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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성운 님의 서재입니다.

1990년대 대마법사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미르성운
작품등록일 :
2020.01.09 13:17
최근연재일 :
2021.05.04 01:48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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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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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8)

DUMMY

썬더이글이 크로노스와 싸우고 있는 동안, 성현성이 남은 수호자들을 지휘하며 어떻게든 메카랩터와 드라고노이드가 이끄는 월물 부대를 막고 있었다.


“물러서지 마라! 더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유리아! 더 왼쪽으로 붙어! 윤시훈이 위험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수호자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성현성의 지휘 아래에 S급 수호자들이 죽을 힘을 다해 싸우자 월물들도 속전속결로 전투를 끝낼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잠시 물러서야했다.


휘릭.


그때였다. 팽팽한 승부의 추를 기울이기 위해 김승후를 납치했던 8등급 월물 언홀리 원이 아까와 같이 촉수로 박희성을 납치하려 했다.


“어딜!”


하지만 이번에는 정석민이 제빠르게 검으로 언홀리 원의 촉수를 벤 다음에 블레이드 댄스를 발동시켰다.


[키에에에엑!!!]


리듬감있는 절삭 소리와 함께 언홀리 원은 그대로 썰려나갔고, 흉측한 수중괴물처럼 생겼던 월물은 하나의 문어회가 되더니 사르르 녹으며 검은 가루더미가 되어버렸다.


[섣불리 다가서지 마라!]


순식간에 언홀리 원이 소멸되자 드라고노이드가 명령했다. 그리고 잠시 5~6등급 월물들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수호자들을 위협하기만 하는 동안 그는 메카랩터와 위치가 대기하고 있는 후방으로 이동했다.


[아아, 언홀리 원. 시도는 좋았으나 저 검사의 맹공격에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렸어요! 여러분도 명심하십시오! 아무리 공작의 자리에 올라도 한번 꼬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소멸됩니다!]


메카랩터는 자신의 부하 등 위에 올라가 눈에 낀 팬텀랜즈를 통해 전투 장면을 촬영하면서 멘트를 치고 있었다.


[뭐하자는 겁니까? 저 녀석들, 죽기살기로 싸우고 있습니다. 이대로 시간만 끌면 오히려 우리가 더 불리해집니다!]

[어허, 왜 그래? 그래도 걸출한 전투 장면은 건져야지! 아까는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서 지금이 기회야.]


드라고노이드가 따지자 메카랩터는 별 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이내 분을 삭히고 있는 드라고노이드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저 검사 녀석, 서포터의 지원을 계속 받고 검사는 단번에 죽이기 어려워도 서포터는 죽이기 쉬울거야.]

[리더를 먼저 처리하죠. 일단 리더가 먼저 죽으면 저들의 사기가 빠르게 떨어질 겁니다.]

[리더와 저 계집은 나와 위치 양이 맡지. 자네는 자네 부하랑 저 서포터를 처리해줘.]

[저들을 너무 얕보는게 아······]

[쫄았어?]

[··· 좋습니다.]


메카랩터의 도발에 드라고노이드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드래곤 모드로 전환한 다음에 그의 부하인 8등급 월물 칼리번한테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다!]


드라고노이드가 날개를 펼치고 도약해 수호자의 진영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갔고, 그의 부하인 8등급 월물 칼리번이 6개의 팔에 쥔 검을 휘두르며 따라들어왔다.


“희성아, 물러서!”


정석민이 블레이드 댄스를 발동하며 외쳤다. 박희성은 빠르게 신선우의 등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칼리번이 현란한 검술로 블레이드 댄스를 막는 동안 드라고노이드는 육중한 꼬리로 신선우의 옆구리를 강타해 그를 옆으로 밀쳐내었다.


“유리아! 어서 가서 저들을 도···.”


성현성이 급히 지시를 내리려 했으나, 그 순간 위치가 빠른 속도로 성현성을 향해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그리곤 유리아 역시 측면에서 튀어나온 메카랩터에 의해 발이 묶여버렸다.


“안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그 사이에 박희성은 순식간에 구석으로 몰렸다. 다시 정신을 차린 신선우가 윤시훈과 설호민과 함께 드라고노이드를 저지하려고 했지만 그 사이에 5~6등급 월물들이 마구 몰려들어 시간을 끌었고, 빠르게 정석민을 구원하기 위해 더 격렬하게 블레이드 댄스를 쓰는 정석민 역시 6개의 팔을 휘두르며 검을 튕겨내는 칼리번에 의해 막힌 상태였다.


결국 끝까지 냉각 마법을 쓰며 드라고노이드를 저지하려던 박희성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나이스! 자, 이제 리더 네 차례다!]


박희성의 죽음을 눈치챈 메카랩터가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빠르게 유리아를 제쳐두고 성현성을 향해 달려갔다.


“오냐, 덤벼라!”


위치와 치열하게 싸우던 성현성은 빠르게 위치한테 일격을 날린 다음에 메카랩터를 맞이할 준비를 하며 외쳤다. 위치는 성현성한테 한 방을 맞고 비틀거리다가 메카랩터의 뒤를 노리던 유리아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모두 정신차려! 박희성의 원수를 갚자! 저놈이 죽든, 우리가 죽든 끝장내자!”


한편, 자신의 오랜 친구 박희성의 죽음에 눈이 뒤집힌 정석민이 버프를 받기 전보다도 더 격렬하게 칼리반을 압박하며 외쳤다. 하지만 드라고노이드가 정석민과 칼리반 앞을 끼어들어 궁지에 몰린 칼리반을 구원했다.


그 다음에는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성현성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음에도 정신력으로 끝까지 메카랩터와 싸웠고, 유리아는 위치를 꾸준히 압박해나갔으나 중간중간 다른 월물들의 개입으로 인해 끝장낼 기회를 번번히 놓쳤다.

정석민은 나머지 수호자들과 힘을 합쳐 드라고노이드, 칼리번, 그리고 또다른 8등급 월물인 코스믹스타와 싸웠으나 결판이 나지 않았다.


“현성씨.”


한참 성현성이 메카랩터의 속공을 불굴의 방패로 막아내고 있을 때였다. 메카랩터의 등 뒤에서 김승후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다가왔다.


“김승후! 뭐하는 거야! 빨리 정신 차리고 싸워!”


성현성이 김승후를 보자마자 호통쳤지만, 김승후는 목소리를 내리깔며 물었다.


“현성씨. 우리가 왜 이렇게 싸우는지 잊었어? 그 잘난 비바람 가문 수호자 때문이잖아. 그 놈만 죽으면 우리는 죽을 필요가 없어. 그냥 지금 싸움을 멈추고 항복하면 돼. 이미 충분히 잘 싸웠어.”

“뭔 말같지도 않은 소리냐! 네놈이 오더 오브 썬더에 들어왔을때 네 목숨이 다할때까지 썬더이글의 가족을 지키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때의 약속은 어디로 저버린거냐?”

“그따위 맹세··· 내가 언제 했는데?”


뭐? 순간 성현성은 싸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김승후가 제정신이 아닌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아예 다른 사람 같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김승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자 묘한 위화감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마인이다!’


마족의 눈처럼 바뀌어버린 김승후의 보고나서야 성현성은 깨달았다. 왜 그토록 충실했던 김승후가 순순히 지하 1층의 강철문을 열게 되었는지. 왜 지금 다른 사람처럼 말을 하는지.


“끄아아아아!!!”


잠시 성현성이 빈틈을 보인 순간 김승후는 괴성을 냅다 성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성현성이 급히 몸을 틀어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팔과 다리는 김승후가 포박한 상태. 성현성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미 40대에 접어든 그는 아직 20대의 펄펄한 김승후의 괴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


그 틈을 타서 메카랩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성현성을 끝장내기 위해 오고 있었다.


“김승후! 정신차려! 네 본분을 잊지 마! 네놈은 월물을 잡는 수호자란 말이다!!”


발버둥치던 성현성이 김승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외쳤다.

그러자 그 순간, 김승후의 눈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를 옥죄던 힘이 느슨해졌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메카랩터는 잠시 멈칫한 김승후를 밀쳐낸 다음에 한 손으로는 성현성의 가슴팍을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가 소환한 도끼를 높게 치켜들었다. 마지막 저항으로 성현성은 몸부림쳤지만, 메카랩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떨어지는 도끼를 바라보며 성현성의 머릿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쩌다가 그들이 여기까지 몰리게 되었는지. 지금 지하 1층 어딘가에 있는 방에 숨어있는 그의 가족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내 잘못이다.’’


그리고 그게 죽기 전 성현성이 생각한 결론이었다.


[모두 잘 들어라!]


메카랩터가 성현성의 머리를 다른 수호자들한테 보여주며 외쳤다. 간신히 위치를 처치한 유리아가 성현성의 머리를 보자마자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에 다른 수호자들과 월물들도 싸움을 멈추고 메카랩터를 바라보았다.


[이제 너희한테는 승산이 없다. 너희가 믿는 검사는 힘이 빠졌고, 리더도 잃었으며, 여전히 수적으로나, 실력으로나 한참 밀리고 있다. 그러니 지금 싸움을 멈추는게 어떻겠느냐? 지금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메카랩터가 성현성의 머리를 수호자들을 향해 던지며 말했다.


수호자들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팔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고,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누군가가 무릎을 꿇으면 그대로 전부 항복할 기세였다.


“어이!”


그때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수호자들 뒤에 있는 방이 열리더니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한 김형원이 걸어나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썬더이글은 저 앞에서 싸우고 있어. 아직 전투는 안끝났는데 왜 벌써 포기하는 거여? 저 녀석들은 오늘 우리 동료들을 죽였던 놈들이여. 그런 놈들한테 무릎을 꿇을 생각이여? 최선을 다해 싸우다 죽은 자들한테 미안하지 않어?”


그 말에 다른 수호자들은 다시 의욕을 되찾았다. 메카랩터는 이러한 저항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고, 드라고노이드는 빠르게 그의 부하들을 불러 명령했다.


[코스믹스타, 칼리반. 너희들은 지하 2층으로 내려가서 비바람 가문을 완전히 끝장내.]


“우리는 대한민국 최강의 수호자들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저 두 놈은 확실히 같이 데리고 가자! 모두 전투 준비!”


김형원을 중심으로 다시 수호자들은 진영을 짰다. 방어 스킬이 있는 신선우와 유리아가 전방에 섰고, 그 뒤로 김형원, 윤시훈, 정석민이, 그리고 최후방에는 설호민이 있었다.


[자, 그러면 마지막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해볼까.]


메카랩터가 다시 도끼를 소환하며 말했다. 그리고 드라고노이드가 날개를 펼치며 돌격하는 것을 시작으로,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



“후우······.”


썬더이글이 길게 심호흡하며 크로노스를 노려보았다.


나이가 들고 체력이 고갈되면서 그는 점점 약해져갔지만, 그에 반해 크로노스는 가면 갈수록 힘이 넘쳐나는 것 같았다. 같은 9등급이지만 이전보다도 훨씬 더 강해졌다.


서로한테 가한 유효타의 숫자는 비슷했다. 하지만 썬더이글의 상처는 예전과 달리 쉽게 회복되지 않은 반면, 크로노스의 상처는 너무나도 빠르게 회복되었을 뿐.


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빨리 크로노스를 해치우고 다른 월물들도 처치해야 했다. 썬더이글은 부러진 쌍낫을 버리고 새로운 쌍낫을 소환한 다음에 다시 달려들었다.


챙!! 채챙!!


썬더이글의 쌍낫과 크로노스의 창이 어지러이 움직이며 서로를 죽일 듯 달려들었다. 하지만 어느새 썬더이글의 쌍낫은 무뎌지기 시작했고, 크로노스도 그걸 빠르게 캐치해냈다.


푸욱.


끝내 크로노스의 창은 그대로 썬더이글의 배를 깊숙히 찔렀다.


“우욱!”



아까보다 더 큰 상처에 썬더이글은 휘청였다. 그의 입에서는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반격을 해야되는 걸 알지만, 그의 양팔에는 힘이 풀렸다. 그제야 그동안 망각하고 있었던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크윽!”


승기를 잡은 크로노스가 그대로 썬더이글을 벽으로 밀어붙였다. 썬더이글은 두 눈을 부릅뜨고 크로노스를 노려봤지만,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에는 힘이 풀려버렸다.


[네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처럼, 나 역시 이번 전투에 내 목숨을 걸었다.]


서서히 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썬더이글을 내려다보며 크로노스가 말했다. 그리곤 창의 방향을 틀어 썬더이글의 상처를 키웠다. 썬더이글은 고통에 움찔했다.


[내 커리어를 버리고 사람들을 모집해 너희들의 길드에 대항할 수 있는 군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건 아직 시작일 뿐이야. 오늘의 승리를 시작으로 다른 전투에서도 꾸준히 승리해나가며 이곳을 점차 점령해나갈거다. 그때가 되면 이제 확실히 알겠지.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인지 말이야.]


그리곤 크로노스는 창을 한번에 뺐다. 그러자 썬더이글의 배에서는 피가 쉴새없이 흘러나왔다. 이미 승패가 결정났다는 건 양측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썬더이글은 다친 배를 잡고 천천히 일어섰다.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크로노스는 바로 그를 걷어찬 다음에 한번 더 창을 찔러넣었다.


텅!!


하지만 이번에는 썬더이글이 가슴팍에 방어구를 소환해 공격을 한번 막아내었다.


“타임 프리즈.”


그리고 다시한번 타임 프리즈를 발동해 최대한 빠르게 모든 힘을 끌어내어 다시 일어서는 데 성공했다.


[이 좀비같은 녀석.]


어떻게든 다시 일어선 썬더이글을 보며 크로노스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 사이에 썬더이글은 남은 힘을 쥐어짜내어 불리하진 판을 어떻게 뒤집을지 생각해내었다.


상처가 빨리 회복되긴 하지만, 결국 크로노스는 9등급 치곤 방어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목이 잘려나가거나 핵을 관통당하는 등의 치명상을 입으면 좋은 치유력으로도 회복 불가능하고,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릴때 처치하면 된다.


문제는, 저렇게 펄펄한 녀석한테 어떻게 치명상을 입힌단 말인가. 결국 그가 평소에 쓰지 않은 스킬을 써야 하는데 웬만한 스킬들은 전부 크로노스한테 간파당했다.


실내 특성상 에어 런닝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고, 타임 프리즈 역시 결국 크로노스가 잘 대비하면 그만이고, 실제로 이미 몇 번 간파당했다.


그렇다면······.


아, 그래. 그동안 낮은 명중률과 그리 높지 않은 위력 때문에 사실상 봉인해왔던 스킬이 하나 떠올랐다.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진 않지만, 어쨌든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1초.


크로노스가 창을 들고 돌격해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썬더이글은 쌍낫을 꽉 쥐고 그의 비장의 카드를 준비한다.


1.5초.


쩌엉!!


번개가 크로노스의 머리 위에 내려쳤다. 썬더이글의 유일한 원거리 공격이었던 썬더스톰. 지금까지 계속 쌍낫만 들고 상대해왔던 썬더이글이었기에 크로노스도 이 스킬을 얼핏 알고 있었음에도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2초.


전기 충격을 받았음에도 크로노스는 속도가 살짝 늦춰졌을 뿐, 그대로 썬더이글의 배를 노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지친 썬더이글의 두 다리로는 저 일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썬더이글의 두 팔에는 아직 힘이 남아있었고, 두 낫은 정확히 하나의 표적을 노리고 있었다.


바로 크로노스의 핵이 있는 이마.


아마 크로노스도 저 쌍낫이 어디를 노리는지 눈치챘을거다. 하지만 그 순간, 썬더스톰 여파가 뒤늦게 나타나며 그의 몸은 마비가 되었다.


푸욱!

쩌엉!!


3초. 크로노스의 창이 썬더이글의 배를 찔렀고, 그와 동시에 썬더이글의 두 낫은 크로노스의 이마를 깊게 파고들고 핵을 관통했다.


[허억!]


몸에서 마나가 빠져나가는 걸 느낀 크로노스는 고통스러운 숨을 내뱉었고, 썬더이글은 이를 악물고 그의 복부에서 온몸으로 전달되는 고통을 참았다.


잠시 둘은 동상처럼 그대로 얼어붙었다.

먼저 무너진 쪽은 크로노스였다. 그의 창은 소리도 없이 사라졌고, 그의 몸은 썬더이글을 스친 다음에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바로 직후에, 썬더이글도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이성의 끈을 붙잡고 빠르게 쌍낫을 휘둘러 크로노스의 목을 강하게 찍었다.


[아쉽구나··· 네놈이 죽는걸 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거기까지는 내게 허락되지 않았구나.]


땅바닥에 쓰러진 크로노스가 간신히 썬더이글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핵이 파괴된 탓에 그의 몸은 더이상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괜찮다. 어쨌든 내 목적은 이뤘으니까.]


쿵.


크로노스가 쓰러진 걸 확인한 썬더이글은 앞으로 엎어졌다. 그대로 의식을 잃으려던 찰나에, 멀지 않은 곳에서 여전히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서···.일어서···.”


썬더이글이 스스로한테 주문을 걸며 다시 팔과 다리에 힘을 주었다. 이미 그는 더 싸울 수 없는 상태였지만,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



위이잉.


책장이 옆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강철문이 열리며 릴리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분명 지하 2층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수호자 한 명이 있었다.


“릴리님. 왜 나오십니까? 위험합니다!”


문도현. 그는 지하로 후퇴하는 과정에서 끝까지 저항하다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쓰러졌는데,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성현성이 후퇴하면서 그를 부축하고 안으로 데려간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다른 부상자들처럼 별개의 방에 피신했지만, 문도현 본인이 만에하나 릴리가 있는 방이 침입당할 경우에 끝까지 저항하겠다며 지하 2층의 휴게실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저도 마법사의 감이라는 게 있어요. 지금 전황이 너무 나쁘잖아요. 저도 돕고 싶어요.”


릴리가 마공학 총을 꺼내며 말했다. 물론 그 총으로는 8등급 월물들 상대로는 가루 하나 흘리게 만들 수 없지만, 그럼에도 공격하는 사람이 한명 더 있다는 것만으로도 월물의 주위를 분산시킬 수 있었다.


쾅!


그 순간, 저 멀리에서 강철문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지하 2층으로 들어오는 강철문마저 열린 거였다.


“바깥에는 8등급 월물 둘과 배신자 한 명이 있어요.”


문도현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배신자···라고요?”

“승후가 배신하고 문을 열어주고 있어요. 아까 안으로 들어오는 도중에 월물한테 잡혔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월물들의 고문을 이겨내지 못한 것 같아요.”


비록 전투에 참전하진 않았지만, 문도현은 원래 스나이퍼형 수호자이기 때문에 감각이 발달되었다. 그래서 위에서 들려오는 전투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승후한테 한소리하는 성현성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떡하죠?”


릴리가 묻자 문도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힘겹게 일어섰다. 그리고 강철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불을 꺼주세요. 어두운 틈을 타서 최대한 저 강철문에 화력을 집중해보죠. 릴리님은 저 냉장고 뒤에든 책상 아래든 숨어서 이따금씩 지원사격을 해주며 적들을 교란시켜주세요.”

“네!”


릴리가 최대한 조용히 스위치를 끈 다음에 살금살금 책상 아래로 숨었다. 비록 실전 경험은 없지만, 릴리도 A급의 비전 능력치 덕분에 야간 투시 마법을 알고 있고 마공학 권총을 써본적이 있으니 명중률이 그리 낮진 않을 거다.


저벅. 저벅. 저벅.


조금씩 발소리가 더 커졌고, 예상대로 김승후는 휴게실 앞에서 멈추었다.


삑.삑.삑.


이어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들렸고,


끼이익.


강철문이 열렸다. 그리고 칼리번이 6개의 팔에 6개의 검을 들고 들어온 그 순간,


타앙!


총성이 방 안 가득 울려퍼졌다.


작가의말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지며 이번 이야기는 9편에서 마무리되겠습니다.


저도 마지막까지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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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Story 7. 인천 시가전 (1) 20.10.23 42 0 16쪽
27 Story 6. 내 마나량은 무한이다 (2) +2 20.09.30 37 1 18쪽
26 Story 6. 내 마나량은 무한이다 (1) 20.09.24 32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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