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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순백의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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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09.16 00:51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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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2
추천수 :
17
글자수 :
89,102

작성
15.09.1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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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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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6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DUMMY

발라에게 예기치 못한 손님이 찾아온 것은 세만 요새를 점령한 다음 병력을 추스리기도 전이었다.


흑마를 타고 새벽의 안개를 나는 듯이 달려온 그는 요새 앞에 이르자마자 거의 사람 키만한 대검을 바닥으로 던지며 싸울 뜻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난 부스라스 부족의 부족장 제신토다! 발라 모다스에게 위험을 전하러 왔다!"


요새 경비를 맡고 있던 페르미오는 한눈에 이 방문의 중요성을 알아차렸다. 그는 주저없이 제신토를 요새 안으로 들이고, 발라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세실리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부스라스 부족은 오래 전부터 용맹하기로 이름 높은 부족이고, 여신을 섬기는 정의로운 부족입니다. 부족장이 우리를 찾아온다면 협력을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발라는 불길한 예감에 서둘러 제신토를 불러들였다.


성큼성큼 들어오는 전사는 두꺼운 망토와 예스러운 복장 밖으로 드러난 팔과 얼굴에 기하학적인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 문신은 전쟁의 신 큐라카Querakha와 대지모신 엘리츠나Elichna에게 운명을 맡긴 싸우는 자의 상징이란 것을 발라는 한 눈에 알아보았다. 두 손을 모아 예의를 갖추는 그를 보며 발라 모다스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어서오십시오. 발라 모다스입니다."


"난 부스라스 부족의 부족장 제신토라 하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굉장히 맑았다. 발라를 올려다보는 눈동자 역시 영웅의 기운이 엿보였다. 발라는 마음 속으로 감탄하며 그를 자리로 청했지만 그는 그대로 서서 다급한 용건을 전했다.


"발라 모다스, 당신에게 위험을 전하기 위해 왔소. 나의 부족, 부스라스가 당신을 노리고 있소."


요새 안에서는 엄청난 경악이 퍼져나갔다. 바실리오는 자기도 모르게 낮은 신음 소리를 낼 정도였다.


"부스라스 부족이..."


"수는 1만이며, 흑비마대가 선두에 있소. 한 주가 지나기 전에 이 곳에 당도할 것이오. 나의 부족은... 그들은 매우 위험하오."


제신토는 말을 마치고 발라를 바라보았다. 회의장 안은 조용해져버렸다. 당황한 네레이네는 미첼의 눈치를 살폈지만, 미첼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재앙에 입을 열지 못했다.


"어째서 부족장인 당신이 그걸 알려주는 겁니까?"


침묵을 깨뜨린 것은 돈 라마네였다. 그의 느긋한 목소리에 제신토는 아까보다 침울해져서 힘없이 말했다.


"알피엑시 대륙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다리오 모다스 왕을 증오할 것이오. 우리 부족 역시 마찬가지였소. 그대를 돕기 위해 나는 군대를 일으키려고 했지. 그런데 단 하루 사이에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소. 나의 할아버지이자 대족장인 제야위멘이 병상에서 일어나더니 여신의 계시를 전했소. 여신은 부스라스 부족에게 당신을 공격할 것을 명했다고 하오."


"우리 사령관님은 여신에게 미움받고 있는 겁니까? 여신에게 무슨 짓을 하신겁니까?"


돈 라마네는 사람좋게 웃으면서 빈정거렸다. 발라 역시 짚이는 것이 있을리 없었기 때문에 천천히 고개를 젓고,


"부스라스 부족이 여신의 계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신에게 미움받을 일을 한 기억은 없습니다. 자세히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제신토가 힘없이 "발라, 당신이 티프소와 손을 잡고 세계를 멸망으로 이끈다고 하더군."라고 말하자 회의장 안에서는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림이 터져나왔다. 발라는 모두를 향해 손을 들어 조용히 할 것을 부탁하고, "제신토 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제가 티프소와 손을 잡고 세계를 멸망시킬 것 같습니까?"라고 물었다.


"그걸 믿는다면 내가 여기에 와서 당신의 앞에 섰을리 없소."


제신토는 주먹을 꾹 쥐고 한탄했다.


"걷기는커녕 일어나지도 못하던 할아버지가 허리를 펴고 일어나 병사를 지위하고 있소. 그것은 이미 기적의 범주인 것은 틀림없겠지. 기적을 일으킨 것은 틀림없이 인간 이외의 존재라는 것에 난 나의 검을 걸 수도 있소."


그는 이를 악물었다. 부족원들이 제야위멘의 말을 믿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역시 그 기적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하지만 내가 배운 교리는 그렇지 않소. 죽음은 신성한 것이라 알고 있으며, 거기에 대해 의심이 있을리 없지. 그렇다면 죽을 사람을 살려낸 것은 여신이 한 일이 아니리라 생각하오. 악마의 속삭임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오."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부족을 배신하는 것은 그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었지만, 악마의 목소리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허리를 펴고 발라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위기를 전하는 이유이오, 발라 모다스. 당신은 분명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영웅이며, 당신의 뜻에 악함이 있을리 없소. 나의 부족 역시 마찬가지요. 아니, 마찬가지였소. 지금 나의 부족은... 미쳐있소."


"싸울 수 밖에 없군요."


바실리오가 근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물러나면 그것이야 말로 다리오 왕이 바라는 대로입니다. 다시 세만 요새를 얻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물자가 필요할 지 알 길이 없습니다. 우리도 출격하여 전장을 골라야 합니다. 적의 목표가 발라님이라면 전면전 이외의 다른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발라 역시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발라는 곧은 자세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사내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에게도 부대의 지휘를 맡겨도 되겠습니까?"


제신토는 의외의 제안에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도리어 발라의 장수들 쪽에서 반론이 나왔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를 곁에 두는 것을 재고해주십시오."


페르미오의 다급한 목소리에 제신토는 언짢은 기색없이 물었다.


"날 의심하는 것인가?"


"첩자의 의혹이 아닙니다."라고 페르미오는 가급적 목소리를 평온하게 만들며 말했다.


"당신이 비록 지금 발라님께 충성심을 갖고 있다 하여도, 자신의 부족원들과 저울질하게 되면 어떤 선택을 할 지 알 수 없습니다."


제신토는 그의 말이 사리에 맞다고 생각하고 두 손을 모아잡고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옳은 말이군요.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저를 가둬두신다 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발라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제신토님 역시 이 싸움에 서는 것이 괴로우실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보좌관이 되어주신다면 그건 괜찮겠지요. 제신토님은 무엇보다도 지금부터 싸울 적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절 지켜줄 수 있을 것입니다."


발라는 혼란의 시대인 현 시대에서 사람을 잘 믿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속은 적이 없는 것은 그의 믿음에 상대방이 언제나 부응했다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발라는 동시대의 명장을 모두 곁으로 불러들였고, 그들은 발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아시다시피 전 병에 걸려 제대로 검을 휘두를 수조차 없습니다."


누구보다도 부드러운 눈을 가진 젊은 군주는 온화한 목소리로 고했다.


"제신토님, 당신이 제 곁에서 함께 싸워주기를 원합니다."


제신토는 두 손을 내밀고 있는 발라를 보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그림으로 그린 것같은 성인이었다. 만약 여신이 있다면 분명 그를 도울 거라 믿었다. 그는 그의 새로운 주군을 위해 한 무릎을 꿇었다.


작가의말

부스라스 일족이 머무는 땅은 마나의 동공이라 불리우는 후아트라 지방입니다. 마나의 동공은 세계에 몇 군데 남지 않은 여신의 축복이 충만한 곳입니다. 마도학자들은 그 마나의 동공이야말로 테르센트의 마지막 호흡이 이루어지는 장소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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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92 1 8쪽
16 15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152 0 9쪽
15 14화. 여신을 따르는 부족 15.08.19 148 1 13쪽
14 13화. 마후라나 15.08.17 196 1 14쪽
13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194 1 22쪽
12 12화. 세만 요새 공성전 -1 15.06.29 174 1 12쪽
11 11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3 15.06.12 158 1 7쪽
10 10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2 15.06.10 162 1 21쪽
9 9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1 15.06.08 265 1 10쪽
8 8화. 실패 -2 15.06.05 175 1 8쪽
7 7화. 실패 -1 15.06.01 176 1 6쪽
6 6화.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 15.05.15 178 1 9쪽
5 5화. 탈출 15.05.01 199 1 11쪽
4 4화. 미첼 아델라이다 15.04.22 159 1 9쪽
3 3화. 발라를 좇는 자 15.04.20 216 1 11쪽
2 2화. 호르리텐시아 공략전 15.04.20 183 1 15쪽
1 1화. 순백의 장군 +4 15.04.20 38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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