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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성운 님의 서재입니다.

1990년대 대마법사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미르성운
작품등록일 :
2020.01.09 13:17
최근연재일 :
2021.05.04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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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3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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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6. 내 마나량은 무한이다 (2)

DUMMY

1996년 12월 11일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아쉽게도 입국 전에 마나저장석은 3개밖에 만들지 못했지만, 이거라도 미스틱 비스트의 길드장 전백호씨한테 전해주려고 한다.


입국장에서 나오니 진호 오빠가 마중나와 있었다. 마스크에 안경을 써서 그 잘생긴 외모를 가리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실패했다.

그렇게 외모를 가리려고 해도 오빠의 아우라는 남달랐으니까.


여전히 진호 오빠는 마전투 경기에 출전하고, 올 시즌에도 결승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작년과 달리 올해는 독기를 품은 미스트한테 밀릴 것 같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올 시즌에도 미스트를 상대로 2승 5패로 열세였다. 그나마도 미스트를 상대로 한 시즌 2승을 거둔 최초의 마투사이긴 하지만, 나는 그마저도 불만족스러웠다.

작년에 진호 오빠의 모습을 보면 미스트보다 한 수 위였다. 하지만 왜 진호 오빠가 미스트한테 밀리는 걸까?


“한번 우승 한 다음에는 더이상의 미련은 없더라고. 그리고 마전투 자체가 요즘은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도 않아.”

“결국 완전히 수호자 쪽으로 전향한거구나.”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진호 오빠가 용기를 내서 수호자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한창 도전자의 입장에서 미스트를 상대할 때의 투지가 참 보기 좋았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진호 오빠는 수호자로 실적을 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이제 진호 오빠는 미스틱 비스트 산하 팀 ‘오더 오브 썬더’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고, 오더 오브 썬더가 미스틱 비스트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팀이 되었다.

만약 그게 정말 오빠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걸로 되었다.


“이쪽은 중국 마전투 리그 랭킹 1위였던 민호. 그 옆은 한국에서 여러 전투에 참여했었던 김형원. 그리고 가장 오른쪽의 여성은 우리 조에서 힐러를 맡고 있는 김지현이야.”


진호 오빠의 집에 도착해 짐을 풀자 오빠가 오더 오브 썬더의 단체 사진을 보여주며 각 멤버들을 소개했다.

순간, 김지현이라는 수호자의 얼굴을 보자 묘한 감정이 들었다. 사진이라서 보정이 더해졌을 수도 있지만, 그녀는 꽤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건 다 집어치워도, 적어도 그녀는 나보다 진호 오빠를 더 자주 볼 수 있겠지.


“아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현씨는 올해 봄에 결혼했고, 올 초가을에 임신했어. 그래서 내년 봄부터 몇 달간 수호자 활동을 하지 않을 거야.”


눈치가 빠른 진호 오빠는 바로 내 미묘한 기류를 읽고 해명했다. 뒤늦게 괜히 오빠한테 미안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지쳤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 진호 오빠랑 장거리 연애를 한지 벌써 4년째 되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겨울 한 달, 그리고 여름 한 달 이외에는 계속 떨어져 있어야 했다. 심지어 시차가 있는데다가 둘 다 바쁘기 때문에 통화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적이었다.

그마저도 연결이 좋지 않았고.


그럼에도 그동안 나도, 진호 오빠도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건 아니었다.


“저, 오빠. 나 내년 봄에 논문 디펜스만 무사히 끝나면 박사 학위를 수여받아. 그래서 박사가 된 이후에 어디로 가야될지 생각하고 있는데,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그래서 나는 살짝 진호 오빠의 생각을 떠보았다.


“음, 네가 이루고 싶은게 있어서 박사 과정을 밟았던 거 아니야? 그러면 아무래도 마공학 볼모지인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직업을 갖는게 너한테는 유리하겠지.”


바보. 그냥 내가 보고 싶다고 한국으로 와달라고 하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계속 떨어져서 지내야 할거야. 오빠랑 이제 5년째 사귀고 있지만, 같이 있는 날보다 떨어져 있는 날들이 훨씬 많잖아. 나는 솔직히 지쳐가기 시작했어. 그래서 아까 오빠랑 같은 팀에 있는 지현씨한테 질투까지 나더라고.”


결국 내가 솔직하게 내 고민을 터놓았다. 진호 오빠는 내가 이렇게까지 나올줄은 몰랐는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하지만 너도 이미 알고 있었잖아. 우리 꽤 오랫동안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는 거.”

“하지만 도무지 그 끝이 안보여서 막막해.”


사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나와 진호 오빠는 연인이다. 몇년간 계속 떨어져있는 상황은 절대로 정상일 수가 없고, 심지어 언제쯤 같이 살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백호씨한테 해외 출장을 건의할려고 해. 우리 길드의 명성이 세계로 알려지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국가들도 생겼거든.

만약 해외 출장이 잦아지면, 그냥 현지로 수호자를 파견보내는게 더 이득이 될 수도 있어. 그렇게 된다면 막 ‘미스틱 비스트 미국 지부’같은게 생길 수도 있겠지. 그렇게 되면 내가 미스틱 비스트 소속으로 미국에서 활동할 수 있을거야.”


현재 진호 오빠는 미스틱 비스트에 묶여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간 미국으로 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저런 명분을 만드는 게 최선일거다.


“물론, 만약 한국에 와서도 네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으면 박사가 되자마자 와도 돼.

당연히 나도 네가 그랬으면 좋겠고. 하지만 나도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너와 떨어지는 걸 택했으니 강요할 수는 없잖아.”


참 착해 빠졌다. 그래서 나를 붙잡지 못하는 건가?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진호 오빠의 이러한 면모를 좋아했던 거니까.


“하지만 나는 걱정돼. 과연 몇 년이 지나도 오빠와 나는 변함없이 서로를 사랑할까?”

“릴리야. 나는 너를 전적으로 믿을거야. 어차피 내가 결혼하겠다고 다짐한 사람은 너 하나뿐이니까.”


그럼에도 내가 걱정하자, 진호 오빠는 닭살 돋는 말로 나의 근심을 싹 날려버렸다.


그렇게 우리의 운명은 결정났다. 앞으로도 몇 년간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될 거고, 서로 어려운 점이 많을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연애를 이어나갈거다.



***


1996년 12월 12일


“내가 너의 말대로 마인드 디멘션에서 테스트를 해본 결과, 정말로 마나를 저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5천 마나 정도를 말 그대로 방출한 다음에 30분 후에 다시 돌아왔는데, 마나의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어. 아무런 장치도 없이.”


오늘은 진호 오빠와 마인드 디멘션에서 마나 저장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일단 오빠는 어느정도 성과를 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내가 알려준 마나저장석을 설치했을 때에는 어땠어?”

“그 안에 있는 마나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지.”

“그러면, 그 마나저장석의 지속 시간은 얼마나 되었어?”

“내가 마인드 디멘션에 있을 때에는 최대 3분. 만약 마인드 디멘션 밖에 나가면 일주일도 거뜬해. 왜냐하면 내가 마인드 디멘션에 없으면 마인드 디멘션에서의 시간은 흐르지 않으니까.”


상당히 흥미로운 법칙이었다. 사용자가 마인드 디멘션에 있을 때에만 마인드 디멘션에서의 시간이 흐른다. 다시 말해서, 마인드 디멘션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몇 년이고 마나를 저장하거나 구현체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진호 오빠는 마인드 디멘션에 자주 들어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으로써는 진호 오빠가 꾸준히 마나저장석을 만들어 마나를 관리해주지 않는 이상, 마인드 디멘션은 안정적으로 마나를 저장하기 힘들다.


“그러면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마인드 디멘션에 들어가서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거네?”

“그런 셈이지. 다만 마인드 디멘션에 갈때마다 마나저장석을 교체해야 되는게 번거롭긴 하지.”

“그러면 오빠가 소환할 수 있는 마나저장석의 한계는 뭐야?”

“엄밀히 말하자면 마인드 디멘션에서는 그러한 한계가 없어. 다만 꾸준히 교체해야 하는 걸 감안하면, 한 10개? 그리고 하나당 대략 1만 마나를 담는다고 치면 10만 마나를 추가로 가지고 있는 셈이지.”


사실 저것만 해도 엄청난 거다. 하지만 문제는 마인드 디멘션의 잠재력은 저 이상이라는 거다.


어떻게 하면 저장할 수 있는 마나량을 늘릴 수 있을까?


“근데 마나저장석에서 월물의 핵은 역할이 정확히 뭐야? 마나를 저장하는 역할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해가 안가거든. 도무지 그릇의 역할을 할 모양이 아니라서.”

“핵이 없는 상태에서는 구현체가 되지 않는 이상 마나의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갈 수 없어. 물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게 마법의 세계야. 그리고 그 원리를 찾는건 우리의 역할이고.”


하지만 문제는 마법 물질 중에서는 핵의 역할을 대체할만한게 없다는 거다.


“농도라······. 그런데 만약 마나를 구현체를 만들면, 그게 고농축된 마나가 아닌가?”


아니면······. 그럴 필요가 없나? 순간 진호 오빠의 발상의 전환에 나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마나저장석에 집착했을 수도 있다. 마인드 디멘션은 100% 마법이다. 이건 마공학이 아닌 마법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했다.


“비록 실전에는 전혀 필요가 없어서 묻히는 물질이긴 하지만, 크기 대비 소모 마나량이 매우 큰 물질을 내가 하나 알거든. 거의 1세제곱센티 당 1000마나 가까이 들어. 물론 여기에서 쓰이는 마나 상당수가 애너지를 방출하면서 비활성화되니까 효율은 좋지 않고, 이걸 다시 순수 마나로 되돌리는 데에 시간과 추가적인 마나가 필요하긴 해.

하지만 단순히 마나량만 높일려면, 그 물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분명 그것도 좋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법은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는 마인드 디멘션을 2개 이상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반드시 시도를 해봐야 할 것이다.

만약 2개 이상의 마인드 디멘션을 만들고 각 세계의 시간이 독립적으로 흘러간다면, 하나의 세계는 훈련용으로, 다른 하나는 마나 저장용으로 만들면 된다.


여기에 진호 오빠가 생각한 방법들을 더해 한번에 저장할 수 있는 마나량을 늘린다면, 이 마나 저장소는 100만 마나도 거뜬히 저장할 수 있을 거다.


“저, 오빠. 혹시 나한테 마인드 디멘션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 가르쳐줄 수 있어? 나도 한번 실험해볼래.”


그리고 이번에는 나도 직접 마인드 디멘션에서 실험을 해보기 위해 진호 오빠한테 부탁했다. 그리고 진호 오빠는 리그 결승 이후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


1996년 12월 20일


결국 진호 오빠는 결승전에서 미스트한테 패배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작년과 비교해봤을 때 미스트는 공중 발판이라는 새로운 스킬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게 체셔 래빗들의 움직임을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이런 공중 발판이 일종의 방어막 역할도 하면서 체셔 래빗들의 생존력을 높였다.


반면 진호 오빠가 그때 이후로 새로 개발한 스킬은 3개나 있었는데, 냉정히 말해서 셋 다 미스트와의 대결에는 딱히 필요가 없었다.

일단 썬더스톰이라는 광역 전기 마법은 명중률도 낮아서 쓰기 힘들고, 스틸윙이라는 날개 스킬은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장식에 불과하다.

그나마 불굴의 검이라는 새로운 무기는 쓸만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쌍낫이나 랜스 바리케이드와 비교해 봤을때 조금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메리트 말고는 없다.


그럼에도 진호 오빠가 어떻게든 2승 1무를 거두며 7차전까지 끌고 갔지만, 끝내 미스트한테 패배했다.


“만약 오빠가 미스트를 작정하고 이기려고 했으면, 분명 올해도 우승했을거야.”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진호 오빠는 딱 잘라 말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건 더이상 진호 오빠는 마전투 경기에 미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미스트의 공중 발판 말이야. 과연 사람도 그걸 밟고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뭐, 정확히는 공중을 뛰어다니는 듯한 모양새겠지만 말이야.”


되려 오빠는 미스트의 공중 발판에 흥미를 가진 느낌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론상 가능하다.


현실 세계의 물질과 마법 구현체는 서로를 그냥 통과해버리며, 서로의 무게가 없는 것처럼 취급한다. 그래서 마법사들이 매우 커보이는 무기들을 젓가락 휘두르듯 쉽게 쉽게 휘두를 수 있는 거다.

그런데 만약 인간이 구현된 신발을 신고 구현된 발판에 올라서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인간이 그 발판에 올라서서 어느 정도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특정 컨트롤 없이는 발판은 계속 아래로 내려갈 것이고, 결국에는 땅속으로 꺼지거나 누적된 피해에 깨질 거다.


그러니 오빠라면 언젠가 그 방법을 찾을수도 있겠다. 물론 실제로 사람이 그렇게 공중에서 뛰어다니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하고 마나 소모가 크겠지만, 마나저장석과 마인드 디멘션이 있으면 또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마인드 디멘션에 대해서 더 연구해볼 필요성은 높아졌고, 결국 오늘부터 나는 진호 오빠로부터 마인드 디멘션을 쓰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


1997년 1월 10일


아쉽게도 나는 다시 미국으로 출국해야 되었고, 또다시 몇달동안 진호 오빠를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성과가 있었다. 오랜 훈련 끝에 나 역시 마인드 디멘션을 배우게 된거다!


처음에는 오빠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서 버벅거렸다. 하지만 오빠가 마인드 디멘션에 들어갈때 하는 행동들에서 힌트를 얻었고, 다행히 내 비전 능력치는 A급으로 최상위권이라서 순식간에 마인드 디멘션을 배웠다.


비록 애너지와 엘리먼트 능력치가 매우 낮지만, 만약 마인드 디멘션에서 맹훈련을 마치면 나도 B급 수호자까진 될 수 있을까. 순간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바로 본론으로 돌아가 마인드 디멘션을 2개 이상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기에 하나 더. 오빠가 나한테 마인드 디멘션을 가르쳐 주다가 우연히 두 사람이 하나의 마인드 디멘션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 돌아온 이 시점에도 나는 오빠의 마인드 디멘션에 접속할 수 있다.


즉, 어떤 의미에서 나는 마인드 디멘션을 2개나 쓸 수 있는 거다!


하지만 마인드 디멘션에서의 시간은 단 한명의 사람이라도 있으면 흐르는 방식이라서 여러명이 한 세계를 쓰면 쓸수록 안에 있는 구현체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진다.

그 뜻은 마나저장석이나 고농축 마나를 자주 갈아야 된다는 거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한 사람이 2개의 마인드 디멘션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다.


한편, 마나저장석에 관해서는, R&F 인더스트리와 계약이 일사천리로 끝났고, 지금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기존 R&F 인더스트리가 소유한 공장에 임시로 마나저장석을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들여서 소량으로나마 마나저장석을 생산하려고 한다.


그리고 R&F 인더스트리의 첫 고객은 놀랍게도 미스틱 비스트가 될 예정이다. 이전부터 전백호가 그레이 박사님과 기업에 꾸준히 투자를 한게 주효했던 것 같다.



***


1997년 2월 27일.


새로운 마인드 디멘션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열중하면서 문득 떠오른 사실이 있다.


월물들은 사실 평행세계의 인간이다.

그런데 그들이 왜 이 세계에 그런 기괴한 외형으로 넘어오느냐. 그건 중간 세계를 통해서 아바타를 얻고, 그 중간 세계를 통해서 우리 세계로 넘어올 수 있다.

그리고 그 중간 세계에서 수련함으로 마법 능력을 향상시키는 거고.


어쩌면 그들이 쓴다는 그 중간 세계가 커다란 마인드 디멘션의 일종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만드는 마인드 디멘션도 막 다른 차원과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1997년 4월 16일


디펜스 심사는 완벽하게 끝났다. 나는 깨끗하게 통과했고, 이제 박사 학위를 받는 일만 남았다.

거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 논문은 확실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딴지를 걸만한 건덕지가 별로 없었다.


애초에 내 발견은 과장 보태면 노벨 마공학상을 거뜬히 수상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거다.


이제 남은건 두번째 마인드 디멘션을 만드는 건데, 그게 쉽지가 않다. 솔직히 어디서부터 감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진호 오빠와 나는 서로 마인드 디멘션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걸로 된걸까.



***


1997년 5월 20일.


오늘은 내 박사 학위 수여식이 있는 날이다.


그리고 진호 오빠는 이런 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주었다.


아직 새로운 마인드 디멘션을 만드는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지금 나와 오빠는 마인드 디멘션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진호 오빠의 마인드 디멘션은 마나 저장소로 쓰리고 있고, 내 마인드 디멘션은 훈련용으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진호 오빠는 마인드 디멘션을 통해서 최대 30만 마나까지 저장할 수 있다. 사실 이건 안정적으로 쓰고 저장할 수 있는 양이고, 회수 여부 신경쓰지 않고 막 집어넣으면 체내에 마나만 있으면 무한정 넣을 수 있다.


한편, 마나저장석 역시 꾸준히 미스틱 비스트에 공급되고 있었다. 진호 오빠는 3개를 가지고 다니는 것 같다. 물론 그래봤자 마나 저장소에 있는 마나에 비하면 새발의 피이지만.


“졸업 축하해.”


진호 오빠가 나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나도 진호 오빠의 등을 토닥이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동안 둘 다 많이 힘들었지만, 정말 잘 버텨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인드 디멘션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했고, 덕분에 사이는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이제 박사 학위도 수여했는데, 어디로 갈거야?”


여전히 나를 놓아주지 않으며 진호 오빠가 물어보았다.


“나는 앞으로 R&F 인더스트리에 들어갈거야. 거기에서 나한테 러브콜을 보냈거든.”

“우리는 조만간 중국으로 출장 갈거야. 이제 미스틱 비스트는 세계로 뻗어나갈거야. 그리고 만약 미국에서 우리를 필요로 한다면, 당연히 미국으로도 출장 올거야.

그때가 되면, 자주 만나자. 1년에 2번이 아니라 1달에 2번. 아니, 매일 만나자.”

“약속하는 거지?”

“약속할게.”


오빠의 달콤한 말을 듣고 나는 배시시 웃었다.


그래, 부디 앞으로도 이렇게 평화롭기를.


작가의말

결국 우려했던 대로 이번 작품은 거의 설정 놀음을 늘어놓는 수준에 그쳤네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번 챕터를 최대한 빨리 끝냈습니다.


이 챕터의 의의라면 제 세계관 떡밥을 남겨두었다는 점과 짧게나마 썬더이글(이진호)의 팀원들을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다음 이야기에서 조연으로 활약할 예정입니다.


다만, 지금 돌이켜보면 과연 릴리가 전백호, 미스트, 그리고 썬더이글과 동등한 주연으로 알맞은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릴리가 주연인 이야기는 아직 남았으니 거기에서 만회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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