를 떠올렸다.


생각해 보면 용기가 자신을 구해 주었다는 고마움과, 자신 때문에 그가 더욱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는 죄책감과, 아는 인간이라고는 그 사람 밖에는 없는 이세계에서 혹시나 그를 잃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등등, 용기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자신의 손에는 참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그런 생각에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면서 마침내 두 눈을 떴다.


“문주님?! 문주님 정신이 드세요?!”


알고 보니 자신의 손을 붙잡고 울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선우 도사인 것을 알게 된 연화는 빙그레 웃어 보이며 자신은 이제 괜찮다고 오히려 선우 도사를 달랬다.


“어떻게 됐어요? 전투는? 그리고 다들 어디 있어요?”


“문주님. 그게 큰일 났습니다.”


선우 도사는 미국 버지니아 주 해변가로 사람들을 구하러 간 가온과 다른 백야단 대원들이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과 그들을 구하러 먼저간 용기마저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빠르게 전했다.


연화는 누워 있던 야전용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고, 그녀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 선우 도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동진으로 향했다.


[어디야 대장? 단장이랑 다른 대원들은 구했어?]


[아직이다. 문제가 생겼다.]


통신 단검으로 대답하는 프랭크의 목소리는 썩 좋지 못했다.


[가온의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고 만들어 놓은 이동진이 파괴되었다. 그래서 우리도 그쪽으로 바로 이동하지 못하고 두 시간 거리에 있는 가장 가까운 이동진을 통해 이동 하느라 아직 도착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뭐야?!]


연화는 고함을 빽 지르며 화를 내었다.


[연락은? 아직 다 살아 있긴 한 거야?]


[그것도 문제다. 이상하게도 아무와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모모가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서 간간히 보고를 해주고 있긴 하지만 벌써 수백이 넘어가는 요괴들이 주위를 포위하고 있어 모모가 숨어있는 시야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사천왕!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먼저 전력으로 날아가서 당장 단장이랑 대원들을 구해!]


[연화야. 우리도 그러고 싶다만 현재 너의 내력 상태가 엉망이라 우리도 짜낼 수 있는 내력에 문제가 있다.]


광목천왕이 답해왔다.


[알았어. 아무튼 최대한 빨리 가줘! 그리고 도착하면 연락해. 내력 문제는 내가 해결해 볼게. 구해야 돼. 반드시!]


연화는 주먹을 불끈 쥐며 헤븐 아일랜드로 통하는 이동진에 올라섰다.


연화와의 통신을 마친 프랭크는 백야단을 멈춰 세웠다.


뒤로 돌아선 그의 눈에 벌써 땀으로 뒤범벅이 된 대원들이 모습과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육체적 정신적 한계와 맞서 싸운 처절한 전투를 마친지 아직 채 하루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이 벌써 지친 모습을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나와 이니스, 라울, 그리고 사천왕만 먼저 전속력으로 이동한다. 카일. 나머지를 인솔해서 뒤따라 오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하지만 대원들의 체력 안배에도 신경을 쓰도록.”


말을 마친 프랭크는 갑자기 망토를 해제하고 웃통을 벗더니, 그 속에 가려져 있던 양쪽 어깨와 허리 그리고 양 발목에 차고 있던 중량 밴드들을 풀어 옆으로 던졌다.


퍽!


무거운 소리들을 내며 바닥에 떨어지는 중량 밴드들.


“사천왕. 이니스. 라울. 이제부터 내력을 아끼지 않고 전력으로 경공을 펼친다. 뒤쳐지면 알아서 하도록.”


프랭크는 말을 마치지마자 펑 하는 굉음와 함께 흙먼지를 잔뜩 일으키며 혼자 번개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이니스와 라울 그리고 사천왕도 뒤를 따랐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한참이 지나도 프랭크와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문천왕이 그 점을 의아해 하며 물었다.


“이 녀석아. 무림에서도 손에 꼽히는 점창파의 유운신법(流雲身法)이다. 원래도 빠른데 몸도 가벼워졌으니 더욱 빠를 수 밖에.”


광목천왕이 대답하자 나머지 사천왕들과 이니스 그리고 라울도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프랭크가 배운 무공은 쾌(快)를 중요시 하는 점창파의 무공이라는 사실을.


한편 카일은 프랭크가 내던진 중량 밴드들을 들어올려 보고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양 어깨와 발목의 밴드들은 각각 대략 10킬로그램 그리고 허리밴드는 대략 20킬로그램. 여태 총 60킬로그램을 항상 몸에 두르고 전쟁터를 누볐다고?! 헐...대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괴물이군.’



헤븐 아일랜드에 도착한 연화는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참고 있는 유나가 보이자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꼭 끌어 안아 주었다.


유나는 울지 않는데, 오히려 자신의 두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구해 올게...언니가...언니가...반드시 아빠 구해 올게.”


울지 않으려고 온 몸에 힘을 꽉 주고 있던 유나는 어떠한 소리도 목구멍을 넘어 오지 않자 고개를 한 번 천천히 끄덕였다.


용기와 가온이 있는 장소에서 경공으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이동진으로 넘어간 연화는 칠지도에 올라타고 전속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제 입은 내상이 아직 완전히 치료되지 않아 속도는 생각보다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먼저 가고 있는 사천왕이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면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자신의 내력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있어야 했기에, 그녀는 전속력으로 날아가다 잠시 멈춰 호흡을 고르고, 다시 날아가는 패턴을 반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잠시 멈춰 설 때마다 마음을 죄어오는 불안감으로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단 한시도 잊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유나의 엄마이자 용기의 와이프인 시호코를 잃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그 씻을 수 없는 죄책감으로 처음에 얼마간은 유나를 대하기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랐다.


유나의 아빠마저 이대로 잃을 수는 없었다. 만약에 만약에 용기가 잘못 되기라도 하면 자신은 정말 유나의 두 눈을 더이상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애타는 마음을 몰라주고 삐걱거리기만 하는 자신의 몸 상태.


'제발....'


속상한 연화는 연거푸 흐르는 눈물을 닦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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