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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성운 님의 서재입니다.

1990년대 대마법사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미르성운
작품등록일 :
2020.01.09 13:17
최근연재일 :
2021.05.04 01:48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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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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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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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10. 핏빛 월식의 밤 (7)

DUMMY

“저녀석도 가루를 흘리니 분명 소멸시킬 수도 있을거야! 저놈이 불사신이라는 생각은 버려!”


전백호가 소리쳤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한 본인이 이길 자신이 없다고 생각한게 문제일 뿐.


리처드 펜드래곤이 합류하고 전백호와 미스트 역시 남은 마나를 짜내어서 공격을 하니 마침내 사신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게 되었다.

리처드의 현란한 검술에 사신도 검술로 맞대응하는 동안 전백호는 계속 사신의 뒤를 노리며 마탄을 발사했고, 미스트의 소환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불쑥 튀어나오며 사신을 압박한 거다.


이를 의식한 사신은 이따금씩 원거리 공격도 날렸고, 분명 그 공격에 제대로 맞으면 즉사했겠지만 전백호와 미스트는 결코 평범한 수호자가 아니었다. 굴러온 전장은 조금 달라도, 적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데 도가 텄기 때문에 사신의 기습 공격은 어떻게든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완전한 공방일체가 얼마나 지속되냐는 거다. 벌써 전백호는 그가 가지고 있는 마나저장석 5개 중에서 2개를 완전히 써버렸고, 미스트나 리처드도 비슷한 처지였다.


그에 반면 사신은 마나가 무한정 있는 것마냥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게다가 그한테 어떤 숨겨진 패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 이 팽팽한 승부가 언제 기울어질지 알 수 없었다.


“가디언캐슬 앞 게이트 파괴 성공!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겠다!”


그때였다. 김신조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식은 전백호한테 희망을 주었다.

서울의 다른 구역들은 거의 정리가 되었다. 그러니 그들이 조금만 더 버틴다면 지원군이 와서 사신을 같이 처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팽팽했던 싸움도 너무 길게 늘어지니 조금씩 지루해지는구나. 그러니 이제 이 싸움을 끝내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꾸준히 리처드와 검을 주고받던 사신이 입을 열었다.


쿠쿠쿠쿠······.


그러더니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거기에서 검은 가시들이 마구 솟아올랐다.


“모두 피해!”


전백호가 급히 미스트를 몸으로 감싸며 말했다. 검은 가시들이 그를 향해 날아오자 전백호는 빠르게 하늘의 장막을 펼쳤다.


쨍그랑!


처음 몇 개의 가시는 그대로 하늘의 장막에 부딪혀 소멸되었지만, 계속되는 폭격에 끝내 하늘의 장막이 깨져버렸고, 남은 가시들은 한 곳에 모여 전백호의 등을 향해 무섭게 날아갔다.


퍼엉!!


이번에는 미스트가 밤 래빗을 내보냈다. 밤 래빗은 가시에 맞고 그대로 폭발했지만, 그러면서 남은 가시들까지 전부 막아내었다.


“크윽!”


하지만 그 순간, 리처드가 사신의 주먹에 명치를 맞고 쓰러졌다. 이미 그의 몸 다섯 군데에는 가시가 박혀있었다.


쿠르르······


리처드의 상태를 살필 틈도 없이 또다시 땅이 흔들렸다. 이번에는 누가 그의 표적일까? 전백호? 미스트? 그런건 상관없었다. 둘은 꼭 붙어있었다.


“오빠! 물러서!”


이번에는 미스트가 검은 안개를 사방에 흩뿌리며 말했다. 검은 가시들이 땅 위로 올라오자마자 미스트가 불을 지폈고,


콰쾅!!!



그대로 연쇄 폭발이 일어나 가시들을 순식간에 파괴해버렸다.


“조심해!”


그 틈을 타서 사신이 미스트의 등 뒤를 노렸지만, 전백호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그는 바로 하늘의 장막을 켜서 사신의 일격을 막아내었다.


[훌륭하구나!]


사신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들의 머리 위로 순간이동했다. 이번에는 미스트가 먼저 포착하고 바로 체셔 래빗을 소환해 보냈다. 하지만 사신이 땅에 착지하기도 전에 또다시 그는 순간이동으로 전백호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내질렀다.


“크윽!!”


간신히 전백호가 가드를 올려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의 건틀렛이 박살났고 팔에도 또다시 충격이 전해졌다. 여기에 후속타로 사신이 전백호의 다리를 발로 걷어찼고, 전백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곤 사신은 또다시 순간이동했다. 이번에는 미스트의 등 뒤였다. 미스트는 이미 짐작하고 앞으로 내달린 다음에 체셔 래빗을 그녀의 등 뒤로 보냈지만, 사신이 내던진 검은 체셔 래빗을 그대로 반으로 가른 다음에 미스트의 등 뒤에 꽂혔다.

미스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엎어져버렸다.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간신히 일어서 썬더이글이 사신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사신이 원하던건 그저 제대로 된 승부. 긴장감 있는 승부를 위해서라면 그가 얼마든지 실력을 맞춰줄 수도 있었던 거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끝내야 할 시점에서 언제든지 끝낼 수 있었던거고.


[오랜만에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벌이니 좋았도다. 비록 비바람 가문의 두 수호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대들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러니 그대들의 목숨은 거둬가지 않겠다.]


치욕스러웠다. 사신은 그들의 목숨을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쉽게 앗아갈 수 있었다. 반면 그들은 지금까지 목숨을 걸고 사신을 소멸시키기 위해 덤벼들었지만, 그들의 온갖 노력은 그저 사신한테는 놀이밖에 되지 않았다.


아니, 아직이다. 이렇게 패배한다 해도, 설령 이 일격이 사신을 열받게 해서 그들을 죽는다고 해도, 전백호는 그한테 제대로 한방 먹이고 싶었다. 그때도 사신이 웃을지 궁금했다.


“오빠, 저놈한테 한방 먹이고 싶지?”


그때였다. 어느새 미스트가 전백호의 바로 옆까지 기어와서 속삭였다. 전백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스트가 묘안을 제시했다.


“오빠의 건틀렛을 빌려줘봐. 그것도 마탄을 평소의 반대 방향으로. 뭔가 재미있는 걸 할 수 있을거야.”


다행히 사신은 리처드를 내려다보며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한테는 기회였다.


전백호는 건틀렛 2개를 소환했고, 손등에 부착된 포의 방향을 거꾸로 돌린 다음에 미스트한테 넘겨주었다.


“좋아. 조금만 시간을 벌어줘.”


미스트가 체셔 래빗을 소환하며 말했다. 그제야 전백호는 미스트가 뭘 하려는 건지 짐작하고 고개를 돌려 망을 봤다. 여전히 사신은 승리에 도취해 그들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전백호는 그 와중에도 계속 분석 마법으로 사신의 남은 마나량을 확인하려고 했다.


‘됐다!’


오랫동안 집중한 끝에, 전백호는 마침내 사신의 남은 마나량이라도 알 수 있게 되었다.


5만.


여전히 많은 양이었지만, 순간이동의 마나 소모량이 엄청나다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해볼만했다. 그리고 전백호도, 미스트도 합치면 마나가 5만보다는 더 많이 남아있었고.


“준비 됐어!”


미스트가 그녀의 비장의 무기를 땅 속으로 숨기며 말했다. 전백호는 그가 쓸 건틀렛을 한 쌍 더 소환한 다음에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직도 일어설 힘이 남아있었구나.]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저항하려는 투지, 보기 좋구나. 하지만 무모하구나. 이미 승부는 났을텐데. 더 싸웠다가는 정말로 그대들을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

“죽일테면 죽여봐. 하지만 우리도 절대로 너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지 않을거야!”


전백호가 양 주먹을 사신을 향해 겨누며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쾅!!


머리에 건틀렛을 쓴 체셔 래빗 두마리가 사신의 왼쪽과 오른쪽에서 동시에 발사되었다. 그들의 속도는 평소보다도 훨씬 더 빨랐는데, 바로 건틀렛에 설치된 포에서 마탄이 발사되면서 그들이 추진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로켓과 같은 속도. 사신은 뒤늦게 그녀의 계략을 알아챘지만, 이미 늦었다.


쾅! 쾅!


사신은 두 방향에서 로켓박치기를 그대로 맞았다. 머리를 맞았기 때문에 순간 기절을 했는지 잠시 비틀거렸고, 그러는 사이에 체셔 래빗은 다시 위로 뛰어올랐다.


펑! 펑!


그들의 등 뒤로 마탄이 발사되었고, 그 반동으로 체셔 래빗들은 빠르게 사신을 향해 건틀렛을 내려꽂았다. 이번에도 사신의 머리에 둘 다 명중했다.


[크으으···.]


사신이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 전백호는 아픔을 참고 고속이동 마법으로 빠르게 사신을 향해 달려든 다음에 그한테 마구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사신은 바로 검은 로브를 소환한 다음에 전백호를 밀어낸 다음에 또다시 그의 머리 위로 도약한 체셔 래빗 두마리를 한꺼번에 로브로 휘감았다.


[커억!]


하지만 그때, 검이 날아와 사신의 뒷목에 꽂혔다. 리처드도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의 검을 사신을 향해 날린 거다. 리처드가 팔을 뻗자 검은 다시 그한테로 되돌아왔고, 검이 꽂혔던 자리에는 검은 가루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게이트도 파괴되었다! 이제 사신을 처치하러 가자!”


그때였다. 무전기에서 김신조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사신도 그 무전의 내용을 어렴풋이 이해했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가 그대들을 너무 과소평가했구나.]


사신이 중얼거렸다. 전백호가 그의 얼굴에 일격을 날리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사신은 빠르게 순간이동으로 도주했다.


“사신이 도망치고 있다! 잡아!”


전백호가 급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사신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도 화이트홀로 도주했겠지.


“빨리 가!”


다쳐서 이동하지 못하는 리처드와 미스트 대신에 전백호가 홀로 사신의 화이트홀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화이트홀 바로 앞에 있는 사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사신은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전백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비바람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 없이도 그대들은 충분히 강하다는걸 오늘 보여주었다. 자부심을 가져라.]

“개소리 말고, 네놈한테 명예가 있다면 당장 돌아와서 싸워라.”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다시 이곳에 돌아올테니. 그리고, 싸움이 계속되면 그대들은 더 불리할거다.]

“그게 무슨···.”


전백호가 몰아붙이려다가, 멈칫했다. 그의 눈에 읽히는 사신의 남은 마나량이 갑자기 눈에 띄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아직 늦지 않았을 수도 있다. 비바람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를 구하거라. 그리고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또다시 피튀기는 승부를 벌이고 싶구나.]


사신은 이렇게 말을 남기며 화이트홀로 들어갔다. 그리고 텅 빈 거리를 보며, 전백호는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언젠가 썬더이글이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마인드 디멘션에다가 마나를 저장하고 위급할 시에 거기에 있는 마나를 끌어다가 쓰는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었다. 아무래도 사신도 똑같은 원리로 마나를 순식간에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 하다.

하기야, 만약 저 사신이 1920년대부터 존재했다면, 그들보다도 훨씬 더 많은 마법들을 알고 있겠지.


명목상으로 봤을때에는 사신이 기습을 당해 살기 위해 도주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마저도 그의 연극이었던 거다. 그는 원한다면 그때도 끝까지 그들을 전부 몰살시킬수도 있었다.

하지만 왜 그는 그들을 살려준걸까? 정말로 그의 목적은 즐기기 위해서인가?


알 수 없지만, 기분은 더럽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렇게 분노를 삭히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는 바로 김신조와 무전을 통해 연락해보았다.


“사신이 도주했다. 다른 지역은 어떠한가?”

“전백호님!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지금 서울에 있는 모든 게이트가 파괴되었습니다. 이제 몇몇 월물들만 저항하고 있지만, 곧 그들도 전부 소멸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연강이 위험한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 연강에서 긴급 전보가 왔다고 보고받았습니다.”

“좋다. 그러면 전투가 끝나는 대로 바로 수호자들을 소집해 연강으로 갈 인원을 뽑는다.”



***



승리를 거둔 서울과 달리, 연강은 지금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미르별 동굴에 간 수호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아직 그쪽에서 전해져오는 소식이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연강 본부는 함락당하기 직전이었다.


쾅! 쾅!!


월물들이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강철문을 강하게 두들기는 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왔다. 박서영과 류하성이 그 근처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동안, 나머지 수호자들은 지하 1층에 있는 휴게실에서 상처를 치료받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끝내 민호와 김승후는 돌아오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수호자들이 지하 1층으로 피신하는 동안 시간을 끌었던 김대영, 무츠키 카리야, 그 외 3명의 수호자들 역시 아마 지금쯤 죽었을 거다.


간신히 지하 1층으로 피신한 수호자들 중에서는 김형원처럼 부상당한 수호자들이 태반이다. 그나마 싸울 수 있는 수호자들은 총 11명.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중에서 썬더이글, 성현성, 유리아, 정석민이 살아남아서 핵심 전력은 그래도 보존된 편이었다.


“현재 싸울 수 있는 수호자들은 11명이고, 남은 월물의 숫자는 500여마리입니다. 문제는, 저 500여마리 중에서 8등급이 4마리, 9등급이 3마리입니다. 다행히 서울에 있는 월물들은 정리되어서 일부 인원들이 연강으로 지원오겠지만, 그마저도 최소 3시간이 걸릴겁니다.”


설호민이 지하에 있는 컴퓨터와 기타 장치들을 활용해 그가 알아낸 정보들을 브리핑했다. 역시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수적 열세인 건 사실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다. 인천 대전투때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수적 열세에 놓였으니까.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큰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9등급 월물들이 이번에는 총 5마리가 참전했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3마리가 남았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S급 수호자 한 명은 8등급 월물 한마리와 대등하거나 조금 더 우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9등급 월물은 노련한 S급 수호자 4~5명이 힘을 합쳐야 간신히 처치될 수 있고, 그 와정에서 수호자 측의 피해도 나올 수 있다.


당장 조금 전 전투에서도 9등급 월물들의 실력은 확실히 보여줬다.


펜리르는 순식간에 S급 수호자 한 명을 살해했으며, 만약 썬더이글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서쪽 구역을 지키던 수호자들은 전멸했을지도 모른다. 나름대로 SS급 수호자인 정석민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썬라이언은 그의 아우인 문라이언을 비롯한 다른 월물들과의 연계로 S급 수호자 한 명을 살해하고 두 명을 부상입혀 후퇴하게 만들었으며, 썬더이글을 상대로 오랜 시간동안 시간을 끌며 그의 체력을 뺌과 동시에 다른 구역에 지원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드라고노이드와 메카랩터 역시 안정적으로 버티고 있던 북쪽과 동쪽 수호자들을 순식간에 후퇴하게 만든 원흉이었다. 그들 역시 각각 수호자 1명씩 살해했다.


마지막으로 크로노스. 저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월물이며, 이미 그의 운석 폭격은 본부의 옥상을 완전히 초토화시킨 것도 모자라 구멍까지 뚫어버렸다. 마찬가지로 수호자 1명을 살해했고, 아마 그를 홀로 막아선 무츠키 카리야도 지금쯤 죽었을거다.


“아직 승산은 있습니다. 저들이 강철문을 뚫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겁니다. 그동안 최대한 컨디션을 회복한 다음에 강철문 앞 에서 난전을 벌인다면, 아까만큼은 쉽게 뚫리지 않을 것입니다.”


썬더이글이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월물들이 강철문을 열고 나오면 약 5미터의 좁은 통로를 지나쳐야 로비에 도달할 수 있다. 로비에 한번 도달해버리면 그대로 월물들은 수적 우세를 이용해 수호자들을 포위해버릴테니 되도록이면 좁은 통로에서 단 한마리의 월물도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난전을 벌여야 했다.


문제는, 좁은 통로가 썬더이글한테는 싸우기 꽤 불리한 곳이었다. 공격 자체는 이상이 없지만, 적들의 공격을 피할 공간이 마땅치 않으니까.

아무리 썬더이글의 방어 스킬이 좋은 편이라고 해도, 9등급 월물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맞으면 뚫릴수밖에 없다.


그래도 일단은 해봐야 한다.


철컥.


그때였다. 지하 1층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박서영! 류하성! 응답하라!”

“배신당했다!”


성현성이 벌떡 일어서며 묻자 절망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최악이었다. 저 위에 살아남은 수호자들 중에서 한 명이 문을 열어버린 거다. 그리고 그렇게 열린 강철문 너머에서는······.


“으아아아악!!”


박서영의 비명소리와 함께 무전기가 잡음과 함께 꺼졌다. 그리고 방 너머에서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이상하다. 지금 저 소리는 월물들이 강제로 문을 열어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적들이 들어온다! 모두, 통로로 이동해라! 저들이 로비에 침입하면 안된다!”


성현성이 침착하게 지시를 내렸고, 썬더이글이 가장 먼저 휴게실에서 나와 통로로 향했다.


박서영과 류하성은 이미 당했다. 썬더이글이 막 도착했을 때 박서영은 벽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고, 류하성이 마지막으로 샷건으로 저항하려했으나, 메카랩터가 그의 목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깊게 찔러 숨통을 끊었다.


“아무도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통로 끝에서 썬더이글이 쌍낫을 소환하며 포효했다. 하지만 그 순간,


퍼엉!


운석이 썬더이글을 향해 날아왔다. 썬더이글은 급히 스틸 윙을 소환해 몸을 감쌌으나, 그 반동으로 그의 등 뒤에 있는 벽까지 밀렸다.


[사냥 시간이다!]


썬더이글이 다시 통로를 막기도 전에 메카랩터가 통로에서 빠져나오며 말했다. 그러곤 빠르게 그를 막아서는 성현성을 떄려눕힌 다음에 로비로 달려나갔다.


다시 정신을 차린 썬더이글이 통로를 막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용의 모습으로 변한 드라고노이드가 그대로 썬더이글을 향해 돌진했다. 또다시 썬더이글은 벽으로 밀려났고, 드라고노이드는 그대로 썬더이글을 벽으로 밀어붙이며 그의 가면을 물었다.


[이제 너의 얼굴을 보자.]


드라고노이드가 썬더이글의 가면을 벗기며 말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썬더이글이 쌍낫을 짧게 잡고 드라고노이드의 뒷목을 깊게 찍었다.


[크아아아!!!]


드라고노이드가 몸부림치며 물러서자, 이번에는 크로노스가 창을 썬더이글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


[자, 그대로 옆으로 물러서. 네 동료들이 처절하게 죽어가는 동안, 너와 나는 승부를 봐야지.]


하지만 썬더이글은 크로노스의 창을 빠르게 쳐낸 다음에 바로 그를 통로 안으로 몰아붙였다. 크로노스가 눈짓을 보내자 한 월물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수호자를 끌고 왔다.


그는······ 김승후였다.


“그럴 리가···.”


순간 썬더이글은 깜짝 놀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김승후를 비롯한 오더 오브 썬더의 수호자들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강철문을 열어주지 않을거라고 굳게 믿었었다. 하지만······.


“크윽!”


썬더이글이 벙찐 틈을 타서 크로노스가 썬더이글의 배에 창을 찔러넣었다. 그러곤 또다시 썬더이글을 벽으로 몰아붙였다. 그 틈을 타서 다른 월물들이 로비로 침입할 수 있었다.


“김승후!”


월물들과 같이 이동하는 김승후를 보고 썬더이글이 애타게 부르짖었지만, 김승후는 꿈쩍하지 않고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드디어 오늘 내 오랜 숙원을 완수할 수 있게 되었구나.]


크로노스가 창을 빼며 말했다. 극심한 고통과 함께 썬더이글은 잠시 주저앉았지만, 곧바로 이를 악물고 일어서서 크로노스를 마주했다.


정말 최악의 최악까지 왔지만, 이럴때일수록 썬더이글은 단순하게 생각했다. 일단 이 크로노스를 처치해야 한다. 그리곤 김승후가 릴리와 별빛이가 있는 은신처까지 침입하는 걸 저지한 다음에 나머지 월물들도 전부 처치할거다.


그래서 썬더이글은 다시 낫을 들었다.


작가의말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습니다. 되도록이면 4월 안에 이 이야기를 완결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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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Story 7. 인천 시가전 (1) 20.10.23 43 0 16쪽
27 Story 6. 내 마나량은 무한이다 (2) +2 20.09.30 39 1 18쪽
26 Story 6. 내 마나량은 무한이다 (1) 20.09.24 33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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