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미르성운 님의 서재입니다.

1990년대 대마법사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미르성운
작품등록일 :
2020.01.09 13:17
최근연재일 :
2021.05.04 01:48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537
추천수 :
32
글자수 :
353,976

작성
21.03.03 18:00
조회
32
추천
0
글자
19쪽

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3)

DUMMY

2월 12일 저녁.


“1번 스카웃 게이트 인근의 마나 농도가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미스틱 비스트 본부에서 대기하던 전백호는 연구원의 보고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로비로 향했다.


로비에는 김신조와 스페이드 에이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유럽 전역이 그들의 무대였던 수호자 듀오이지만, 썬더이글과의 친분 때문에 이번 작전에 참여했다.


이제 30대 중반이 된 김신조는 그 나이에 걸맞지 않게 긴 흰 머리에 긴 수염을 기르고 있어서 고대 판타지 속에 등장하는 나이 든 마법사를 연상시켰다.

스페이드 에이스 역시 김신조처럼 머리와 수염을 길게 길렀으나, 적어도 그의 머리 색깔은 갈색인데다가 우월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묘하게 어울렸다.


“연강이 불안하긴 하지만, 서울도 위급하다고 해서 이렇게 모였습니다. 헌데, 정말로 사신이 이번 전투에 참전하는 겁니까?”


김신조가 가볍게 목례를 한 다음에 전백호한테 물었다.


“사신은 썬더이글보다 나와 미스트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함정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스페이드 에이스가 살짝 어색한 한국어로 물었다.


“함정일지라도 우리는 일단 대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빠진 만큼 연강에 더 많이 지원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만약 사신이 연강에 나타나면 어찌하겠습니까? 썬더이글님 혼자서는 사신과 상대할 수 없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입니다.”


전백호 역시 개운치 못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월물들이 대놓고 연강을 집중공격하면 그들 입장에서는 답이 없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강에 SS급 수호자들을 몰빵하면 그만큼 서울이 위험해진다.


“오빠, 손님이 왔어.”


그때였다. 서울 주변을 순찰돌던 미스트가 다소 헐떡이며 본부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지 전혀 감이 안잡힌 전백호는 본부 정문을 열고 나갔고, 그의 앞에 서 있는 수호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의 앞에는 중세 시대에 입을법한 금속 갑옷으로 중무장한 수호자가 서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가슴팍에 새겨진 용 문양은 분명 펜드래곤 가문의 것이었다.


“오랜만이오, 전백호씨.”


리처드 펜드래곤이 전백호한테 인사를 건넸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전성기에 비해 스킬의 위력은 떨어졌지만, 노련함으로 SS급 수호자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전백호와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비해서 전세계에 있는 수호자들한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30개국에서 300여명의 수호자들을 보내주었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었다.

바로 최전방에서는 싸우지 않는 것.


그래서 저 300여명의 수호자들 중에서 150명 정도는 현재 서울이나 연강에 집결한 한국 수호자들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전국 각지에 파견나갔고, 나머지 수호자들도 비교적 후방에서 대기중이다.


마찬가지로 리처드 펜드래곤을 포함한 펜드래곤 가문의 수호자들도 이번 전투에 대비해 서울에 입국했으나, 후방에서 대기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인천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랜만입니다. 하지만 리처드씨는 이번에 인천에서 대기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계획이 바뀌었소. 나도 직접 10등급 월물과 싸우러 왔소.”


뜻밖의 말에 전백호는 잠시 주저했지만, 리처드 펜드래곤이 급히 설명했다.


“아, 걱정할 필요는 없소. 우리 정부하고는 이미 얘기가 되었고, 우리 대신에 인천에 배치된 수호자도 찾았으니까.”

“하지만 오늘 전투는 단순히 10등급 월물과 싸우는 것보다도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 있소. 스카웃 게이트 3개가 한 도시에 동시에 열렸으니 분명 대규모 습격도 있겠지오. 그래서 내가 온 거요. 서울은 한 명이라도 싸울만한 수호자가 필요하오.”


이어서 리처드 펜드래곤의 뒤에서 5명의 수호자들이 나타났다. 모두 리처드 펜드래곤처럼 갑옷을 차려입었으며, 가슴팍에 펜드래곤 가문의 문양이 세겨져 있었다.


“우리 가문 사람들이오. 전부 S급이니 분명 이번 전투에 큰 도움이 될거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서울을 무사하게 지킨 다음에 해도 늦지 않소. 자, 그럼 지시를 내려주시오.”



***



“팀장. 슬슬 갈 시간이여. 게이트가 열릴 조짐이 보여.”


같은 시각.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같이 시간을 보냈던 썬더이글한테 김형원이 다가와 말했다. 썬더이글은 그 말을 듣고 가면을 챙기고 일어섰다. 릴리는 마지막으로 썬더이글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항상 미안해. 마음만 같아서는 오빠 곁에서 같이 싸우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약하네······.”


물론 릴리도 마법 능력이 있고, 마공학 무기를 다룰 수 있으며, 미국에서 거주할 때 습격당하면 맞서 싸웠던 만큼 나름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투는 그런 릴리한테는 너무나도 버겁다.


“괜찮아. 오히려 네가 여기에 있는게 나한테는 더 안심이 돼. 내가 다시 이곳에 올때까지 무사히 있어줘.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말고. 설령 우리가 전부 쓰러진다 해도 반드시 구조대가 올거야. 그러니까 부디 살아만 있어줘.”

“꼭 돌아올거지?”

“반드시 돌아올게.”


릴리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묻자 썬더이글이 자신있게 약속했다. 썬더이글은 마지막으로 릴리와 진한 입맞춤을 주고받은 다음에 그의 딸 앞에 무릎을 꿇어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아빠가 항상 사랑하는 거 잘 알지? 우리 별빛이를 위해서 꼭 돌아올 거니까 여기에 엄마랑 미르랑 같이 있어. 여기는 안전할테니까.”

“꼭 가야돼? 다른 훌륭한 수호자들도 많잖아!”

“하지만 그들은 아빠가 필요해. 걱정하지마. 꼭 다시 돌아올테니까.”


썬더이글이 별빛이를 꽉 안아주며 말했다.


“별빛이는 제가 지킬게요.”


미르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답했다. 썬더이글은 미르로부터 엄청난 투지를 느꼈다. 순간 그의 눈에는 미르가 나약한 꼬맹이가 아닌 한명의 수호자로 보였다.


“그래, 우리 별빛이 잘 부탁할게.”

“아빠!”


썬더이글이 일어서서 가려고 하자 별빛이가 급히 일어나더니 그의 허리를 꽉 안았다.


“꼭 살아돌아오셔야 해요, 알겠죠?”


별빛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썬더이글은 다시 뒤를 돌아 별빛이를 한번 더 안아준 다음에 씨익 웃어주었다. 그리곤 그의 가족을 뒤로 하고 비밀의 공간에서 나왔다.

이윽고 강철문은 닫혔고, 문 양쪽에 튀어나와있던 책 선반은 서서히 움직이며 문을 가렸다.


“왜 그래, 팀장? 우리가 이런 일 한두번 겪어? 걱정하지 말어!”


먼저 나와있던 김형원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넘겼지만, 그런 그의 손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불안한건 썬더이글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 앞에서야 애써 괜찮은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만큼은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따위는 무시하면 된다. 썬더이글은 가면을 쓴 다음에 급히 손을 가리며 멋쩍게 웃는 김형원한테 지시했다.


“휴게실도 잠궈. 전투가 끝날때까지 여기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휴게실 문도 잠군 다음에 그들은 복도를 가로질러 지하 2층으로 올라갔고, 그러면서 문 하나를 또 지나쳤다. 그리고 지하 1층에서 1층으로 향하는 계단 앞에 있는 문을 지나 1층으로 올라와 로비에 도착했다.


썬더이글이 릴리가 숨어있는 비밀의 방에서 1층까지 나오는 데에는 무려 4개의 강철문을 통과해야 했다. 모두 최첨단 보안 장치로 잠겨있어서 문을 열기 위해선 홍채, 지문, 음성, 그리고 비밀번호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무력으로 뚫으려고 하면 상당한 두깨의 강철문을 부셔야 하는데, 이는 8등급 월물이 몇시간 두들겨도 뚫리지 않는다.


이 정도로 단단히 조치를 취해놨으니 릴리가 있는 곳에 월물이 들어올 일은 없을 거다.


“썬더이글님. 스카웃 게이트 앞 마나 농도가 매우 강해지고 있습니다. 약 30분 후에 게이트가 열릴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곳은?”

“아직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 않습니다.”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수호자 겸 월물 분석가인 설호민이 썬더이글한테 보고했다.


그동안 연강 곳곳에 심어놓은 마나 농도 감지기를 통해 게이트가 열리기 직전에 그 징후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해놨었다. 그런데 스카웃 게이트 외에 다른 곳에 아무런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 않다는건 상당히 기묘한 일이다.


“자, 모두들 주목해주십시오.”


이어서 썬더이글은 로비에 모여있는 수호자들한테 말했다. 그러자 모든 수호자들은 일제히 썬더이글을 바라보았다.


이번 작전에는 미스틱 비스트의 수호자 19명이 참여했다.


오더 오브 썬더에서는 6명 전원이, 백호단에서는 7명이, 퀸즈 파이터에서는 4명이, 그리고 하얀 여우단에서는 2명이 출전한다.


한편, SS급 수호자 4명이 나간 자리에 다른 S급 수호자 8명이 합류했다.

블랙썬에서 3명. 미라지에서 2명. 그리고 무소속 S급 수호자 3명.


이렇게 총 27명의 수호자가 연강 본부와 스카웃 게이트 앞에서 대기중인데, 이 중에서 3명을 제외한 24명은 전부 S급 이상이고, 나머지 3명은 국내 최고 수준의 서포터이다.


여기에 35명의 외국인 수호자들도 스카웃 게이트에서 10km 떨어진 호텔에서 대기중이다. 이들은 연강에 다른 게이트가 열릴 걸 대비해서 대기중이고, 그곳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렇게 겉으로는 완벽해보이는 연강의 전력에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공식적으로 SS급으로 공인된 수호자는 오직 썬더이글과 정석민 둘이라는 것 뿐. 그렇지만


“김승후. 지금 내 말 들리나?”


마지막으로 썬더이글은 무전기를 통해 김승후 일행과 연락이 되는지 확인했다. 현재 김승후를 비롯한 4명의 수호자가 스카웃 게이트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스카웃 게이트의 핵이 드러나자마자 빠르게 핵을 파괴하고 후퇴하는 것.


“예, 팀장님. 아주 잘 들립니다!”

“자, 그러면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김승후와의 연결도 양호하다는 걸 확인한 썬더이글은 로비에 모인 수호자들을 보며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30분 뒤에, 수호자의 역사에 남을 대전투가 열릴 예정입니다.


오늘 우리가 패배한다면 이 유서깊은 도시는 그대로 월물들의 손에 더럽혀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 밑에 있는 저의 가족을 비롯한 무고한 사람들이 많이 죽게 될 것입니다.


저는 제 명예를 걸고 말씀드립니다. 저는 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여러분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연강을 지키기 위해 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부디 최선을 다해 싸워서 수호자의 본분을 다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혹은 자신의 조국을을 대표하는 수호자들이며, 월물과의 전쟁에서 가장 앞장섰던 분들입니다. 저희가 힘을 합친다면, 얼마나 많은 월물들이 쳐들어와도 분명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 아침이 찾아왔을 때, 끝없는 파편의 사막 속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여러분을 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짧은 연설을 마친 다음에는 각 수호자들이 지킬 곳을 알려주었다. 썬더이글은 로비에 있는 수호자들을 총 6개의 팀으로 나눠서 5개의 팀은 본부의 동쪽, 서쪽, 남쪽, 북쪽, 그리고 옥상을 지키기로 했다.


마지막 1개의 팀은 썬더이글, 유리아, 성현성, 신선우, 그리고 윤시훈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그때그때 지원이 필요한 곳에 파견되는 해결사 역할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현성씨.”


썬더이글이 성현성한테 간단히 인사를 건넸고, 성현성은 썬더이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우리의 가족을 위해서 목숨이 다할때까지 지킵시다.”



***



“무언가 잘못됐어.”


게이트가 열리기 5분 전. 스카웃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던 전백호가 밤하늘의 달을 보며 중얼거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지만, 달이 갑자기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흐릿해지는 것이 아닌, 무언가에 가려지는 것처럼 왼쪽부터 빠르게 어둠에 잠식되어갔다.


마치 월식의 진행상황을 빨리감기로 보는 것 같았다.


“오늘 월식이 뜬다는 예보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렇게 빠르게 달이 가려지는 걸 보아하니 누군가 의도적으로 달을 가리고 있다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가디언 캐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신조가 무전기를 통해서 말했다. 그러자 어느 시내에서 대기하던 리처드 펜드래곤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모두 루나 팬텀이라는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아시오?”


루나팬텀(Lunar Phantom)은 영어권에서 월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야 당연히 달에서 유래된 거 아닙니까? 그래서 루나팬텀에서의 루나도, 한국어로 월물의 월도 달을 뜻하지요.”

“그렇소. 실제로 옛날에는 루나팬텀이 웨어울프처럼 달과 연관된 생명체라고 알고 있었소. 아시다시피 루나팬텀은 1453년에 개기월식이 있던 날에 처음 이 세계로 넘어왔소. 그 이후로도 20세기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루나팬텀은 달이 절반 이상 차있을 때에만 출몰했고.”


하지만 이것도 다 옛날 이야기다. 여전히 평균적으로 봤을때에는 달이 차있을 때 더 많은 월물이 넘어오긴 했지만, 월물 측에서는 이러한 패널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았는지 달이 아예 뜨지 않는 날에도 나타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입니까?”

“내 생각에는 저 월식은 월물들이 일으킨 것 같소. 그리고 추측컨데 저걸로 더 많은 월물들이 이 세계로 넘어올 수 있게 만들 것 같소.”


리처드 펜드래곤의 말에 전백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느낌이 쎄했다.



***



같은 시각, 연강에서도 월식이 일어났고, 급속도로 달을 삼키기 시작했다. 이상 현상을 포착한 유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렇게 빠르게 달이 가려질 리가 없잖아요. 뭔가 잘못됐어요!”

“조용! 모두 침착해라. 이럴때일 수록 평점심을 유지해야 한다!”


성현성이 바로 호통쳤고, 썬더이글은 달을 유심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게 크로노스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인가. 근 20년동안 월물측의 기술력은 급속도로 발달했다. 1990년대 초반과 비교해봤을 때 최근에 열리는 게이트의 효율이 10배나 더 좋고, 스카웃 게이트나 스텔스 게이트같은 변종 게이트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달의 크기는 점점 커지더니 검붉은 색깔을 띄었다.


“팀장님. 월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게이트도 점점 열릴 기미가 보입니다.”

“알겠다. 우리도 바로 준비하겠다.”


월물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썬더이글은 바로 이 사실을 본부에 있는 수호자 전원한테 알렸다.


하지만 그 순간.


“팀장님! 스텔스 게이트의 남쪽 500미터 부근에서 마나 농도가 급격히 상승중입니다! 아아, 월물들이 출몰하고 있습니다!”

“스텔스 게이트인가?”

“아닙니다. 게이트는 아닌데, 벌써 50마리가 넘는 월물들이 출몰했습니다! 아앗! 이어서 스텔스 게이트의 북쪽, 아니 스텔스 게이트의 500미터 반경에 마나 농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새로운 형식의 대량발생입니다!”


설호민의 다급한 소식과 함께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매시브 팬텀 홀. 훗날 이렇게 불리는 커다란 월물 구덩이는 하나하나가 순식간에 수백마리의 월물을 이 세계로 워프시키는 어마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지금까지 사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마법 월식을 가동시켜야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인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월물을 다시 그들의 세계로 되돌리는 기능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직 게이트 주변에만 생성할 수 있다는 큰 단점도 있었다.


“김승후! 지금 내 말 들리나? 월물들이 게이트가 아닌 방법으로 대량발생하고 있다! 어서 후퇴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썬더이글은 바로 김승후한테 무전을 쳤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너희는 지금 포위되었어!”

“네? 그럴리가······.”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된 김승후가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뒤늦게 몰려오는 월물들을 확인하고 순간 당황했다.

이 시점에서 설호민의 보고에 따르면, 스텔스 게이트 주변에 무려 1000여마리의 월물들이 소환되었다.


“아, 아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김승후도 말문이 막혔지만, 곧바로 그가 지휘하는 소리가 들렸다.


“당황하지 마라! 후퇴하더라도 게이트의 핵은 파괴해야 한다!”

“아니, 김승후! 지금 당장 후퇴하라! 명령이다!”


썬더이글이 급히 명령을 내렸지만, 그 직후에 통신은 잡음과 함께 끊어졌다.


“제길!”


잡음만이 들려오자 썬더이글은 주먹을 꽉 쥐고 탄식했다.

사실 김승후의 판단이 틀리진 않았다. 사실 지금이 게이트의 핵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다. 이걸 놓치면 그대로 죽는 거다.


하지만 그들이 게이트의 핵을 파괴할 때 쯤이면, 더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된다. 그대로 죽는 거다.


이대로 저들을 버릴 수 없다. 그들은 절대적인 수적 열세에 몰려있다. 수호자 한명 한명이 중요한 상황이다.


“구하러 갑시다.”

“선우! 시훈! 나를 따라와! 우리는 저들을 구하러 가야한다!”


썬더이글이 바로 결정을 내리자 성현성은 바로 신선우와 윤시훈을 데리고 스텔스 게이트를 향해 뛰어갔고, 썬더이글과 유리아도 뒤따라갔다.



***



한편, 전백호와 미스트는 조용히 스카웃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하늘이 도와주는구나. 바로 그대를 찾을 수 있다니.]


갑자기 전백호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백호는 바로 뒤를 돌아 건틀릿을 소환해 겨누었고, 그곳에는 저승사자처럼 차려입은 10등급 월물, 사신이 서서히 땅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쾅!!


곧바로 전백호가 마탄을 날려 선제공격을 했으나, 갑자기 사신의 앞에는 검은 벽이 솟아올라 마탄을 대신 막아주었다. 하지만 사신은 여유롭게 긴 파이프를 소환하더니 불을 붙여 담배처럼 피기 시작했다.

이어서 미스트가 체셔 래빗들을 소환해 습격하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갑자기 사신이 바로 옆에 있던 가로등의 위로 올라가버렸다.


가로등 위에 가볍게 착지한 사신은 입에서 연기를 뿜어낸 다음에 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추운 겨울. 피처럼 붉은 월식이 뜬 밤. 운명의 결전을 치루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구나.

오너라. 나를 즐겁게 해주어라. 두 세계의 영웅들의 서사를 오늘 여기에서 완성시키자꾸나.]


작가의말

저한테 2월달은 꽤나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여러 악재들이 겹쳤고, 저도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리면서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연재 주기가 길어졌고, 결국 3월이 되어서야 최신 화를 연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지라도 올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제 2월달에 있었던 일들이 어느정도 해결된 만큼 완결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990년대 대마법사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차기작 공지 21.06.11 24 0 -
공지 다음 화는 4월 5일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21.03.20 21 0 -
공지 현재까지의 진행상황 및 앞으로의 계획 20.08.31 62 0 -
공지 작품 소개 20.01.09 93 0 -
51 1990년대 대마법사들을 마치며 (Feat. 주연 4명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 21.05.04 36 0 14쪽
50 에필로그 21.05.03 24 0 13쪽
49 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9) 21.05.01 15 0 14쪽
48 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8) 21.04.29 23 0 19쪽
47 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7) 21.04.23 22 0 19쪽
46 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6) 21.04.16 34 0 20쪽
45 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5) 21.04.12 22 0 17쪽
44 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4) 21.04.05 22 0 17쪽
» 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3) 21.03.03 33 0 19쪽
42 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2) 21.02.04 31 0 17쪽
41 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1) 21.01.31 23 0 15쪽
40 Story 9.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준비하라 (4) - 크로노스의 시점 21.01.13 19 0 13쪽
39 Story 9.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3) 21.01.11 22 0 18쪽
38 Story 9.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2) 21.01.05 35 0 17쪽
37 Story 9.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1) 20.12.30 25 0 17쪽
36 Story 8. 마공학 무기 (2) 20.11.30 21 0 14쪽
35 Story 8. 마공학 무기 (1) 20.11.29 20 0 15쪽
34 Story 7. 인천 시가전 (완) 20.11.11 29 0 16쪽
33 Story 7. 인천 시가전 (6) 20.11.07 66 0 13쪽
32 Story 7. 인천 시가전 (5) 20.11.04 34 0 16쪽
31 Story 7. 인천 시가전 (4) 20.10.31 27 0 17쪽
30 Story 7. 인천 시가전 (3) 20.10.28 27 0 16쪽
29 Story 7. 인천 시가전 (2) 20.10.26 31 0 16쪽
28 Story 7. 인천 시가전 (1) 20.10.23 43 0 16쪽
27 Story 6. 내 마나량은 무한이다 (2) +2 20.09.30 39 1 18쪽
26 Story 6. 내 마나량은 무한이다 (1) 20.09.24 33 0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