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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Q 님의 서재입니다.

신마분혼기 : 고대 신마의 혼을 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김상규
작품등록일 :
2024.05.08 17:12
최근연재일 :
2024.07.31 08:00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465,653
추천수 :
13,168
글자수 :
236,780

작성
24.07.08 12:00
조회
8,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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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글자
11쪽

격돌(3)

DUMMY

주오는 순식간에 타영이 피를 토하고 오동이 박살나는 걸 보고 겁을 집어먹고 도망쳤다.

강인이 도망치는 그녀를 향해 다시 필사적으로 조화구중로를 휘둘렀다.


‘놓치면 안 돼!’


별빛이 모여든 듯 신비롭게 빛나는 단로가 허공을 수놓았다. 하지만 거리가 살짝 모자랐다.

이대로 놓치나 싶었는데 조화구중로의 뚜껑이 열리더니 소용돌이가 발생하며 엄청난 흡인력이 일어났다.

먼저 근처에 있던 박살이 난 오동의 시신이 빨려 들어갔다. 이어 그의 독각창과 주오의 천리사로 만든 채찍이 조화구중로에 삼켜졌다.

도망치던 주오는 자신의 몸이 갑자기 무언가에 붙들린 것 같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는 천리사 때문이었다.

주오는 천리사를 버리려 했지만 이상하게 아교처럼 달라붙어 손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 사이 순식간에 조화구중로의 무저갱 같은 입구가 천리사와 함께 주오를 삼켜버렸다.


“아아아악!!”


주오가 비명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비명까지 조화구중로 안으로 맴돌다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고대의 법보에 갇혀버린 주오는 그 막강한 존재감과 기이한 압력에 순식간에 혼백이 깨어져 흩어져버렸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강인은 헉헉거리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지금 그의 몸은 힘껏 비튼 빨래처럼 말라버린 상태였다. 심상세계에 영기가 고여 있는 영천靈泉도 거의 고갈되었다. 심지어 샘가에 심어둔 이끼와 영초들마저 바깥쪽에서부터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크으윽”


강인이 필사적으로 조화구중로를 다시 심상세계로 돌리고 조화신공을 운용했다.

조화구중로가 작은 화산 위에 내려서고 화산은 불을 뿜었다. 그러자 단로가 달아올랐고 그 안에 있는 오동과 주오의 사체와 그들의 무기가 연화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들이 가지고 있던 공간법보까지 해체되어 그 안에 들어있는 영석과 영단들을 조화구중로 안으로 토해냈다.

각종 영기들의 결정체인 영석과 영단들이 단로의 힘에 가장 먼저 반응해 순식간에 영기로 치환되었다.

조화구중로에서 증기처럼 영기가 뿜어져 나왔다. 곧 오색구름이 되고 비를 장마처럼 쏟아내자 급격히 말라붙던 샘에 영기가 다시 고이고 가루처럼 흩어지던 영초들이 다시 싹을 틔웠다.

동시에 당장 쓰러질 것 같이 가죽만 남았던 강인의 몸이 빠르게 부풀어 오르며 다시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강인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일단 급한 불을 끈 셈이다.


‘진짜 큰일 날 뻔했네.’


그것도 자신의 보물인 조화구중로 때문에 말이다.

짧은 시간 동안 행운과 위험이 연달아 교차했다.

조화구중로가 무기로도 쓸 수 있고 또한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는 걸 알 게 된 건 행운이었다. 하지만 한 번 휘두르는데 엄청난 공력이 소모되는 걸 몰랐던 건 큰 위험이었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다고 볼 수 없지만 강인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주저앉아 있는 타영에게 서둘러 다가갔다.

저 녀석이 다시 기력을 차리기라도 하면 지금 자신의 허약한 상태론 곤란하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였다.

그의 모습은 처참했다. 타영의 두 눈에는 피가 흘러나와 시력을 상실했고 입으로는 울컥거리며 선지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인기척에 타영은 억지로 고개를 들어 강인을 올려다보았다.


“누구냐?”

“형태동의 강인이다.”

“오동과··· 주오는?”

“죽었다.”

“결국 그렇게 됐군. 크윽, 도대체 그건 무슨 보물이지? 무엇이기에 그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건가?”

“조화구중로!”

“조화구중로? 역시 모르겠군. 들어본 적 없다.”


이런 위력을 발휘하는 법보라면 남쪽의 수선대파인 오독맹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이런 시골의 수선자가 어떻게 저런 법보를 가지고 있는 걸까?

타영은 탄식했다.


“하! 100년을 이어 온 수행의 길이 이렇게 어이없이 끊기는구나.”

“적당히 물러나 동주님이 출관하길 기다렸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험하게 진행되진 않았을 거다.”

“크크크, 우릴 이겼다고 우쭐해하지 마라. 이번 일에 대한 복수는 오독맹이 해 줄 것이다. 그러니 그 동안만 이 승리를 즐기거라.”

“오독맹?”


강인은 깜짝 놀랐다.

익숙한 이름이다. 아마도 지리지에서 읽은 것 같다.

설마 남서국의 그 오독맹인가?

대연국 남쪽에 위치한 요괴들이 만든 나라 남서국, 오독맹은 바로 그 남서국을 수호하는 수선문파들의 연합이었다.


“너희들은 오독맹 출신인 거냐? 오독맹 놈이 왜 수만리나 떨어진 여기까지 와서 이 난리를 피운 거지?”

“······.”


다시 물었지만 더 이상 타영의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이미 피를 한 말이나 토한 그는 나무토막처럼 풀썩 쓰러졌다.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걸 알고 얼마 남지 않은 공력을 모아 스스로 심맥心脈을 끊어 자결한 것이다.


“오독맹이라······.”


강인은 그가 남긴 한 마디를 되뇌며 얼굴을 찌푸렸다.


‘정말 오독맹 출신인 거 맞을까?’

‘이놈이 마지막 순간에 헛소리를 했을 리는 없을 테고······.”

‘왜 처음부터 정체를 밝히지 않았지?’


하긴 대연국과 남서국이 사이가 안 좋은 만큼 오독맹과 칠대수선종문도 서로 긴장관계이니 움직임을 조심해야 했겠지······. 그러니 굳이 출신을 밝힐 이유가 없었을 거다.

강인은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아무리 생각해봐도 귀찮은 일이 계속될 것 같은데······.”


만약을 대비해 흔적들을 없애버리는 게 낫겠다.

그리고 그 전에 일단 챙길 건 챙기자. 강인은 우선 타영의 손가락에 끼여져 있는 수납환을 회수했다.

그 다음으로 강인은 멀리 떨어진 삼첨도를 주어와 조화구중로에 던져 넣고 쓰러져 있는 타영도 통째로 밀어 넣었다.

이제 조화신공을 일으켜 연화시키면 이 존재는 말끔히 사라진다. 그 순간, 문득 찜찜함이 밀려왔다.


‘이러면 결국 사람을 잡아먹는 것과 다를 바 없잖아? 이래도 되는 건가?’


약초나 영단을 연화하는 것과 사람(비록 요괴라 할지라도)을 연화하는 건 완전 다른 차원의 일이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이미 둘이나 조화구중로로 연화시켜 심상세계의 영기로 치환해 버리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와 우물쭈물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강인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조화신공을 운용했다.

심상세계의 화산이 불을 뿜었고 조화구중로가 빨갛게 달구어지며 표면에 새겨진 도형과 선들이 별빛처럼 빛났다.

앞서 조화구중로에 담긴 오동과 주오의 남은 잔해들과 이번에 새로 들어온 타영과 삼첨도가 빠르게 영기로 연화되기 시작했고 잠시 후, 강인의 숨결과 모공에서 새어나온 기운이 안개처럼 주변을 감싸며 맴돌았다.






타영과 오동, 주오의 죽음은 순식간에 오독맹에게 알려졌다.

오독맹의 일을 관리하는 다섯 명의 대집사 중에 하나인 첨두영詹蚪英이 추혼각追魂閣에 들어서자마자 맹의 내문제자 하나가 쪼르륵 달려와 보고했다.


“사숙師叔, 타영이 이끄는 조組의 혼등魂燈이 꺼졌습니다.”


첨두영이 물었다.


“몇이나 꺼졌지?”

“셋 모두입니다.”

“이런!”


첨두영은 자신의 넓적한 얼굴을 찡그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둘은 몰라도 타영은 죽으면 안 되는데······.’


타영은 적사부의 직전제자이자 수련경지 또한 제법 높아 100년도 안 됐는데도 축기기 중기, 선화경에 이른 뛰어난 자질을 가진 녀석이다.

적사부의 차기 후계자 중 하나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었는데 이번에 안타깝게 횡사를 했으니 적사부에서는 꽤나 속이 쓰릴 일이었다.

아니, 그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4개부에서는 오히려 은근히 반기려나?

첨두영은 속으로 혀를 찬 후, 제자에게 그들이 있던 마지막 위치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왜 죽었는지? 살해당한 거라면 누가 그랬는지?

사고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만약 살해당했다면 피의 대가를 받아내야 한다. 대가를 받아내지 못한다면 남부의 지배자인 오독맹으로서는 체면이 크게 깎이게 된다.

첨두영은 추가로 당부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시신도 회수해야 한다.”


물론 시체가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요괴수선자의 신체는 연단이나 법기제작의 재료로 꽤 많은 수요가 있으니까.

내문제자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처리해야 할 사안이 많아 시간이 필요합니다.”


첨두영은 큰 방에 놓인 300여개의 혼등을 쭉 살펴보았다. 여기저기 꺼진 등들이 보였다. 대략 10~20여개 정도 된다.

저들도 횡사한 제자들이다. 숫자가 꽤 되니 일이 밀려있을 수밖에 없다.


“음······. 어쨌든 서둘러라.”

“알겠습니다.”


숫자도 숫자지만 일처리가 쉽지 않다.

오독맹 앞마당에서 벌어진 일이면 간단하겠지만 문제는 대부분 사망자들이 다른 세력의 지배지역으로 넘어간 이라는 점이었다.

서쪽은 성마교의 하수인들이 북쪽은 칠대수선종문이 동쪽의 동해 군도群島에는 늙고 성질 나쁜 대요大妖들이 다스린다.

만약 목숨을 잃은 제자들이 그들과 연관되어 있기라도 하면 무작정 힘으로 누를 수가 없게 되고 그럴 경우, 무척 골치 아픈 일로 번지게 될 가능성이 컸다.

결국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첨두영은 지금 이 모든 문제를 일으킨 녀석을 향해 절로 욕설을 내뱉었다.


“오경! 이 망할 놈!!”


오독맹은 실력과 자질이 떨어지는 자들은 살뜰히 챙겨주지 않는다. 그러니 오경처럼 별 볼일 없는 자질을 가진 녀석인 경우, 대우에 불만을 품고 맹에서 도망치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그리고 수행을 위해 많은 자원이 필요하기에 그 도망자들은 백이면 백, 영단들과 약초들을 훔치려고 한다.

물론 일부는 겁이나 시도조차 못한 채 포기하고 또 다른 일부는 시도하더라도 대부분이 성공하지 못한다.

그들에 비하면 오경은 정말 운이 좋았다. 영단도 훔치고 도주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오경이 훔쳐간 영단들이 귀하다고 하지만 한 지역의 패자인 오독맹으로선 어느 정도 감수할만 하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오경이 가져간 작은 나무 상자였다. 영단과 약초를 훔칠 때, 그 놈은 그게 뭔지도 모르고 같이 쓸어 담았을 것이다.

그 나무상자는 오독맹의 다섯 시조始祖 중 하나이자 연맹을 창설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금섬노조金蟾老組가 남긴 유산이었다.

오독맹도 뒤늦게 없어진 물건의 목록을 뒤지고 나서야 그 나무상자가 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을 정도로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던 물건이었다.

그 나무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따로 전해지는 전승도 없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후손들이 열어보려고 나름 애써 보았지만 나무상자는 단단히 봉인되어 꿈쩍도 하지 않았고 결국 다시 보물창고에 처박혀 그렇게 서서히 잊혀졌다.

망할 오경이 훔쳐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찾자니 품이 많이 들고 무시하자니 시조 금섬노조께서 남긴 물건이다. 어차피 다시 창고에 처박힐 운명의 어정쩡한 유품이지만 그렇다고 바깥으로 돌려도 되는 물건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첨두영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며 추혼각을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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